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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조말생(이재용)도 명분을 따지자면 진즉 내쳤어야 옳치만 조말생은 병조판서를 맡아 대마도를 정벌하는 등 군사적으로 유능한 인물이었습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구현된 세종 이도(한석규)의 캐릭터는 학자이면서도 정치적이고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온정적인 특징이 잘 묘사되고 있습니다. 세종이 그런 인물이었기에 고려 시대의 부정부패를 그대로 답습한 사찰들을 통폐합하면서도 자신은 궁내에 내불당을 짓고 석보상절을 편찬하기도 합니다. 정기준(윤제문)처럼 '불씨'는 절대로 안된다는 타입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진정 백성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대부와 왕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봄직한 그런 질문에 정기준은 '재상총재제'라는 답을 내렸지만 자신은 오로지 세종의 한글을 막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세종은 그들이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주고 백성들의 가능성을 믿으며 역사에 맡기자는 선택을 했습니다. 우의정 이신적(안석환)은 자신의 이익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 처음엔 세종을 저버리더니 이제는 정기준을 버리고자 합니다.
얼마전 강채윤 역으로 출연 중인 장혁이 '뿌리깊은 나무'의 결말에 반전이 있을 것이란 인터뷰를 했다는데 밀본의 핵심층이었던 심종수가 정기준에게 본원 자리를 요구하며 소이(신세경)가 '해례'라는 대한 정보를 넘길 듯합니다. 반대로 심종수가 뜻을 바꾸어 소이를 빼돌릴 가능성도 있겟죠. 위험에 처해 죽을 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던 소이는 예고편으로 보아 살아있는 듯하구요. 소이가 죽는 것은 반전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상황에서 정기준이 한가놈(조희봉)에게 밝힌 '생각해둔 것'이란 무엇이며 또다른 반전이 될 상황은 무엇일까요.
한글을 배운 두번째 백성, 연두와 개파이
어제 방송분에서 가장 코믹했던 장면은 정인지(박혁권)와 최만리(권태원)의 대화였습니다. 실제 정인지는 1396년생으로 1397년생인 세종 이도 보다 한살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최만리의 출생년도는 미상이지만 같이 집현전에 등용된 것으로 보아 정인지의 또래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정인지는 '용비어천가'를 만드는 등 한글 창제의 핵심 세력으로 세종의 최측근에서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최만리는 시종일관 세종의 한글 반포를 반대했던 인물입니다. 내가 동안이라며 능청스럽게 최만리를 달래는 정인지가 너무 웃겨서 재미있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아무리 드라마 속 갈등이 심각하다 한들 최만리같은 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글이 반포'된다는 사실 만은 바뀌지 않습니다. 극중 성삼문(현우), 박팽년(김기범) 등이 이순지(천재호)를 설득하고 나서는 장면처럼 3년 동안 세종은 놀고있지만은 않았고 반포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문제는 정기준과 밀본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일 것이고 세종이 꿈꾸는대로 한글이 민간에 퍼져 나가서 백성들의 글자 노릇을 하게되느냐 하는 부분이겠죠.
실제로는 배우 박혁권이 10살이나 어립니다(권태원 1961년생).
개파이는 돌궐족의 후예로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는 외로운 인물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생각을 가진 인간으로 보기 보다 짐승으로 여기며 천시하고 종종 무섭게 표정이 변하는 걸로 보아 본인도 그걸 느끼고 있는 듯합니다. 정기준의 명을 받들게 된 연유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천대받고 무시당하며 모두들 경계하는 개파이를 연두 홀로 돌봐주고 따라줍니다. 개파이에게 연두는 유일한 친구이자 보살펴주고 싶은 딸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개파이를 따라가 밀본들에게 잡혀 있는 소이의 위치를 알고 싶었던 채윤은 오히려 연두까지 놓치고 맙니다.
한글을 막으려 모든 걸 포기한 정기준이 개파이와 함께 있는 연두를 살려둘 리는 없을 것입니다. 개파이가 그런 정기준에게 반기를 들 것이란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의'라는 허상에 가로막혀 측근의 마음은 전혀 읽지 못한 정기준이니 '백성을 위한다'고 늘 말하면서도 진정한 백성의 마음을 몰랐던 엘리트 사대부다운 결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강채윤이나 소이가 세종에게 적의를 품었다가도 진정한 세종의 고통을 깨닫게 되었지만 정기준의 측근들은 하나 둘 정기준을 떠나가지 않을까 싶네요. 자, 이제 단 두 편만이 남아있는 '뿌리깊은 나무'의 마지막. 드디어 다음 주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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