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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토론, 마이크 뺏고 싶던 김진 경박하다 못해 천박한 토론 태도

Shain 2011. 12. 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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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물러난 시사 프로그램인 '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 손석희는 맺고 끊음이 딱 부러지는 차분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에게 유명하지만 때로는 진행자의 제지에 응하지 않는 패널들의 말을 잘라버릴 만큼 과감한 진행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손석희의 장점은 각자 자기 이야기만 하려 드는 패널들이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토론의 맥을 잘 짚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2002년 11월 28일, 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토론에서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과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손석희의 제지를 거부하자 손석희는 두 사람의 마이크를 꺼달라 요청합니다.

시사 토론 프로그램의 장점은 자신의 입장을 떠벌떠벌 늘어놓는게 아니라 양쪽의 입장을 고루 듣고 주제에 알맞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그 누구 보다 냉정하게 흥분한 진행자를 제지할 책임을 갖게 됩니다. 상대가 대통령 후보이든 한 정당의 대표이든 상관없이 일단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것은 연설을 하러 나온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토론자의 자질이고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 출연한 중앙일보 김진 논설의원은 진행자의 만류에도 다른 패널들의 발언까지 침해할 만큼 기본 자질을 갖추지 못한 패널이었습니다.

어제 방송된 '100분토론'의 주제는 '나꼼수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였습니다. 김진을 비롯한 한나라당 패널은 '나꼼수'를 기존 언론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비난하는 입장이었고 정청래 전의원을 비롯한 김호기 교수 측은 기성 언론과 미디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기성 언론들에게는 없는 나꼼수의 장점을 설명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나꼼수'이지만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문화인 '팟캐스트(iPodcast)'를 설명하며 토론해야했기에 처음부터 팽팽한 토론은 불가능하지 않나 싶은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누구든 '100분토론'을 지켜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정청래 전 의원과 김진 의원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과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기본 입장은 다른 사람들이지만 강승규 패널과 김호기 패널이 다소 완곡한 표현으로 자신들의 '나꼼수'에 대한 의견을 펼치고 있는 반면 김진은 '나꼼수'의 출발점이 된 정권과 특정 정치인들의 문제점, 또 조중동 신문의 문제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인물이고 정청래 전 의원은 중앙일보를 비롯한 기성언론을 비난하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입니다.

기본적으로 김진은 '나꼼수'라는 팟캐스트의 본질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가 기본적으로 '나꼼수'와 비교 선상에 놓은 프로그램은 미국의 '콜버트 리포트', '데일리쇼'같은 것입니다. 즉 정부나 정치인에 비판적이고 풍자, 조롱의 성격을 띤 기성 프로그램, TV를 통해 시청자를 만나는 정규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나꼼수'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는 누구나 팟캐스트를 녹음해서 누구나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그 문화 방식 자체를 기존 언론과 방송의 엄격한 기준에 맞춰 평가하고 폄하한 것입니다.

반면 정청래 전의원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은 선관위의 디도스 공격 사실이나 각종 부정, 피부과 문제를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고소, 고발, 또는 정보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속시원히 말해주지 않는 각종 사회 문제들을 '나꼼수'라는 수단으로 정확히 짚어내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정치권에 문제가 있어서 언론이 그 점을 명확히 설명해주길 바라지만 언론이 그 역할을 하지 않기에 정확히 그 정체를 규명할 수 없는 '팟캐스트'라는 수단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두 사람의 입장이 이렇게 첨예하게 다른 건 둘째치고, 김진 논설의원은 꾸준히 정청래 의원 발언을 잘라내고 발언 도중 첨언을 해 대화의 맥을 끊습니다. '나꼼수'의 영향력과 '조중동'의 신문부수를 비교하려는 정청래 패널의 발언을 아예 '유언비어' 취급하며 사회자에게 정리해달라고 하는 태도는 역겹기 짝이 없습니다. 비주류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자신만만함을 넘어서 이미 오만한 수준인 것입니다. 김호기 교수의 지적처럼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의 자부심이 지나치다 못해 넘치고 있습니다.

또 김진은 중간중간 '나꼼수'의 부정확한 사실관계 폭로를 지적하면서도 자신은 '촛불시위'를 '촛불난동사태'라 부르고 '중앙일보의 오보' 한건을 빌미로 중앙일보를 비난하는 것은 선동이고 매도라 이야기합니다. '한 순간 친일의 작은 실수'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친일파'라 매도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하는 모습은 경악스럽기까지 합니다. '한 순간의 작은 오보 사례'로 신문을 매도하는 것은 단순하고 수준이 낮다고 말하는 그 모습은 이 사람이 진정 언론인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 언론의 전체를 보고 평가하자는 말과 '친일을 작은 실수'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덧붙여 정청래 전의원의 '꼰대정신'이란 기성언론에 대한 지적에 맞서 김진 의원은 '꼼수정신'이라 '나꼼수'를 비난하며 '경찰관 두 명을 빨개벗겼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언론 어디에서도 경찰관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없다는 트위터 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찾다찾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있는 글 한편을 찾아냈다고 하는데 더 이상의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꼼수'의 편파성과 부정확함을 지적하면서 본인은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경박한' 발언을 한 것입니다.

어차피 '팟캐스트' 형식의 '나꼼수'는 명확히 언론이라 할 수도 없고 언론이 아닌 것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기성언론과 다른, '1인 미디어'의 시대를 알리는 시작이고 언론의 프레임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방식이라고도 평가합니다. '일방적 소통'의 시대에서 '양방향 소통' 시대가 열린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김진은 상대의 입장을 인정하지 않고 토론에 임했다는 사실부터 '소통방식'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어제 방송에서 진정한 '토론'을 보여준 사람은 김호기 교수와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 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황헌이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발언한 '지성인으로서 부끄럽다' 표현은 어제 방송을 시청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자신은 '경박한 소통 문화' 조차도 못되는 '소통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준 패널. 그중에서도 시청 내내 '마이크를 뽑고 싶었던' 김진에게 패널의 자격을 줘야하는지 의문입니다. 언론인은 한가지 입장에서 사실을 제단하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여러 주장이나 입장을 고루 듣고 알리는 사람입니까? 정청래 패널에게 질문했듯 스스로 답을 내려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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