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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대한 기록이 처음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 것은 1443년 음력 12월입니다. 그전에는 세종이 글자를 만들려 했다든가 만들라는 명을 내렸다는 등의 기록이 없습니다. 왕이란 사생활이 없는 존재로 잠자리에 들 때 조차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고 늘 사관과 승지를 대동한 채 사람들을 만났는데 어느새 그 놀라운 문자를 만들어 내었으며 누가 세종에게 도움을 주었을까. 그 부분이 의문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이유로 드라마와 소설은 '경성전'이란 사적 공간에 사관 조차 들이지 않은 세종이 광평대군(서영준)같은 가족을 비롯한 궁녀들과 모종의 연구를 진행했으리라 설정한 것입니다.
세종은 광평의 아버지이기도 하지만 만백성의 어버이다.
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는 그 시대를 상징하는 많은 인물 군상이 등장합니다. 그 중 세종 이도(한석규)와 가리온 정기준(윤제문)은 각자 다른 입장에서 조선의 미래를 설계하는 개혁적인 인물들입니다. 물론 정기준의 주장에는 엘리트 집단인 사대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등 많은 헛점이 있습니다만 세종의 주장 역시 시대를 앞서갔기에 당장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더구나 이신적(안석환)같은 기회주의자가 기득권을 잡고 있는 한 두 사람의 개혁은 어떻게든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역병처럼 번질 한글의 무서움, 정기준은 무슨 수로든 막으려 한다.
똘복 강채윤의 진정한 적, 조말생에게 도움을 받다니
광평대군의 죽음으로 새끼 잃은 짐승처럼 울부짖고 광기를 보이던 세종은 똘복 강채윤(장혁)과 소이(신세경)의 질타로 정신을 차립니다. 왕이 직접 낳은 아이도 자식이지만 왕이 백성의 어버이라 불리던 그런 시대에 넋놓고 울고 있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왕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가족 모두를 잃어야 했던, 소이와 똘복같은 불행을 다시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글 창제는 반드시 성공해야할 과제입니다. 세종은 독한 마음을 먹고 한글 반포를 위한 기습작전을 감행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한글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인물들이 밀본에게 노출된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꼼짝할 수가 없습니다.
세종이 광평대군의 죽음 때문에 미친 척하며 조말생에게 밀본에 대한 모든 수사를 일임하자 이신적을 비롯한 관료들은 깜짝 놀랍니다. 황희(전성환)는 태종과는 다르다는 뜻으로 조말생을 멀리하던 세종이 그에게 조사를 맡긴 건 태종 만큼이나 무섭게 대처하리란 뜻이리라 세종의 조치로 해석합니다. 그 예상대로 세종은 한글을 반대하는 집현전 학자들을 투옥하고 조말생은 광평대군의 거처를 알고 있었던 궁녀 사인방을 잡아들여 문초를 시작합니다. 똘복 강채윤 역시 소이의 고문을 항의하다 잡혀들어갑니다.
조말생에게 밀본에 대한 수사를 일임한 세종, 광평의 죽음을 헛되이 만들지 않겠다.
알고 있는대로 이방지에게 조말생은 비겁한 작전으로 연인을 죽게 만든 원수이며 주군 정도전까지 지키지 못하게 만든 그런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이방지가 마지막 순간 조말생을 믿을 수 있었던 것은 조말생이 자신과 지키려한 뜻은 달라도 사람이 본래 비열하거나 삐뚤어진 것은 아니란 믿음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조말생은 밀본처럼 자신과 추구하는 바가 다르면 누구든 저지하고 보는 인물이 아닌 것입니다. 이방지는 또한 강채윤에게 도움이 되자면 꾸준히 밀본 만을 뒤쫓은 조말생에게 가리온의 정체를 폭로해야한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죽는 순간에 조말생을 찾아간 이방지. 강채윤에게 유언을 남긴다.
극중 조말생과 최만리(권태원)는 세종의 한글 반포를 반대하는 입장에 속했고 또 신분제의 위기를 걱정하는 인물이지만 조말생은 최만리와도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안정된 조선이란 사대부의 조선이라기 보다 왕이 왕도정치를 추구할 수 있는 조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왕의 개혁에 동참하고 협조하기 위해서 자신의 입장에 반하는 일이라도 때로는 해낼 수 있는 것이 조말생입니다. 어찌 보면 최만리와는 다른 타입의 보수주의자이고 왕의 뜻이라면 당장은 이해할 수 없는 개혁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실용적 보수주의자라 할 수 있습니다.
원수 조말생과 협력한 강채윤, 소이에게 도움을 준 거지 왕초(이 분은 올해 거지만 두번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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