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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등장인물이 지키려했던 엄청난 비밀은 '성배'의 정체가 물건이 아닌 여성이었다는 점입니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이도(한석규)가 밀본들에게서 지키려 한 해례 역시 궁녀 소이(신세경)이었습니다. 덕분에 이 드라마의 '반전'이 소이의 죽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소이는 여전히 정기준(윤제문)과 함께 있고 한글을 반포하기로 한 날은 극중 '내일'이니 역사를 거스를 수 없는 한 소이는 죽을래야 죽을 수가 없는 몸입니다. 해례가 적힌 책이나 종이는 단 한장도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글 반포를 앞둔 그들의 마지막 대결.
한글이 반포되자면 소이가 무사히 세종에게 돌아가야만 합니다. 아무리 정무군이 다수 죽었다고 해도 심종수(한상진)가 밀본의 4대 본원을 맡기로 했고 이신적(안석환)의 명을 받은 견적희(윤이나)가 움직이는 이 상황에서 무사히 세종과 소이의 뜻을 이루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소이를 찾느냐 혈안이 된 강채윤이 정기준 무리에서 개파이(김성현)와 대적할 수 밖에 없어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인물이 사망할 것같단 생각도 듭니다. 갑작스레 밝혀진 개파이의 정체는 너무도 대단했습니다.
본원 정기준이 내린 마지막명은 무엇일까
개파이의 본명은 카르페이 테무칸, 북방의 대적불가라는 별명을 지닌 그의 정체는 놀랍기 보다 조금은 코믹하게 다가온게 사실입니다. 명나라 첩보부대 첩형이란 자가 수하를 모두 물리고 벌벌 떨며 도망갈 만큼 강한 인물이라니 이방지(우현)가 목숨을 잃을 만한 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뭐하러 '개파이'의 등급(?)을 저리 높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구든지 개파이를 이기는 사람은 조선 제일검 뿐 아니라 아시아 최고의 무사가 된단 뜻이니 말입니다. 개파이가 어떤 연유로 가리온 정기준을 따르게 된 것인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조선초는 원나라가 패망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이니 '복위운동'을 하는 돌궐 출신 용병부대가 있을 법도 합니다. 또 복위운동이면 반 명나라 세력이고 명나라 첩보부대가 얼굴을 알고 신경쓸만한 이름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이름이 무려 '테무칸'입니다. 징기즈칸의 본명이라는 '테무친(鐵木眞)'에다 통치자나 우두머리를 뜻하는 '칸'을 합친 말이니 용병부대의 대장이거나 한 부족의 족장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테무칸이란 이름은 작가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대단한 사람이란 느낌을 주기 위해 작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카르페이 테무칸을 이기면 북방 최고 무사가 된다.
예고편을 보아하니 정기준은 개파이에게 '내 마지막 명'이라며 지시를 내렸고 개파이는 '즐거웠다 본원'이라 대답합니다. 정기준의 마지막 명은 세종의 반포식을 방해하는 것과 관계있을 것입니다. 핵심인물들을 암살하여 반포식을 난장판으로 만들 수도 있고 직접 세종을 죽여버릴 수도 있습니다. 반포식이 정상적으로 치러지는 걸 보면 해례는 완성되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싶습니다. 정기준은 과연 개파이가 그리 귀여워하는 연두(정다빈)를 잃으면서까지 명을 따라야할 존재일까요. 그 부분이 반전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적불가' 개파이의 칼이 향할 곳은 어디인가.
사대부 결사조직의 수장에서 이제는 한글 창제를 목숨걸고 반대하는 개인이 된 정기준. 그는 세종이 충녕대군이던 시절엔 이방원(백윤식)의 아들이라며 그를 비웃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이방원 보다 못한 살인귀가 되어 세종 이도의 한글을 막고자 합니다. 세종과 팽팽히 맞서며 백성들에게 글자를 내려주는 일이 얼마나 무책임한가 설명하는 정기준의 '대의'는 어린아이 연두의 목숨 보다 귀한 것일까요. 개파이의 판단을 두고볼 일입니다.
한글을 알고 있는 연두를 죽이라 했던 정기준.
또한 세종의 피붙이나 다름없는, 왕인 세종에게 '교활하다'는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무휼이 왕의 죽어 세종의 고통을 배가시켜줄 수도 있습니다. 정기준을 위해 목숨을 거는 윤평(이수혁)의 죽음과 무휼의 죽음은 어쩌면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후대에까지 칭송받는 세종의 업적, 그의 뛰어난 창작품인 한글을 보며 한 사람의 왕이 겪었을 '가상의 괴로움'은 충분히 납득이 갈 만큼 표현되었다는 점입니다. 극속에서 민주적 리더로 다시 태어난 세종의 모습을 보며 진짜 현대사의 '뿌리깊은 나무'는 누구였는지 되새겨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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