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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운명적인 대통령 서혜림?

Shain 2010. 12. 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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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마지막 방송이 예정된 'SBS 대물'은 어제 18회를 기점으로 주인공 두 사람은 연인 선언을 한 셈입니다. 정치 드라마라기 보단 정치를 소재로 한 멜로 드라마라는 본래의 성격을 분명히 한 것 같군요. '대물'은 예민한 정치 현안을 소재로 등장시켜 호의를 얻기도 했지만 진지한 문제를 엉성하게 다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는 분명 드라마 대물의 약점이자 장점일 것입니다.

'대물'의 두번째 약점은 이미 결말이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극적 긴장감과 위기를 고조시켜도 '대통령'이 될 사람은 강태산(차인표)가 아니라 서혜림(고현정)이고 장세진(이수경)은 강태산을 배신할 수 밖에 없는 인물입니다. 애초에 조배호(박근형)은  하도야(권상우), 공성조(이재용) 에게 검거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시청자는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더욱 '대통령감'에 어울리지 않는 서혜림에게 실망하고 상대적으로 능력있고 야망있는 강태산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초보 정치인이 처음엔 어설픈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이미 대통령의 모습을 본 상태이기에 강단있는 정치인 서혜림은 언제 등장할지 답답해 합니다.

드라마는 주인공을 '정치인'으로 입문시킨 계기가 남편의 피납과 죽음이었듯 그녀를 '정치인'으로 성공시킬 계기 역시 '피납'으로 삼기로 합니다.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소말리아에 다녀오는 그녀는 남해도 주민을 감동시켰듯 전국민을 감동시킬 것이고 대통령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것입니다.



하도야와 서혜림, 설렁탕과 깍두기

하도야가 서혜림에게 반한건 제비족으로 활약하던 고등학생 때부터이니 어제 연출된 키스 장면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서혜림이 누군가의 아내이기전부터 하도야는 그녀를 사랑해왔고 지켜봐왔던 존재이니까요. 언젠가는 이런 멜로물의 구도가 나올 것을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능력있는 '제비' 치고는 어찌 보면 작업이 참 오래 걸린 편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서혜림의 오피스텔에서 두 사람이 밤을 보낸 것이 확인된 게 여러 차례임에도 '스캔들'이 여태 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죠. 누구든 정치인 서혜림의 정적이 있다면(예를 들어 강태산)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피납자의 미망인과 현직 검사의 불륜으로 크게 터트릴 수 있는 사건입니다.


정치판의 스캔들이란 그 둘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냐 10년이 넘게 잘 알고 지내온 사이냐는 뭐 이런 진실을 개의치 않습니다. 현직 정치인으로 당대표까지 지냈고 불법 정치 자금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가 그 대상자와 불륜이라는 건 정치 생명을 끝장낼 수도 있는 큰 타격이 되겠지요. 그 부분을 두고 오재봉(김일우) 국회의원은 이미 보궐선거 때 한번 써먹은 적이 있습니다.

하도야는 몇회에 걸쳐 서혜림에게 깍두기 담궈줄 곰탕집 동반자 이야길 합니다. 대통령이 될 운명일 서혜림은 분명 사랑과 '의무감' 사이에서 한번쯤 갈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것을 먼저 선택할 지 아주 잘 알고 있지요. 하도야의 역할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서혜림의 뒤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부정한 인물들을 계속 압박하고 처리해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이 되어야할 운명, 서혜림

운명적인 만남, 운명적인 사랑이란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멜로'의 영역입니다.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고 연인이 되고 갈등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장면들입니다. 정치 드라마에도 이 '운명'이란게 중요한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될까요. 'SBS 대물'을 보아서는 정치 영역에도 '운명'은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이 되려 심성까지 포기한 강태산이 불쌍해 보일 지경입니다.

장세진의 '운명'은 조배호의 사생아로 태어났다는 사실 때문인지 늘 어둡기만 합니다. 정치권의 비자금을 마련해주는 헤리티지의 관장으로 강태산의 세컨드로 공식적인 자리에 나설 수 없는 그녀는 어느 자리에 속하든 '비겁한' 역할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죠. 강태산이 패자의 운명을 타고났듯 그녀 역시 어두움을 타고났나 봅니다.


늘 지적해왔듯 서혜림은 자신의 능력 보다는 남들의 도움으로 보궐 선거에 당선되고 남해도지사 자리에 오르며 조배호와 강태산의 다툼에 어부지리를 얻는 존재로 보이기도 합니다. 즉 자신의 책략이나 주관 보다는 남들의 의지가 그녀의 위치를 바꿔놓는 큰 힘이 될 때가 많습니다. 지금의 그녀의 능력은 '어리버리 서혜림'을 간신히 벗어난 상태입니다.

이런 '공주님' 서혜림에게 훨씬 더 큰 도움을 주는 게 있으니 그게 바로 '운명'입니다. 정치인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남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니 감히 '행운'이란 표현을 쓸 수는 없겠군요. 남편의 피납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됐듯 남해도 주민들을 돕기 위해 도지사가 됐고, 피납 소말리아 선원을 구하다가 대통령 자리에 오릅니다. 일련의 사건이 차례차례 등장하며 '운명적인 대통령'을 만들어 냅니다.

이제 '대물'은 정치 드라마의 모습은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여집니다. 이야기가 완성되어가는 시점,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서야 '운명'이란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곱씹어보게 됩니다. 실제 정치권, 그리고 정치  드라마에서 '운명'이란 말처럼 억지스러운게 또 어디 있을까요. 대통령이 되는 운명을 타고난 자라는 말은 2012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선 참 '아찔하게' 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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