재벌 가족의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 경영이 위태로워지고 그룹에서 기업이 분리되거나 합병되는 과정에서 기업의 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재벌 가족은 '보직 해임'되는 정도로 그 책임을 면하지만 그 기업에 소속된 직원들은 기업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으로 피눈물을 흘려야합니다. 운이 좋아 고용승계가 되거나 보직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예산을 줄이기 위해 임금 삭감에 동의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업무에 발령받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해고라도 당한 가장의 경우 가정이 해체당하는 슬픔을 맛보거나 심한 경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최동진.'황금의 제국' 최민재(손현주)를 향한 최동진(정한용)의 일갈은 그래서 특별합니다. '그 공장에 직원있고 그 회사에 사람있다.시멘트 푸대 한번 안 날라본 놈이 돈놀이로 장난쳐서 그룹을 가지려고 해?'라는 최동진의 꾸짖음은 싸움에 휘말린 네 사람 즉 최민재, 최서윤(이요원), 장태주(고수), 한정희(김미숙)를 향한 분노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눈치밥에 불편한 식사를 하면서도 꿋꿋이 식탁을 지키고 있는 최원재(엄효섭), 최정윤(신동미), 손동휘(정욱), 박은정(고은미)을 향한 시청자들의 분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동진은 사원 보다 제 한 욕심을 생각하는 최민재를 나무라면서도 민재의 죄를 모두 뒤집어쓰기로 합니다. 그가 마련한 사채와 성진카드의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벌인 주가 조작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스스로 중수부(얼마전에 폐지되었죠)에 가겠다고 합니다. 물론 타인들의 삶을 아무렇지 않게 좌지우지하는 그들 가족에게도 핏줄이란 소중한 것입니다. 싸움을 멈추게 하기 위해 스스로 출두한 최성재(이현진)와 자신 때문에 옥살이를 하게 된 늙은 아버지 최동진으로 인해 한정희, 최민재, 최서윤은 눈물흘립니다.
그들이 맨처음 성진그룹이란 제국을 갖겠다고 나섰을 땐 가족들을 위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성진그룹 마부 노릇을 하며 제 몫을 갖고 싶었던 민재는 형 대신 옥살이하던 아버지가 불쌍했고 죽은 동생이 안타까웠습니다. 한정희가 27년 세월을 최동성(박근형) 옆에서 버틴 것은 억울하게 죽은 전남편의 복수 때문이라 했습니다. 최서윤이 아버지가 일군 성진그룹을 지켜 대대로 물려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성재를 비롯한 가족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세 사람 모두 가족들의 불행을 자초했고 처음의 목적은 잃어버린 딴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제 흥미로운 재벌가의 재판결과가 뉴스를 탔습니다.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까닭인지 그리 크게 알려지진 않았습니다만 삼성가의 장남이던 이맹희씨와 삼성그룹의 상속자인 이건희씨 간의 소송입니다. 이맹희씨가 상속과정에서 몰랐던 삼성의 차명계좌에 대한 자신의 상속분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이 소송은 삼성와 CJ, 한솔이라는 재벌들이 연루된 소송으로 인지대만 해도 이백억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소송 입니다. 1심 판결은 이건희 회장 쪽의 압승이었습니다만 이맹희씨 측은 삼성의 경영구도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이 싸움을 포기할 것 같지 않습니다.
'황금의 제국'에서 묘사하는 재벌 상속 과정은 '왕자의 난'으로 묘사된 현대그룹 상속과정과도 유사하지만 故 이병철 삼성회장에서 셋째아들인 이건희 회장으로 그룹이 상속되는 과정과도 많은 부분 흡사합니다. 셋째딸 최서윤이 무능력한 최원재와 최정윤을 밀어내고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후계자가 되었고 지금도 최동성 회장의 정당한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죠. 그틈을 최민재와 한정희가 연합해 밀고 들어왔습니다. 한정희가 의붓자식들 몰래 빼돌린 성진시멘트 차명계좌 주식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본래 최동성이 최서윤에게 물려주려던 지분이기도 하구요.
최성재를 빼내기 위해 성진그룹 법무팀에서 학벌과 연줄을 통해 검사와 선이 닿는 인물을 알아보는 최서윤 , 일단 기사부터 막고 보자며 최원재에게 언론사 사장들과 저녁에 약속을 잡으라는 최민재는 주가조작과 불법 매입을 최원재에게 떠넘기려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듯 사촌형에게 대신 옥살이를 하라는 것이죠. 성진그룹 회장 최민재가 중수부로 소환되기 3일전, 최원재는 쟁쟁한 경력의 기업 고문단이 소환을 비공개로 해달라며 검찰총장과 매일 점심을 먹는다는 말을 전합니다. 말그대로 온갖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합니다.
물론 최근 삼성과 갈등중인 CJ그룹 이재현 회장 즉 이맹희씨의 아들이자 이건희 회장의 조카는 수천억원대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로 전격 소환되긴 했습니다만 발빠른 재벌 총수 소환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그들을 검찰로 불러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입니다. 오랜 실랑이 끝에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꽤 여러 명이 중수부에 소환된 적은 있습니다만 특검을 미루고 소환 날짜를 연기하는 등 시끄러운 잡음이 많았습니다. 거기다 기껏 중죄로 소환된 사람들도 휠체어를 타거나 병상에 누워 소환되고 특별대접을 받았다는 등 구설에 올랐죠.
최동진 회장처럼 손가락질 받으며 검찰로 가는 그들도 누구의 가족이고 그들의 부재로 기업 경영이 위태로워지고 직원들의 생계가 불안해지고 뭐 그런 사정을 다 감안해도 재벌가의 이런 싸움은 영 유쾌하지 않습니다. 어제 항소심에서 다소 감정적인 설전을 벌인 법정대리인에게 판사는 형제간 다툼이 국민에게 실망만 준다며 두 형제가 화합하라 조언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왜 그들의 치열한 싸움에 국민을 들먹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이 원하는 게 정말 그들의 화합일까요? 돈놀이하는 그들을 보면 볼수록 저는 국민이 원하는 건 화합도 싸움도 아닐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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