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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 오페라 장르 드라마들을 보면 '저속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남사당패 놀이문화가 떠오릅니다. 유명한 영화 '왕의 남자'에서도 나왔듯 공길과 장생이 노골적인 성에 대한 표현을 했을 때 사람들은 깔깔거리며 웃고 배꼽을 잡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왕후의 죽음을 이야기할 땐 모두들 벌벌 떨고 어쩔 줄 모릅니다.
깨나 별난 인물이었던 연산군은 천출 장녹수의 '천한 행동'에서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왕의 남자'에서도 사대부를 풍자하고, 궁 안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장생과 공길을 보며 홀린 듯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곤 하죠. 원래 대중 문화란게 그렇습니다. 때로는 현상을 비꼬고 때로는 원색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언가를 잊기도 하고 감정의 혼란을 느끼기도 합니다.
MBC의 '즐거운 나의 집'이 보여주는 부부 싸움은 어쩐지 지극히 '통속적이다' 싶으면서도 쓴웃음이 납니다. 그 장면이 흔한 삶의 장면이라 그런게 아닙니다. 어설프게 정치 풍자한답시고 갈피를 못 잡는 타 방송국 드라마를 보고 나니 막장 드라마, 통속극 인물들의 갈등이 차라리 속시원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17일 방송은 점점 더 부서져가는 김진서(김혜수) 부부와 그들의 가정의 모습이 주된 내용입니다. 모윤희(황신혜)의 아버지 이준희(이호재)가 애비 노릇을 해보겠다며 김진서의 주위를 맴돌고, 모윤희를 협박하지 말라 위협합니다. 이준희가 아들 민조와 함께 있다는 걸 알게 된 김진서는 피가 꺼꾸로 솟는 듯합니다. 미친듯이 모윤희를 찾아가고 이상현(신성우)에게 연락합니다.
모윤희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일 듯이 미워하는 인물입니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아비에 대한 증오는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김진서는 아이가 다치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 모든 걸 알고 있지만 민조와 이준희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는 이상현은 '확실치도 않은 일로 추궁하지 말라'며 또다시 모윤희의 편을 들죠. 부부는 또 다시 가정의 위기에 봉착합니다.
부부가 다투게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들 부부 이상현(신성우)과 김진서(김혜수) 다투는 이유는 부부싸움 백서를 만들어놓은 것처럼 복잡다양합니다. 어제는 두 부부가 귀신같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찾아내며 서로를 자극하기 바빴습니다. 서로 출간했던 책을 비꼬고 남편의 박사학위증을 찢고 아내의 병원 사진을 깨트리고 고장난 예물 시계를 망치로 부수고 큐빅 결혼 반지도 망가트립니다.
울며 불며 갈등하는 그들은 아들 민조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려 애쓰고 자신들의 부부싸움을 '줄긋기 게임'이라고 표현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은 사랑해서 결혼했으면서 왜 맨날 싸우냐고 부부에게 작은 항의를 하고 결국은 이제 줄그은 걸 지으라며 지우개를 건내줍니다. 조금 더 잘못한 사람에겐 약간 더 큰 지우개를 쥐어주는 아들의 모습이 따뜻하면서도 안쓰럽더군요.
드라마의 제목을 하필 '즐거운 나의 집'으로 했을까. 생각해 보니 붕괴된 가정의 인물들이 '완벽해 보이는' 가정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남편 성은필(김갑수)과 성은숙(윤여정)과 맺어진 가족은 우아하고 부유해보였지만 완전하지도 않았고 안정되지도 않았습니다. 남편은 자신을 늘 의심했고 시누이는 늘 자신을 깔보고 무시하곤 했습니다. 언젠가 성은숙에게 항의한 것처럼 '잘 살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은 모윤희는 술을 먹고 시누이를 원망합니다.
모윤희의 가정 역시 '즐거운 나의 집'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바람피던 아버지는 엄마가 죽어도 모윤희에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살림차린 여자의 스웨터는 손수 빨아주었으면서도 엄마 죽고 무서워 혼자 살기 힘들다는 모윤희에게는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에서야 모윤희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재산 조차 위협할 듯합니다.
'즐거운 나의 집'은 부부가 서로 이해하지 못해 갈등하는 순간 망가지는 가정을 뜻하는 역설적인 말입니다. 부모의 불행한 삶이 모윤희의 불행을 불러왔듯 김진서 부부가 불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그들의 아이 민조가 또다른 모윤희의 운명을 살게 되겠지요. 바로 그점이 김진서가 모윤희의 살인을 밝혀야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고 김진서가 선택한 삶의 방향이기도 할 것입니다.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은 할머니의 명으로 죽은 어머니 폐비 윤씨를 그리워하고 계모와 배다른 동생들, 후궁들 만 남긴 채 죽은 아버지 성종에 대한 원망을 평생 극복하지 못합니다. 이 드라마틱한 감정이 조정 대신들의 품위있는 언행과 예의로 덮어졌을 리 없습니다. 그런 그에게 필요한 건 마음껏 음산하게 웃어제낄 수 있는 통속극이었겠죠. 모윤희의 아픈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김진서의 가정이 안전해질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미스터리가 궁금해집니다.
* 즐거운 나의 집의 어제 시청률은 8.5% 였다고 합니다.
깨나 별난 인물이었던 연산군은 천출 장녹수의 '천한 행동'에서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왕의 남자'에서도 사대부를 풍자하고, 궁 안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장생과 공길을 보며 홀린 듯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곤 하죠. 원래 대중 문화란게 그렇습니다. 때로는 현상을 비꼬고 때로는 원색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언가를 잊기도 하고 감정의 혼란을 느끼기도 합니다.
MBC의 '즐거운 나의 집'이 보여주는 부부 싸움은 어쩐지 지극히 '통속적이다' 싶으면서도 쓴웃음이 납니다. 그 장면이 흔한 삶의 장면이라 그런게 아닙니다. 어설프게 정치 풍자한답시고 갈피를 못 잡는 타 방송국 드라마를 보고 나니 막장 드라마, 통속극 인물들의 갈등이 차라리 속시원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17일 방송은 점점 더 부서져가는 김진서(김혜수) 부부와 그들의 가정의 모습이 주된 내용입니다. 모윤희(황신혜)의 아버지 이준희(이호재)가 애비 노릇을 해보겠다며 김진서의 주위를 맴돌고, 모윤희를 협박하지 말라 위협합니다. 이준희가 아들 민조와 함께 있다는 걸 알게 된 김진서는 피가 꺼꾸로 솟는 듯합니다. 미친듯이 모윤희를 찾아가고 이상현(신성우)에게 연락합니다.
모윤희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일 듯이 미워하는 인물입니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아비에 대한 증오는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김진서는 아이가 다치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 모든 걸 알고 있지만 민조와 이준희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는 이상현은 '확실치도 않은 일로 추궁하지 말라'며 또다시 모윤희의 편을 들죠. 부부는 또 다시 가정의 위기에 봉착합니다.
부부가 다투게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들 부부 이상현(신성우)과 김진서(김혜수) 다투는 이유는 부부싸움 백서를 만들어놓은 것처럼 복잡다양합니다. 어제는 두 부부가 귀신같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찾아내며 서로를 자극하기 바빴습니다. 서로 출간했던 책을 비꼬고 남편의 박사학위증을 찢고 아내의 병원 사진을 깨트리고 고장난 예물 시계를 망치로 부수고 큐빅 결혼 반지도 망가트립니다.
울며 불며 갈등하는 그들은 아들 민조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려 애쓰고 자신들의 부부싸움을 '줄긋기 게임'이라고 표현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은 사랑해서 결혼했으면서 왜 맨날 싸우냐고 부부에게 작은 항의를 하고 결국은 이제 줄그은 걸 지으라며 지우개를 건내줍니다. 조금 더 잘못한 사람에겐 약간 더 큰 지우개를 쥐어주는 아들의 모습이 따뜻하면서도 안쓰럽더군요.
드라마의 제목을 하필 '즐거운 나의 집'으로 했을까. 생각해 보니 붕괴된 가정의 인물들이 '완벽해 보이는' 가정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남편 성은필(김갑수)과 성은숙(윤여정)과 맺어진 가족은 우아하고 부유해보였지만 완전하지도 않았고 안정되지도 않았습니다. 남편은 자신을 늘 의심했고 시누이는 늘 자신을 깔보고 무시하곤 했습니다. 언젠가 성은숙에게 항의한 것처럼 '잘 살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은 모윤희는 술을 먹고 시누이를 원망합니다.
모윤희의 가정 역시 '즐거운 나의 집'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바람피던 아버지는 엄마가 죽어도 모윤희에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살림차린 여자의 스웨터는 손수 빨아주었으면서도 엄마 죽고 무서워 혼자 살기 힘들다는 모윤희에게는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에서야 모윤희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재산 조차 위협할 듯합니다.
'즐거운 나의 집'은 부부가 서로 이해하지 못해 갈등하는 순간 망가지는 가정을 뜻하는 역설적인 말입니다. 부모의 불행한 삶이 모윤희의 불행을 불러왔듯 김진서 부부가 불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그들의 아이 민조가 또다른 모윤희의 운명을 살게 되겠지요. 바로 그점이 김진서가 모윤희의 살인을 밝혀야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고 김진서가 선택한 삶의 방향이기도 할 것입니다.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은 할머니의 명으로 죽은 어머니 폐비 윤씨를 그리워하고 계모와 배다른 동생들, 후궁들 만 남긴 채 죽은 아버지 성종에 대한 원망을 평생 극복하지 못합니다. 이 드라마틱한 감정이 조정 대신들의 품위있는 언행과 예의로 덮어졌을 리 없습니다. 그런 그에게 필요한 건 마음껏 음산하게 웃어제낄 수 있는 통속극이었겠죠. 모윤희의 아픈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김진서의 가정이 안전해질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미스터리가 궁금해집니다.
* 즐거운 나의 집의 어제 시청률은 8.5% 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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