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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미스터리 멜로 스릴러의 성공

Shain 2010. 12. 24.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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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미 작가의 이 드라마는 본래 24부작으로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상대할 드라마가 'SBS 대물'과 'KBS 도망자'였기 때문에 16작으로 축소 편성하게 되었고 오히려 전체 분량을 줄인게 드라마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긴장감있게 드라마를 운영해 나가기에도 좋았고 한장면씩 압축된 장면이 전체 미스터리에 암시와 복선 역할을 하곤 했죠.

완전히 밝혀진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전체 사건의 연결고리는 시청자들을 개운하게 합니다. 사실의 추리 과정은 단순하고 범인은 '뻔할 수' 있지만 드라마 전부를 보지 않으면 어쩐지 깔끔치 않은 기분이 듭니다. 미스터리 스릴러가 이런 느낌이 든다면 그건 '성공한 드라마'라는 증거겠죠. 잘 만들어진 드라마 한편이 끝나는 걸 보니 시원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감정이 교차하네요.


혹자는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최악(10%를 넘은게 후반 에피 뿐입니다)이라 실패한 드라마라 평가하지만 시청자를 이만큼 만족시키는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았다면 보았지만 장르별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준 드라마는 드뭅니다. 그 시청률이 오히려 드라마 품질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죠.

'즐거운 나의 집'은 미스터리 멜로 스릴러 소재로 성공한 드라마입니다. 초반에 거론된 선정성 부분은 이 드라마가 '성인 멜로'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습니다. 미스터리는 마지막 부분으로 완성이 되었고 긴박한 진행으로 스릴러의 재미도 아주 잘 살렸지요.



꼼꼼하게 잘 짜여진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에서 또 새로웠던 건 소품으로 잘 활용된 미술품의 감각이 탁월했다는 점과 따로 만들어진 OST가 아주 드라마에 잘 어울렸다는 점입니다. 많은 분들의 귀에 익숙한 OST는 바비 킴이 부른 '그래도'일텐데 그외 등장인물들이 갈등할 때 마다 흘러나온 배경음악이 적절히 잘 만들어졌었죠. 최근 대부분의 드라마 OST가 가요인 걸 생각하면 간만에 괜찮은 드라마 OST가 탄생한 것 같습니다(작곡자가 오준성이더군요).

오프닝을 장식한 'Home Sweet Home'이란 테마 음악도 효과적이지만 모윤희(황신혜)와 김진서(김진서)가 비장한 눈물을 흘릴 때 등장한 'Secret Code'나 성은숙(윤여정)과 모윤희가 음모를 꾸밀 때 흘러나온 'Mafia Night' 등은 극의 긴장감을 잘 살리는 바이올린 연주로 사람들을 설레게 합니다. 여주인공들의 마음을 칼날에 베이는 서글픔으로 표현하는 'Knife'도  멋진 피아노 연주였습니다.



한편으론 캐릭터가 잘 완성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부러울 것 없이 자라 남들을 이해하려 애쓰고 마음이 넓지만 모윤희 하나 만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정신과 의사 김진서(김혜수),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성격과 김진서에 대한 무한한 증오를 내뿜는 모윤희(황신혜), 대책없이 착하기만 해 경계없이 사람들을 돕다 애먹고 한편으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약한 이상현(신성우), 양면성을 가진 인물로 비밀을 안고 죽은 성은필(김갑수) 등 캐릭터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사건의 전체를 알려주지 않고 부분적으로 정보 제공하는 방식을 썼기에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의 마음이 점점 더 변해가는 것도 드라마의 큰 재미입니다. 남의 가정을 욕심내는 절대 악녀로만 생각했던 주인공 모윤희가 죽을 때 서글픈 그녀의 인생에 많은 동정표가 갔다고 합니다. 속마음이 따뜻한 성은필의 캐릭터, 동생을 잃은 슬픔으로 동정받던 성은숙(윤여정)의 캐릭터 역시 반전의 묘미가 살아 있는 역할이죠.


 
왜 '즐거운 나의 집' 일까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전체 테마 중 하나는 '불륜'입니다. 정이 많고 따뜻해 경계가 불분명한 이상현은 늘 불륜 때문에 시달립니다. 학자로서는 매력이고 자연스러운 그의 성격은 세상물정을 모르는 정의파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성공해 아내를 떳떳하게 해주고 싶고 존중받고 싶은 욕망이 내면에 존재하는 약한 남자죠. 그는 때로 가정과 사랑을 위해 단호해져야할 때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부족함없이 자란 김진서는 이상현의 단면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어릴 때부터 불쌍하게 자란 모윤희를 위해 애쓰는 남편이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남을 이해하는 직업, 정신과 의사인 진서가 진심으로 남을 이해하고 남편의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되는 건 모윤희의 등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 역시 강신우(이상윤)과의 불분명한 감정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깨달은 건 세상에 어떤 행복도 고통없이 완성되고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진서는 남편을 죽이고 싶은 증오를 이겨냈고 살인자일 거라는 의심도 이겨냈습니다. 이상현은 약한 남자에서 강한 심지를 가진 인물로 다시 태어납니다. 평범한 부부 조차 알고 있던 진실을 그제야 깨닫습니다.



추악한 장학재단의 진실

마지막회를 시청한 후 많은 사람들이 거론한 건 드라마 속 '명성재단'이 실제 어떤 장학회와 몹시 흡사하다는 점입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버지를 보좌하다 성씨 집안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각종 끔찍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은숙의 뜻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조수민(최수린)이 명성재단의 전신인 '세진학원' 장학회 대표자의 손녀라는 점이 밝혀집니다. 그들 가문의 추악함은 낱낱이 공개되고 맙니다.

장학회를 무력으로 뺐고 수민의 가족을 몰살한 성씨 집안의 죄상. 그 힘에 빌붙어 이상현과 이상현의 동서를 괴롭힌 탁경환(정원중)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김진서 부부는 명성재단의 새 주인을 찾고 조수민을 돌보는 그 과정을 통해 다시 부부애를 회복합니다.


돈과 권력에 의해 많은 사람들의 행복이 짓밟히고 평범한 부부의 행복까지 휘둘리는 건 똑같은가 봅니다. 그 부정함에 발맞춰 춤추는 사람들이 진서 부부를 괴롭히고 진해 부부를 괴롭혔듯 '즐거운 나의 집'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지키는 사람들이 결국 그들을 이겨낼 힘을 키워냅니다. 파격적이고 위험스런 진행이었는데 결국 따뜻한 결말을 맺네요.

참 안타까운 안쓰러운 캐릭터였던 모윤희로 인해 황신혜씨의 연기는 다시 평가받게 됐고 외모 문제로 구설에 오른 신성우 역시 호감으로 돌아섰다는 평이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제작진과 출연진이 꽤 호흡이 잘 맞았던 거 같아요. 상대 방송국의 대작들과 경쟁해도 손색없는 드라마인데 아시안게임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졌던 건 많이 아쉬운 부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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