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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사서를 집중 해석한 정통 사극을 꽤나 좋아한다. 장풍을 쏘고 사람이 날아다니는 판타지 사극도 싫을 건 없지만 그래도 실제 그랬을 법한 일들이 TV에서 그려지는 것, 그것을 더 선호한다. 고대나 현대나 사람사는 곳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교훈을 주는 일들도 많고, 과거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이미 고인이 된 그들은 어떤 행동을 했을 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현대에 가져올 수 있는 이야기거리도 좋아한다.
판타지 사극이 늘어나면서 가장 아쉬운 건 역시 '인물' 중심의 사극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주몽, 선덕여왕, 천추태후, 세종대왕, 불멸의 이순신, 대장금, 허준, 상도(임상옥) 등 많은 역사 속 인물들이 사극의 주인공으로,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구심점으로 활약하였다. 정통 사극 속 인물 보다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표현이 가능한 인물 중심의 사극은 대부분의 사극을 장악하고 있다.
판타지 사극 안의 인물은 영웅이 된다.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영웅스럽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난 주인공일지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겪고 사서에 기록된 어떤 일도 미화되는 수순을 겪게 된다. 소서노를 배신한 주몽은 왕권과 이익을 최고로 여기는 권력자가 아니라 배신을 힘들어하는 정많고 의리있는 남편으로 그려진다. 선덕여왕의 미실은 선덕여왕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사이코패스같은 악녀로 묘사된다.
주몽의 대소왕은 위대한 부여의 왕임에도 불구하고 주몽을 위해 다소 속좁은 남자가 되어야 했고, 독재자 문정왕후는 대장금을 돌보는 따뜻한 대비마마일 뿐이다. 판타지 사극 속 주인공은 최고 중의 최고인 영웅이 되고 나머지 인물들은 그를 위한 배경이 될 뿐이다.
이런 드라마들을 보고 있으면 영웅은 타고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조차 든다. 이미 역사 속에서 영웅으로 평가받는 인물들이야 그렇다 치고 인생의 대부분이 창작된 주인공들 조차 영웅의 궤도를 따르는 것을 보면 작가가 생각하는 지도자는 남다른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틀림없는 것같다. 역사 속 지도자들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영웅은 타고나지만 노력을 통해 완성된다. 아니 어쩌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타고난 자질이 남달리 발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도자가 될 인물이란 각본이 짜여졌기에 그런식으로 다양하게 고생을 하고 교훈을 얻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력하고 고난을 겪는 그들도 시청자의 인생과 별로 다를 것이 없기에 드라마 속 인물의 성공담을 보며 시청자는 대리만족을 하는 지도 모른다.
주인공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이끌고 그들을 깨우치고 역사의 한획을 긋는 장면을 보며 사람들은 정치를 떠올리기도 한다. 저런 뛰어난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면 삶이 바꿔질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에 동질감을 느낀다 한들 그들은 절대 시청자들이랑 같아질 수 없는, 최고의 인물들이고 그들은 나라를 움직이고 역사를 움직인다. 그들은 백성과 함께하기 보단 스스로 이끌어나가는 인물이 된다.
대한민국 정치의 약점은 '정당정치'가 아니라 '인물중심주의'라는데 동의한다. 흔히 패권을 가진 자를 밀어야한다는 '대세론'과 뽑을 인물이 없다고 말하는 '인물론'이 정치를 망치는데 일조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런 말들은 흔히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인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당은 정당의 강녕에 의해 움직이기 보단 총재나 대통령 후보의 1인 정당같은 느낌 마저 준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삼김 정치가 청산되고 정당형 정치구조가 자리잡히지 않나 했지만 정당의 기틀을 닦기 보단 중심인물이 되기에 바빴던 민주당은 '뽑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대세론 덕에 한나라당에 정권을 뺐긴다. 드라마 '야망의 세월'을 시청하던 국민은 아직도 정치를 휘어잡을 영웅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웅의 성장을 다루는 사극은 어떤 의미에서 시대착오적이지만 아직도 시청자에게 '먹힌다'.
국가가 자신이 원하는 정치 이념을 실현해주길 바란다면 최소한 그 이념을 실현해줄 정당이 건강해야 한다. 한 사람의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국가의 뜻을 대변한다는 건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고 어떤 인물도 모든 걸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없다. 정책을 실현시키는 건 대통령 뿐만 아니라 그 정당이기도 한 것이다. 정당이란 조직이 국가의 정책을 실현하고 나라를 바꿔야한다.
'뽑을 인물이 없다'라는 말에 끄덕끄덕하기 보다 선택한 정당이 민의를 반영하지 않을 땐 힘을 실어주지 않는 '권력'을 가진 국민이 되는게 진정한 민주국가 아닐까? 드라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회의 삐뚤어진 인식 조차 반영하는게 드라마인지 모른다. 과거 역사의 단점과 장점, 그리고 영웅들의 단면까지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극이 나오려면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정확한 답은 아니겠지만, 사극 속 인물이 아닌 정치 풍자 로맨스 드라마 SBS의 '시티홀' 속 국회의원 조국은 아래와 같은 대사를 내뱉는다. 정치를 담당할 사람들은 군림하는 영웅이 아닌 국민의 손으로 좌우할 수 있는 그런 심부름꾼이란 드라마의 시선이 담긴 대사. 어차피 오락성 드라마겠지만 국민이 어떤 정치인을 선택해야할 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니 땅만 보며 한숨만 쉬지 마시고 당당히 고개를 드셔야 합니다. 정치인에게 가장 무서운 건 국민들의 시선입니다. 여러분의 한표 한표가 국회의원 가슴에 금배지를 달아주는 겁니다. 그건 국민을 대신해 국민의 일을 하라는 것이지 국민들 위에 군림하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여러분이 낸 세금이 여러분의 삶을 더 궁핍하게 하는데 쓰이냔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sxc.hu/
http://www.imbc.com/broad/tv/drama/jumong/index.html
판타지 사극이 늘어나면서 가장 아쉬운 건 역시 '인물' 중심의 사극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주몽, 선덕여왕, 천추태후, 세종대왕, 불멸의 이순신, 대장금, 허준, 상도(임상옥) 등 많은 역사 속 인물들이 사극의 주인공으로,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구심점으로 활약하였다. 정통 사극 속 인물 보다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표현이 가능한 인물 중심의 사극은 대부분의 사극을 장악하고 있다.
판타지 사극 안의 인물은 영웅이 된다.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영웅스럽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난 주인공일지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겪고 사서에 기록된 어떤 일도 미화되는 수순을 겪게 된다. 소서노를 배신한 주몽은 왕권과 이익을 최고로 여기는 권력자가 아니라 배신을 힘들어하는 정많고 의리있는 남편으로 그려진다. 선덕여왕의 미실은 선덕여왕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사이코패스같은 악녀로 묘사된다.
주몽의 대소왕은 위대한 부여의 왕임에도 불구하고 주몽을 위해 다소 속좁은 남자가 되어야 했고, 독재자 문정왕후는 대장금을 돌보는 따뜻한 대비마마일 뿐이다. 판타지 사극 속 주인공은 최고 중의 최고인 영웅이 되고 나머지 인물들은 그를 위한 배경이 될 뿐이다.
이런 드라마들을 보고 있으면 영웅은 타고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조차 든다. 이미 역사 속에서 영웅으로 평가받는 인물들이야 그렇다 치고 인생의 대부분이 창작된 주인공들 조차 영웅의 궤도를 따르는 것을 보면 작가가 생각하는 지도자는 남다른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틀림없는 것같다. 역사 속 지도자들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영웅은 타고나지만 노력을 통해 완성된다. 아니 어쩌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타고난 자질이 남달리 발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도자가 될 인물이란 각본이 짜여졌기에 그런식으로 다양하게 고생을 하고 교훈을 얻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력하고 고난을 겪는 그들도 시청자의 인생과 별로 다를 것이 없기에 드라마 속 인물의 성공담을 보며 시청자는 대리만족을 하는 지도 모른다.
MBC 주몽 : 출처 - http://www.imbc.com/broad/tv/drama/jumong/index.html
주인공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이끌고 그들을 깨우치고 역사의 한획을 긋는 장면을 보며 사람들은 정치를 떠올리기도 한다. 저런 뛰어난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면 삶이 바꿔질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에 동질감을 느낀다 한들 그들은 절대 시청자들이랑 같아질 수 없는, 최고의 인물들이고 그들은 나라를 움직이고 역사를 움직인다. 그들은 백성과 함께하기 보단 스스로 이끌어나가는 인물이 된다.
이들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 바로 '인물중심주의'이자 '인물론'이다. 궁궐을 차지한 최고의 권력자들이었으나 남성형 전투능력이나 힘을 과시하는 드라마 속 천추태후나 선덕여왕 역시 이런 '인물론'의 관점에서 묘사되곤 한다. 드라마속 그녀들은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보단 기존 영웅들이 가던 구도를 답습하며 모험과 액션을 즐기기 바쁘다. '그럴듯한 영웅'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약점은 '정당정치'가 아니라 '인물중심주의'라는데 동의한다. 흔히 패권을 가진 자를 밀어야한다는 '대세론'과 뽑을 인물이 없다고 말하는 '인물론'이 정치를 망치는데 일조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런 말들은 흔히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인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당은 정당의 강녕에 의해 움직이기 보단 총재나 대통령 후보의 1인 정당같은 느낌 마저 준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삼김 정치가 청산되고 정당형 정치구조가 자리잡히지 않나 했지만 정당의 기틀을 닦기 보단 중심인물이 되기에 바빴던 민주당은 '뽑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대세론 덕에 한나라당에 정권을 뺐긴다. 드라마 '야망의 세월'을 시청하던 국민은 아직도 정치를 휘어잡을 영웅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웅의 성장을 다루는 사극은 어떤 의미에서 시대착오적이지만 아직도 시청자에게 '먹힌다'.
국가가 자신이 원하는 정치 이념을 실현해주길 바란다면 최소한 그 이념을 실현해줄 정당이 건강해야 한다. 한 사람의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국가의 뜻을 대변한다는 건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고 어떤 인물도 모든 걸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없다. 정책을 실현시키는 건 대통령 뿐만 아니라 그 정당이기도 한 것이다. 정당이란 조직이 국가의 정책을 실현하고 나라를 바꿔야한다.
'뽑을 인물이 없다'라는 말에 끄덕끄덕하기 보다 선택한 정당이 민의를 반영하지 않을 땐 힘을 실어주지 않는 '권력'을 가진 국민이 되는게 진정한 민주국가 아닐까? 드라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회의 삐뚤어진 인식 조차 반영하는게 드라마인지 모른다. 과거 역사의 단점과 장점, 그리고 영웅들의 단면까지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극이 나오려면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정확한 답은 아니겠지만, 사극 속 인물이 아닌 정치 풍자 로맨스 드라마 SBS의 '시티홀' 속 국회의원 조국은 아래와 같은 대사를 내뱉는다. 정치를 담당할 사람들은 군림하는 영웅이 아닌 국민의 손으로 좌우할 수 있는 그런 심부름꾼이란 드라마의 시선이 담긴 대사. 어차피 오락성 드라마겠지만 국민이 어떤 정치인을 선택해야할 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니 땅만 보며 한숨만 쉬지 마시고 당당히 고개를 드셔야 합니다. 정치인에게 가장 무서운 건 국민들의 시선입니다. 여러분의 한표 한표가 국회의원 가슴에 금배지를 달아주는 겁니다. 그건 국민을 대신해 국민의 일을 하라는 것이지 국민들 위에 군림하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여러분이 낸 세금이 여러분의 삶을 더 궁핍하게 하는데 쓰이냔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sxc.hu/
http://www.imbc.com/broad/tv/drama/jumong/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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