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뿌리깊은 나무

뿌리깊은나무, 반전의 열쇠는 여전히 개파이와 정기준인가

Shain 2011. 12. 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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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고 있지만 실제 한글이 창제되고 반포된 정확한 날짜는 모릅니다. 실록에도 '이달'에 창제되고 반포되었다고만 적혀 있어(1443년 음력 12월 30일 창제, 1446년 음력 9월 29일 반포 기록) 처음 '조선어연구회'가 한글날(가갸날)을 정할 때도 음력 9월 29일을 기준으로 양력 10월 28일에 한글날 기념식을 치렀습니다. 이후 발견된 1940년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에 9월 상한이라 적힌 글을 보고 10월 9일로 한글날을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창제에서 반포까지 걸린 3년 정도의 세월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집한 셈입니다.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등장인물이 지키려했던 엄청난 비밀은 '성배'의 정체가 물건이 아닌 여성이었다는 점입니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이도(한석규)가 밀본들에게서 지키려 한 해례 역시 궁녀 소이(신세경)이었습니다. 덕분에 이 드라마의 '반전'이 소이의 죽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소이는 여전히 정기준(윤제문)과 함께 있고 한글을 반포하기로 한 날은 극중 '내일'이니 역사를 거스를 수 없는 한 소이는 죽을래야 죽을 수가 없는 몸입니다. 해례가 적힌 책이나 종이는 단 한장도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글 반포를 앞둔 그들의 마지막 대결.

드라마의 결말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피바다'에 '눈물바다'란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이는 등장인물들 중 누군가는 죽는다는 뜻 그것도 아주 충격적인 인물이 죽거나 다수의 인물이 죽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에 상응하듯 정기준은 암살을 위한 '독'을 준비하라 지시했고 한가놈(조희봉)을 비롯한 밀본의 인물들이 그를 따른 듯합니다. 강채윤(장혁)의 노력으로 산채가 발각되고 무휼(조진웅)과 박포(신승환), 초탁(김기방)이 밀본의 정무군을 처리했지만 산채를 떠난 정기준은 소이가 '해례' 자체임을 간파했고 반포를 막으려 소이를 죽이려 합니다.

한글이 반포되자면 소이가 무사히 세종에게 돌아가야만 합니다. 아무리 정무군이 다수 죽었다고 해도 심종수(한상진)가 밀본의 4대 본원을 맡기로 했고 이신적(안석환)의 명을 받은 견적희(윤이나)가 움직이는 이 상황에서 무사히 세종과 소이의 뜻을 이루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소이를 찾느냐 혈안이 된 강채윤이 정기준 무리에서 개파이(김성현)와 대적할 수 밖에 없어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인물이 사망할 것같단 생각도 듭니다. 갑작스레 밝혀진 개파이의 정체는 너무도 대단했습니다.


 
본원 정기준이 내린 마지막명은 무엇일까

개파이의 본명은 카르페이 테무칸, 북방의 대적불가라는 별명을 지닌 그의 정체는 놀랍기 보다 조금은 코믹하게 다가온게 사실입니다. 명나라 첩보부대 첩형이란 자가 수하를 모두 물리고 벌벌 떨며 도망갈 만큼 강한 인물이라니 이방지(우현)가 목숨을 잃을 만한 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뭐하러 '개파이'의 등급(?)을 저리 높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구든지 개파이를 이기는 사람은 조선 제일검 뿐 아니라 아시아 최고의 무사가 된단 뜻이니 말입니다. 개파이가 어떤 연유로 가리온 정기준을 따르게 된 것인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조선초는 원나라가 패망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이니 '복위운동'을 하는 돌궐 출신 용병부대가 있을 법도 합니다. 또 복위운동이면 반 명나라 세력이고 명나라 첩보부대가 얼굴을 알고 신경쓸만한 이름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이름이 무려 '테무칸'입니다. 징기즈칸의 본명이라는 '테무친(鐵木眞)'에다 통치자나 우두머리를 뜻하는 '칸'을 합친 말이니 용병부대의 대장이거나 한 부족의 족장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테무칸이란 이름은 작가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대단한 사람이란 느낌을 주기 위해 작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카르페이 테무칸을 이기면 북방 최고 무사가 된다.

정기준이 법의학서적인 '무원록'을 만들기 위해 중국에 다녀왔고 해부학과 의학의 최고 실력자가 되었습니다. 그때 개파이를 만난 것은 분명한 듯한데 여럿이 덤벼도 이길 수 없는 무사 개파이가 가리온 정기준에게 목숨을 빚졌을 것같진 않습니다. 개파이가 소중히 하는 누군가가 가리온의 도움을 받았다거나 개파이가 명나라를 떠나야할 일이 있어 위장한 채 조선으로 따라들어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이 전혀 밝혀져 있지 않으니 개파이가 정기준의 명을 어느 정도로 따라야할 의무가 있는지 둘의 신뢰가 어느 만큼 단단한지 알 길이 없는 상황입니다.

예고편을 보아하니 정기준은 개파이에게 '내 마지막 명'이라며 지시를 내렸고 개파이는 '즐거웠다 본원'이라 대답합니다. 정기준의 마지막 명은 세종의 반포식을 방해하는 것과 관계있을 것입니다. 핵심인물들을 암살하여 반포식을 난장판으로 만들 수도 있고 직접 세종을 죽여버릴 수도 있습니다. 반포식이 정상적으로 치러지는 걸 보면 해례는 완성되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싶습니다. 정기준은 과연 개파이가 그리 귀여워하는 연두(정다빈)를 잃으면서까지 명을 따라야할 존재일까요. 그 부분이 반전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적불가' 개파이의 칼이 향할 곳은 어디인가.

연두는 산채에 갇힌 소이와 궁녀들의 부탁을 받은 상태에서 죽임을 당할 뻔하다 강채윤에게 구출되어 목숨을 건진 상태입니다. 정기준은 한글을 아는 연두를 수하들에게 명을 내려 이미 죽였다고 알고 있고 개파이는 연두의 행방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정기준을 따라 나섰다가 명나라 견적희 패거리와 마주친 것입니다. 개파이가 정기준의 명을 집행하는 최후의 순간에  소이 또는 강채윤이 연두의 생사를 알려준다면 충분히 정기준의 명을 뒤집을 수 있는 개파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대부 결사조직의 수장에서 이제는 한글 창제를 목숨걸고 반대하는 개인이 된 정기준. 그는 세종이 충녕대군이던 시절엔 이방원(백윤식)의 아들이라며 그를 비웃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이방원 보다 못한 살인귀가 되어 세종 이도의 한글을 막고자 합니다. 세종과 팽팽히 맞서며 백성들에게 글자를 내려주는 일이 얼마나 무책임한가 설명하는 정기준의 '대의'는 어린아이 연두의 목숨 보다 귀한 것일까요. 개파이의 판단을 두고볼 일입니다.

한글을 알고 있는 연두를 죽이라 했던 정기준.

이 드라마의 전반은 역사를 기반으로 하긴 했지만 어차피 나머지 반절은 창작된 이야기입니다. 많은 팬들이 이렇게 저렇게  결말을 예측하고 있으면서도 실존 인물들은 절대 죽지 않고 가상의 등장인물들 만이 사망할 것이란 사실은 모두들 알고 있습니다. 정기준, 이신적, 심종수 중에서 '후계자'를 남긴 정기준이나 이신적은 죽어도 무방한 인물이 아닐까 싶고 억울한 백성에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백성으로 변신한 강채윤이 대의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도 감동적인 결말일 수 있습니다.

또한 세종의 피붙이나 다름없는, 왕인 세종에게 '교활하다'는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무휼이 왕의 죽어 세종의 고통을 배가시켜줄 수도 있습니다. 정기준을 위해 목숨을 거는 윤평(이수혁)의 죽음과 무휼의 죽음은 어쩌면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후대에까지 칭송받는 세종의 업적, 그의 뛰어난 창작품인 한글을 보며 한 사람의 왕이 겪었을 '가상의 괴로움'은 충분히 납득이 갈 만큼 표현되었다는 점입니다. 극속에서 민주적 리더로 다시 태어난 세종의 모습을 보며 진짜 현대사의 '뿌리깊은 나무'는 누구였는지 되새겨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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