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80년대 추억의 '대학가요제' 수상곡

Shain 2010. 11. 2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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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대학가요제란 행사가 아직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삽니다. 요즘은 다양한 가요와 팝이 있지만 'MBC 대학가요제' 음악들이 특별했던 시절도 있었답니다. 80년에도 이미 댄스가수와 밴드 등 여러 타입의 가수들이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가수가 '엔터테이너'로 분류되지는 않던 시절입니다.

90년대를 이어 21세기 까지도 좋은 노래들은 많이 발표되었고 여러 팬들을 휘어잡았지만, 매년 이렇게 대학가요제 수상곡이 발표되면 추억의 노래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외우고 있는 지 조차 몰랐던 노래들이 흥얼흥얼 가사까지 분명하게 떠오를 땐 그만큼 좋은 노래였구나 행복해하기도 하죠.

2010년 제 34회 대학가요제에서는 한림대 '이인세'의 '위드 유'가 대상을 차지했다고 하는군요. 아직 음원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들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한때는 감성적인 가요제 곡들이 팬들을 사로잡았는데 요즘은 예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지는 못한 거 같더라구요.


2010년 제 34회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림대 이인세




이정석 - 첫눈이 온다구요(86년 대학가요제 금상)

당시 대상곡이 유열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청하는 사람들끼리는 청량한 목소리의 이정석이 대상이다 무게있는 목소리의 유열이 대상이다를 두고 말들을 했었다고 합니다. 워낙 두 사람 모두 좋은 목소리였기 때문에 가요제가 끝난 후에 양 방송국을 오가며 바쁘게 방송활동을 했었습니다.

'슬퍼하지 마세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그때엔 말은 아득하게 지워지고 없겠지요. 함박눈이 온다구요 뚜렷했었던 발자욱도 모두 지워져 없잖아요. 눈사람도 눈덩이도. 아스라이 사라진 기억들. 너무도 그리워 너무도 그리워 옛날 옛날 소중한 추억이 고드름 녹이듯 눈시울 적시네'

이정석씨는 그뒤로도 조갑경과 두엣을 이뤄 '사랑의 대화'를 부르기도 했고 '사랑하기에'라는 노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합니다. 80년대 후반까지 계속 활동했답니다.





이유진 - 눈물 한방울로 사랑은 시작되고(84년 대학가요제 대상)

이 노래는 기억도 못 하고 있었는데 성인이 된 어느 순간 기억해 보니 확실히 기억나더군요. 워낙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여서 그랬는지 상당히 서정적인 그 느낌이 꽤 좋았습니다. 성균관대 생물학과를 다녔던 이유진은 TV에서는 보기 힘들었지만 종종 출연도 하셨고 최근까지도 앨범을 낸 거 같더군요. 목소리도 좋지만 가사가 꽤 잘 어울리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좋아하실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밤하늘 별을 세던 그 시절 가버렸어도 /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너 / 너는 아직 나의 꿈이야 / 호수에 일렁이던 그 별빛 사라졌어도 /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너 / 너는 아직 나의 전부야 / 사랑은 그리움 사랑은 외로움 / 눈물 한방울로 사랑은 시작되고 / 마침내 가슴을 송두리째 메워버린 / 사랑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것 / 철없던 어린시절 덧없이 가버렸어도 /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았네 아픔처럼 여울지면서'

84년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자 이유진





작품하나 - 난 아직도 널(87년 대학가요제 대상)

당시로서는 이 노래가 상당히 신선하게 들렸습니다. 댄스곡 아니면 발라드 혹은 트로트만 들을 수 있던 가요에서 '리듬 앤 블루스' 풍의 가요는 거의 처음 만나본 것도 같습니다(다양한 음악을 듣던 시절이 아니라서요). 풍부한 성량도 그렇지만 음색도 좋았고 88년도 상반기까지 상당히 큰 인기를 끌어 가장 많이 방송된 노래로 집계되기도 했다는군요. KBS 가요대상엔 신인상 후보로도 올라갔습니다. 때마침 당시 동영상이 올라와 있네요.

'거리를 나 혼자 걸었네 내게는 아무도 없었네 / 차가운 바람 불때면 내 마음 왠지 쓸쓸해지네 / 조금씩 비가 내리네 어둠은 갈수록 짙어가네 / 빗속을 혼자걷는 이 마음 그대는 아는지 흥~ 모르는지 / 아~ 이 비 그치면 그댈 찾아봐야지 / 아무리 험한 산일지라도 난 그대를 잊을 수 없어 / 아무리 미운 너였지만은 난 아직도 널 사랑해'





샤프 - 연극이 끝난 후(80년 대학가요제 은상)

이 노래의 여운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한두분이 아닐 거라 봅니다. 영화음악 OST로도 자주 사용되고 리메이크도 자주 되어 세대가 달라도 아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되네요(리메이크가 워낙 많아 원곡 구분도 안될 정도입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독특한 노래풍으로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를 듣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몰라주던 80년대 음악의 저력을 느낄 수도 있는 노래였습니다. 요즘 들어도 촌스럽지 않다는 건 대단한 노래라는 증거겠지요. 마침 누군가가 당시의 동영상을 올려두셨더군요.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셋트도 이젠 다 멈춘 채 /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 배우는 무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조정희 - 참새와 허수아비(82년 대학가요제 대상)

이 노래를 들으시려면 '우울' 경고를 해드려야할 거 같습니다. 80년대 초반 시대상황을 알 아시는 분들은 왜 유독 대학가요제의 음악들이 '우울한 감성'을 노래하는 경우가 많은 지 이해하실 겁니다. 밝은 희망과 진지한 감성을 노래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누구든 휘말리게 만들고 마는 예민한 정서를 노래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사회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시대엔 정서적인 음악이 많이 발달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통계도 있으니까요. 한때 노래가 너무 우울해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에 해당 가수는 몹쓸 사랑에 휘말려 자살했다는 루머가 전국에 돌았습니다. 그뒤로 가수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성인이 되고 그 가수가 살아 있다는 TV 뉴스를 보고 왠지 모르게 안심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는 나는 외로운 지푸라기 허수아비 너는 너는 슬픔도 모르는 노란 참새 / 들판에 곡식이 익을때면 날 찾아 날아온 널  보내야만 해야 할 슬픈 나의 운명 / 훠이훠이 가거라 산너머 멀리멀리 보내는 나의 심정 내님은 아시겠지 / 석양에 노을이 물들고 들판에 곡식이 익을때면 노오란 참새는 날 찾아와 주겠지 / 훠이훠이 가거라 산너머 멀리멀리 보내는 나의 심정 내님은 아시겠지'





무한궤도 - 그대에게(88년 대학가요제 대상)

88년 대학가요제에 참여한 무한궤도 역시 가슴에 출전자 마크를 달고 있지만, 가요제 참가자들에겐 저 마크 외에도 제약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노출이 심하지 않은 단정한 복장 같은 걸 요구받았고 대학가요제는 아니지만 강변가요제 참가 여성에겐 스커트를 입어야한다는 강요가 있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많이 완화되고 분위기도 경쾌해지기 시작한게 신해철이 등장하던 이때쯤입니다.

누군가 우스개소리로 대학가요제의 분위기가 확 변한건 바로 이 무한궤도 탓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만 당시는 소위 '명문대' 출신으로 새로운 분위기의 그룹을 대학가요제에 출연시킨건 엄청난 화제였습니다. 대학가요제의 성격이 변화되길 원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거든요. 무한궤도는 수상 즉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그 뒤 그 멤버들은 가요계를 강타하는 중심인물들이 됩니다.

'숨가쁘게 살아가는 순간속에도 우린 서로 이렇게 아쉬워 하는 걸 / 아직 내게 남아 있는 많은 날들을 그대와 둘이서 나누고 싶어요 / 내가 사랑한 그 모든것을 다 잃는다 해도 그래를 포기할 수 없어요 / 이 세상 어느곳에서도 나는 그대 숨겸을 느낄 수 있어요 /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곁에 있겠어요'



때로는 가요계의 판도를 바꿔놓기도 하고 시대상을 대변하기도 했던 대학가요제, 70년대 참가자라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대학가요제 출신 중엔 '심수봉(출전 당시는 심민경)'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피스를 입고 나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던 심수봉은 당시로는 드물게 많은 악기를 연주할 줄 알았고 작사 작곡도 직접 했던 천재적인 인물이었죠.

물론 그 보다 더 유명한 건 박정희 대통령이 죽을 때 옆에 있었던 두 명의 여대생 중 한사람이란 사실입니다. 그 자리에서 수상곡을 불렀다는 이야기도 알려져 있지요. 그때는 대학이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었고 대학생은 지성인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은연중에 부여하던 때이기도 합니다. '대학생이 이래서야 되나'라는 비판이 통용되던 시절입니다. 지금의 대학가요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그저 그런 쇼 프로그램 중 하나란 평가를 받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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