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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가'라던가 '전략가', 또는 '참모'란 표현을 쓸 수도 있지만 최근에도 '책사(策士)'란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책사는 왕이나 주군의 아랫사람으로 모사(謀士)란 표현도 씁니다. 꾀를 내어 일이 이루어지게 하는 사람들을 말하죠. 흔히 사용하는 '모사꾼'이란 표현이 약은 꾀로 일을 꾸미는 얍삽한 인물을 뜻하는 말이기에 현대적 의미가 많은 부분 달라졌음에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책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냐 아니냐는 인물에 따라 평가가 다르고 또 가치관에 따라 다른 이야기지만 사극을 비롯한 무협 등 과거의 이야기를 다룰 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 유형 중 하나입니다. 책사는 따르는 인물이 나아갈 방향을 정해주거나 위기를 이겨낼 수단을 마련해주고 그 대가로 국가의 주요한 직책을 맡기도 합니다. 이성계의 정도전 성종의 한명회 등 우리 나라에도 책사 타입의 인물들이 흔했죠.
최근 방영되는 거의 유일한 사극 'KBS 근초고왕'에도 어김없이 책사들이 등장했습니다. 근초고왕으로 등극하는 부여구의 책사 진승(안재모), 수적이자 부여왕족인 단범회 위비랑의 책사 아지카이(이인), 위례궁주였지만 왕으로 등극한 계왕의 책사이자 부여화의 호위장인 해건(이지훈), 불같은 성정의 고국원왕에게 아이디어를 주는 국상 조불(김응수) 등입니다. 그들은 등장인물들의 실질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사람들입니다.
책사는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가치관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게 주된 목표이기에 본인이 모시는 주군의 성격을 가장 잘 반영하기도 하는 인물입니다. 책사를 오른팔로 장수를 왼팔로 두는 것은 장수의 수족처럼 장수의 뜻을 잘 이뤄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가끔은 수장 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극의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죠.
중국 고전 '삼국지'에는 영웅의 옆자리를 차지하는 유명 장수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책사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유비의 제갈량, 조조의 순유, 손권의 주유, 유방의 장량 등 한 나라의 수장이 되려면 무력을 아우를 줄 아는 뛰어난 장수와 전략을 세울 줄 아는 책사가 있어야 하는 법이죠. 그에 덧붙여 재력을 갖춘 상인이 옆을 함께 한다면 국가의 기틀을 세울만 합니다.
단범회의 수장 위비랑(정웅인)의 자금은 수적질로 모은 재물이고 장수는 두고(정흥채), 책사는 아지카이입니다. 아직 초기 세력을 형성 중인 부여구는 소금장원 청하원에서 자본을 얻고 단범회와 백제 유민들로 모자라는 세력의 기반을 다지려 하고 있죠. 문사들은 무술에 능하지 않다는 보통의 설정과 달리 이들 책사들은 실전에도 매우 강합니다.
▶ 부여구의 죽마고우 책사 진승
진승은 진정(김효원)의 아들로 어릴 때부터 부여구(감우성)의 오른팔이 될 것을 맹세한 인물입니다. 사람들이 해소술(최명길)과 비류왕(윤승원)의 아들 부여찬(이종수)이 다음 어라하가 될 것이라 말했지만 아버지 진정은 진씨 가문을 위한 왕자는 부여구 뿐이라며 왕자를 위하라 합니다. 각종 서책에 능하고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이지만 소탈하기도 한 책사로 부여구의 뜻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치에 맞춰 정확히 따지고 드는데는 당할 자가 없지만 부여구가 시키는대로 따르는 순둥이이기도 합니다. '삼국사기'에 쓰인 근초고왕 시기의 '진정'은 성격이 포악했다고 하는데 '진승'이 근초고왕 시기의 재상이 될 수도 있겠군요. 어린시절부터 함께 한 책사는 수장의 뜻을 제일 먼저 알 수 있지만 갈등이 있을 때 '친근감' 때문에 제일 먼저 반기를 들 타입이기도 합니다. 근초고왕이 왕위 계승에 성공하면 제일 먼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제거당할 수도 있는 유형입니다.
▶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지카이
부여구 일파와 단범회는 진성과 고평성을 두고 누가 먼저 점령하느냐 내기를 합니다. 각자 작전대로 성을 차지했고 부여구가 간발의 차이로 먼저 봉화를 올려 이겼지만 아지카이와 위비랑은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부여구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창자까지 빨개지는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두고' 장군에게 아지카이는 '창자는 원래 붉다'는 말을 하며 '장자방' 이야길 꺼냅니다. 천하의 장자방이 한신 가랑이 사이를 기어간 적이 있고 한고조 유방도 나어린 항우를 형님이라 부른 적이 있었다는 아지카이는 '사내다움'이나 '명분' 보다는 대업이 더 중요하다며 위비랑에게 자신을 내쳐서 명분을 세우라고 합니다. 전투 중에도 수장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등 위비랑의 '부여 재건'을 무엇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지카이는 부여준(한진희)의 책사 해건과도 손을 잡을 정도로 실리를 중시하는 타입입니다. 수장의 뜻을 이루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면도 어떤 순간엔 책사로서의 오점이랄 수 있겠죠.
▶ 암계에 능한 꽃미남 책사 해건
해녕(김기복)의 장자로 부여준을 주군으로 모셔 양자처럼 길러집니다. 해씨가의 장자로 '달솔' 직위를 얻기도 합니다. 비류왕이 고구려군에게 암살당할 위기에 처하고 동시에 백제의 좌평 해녕의 목숨까지 위험해지지만 상황을 두고 봐야한다며 아버지를 돕지 않을 정도로 냉정합니다. 부여구에게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무릎꿇고 항복하는 성격으로 아지카이 보다 훨씬 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타입입니다. 사랑하던 부여화(김지수)가 고구려의 왕후로 가지만 말리거나 투정하지 않고 그의 호위장으로 따라가기도 합니다. 교활하다 싶을 정도로 이중삼중으로 부여구를 죽이기 위한 계책을 짜지만 부여구의 목숨은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비류왕의 죽음, 부여구의 요서 추방, 부여화의 혼인 등 백제의 큰 사건 뒤에는 늘 해건이 움직였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지만 실패한 주군을 모신 슬픈 운명의 책사이기도 합니다.
▶ 킹메이커에서 국상으로, 조불
삼국사기에 기록된 조불(김응수)과 소우(원석연)는 고국원왕 사유(이종원)의 아버지 미천왕을 왕위에 옹립한 당사자입니다. 미천왕의 뒤를 이어 고구려 국내성의 중심세력이 된 그들은 사유의 정책에 대립하기도 하고 적절한 의견을 내놓기도 하는 공신들입니다. 그중에서도 호두알을 굴리며 늘 생각하기에 바쁜 조불은 사유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어른으로 때로는 사유를 싫어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한 반대의견을 보이기도 합니다. 고국원왕은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하는 점을 살피는 조불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하죠. 백제에서 온 제 2왕후 부여화에게 사유가 지나친 집착을 보이자 국운이 걸린 문제라 생각하며 염려하고 그의 근심은 틀리지 않습니다. 모용황에 맞서 군사를 일으키려는 사유에게 예맥족 동원령이나 마찬가지인 부여왕의 예왕지인(穢王之印)을 쓰라는 꾀를 내놓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책사들 중에는 가장 노련하고 안정감있고 통찰력있는 인물이죠. 1
고국원왕은 '손과 발을 쓰지 않고 입만 쓰는 유학자 놈들을 믿지 않는다'며 고흥의 존재를 무시합니다. 국상과 막리지가 그 말을 씁쓸하게 받아들이죠. 입만 놀리며 전투를 하지 않는 책사에 대한 의견은 나름 틀리지 않기도 하지만 일면 균형이 맞지 않는 시각입니다. '고흥'으로 인해 예왕지인을 쓸 수 없게 되자 조나라와의 동맹을 맺으라 조언한 것도 국상이지만 고국원왕은 무인의 시각을 가진 것이죠.
수장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게 책사들이고 보면 본래 책사의 못나고 잘남은 수장을 따르는 것이지 본인의 뛰어남은 문제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수장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늘 2인자의 자리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이란 이야기죠. 현대극 'KBS 프레지던트'에서도 책사는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대신 대통령 당선을 위한 선거 캠프인지라 책사들이 자신의 역할과 할 일을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 주 'KBS 근초고왕'의 시청률이 10%대에 진입했다는 기사를 읽었지만, 이 사극은 '네티즌'이나 기존 사극 시청자들을 끄는 매력이 조금 덜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극의 재미 중 하나는 역사로 익숙한 내용을 기반으로 다음 내용을 예상하고 드라마가 그를 어떻게 구현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있는데 '백제 역사'에 대해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으니 현대극과 그닥 차이가 없는 드라마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반 이상이 '창작극'임에도 의상 고증, 연대 비교, 인물들의 비교 등 사극의 특징은 역시 사극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잔재미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냐 아니냐는 인물에 따라 평가가 다르고 또 가치관에 따라 다른 이야기지만 사극을 비롯한 무협 등 과거의 이야기를 다룰 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 유형 중 하나입니다. 책사는 따르는 인물이 나아갈 방향을 정해주거나 위기를 이겨낼 수단을 마련해주고 그 대가로 국가의 주요한 직책을 맡기도 합니다. 이성계의 정도전 성종의 한명회 등 우리 나라에도 책사 타입의 인물들이 흔했죠.
최근 방영되는 거의 유일한 사극 'KBS 근초고왕'에도 어김없이 책사들이 등장했습니다. 근초고왕으로 등극하는 부여구의 책사 진승(안재모), 수적이자 부여왕족인 단범회 위비랑의 책사 아지카이(이인), 위례궁주였지만 왕으로 등극한 계왕의 책사이자 부여화의 호위장인 해건(이지훈), 불같은 성정의 고국원왕에게 아이디어를 주는 국상 조불(김응수) 등입니다. 그들은 등장인물들의 실질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사람들입니다.
책사는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가치관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게 주된 목표이기에 본인이 모시는 주군의 성격을 가장 잘 반영하기도 하는 인물입니다. 책사를 오른팔로 장수를 왼팔로 두는 것은 장수의 수족처럼 장수의 뜻을 잘 이뤄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가끔은 수장 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극의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죠.
각기 다른 성격의 '장자방'
중국 고전 '삼국지'에는 영웅의 옆자리를 차지하는 유명 장수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책사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유비의 제갈량, 조조의 순유, 손권의 주유, 유방의 장량 등 한 나라의 수장이 되려면 무력을 아우를 줄 아는 뛰어난 장수와 전략을 세울 줄 아는 책사가 있어야 하는 법이죠. 그에 덧붙여 재력을 갖춘 상인이 옆을 함께 한다면 국가의 기틀을 세울만 합니다.
단범회의 수장 위비랑(정웅인)의 자금은 수적질로 모은 재물이고 장수는 두고(정흥채), 책사는 아지카이입니다. 아직 초기 세력을 형성 중인 부여구는 소금장원 청하원에서 자본을 얻고 단범회와 백제 유민들로 모자라는 세력의 기반을 다지려 하고 있죠. 문사들은 무술에 능하지 않다는 보통의 설정과 달리 이들 책사들은 실전에도 매우 강합니다.
▶ 부여구의 죽마고우 책사 진승
진승은 진정(김효원)의 아들로 어릴 때부터 부여구(감우성)의 오른팔이 될 것을 맹세한 인물입니다. 사람들이 해소술(최명길)과 비류왕(윤승원)의 아들 부여찬(이종수)이 다음 어라하가 될 것이라 말했지만 아버지 진정은 진씨 가문을 위한 왕자는 부여구 뿐이라며 왕자를 위하라 합니다. 각종 서책에 능하고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이지만 소탈하기도 한 책사로 부여구의 뜻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치에 맞춰 정확히 따지고 드는데는 당할 자가 없지만 부여구가 시키는대로 따르는 순둥이이기도 합니다. '삼국사기'에 쓰인 근초고왕 시기의 '진정'은 성격이 포악했다고 하는데 '진승'이 근초고왕 시기의 재상이 될 수도 있겠군요. 어린시절부터 함께 한 책사는 수장의 뜻을 제일 먼저 알 수 있지만 갈등이 있을 때 '친근감' 때문에 제일 먼저 반기를 들 타입이기도 합니다. 근초고왕이 왕위 계승에 성공하면 제일 먼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제거당할 수도 있는 유형입니다.
▶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지카이
부여구 일파와 단범회는 진성과 고평성을 두고 누가 먼저 점령하느냐 내기를 합니다. 각자 작전대로 성을 차지했고 부여구가 간발의 차이로 먼저 봉화를 올려 이겼지만 아지카이와 위비랑은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부여구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창자까지 빨개지는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두고' 장군에게 아지카이는 '창자는 원래 붉다'는 말을 하며 '장자방' 이야길 꺼냅니다. 천하의 장자방이 한신 가랑이 사이를 기어간 적이 있고 한고조 유방도 나어린 항우를 형님이라 부른 적이 있었다는 아지카이는 '사내다움'이나 '명분' 보다는 대업이 더 중요하다며 위비랑에게 자신을 내쳐서 명분을 세우라고 합니다. 전투 중에도 수장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등 위비랑의 '부여 재건'을 무엇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지카이는 부여준(한진희)의 책사 해건과도 손을 잡을 정도로 실리를 중시하는 타입입니다. 수장의 뜻을 이루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면도 어떤 순간엔 책사로서의 오점이랄 수 있겠죠.
▶ 암계에 능한 꽃미남 책사 해건
해녕(김기복)의 장자로 부여준을 주군으로 모셔 양자처럼 길러집니다. 해씨가의 장자로 '달솔' 직위를 얻기도 합니다. 비류왕이 고구려군에게 암살당할 위기에 처하고 동시에 백제의 좌평 해녕의 목숨까지 위험해지지만 상황을 두고 봐야한다며 아버지를 돕지 않을 정도로 냉정합니다. 부여구에게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무릎꿇고 항복하는 성격으로 아지카이 보다 훨씬 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타입입니다. 사랑하던 부여화(김지수)가 고구려의 왕후로 가지만 말리거나 투정하지 않고 그의 호위장으로 따라가기도 합니다. 교활하다 싶을 정도로 이중삼중으로 부여구를 죽이기 위한 계책을 짜지만 부여구의 목숨은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비류왕의 죽음, 부여구의 요서 추방, 부여화의 혼인 등 백제의 큰 사건 뒤에는 늘 해건이 움직였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지만 실패한 주군을 모신 슬픈 운명의 책사이기도 합니다.
▶ 킹메이커에서 국상으로, 조불
삼국사기에 기록된 조불(김응수)과 소우(원석연)는 고국원왕 사유(이종원)의 아버지 미천왕을 왕위에 옹립한 당사자입니다. 미천왕의 뒤를 이어 고구려 국내성의 중심세력이 된 그들은 사유의 정책에 대립하기도 하고 적절한 의견을 내놓기도 하는 공신들입니다. 그중에서도 호두알을 굴리며 늘 생각하기에 바쁜 조불은 사유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어른으로 때로는 사유를 싫어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한 반대의견을 보이기도 합니다. 고국원왕은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하는 점을 살피는 조불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하죠. 백제에서 온 제 2왕후 부여화에게 사유가 지나친 집착을 보이자 국운이 걸린 문제라 생각하며 염려하고 그의 근심은 틀리지 않습니다. 모용황에 맞서 군사를 일으키려는 사유에게 예맥족 동원령이나 마찬가지인 부여왕의 예왕지인(穢王之印)을 쓰라는 꾀를 내놓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책사들 중에는 가장 노련하고 안정감있고 통찰력있는 인물이죠. 1
각기 다른 성격의 '장자방'
고국원왕은 '손과 발을 쓰지 않고 입만 쓰는 유학자 놈들을 믿지 않는다'며 고흥의 존재를 무시합니다. 국상과 막리지가 그 말을 씁쓸하게 받아들이죠. 입만 놀리며 전투를 하지 않는 책사에 대한 의견은 나름 틀리지 않기도 하지만 일면 균형이 맞지 않는 시각입니다. '고흥'으로 인해 예왕지인을 쓸 수 없게 되자 조나라와의 동맹을 맺으라 조언한 것도 국상이지만 고국원왕은 무인의 시각을 가진 것이죠.
수장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게 책사들이고 보면 본래 책사의 못나고 잘남은 수장을 따르는 것이지 본인의 뛰어남은 문제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수장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늘 2인자의 자리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이란 이야기죠. 현대극 'KBS 프레지던트'에서도 책사는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대신 대통령 당선을 위한 선거 캠프인지라 책사들이 자신의 역할과 할 일을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 주 'KBS 근초고왕'의 시청률이 10%대에 진입했다는 기사를 읽었지만, 이 사극은 '네티즌'이나 기존 사극 시청자들을 끄는 매력이 조금 덜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극의 재미 중 하나는 역사로 익숙한 내용을 기반으로 다음 내용을 예상하고 드라마가 그를 어떻게 구현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있는데 '백제 역사'에 대해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으니 현대극과 그닥 차이가 없는 드라마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반 이상이 '창작극'임에도 의상 고증, 연대 비교, 인물들의 비교 등 사극의 특징은 역시 사극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잔재미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 우리 나라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국새로 부여왕의 인장입니다. 기록만 있고 어떤 물건인지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극중에선 허수아비 부여국 왕이 가진 것으로 예맥족을 소집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묘사합니다. 삼국사기에 백제 역사서를 만들었다 기록된 고흥이 이 예왕지인을 가져간 것으로 보아 위비랑 또는 부여구에게 예왕지인이 가고 예맥족을 이어받았다 설정할 듯하군요. 극중 고흥은 허울만 남은 부여국의 국상으로 등장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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