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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아이언스의 보르지아(The Borgias)

Shain 2010. 10. 2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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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TIME 특유의 사극, 'The Tudors(2007)'은 헨리 8세의 문란에 가까운 여색을 적나라하게 묘사했습니다. 제작자가 상당히 그런 컨셉을 강조한 것도 사실이지만 헨리 8세의 기록을 살펴 보면 그런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구나 싶어집니다. 유난히 그런 스캔들이 강했던 역사적 인물이 있죠.

이런 히스토리컬 픽션(Historical fiction, 역사 소설 또는 역사적 허구) 장르는 늘 고정팬을 몰고 오게 마련입니다. 시대상을 재현하거나 재해석하는 재미가 만만치 않고, 괴리감을 가져오는 왜곡되고 어설픈 부유층 이야기 보다 재미도 보장되어 있거든요.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이번 드라마 보르지아(The Borgias)는 로드리고 보르지아와 그의 자녀들의 이야기입니다. 역사를 소재로 했으니 내용은 비슷할테고, 체사레 보르지아와 루크레치아 보르지아 역을 누가 맡을 지 궁금해서 배우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BBC에서 1981년 10부작으로 방영된 The Borgias



보르지아 패밀리에 대한 영화와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BBC에서도 1981년 제작된 적 있고 스페인에서도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된 적 있습니다(주로 루크레치아 보르지아를 주인공으로 삼는 경우가 많죠). 늙고 탐욕스럽고 사악한 교황 알렉산드르 6세 역은 항상 뚱뚱하고 체사레는 늘 야망에 가득 차 있고 루크레치아는 가련하거나 안쓰럽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반지에 독까지 사용한 최고의 범죄 가문으로 알려진 이 사람들은 삶 자체가 자극적입니다.



로드리고 보르지아(Rodrigo Borgia), 교황 알렉산드르 6세 - 제레미 아이언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타락한 교황 로드리고 보르지아 역은 늘 탐욕스러움을 기본으로 하기에 잘 생기고 날씬한 배우 몫이 되는 일이 드뭅니다. 제레미 아이언스는 나이가 들었음에도 외모가 상당히 멋진 배우에 속하는데 상당히 파격적인 배역이라 할 수 있겠네요. 초상화는 보통 집권자의 의중을 헤아려 근엄함이나 미모를 강조하게 마련인데 남아있는 로드리고 보르지아의 초상화는 그리 아름답지 않습니다(일설에 의하면 미남이었다고도 하는데 초상화는 그렇군요). 1492년 교황 자리에 올라 종교인으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최고의 권력을 자랑합니다. 자신의 사생아들을 조카라 부르며 늘 가까이 두고 이용하기도 했죠(네포티즘이 여기서 유래한 말입니다, 조카의 정치, 로드리고 이외에도 친족을 교황으로 밀어넣은 사례가 제법 많습니다).


프로모 사진에서 남아 있는 초상화 속의 복장을 제법 멋지게 구현한 거 같군요. 숙부의 배경과 돈과 뒷거래로 교황에 오른 인물, 첩을 두고 살았고, 욕심이 끝이 없었던 악명높은 가문의 수장답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겠지만 교황 알렉산드르 6세를 가장 멋진 인물이 맡은 기록을 세우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악명과는 다르게 예술계를 발전시킨 한 인물이라는데 그런 성격 때문에 바티칸 안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등장할 수도 있겠죠. 혼외자들이 많지만 반노차 데이 카타네이(Vannozza dei Cattanei) 사이에서 태어난 체사레, 호안, 루크레치아, 조프리가 제일 유명합니다. 야사도 많고, 워낙 소설로 많이 각색되어 진짜 역사가 어떤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는군요. 촬영 중인 사진으로 봐서는 드라마는 아무래도 알렉산드르 6세의 교황 선출로부터 시작할 듯합니다.




로드리고 보르지아의 가족

The Tudors는 헨리 8세의 누나 마가렛 튜더와 여동생 메리 튜더의 역할을 섞어 '마가렛 공주'의 역할을 만들어냈습니다. 드라마 상으로 공주가 둘이나 필요없어 역사를 기록된 것과 달리 설정한 것인대요. 로드리고 보르지아에겐 7명의 자녀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로드리고의 자녀들 중 어떤 인물들이 드라마에 출연할 지는 아직 미지수인 듯 합니다. 반노차 데이 카타네이에게서 얻은 자녀는 체사레(Cesare Borgia), 후안(Juan, Giovanni Borgia), 루크레치아(Lucrezia Borgia), 지오프리(Gioffre Borgia) 이렇게 4명인데 체사레가 장남으로 등장할 것 같습니다. 단순한 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체사레가 후안을 죽였다고도 하고 지오프리(초반엔 아역이 등장합니다)가 자신의 아내 산시아(Sancia)와 불륜이라 후안을 죽였다고도 하는데 성직자였던 체사레를 대신해 이복형 페드로 루이의 작위를 받았던 후안은 초반에 사라지는 배역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고디바'로 유명한 영국 존 콜리어(John Collier)가 그린 체사레, 루크레치아, 알렉산드르 6세의 그림. 정치적인 교황과 행동하는 아들, 조력하는 딸, 이들의 관계가 암살도 서슴치 않는 가족범죄단 느낌을 강하게 준다.




반노차 데이 카타데이(Vannozza dei Cattanei) - 조안 웨일리(Joanne Whalley)

교황 알렉산드르 6세가 추기경 시절 반노차와 가진 아이는 모두 4남매입니다. 교황의 애인 노릇을 한 사람들 중에선 가장 오래 자리를 지켰다고 하더군요. 결혼했던 적이 있고 다시 남편도 있었지만 꾸준히 교황과 관계를 이어갑니다. 자녀들이 모두 교황의 사생아로 태어나는 바람에 음란한 루머에 시달리게 되는데 반노차 본인도 알렉산드르 6세의 애인이 되기 전 추기경 줄리아노 델라 노베레(Giuliano della Rovere, 후에 교황 율리오 2세)의 애인이었단 소문이 있었습니다. 등장인물 중 하나가 노베레 추기경이네요. 후에 교황에게 다른 애인이 생겼지만 아이들 때문에 여전히 영향력을 잃지 않고 살게 됩니다.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배우 조안 웨일리는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배우로 'The Virgin Queen(2006, BBC)'에서 메리 여왕 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귤리아 파르네세(Giulia Farnese) - 로테 베어백(Lotte Verbeek)

1982년생인 로테 베어백은 네덜란드 출신의 배우로 'Nothing Personal(2009)'란 영화로 유럽 쪽에서 꽤 상을 여러개 받은 인물이더군요(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이태리 TV 드라마에도 출연했지만 유럽권 인물이라 국내에 크게 알려진 출연작이 없습니다. 줄리아 파르네세는 교황 알렉산드르의 애인으로 반노차의 뒤를 이은 인물입니다. 귤리아의 오빠(Alessandro Farnese)는 줄리아를 이용해 25세에 추기경이 되는 권력을 얻었고 후에 교황 바오로 3세로 등극합니다. 알렉산드르의 애인인 동안에도 오르시노 오르시니(Orsino Orsini)란 인물의 아내였습니다. 귀족 가문 출신의 그녀는 로마 최고의 미모란 평으로 '아름다운 귤리아'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줄리아의 시어머니 아드리아나 드 밀라(Adriana de Mila)는 알렉산드르 6세의 조카였습니다. 로드리고 보르지아와 딸 라우라를 낳습니다(남편 오르시노의 아이인지 확실치 않지만 보르지아 성을 받았다는군요). 아래 라파엘의 그림으로도 알 수 있겠지만 이 교황의 정부는 당시 '성모 마리아'의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체사레 보르지아(Cesare Borgia) - 프랑수아 아르노(François Arnaud)

이들 남매에 대해 빠지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는 여동생 루크레치아와의 금지된 사랑입니다. 이 남매들에겐 늘 독살, 근친과 같은 소문이 따라다녔습니다. 기록만으론 진위를 판단할 수 없는 일들이 많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던 남매들임에는 틀림없죠. 최근 완결된 일본 만화 '칸타렐라(달콤한 독약이란 뜻)'는 악마같은 아버지에게 태어난 체사레 보르지아를 판타지스럽게 그리고 있더군요. 상당한 미남자였다고 합니다. 초기엔 둘째 아들의 운명에 따라 추기경으로 임명되었지만 이복형인 페드로가 죽고 사제직에서 벗어납니다. 교황의 뜻에 따라 정략결혼도 하고 이탈리아의 지방 영토를 정벌하고 로마냐 공국을 세우는 등 정치적인 세력을 과시했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몰락하고 맙니다. 마키아벨리는 이 인물에게 희망을 보고 이탈리아 통일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바로 '군주론'의 모델이 된 사람이죠. 알렉산드르 뒤마는 체사레가 이후 예수의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끼쳐 예수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고 주장합니다. 캐나다/프랑스 출신 배우 프랑수아 아르노는 출연작이 아직 적은 신예입니다.





후안 보르지아(Juan Borgia) - 데이비드 옥스(David Oakes)

영국 출신의 잘 생긴 이 배우 역시 그리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The Pillars of the Earth(대지의 기둥, 2010)'으로 꾸준히 팬이 늘고 있는 배우입니다. 사극에 자주 출연한 걸 보니 특별한 이미지를 기대해도 좋겠군요. 다만 기록상으로 후안(혹은 지오반니)은 1시즌 안에 살해당하지 않을까 싶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일설에는 체사레의 형일 수도 있다는군요. 21살(1497년)에 암살로 죽을 때까지 알렉산드로에게 대부분의 작위를 물려받았습니다. 후안이 죽고 나서는 그의 명예는 모두 체사레의 차지가 되었기에 후안을 암살한 건 체사레란 소문이 있습니다. 혹은 또다른 야사처럼 제수씨이자 나폴리의 공주 산시아(Sancia)와 불륜 관계였기에 남동생에게 죽었을까요? 최근 산시아 역의 배우가 캐스팅(엠마누엘 크리퀴,Emmanuelle Chriqui)되었다는데 배우가 만만치 않은게 드라마는 야사를 활용할 듯합니다.





루크레치아 보르지아(Lucrezia Borgia) - 홀리데이 그레인저(Holliday Grainger)

금발의 외모로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마녀를 비롯한 각종 악명이 따라다니는 루크레치아는 별반 악행이 기록된 부분은 없습니다. 팜프 파탈을 비롯한 여러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악명높은 가문에 희생당한 순종적인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훨씬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둘째 남편이 암살당해 죽었을 때 일각에서는 체사레가 루크레치아를 너무나 사랑해 남편을 죽였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나 봅니다(확증은 없지만 오빠가 죽인 것 만은 거의 확실하다고 하죠). 오페라의 주인공으로 각종 소설과 미디어의 주인공으로 주목받는 역사 속 인물이라 그녀의 머리카락까지 전시되곤 합니다. 아버지와 오빠가 시키는대로 3번 정략결혼을 했고 아버지와 오빠가 죽자 자신도 산욕열로 금방 세상을 떴습니다. 1988년생의 홀리데이 그레인저는 영국 맨체스터 태생으로 1994년부터 드라마에 출연한 베테랑 연기자입니다.




이 밖에도 루크레치아의 남편역과 교황청 내의 추기경 역할 등이 캐스팅에 올라와 있습니다. 과거 튜더스 시리즈가 그랬듯 나머지 중요한 인물들은 게스트 스타로 영입을 하겠죠(제작자는 동일하게 Michael Hirst입니다). 이 시대의 인물들은 교황이 특별히 예술계 인사들에게 관대했던 까닭인지 초상화가 다양하게 남아 있습니다. 교황의 애인이 마리아의 모델이고 폭군같은 냉혹한 정치인이 예수의 모델이란 말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 시대를 가늠해보면 이해가 갑니다.

프리미엄 케이블 방송에 알맞게 성인용 사극으로 꾸며질 이번 드라마는 아예 대놓고 'Crime Family'를 TV에 담겠다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역사 속 이야기지만 교황청을 자극하지 않는 수위내에서 만들어질까요? 그것도 논란거리입니다. 이런 드라마는 재미있습니다. 시청자를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는 더욱 재미있습니다. 이런 류의 시대극을 좋아하시나요? 히스토리컬 픽션에 목마르셨던 분들이라면 2011년 4월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네요.


* 이탈리아/스페인 쪽 인물이라 영어 발음과 한국 발음이 꽤 차이가 납니다. 발음은 되도록 배우들 이름은 영어식으로 역사적 인물은 원어명에 가깝게 통일하려 애쓰고 있지만 실제 드라마에서는 영어식 이름로 불리우지 않을까 싶네요. 체사레와 카이사르와 시저는 종종 다른 사람같이 느껴집니다. 드라마에서 체사레를 시저라고 부르면 당황스러울 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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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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