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김재철의 쓸모없는 자신감 MBC를 갉아먹는다

Shain 2012. 3. 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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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낙하산으로 임명된 방송국 사장과 억울하게 퇴임한 방송국 사장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얼마전 4년전 업무상 배임 혐의로 퇴임한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두고 정연주 전 KBS 사장은 나머지 임용 기간 임기를 채워야 하며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라 했습니다. 정연주의 무죄 판결은 강제 해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측근 비리로 위기에 빠졌던 최시중 사퇴에 결정적인 압력으로 작용했음은 물론입니다. 일명 '방통대군'이라 불리며 방송국 사장을 임명하고 언론을 장악했던 최시중의 사퇴치고는 너무 쉽게 끝나버린 감도 없잖아 있습니다.

반면 최시중과 함께 사장이 임명된 방송국 MBC, KBS, YTN에서는 파업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곡된 보도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MBC 기자회의 파업으로 시작되었지만 곧 MBC 노조와 예능부, 드라마팀까지 파업에 동참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최일구 앵커를 비롯한 MBC 보직 직원들까지 참여해 대규모 파업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후엔 KBS 노조와 YTN이 파업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3개 방송국이 참여한 연쇄 파업이 되었습니다.



MBC 기자회가 처음 파업을 시작할 때 내세운 이유는 '왜곡 편파' 보도를 시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김재철 사장 임명 이후 MBC 뉴스의 성격이 변질되었다고 합니다. 공정성이 훼손되고 신뢰도가 하락하여 시민들의 시위 현장에서 MBC 기자들이 변절자 취급을 받은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기자들은 보도국의 담당자인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MB 정권 4년, 최시중과 정부의 방송통제 문제점이 이제서야 폭발한 것이라 말합니다.

처음 MBC 기자회가 총파업에 돌입했을 때 김재철 사장은 '불법 파업'이라 맹비난하며 관련 기자를 해고 하고 신문에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습니다. 점점 더 파업 참가자가 늘어나고 이제는 강경하게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람들까지 불어나 3개 방송국이 총파업을 논의하는 수준으로 번졌습니다. MBC의 보도 프로그램들만 결방한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을 비롯한 예능프로그램, '해를 품은 달' 같은 드라마까지 결방되었습니다. 김재철 사장은 강경대응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모든 MBC 사원을 파업과 관계없는 계약직으로 뽑아야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자들은 '대책 논의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일단 '왜곡된 내용'이라며 한발 빼는 분위기지만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발언을 왜곡하고 자신의 법인 카드 사용 내역을 감사요청했으나 '문제없다'고 발언했던 김재철 사장의 그간 행적에 비추어 보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는 분위기입니다. 이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은 사원들은 모두 계약직으로 갈아치우고 프로그램은 모두 외주 제작해서 채널만 제공하겠다는 것이냐며 그의 '뻔뻔한' 태도를 비아냥대기도 합니다.

노조원들의 파업, 김재철 사장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김재철 사장의 행동도 점점 더 오만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호텔 등에서 업무를 보며 최대한 노조와의 접촉을 피하던 김재철 사장은 3월 7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정기이사회에 출석해 현안 보고를 했습니다. 일부 이사들이 퇴진을 요구했지만 사장에 대한 책임을 운운하며 '사퇴' 문제에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자료가 방대하다며 방문진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방문진의 여당측 이사들은 일단 김재철 사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동일 인물들은 아니지만) 과거 무고하게 해임된 정연주 사장 때와는 다른 반응이 인상적입니다. 감사원에서 아직 법인카드 내역을 감사중이라도 해도 그만일 것을 의혹을 제기한 '노조와 입장차이가 크다'는 답변을 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전 사원의 계약직 전환까지 운운하며 자리를 지키려는 김재철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반응이기도 합니다. 파업 중인 노조원을 무시하고 단기 계약직으로 결방을 메꾸려 했던 조직의 수장이니 어련하겠습니까.

권력에 의한 자신감인지 아니면 지위에 대한 자신감인지 알 길은 없으나 노조원들의 요구를 전면 거부하고 파업의 규모를 점점 키우도록 내버려둔 김재철 사장의 '근거없는 자신감'은 시청률 하락를 비롯한 여러 손실을 가져왔지만 오히려 그 손해를 노조원들에게 묻겠다며 30억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는 노조원들 뿐만이 아닌 시청자들의 요구 또한 무시한 행위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누구를 위해 협상을 거부했으며 무엇을 퇴임 거부인지는 알 수 없으나 MBC의 미래를 갉아먹는 행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한편 오는 3월 16일에는 김제동, '나꼼수', 조국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가수 이승환, 이은미, 이적, 김C, DJ DOC, 드렁큰 타이거 등과 함께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MBC, KBS, YTN 공동주관 파업콘서트 '방송 낙하산 퇴임축하쇼' 무대가 마련된다고 합니다. 낙하산 사장들이 자리잡은 방송국의 동반 움직임 반갑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너무 늦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그만큼 그간의 방송 행태에 질렸다는 뜻도 되겠죠. 좋아하는 드라마 '무신'과 '해를 품는 달'을 인질(?)로 삼아도 끄떡없이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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