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무한도전의 종편 모의실험, 웃고 넘길 수 없는 밥그릇 싸움

Shain 2011. 11. 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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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내내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많은 연예인들의 종편 출연이 연예란을 장식하곤 했습니다. 강호동을 비롯한 '1박 2일' 팀이 종편으로 자리를 옮긴다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고 황정민, 채시라같은 대형스타의 종편 출연으로 그들의 출연료가 얼마나 되는지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종편 관련 법안이 상정되고 시행되는 동안 우리 나라 상황에서 다수의 종합 편성 채널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여러 사람들이 지적했지만 다양한 출연 기회를 접하게 된 연예인들에게는 그리 싫지만은 않은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대하는 목소리에 눈치를 보고 있긴 합니다만 방송관련 종사들과 연예인들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점에 종편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채널이 늘어나고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도 채널이 늘어난다는 단순한 사실이 어떻게 미래 방송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없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우려가 딱히 체감되지 않기에 종편채널이 생긴다 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요. 편리한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이 생기는 동안엔 환경오염의 문제점을 느낄 수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지난 11월 19일에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TV 전쟁'은 종편 채널의 미래를 보여주는 한편의 모의실험이었습니다. 전체 일곱명의 멤버가 각각 자기 이름을 딴 방송국을 개국하기 위해 경쟁하고 최종적으로 두 개의 채널 만 살아남아 시청률 겨루는 모습이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더군요. 2011년 대한민국 방송 시장의 최고 화두였던 종편 채널 개국을 그대로 반영한듯 짧은 시간 안에 개국과 '방송 중단'을 결정하는 'TV전쟁'의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정확한 수치까지는 모르지만 시청자라면 누구나 우리 나라 방송시장의 문제점을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공중파 3개 방송국에 수없이 많은 케이블 방송국, 광고를 방영할 수 있는 광고의 범위와 분야, 금액은 거의 한정되어 있다시피 하지만 방송 채널이 늘어나면 그들은 기존 이익을 나눠먹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광고시장을 늘인다는 것, 즉 현재 TV에서 방송되는 광고의 종류와 수를 늘인다는 일은 생각 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현행법 안에서 광고를 늘이려면 광고주가 늘어나거나 현 광고주들이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한다는 뜻이 되고 광고주를 늘이려면 제 2금융권 등의 광고를 추가로 허용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무한도전'에서 짧게나마 보여준 종편채널 모의실험은 이런 경쟁적인 상황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이름을 건 방송국을 개국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니고 상대 방송국의 카메라 전원을 끄기 위해 머리를 굴립니다. 때로는 상대방을 속이고 때로는 비겁하게 담합하기도 합니다. 촬영할 수 있는 필름을 충전하기 위해 상대방을 탈락시켜야하는 그들을 보면 종편채널과 공중파 방송의 경쟁하게 되면 그 어떤 선택도 가능해진다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특정 종편채널이 자본이 여의치않아 '일본 자본'까지 유입하게 되었다는 현실처럼 말입니다.

방송국의 사활을 건 시청률 경쟁 결과는 현실적이었다.

'유재석 TV'와 '하하 TV'가 살아남아 개국하게 된 이후에도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두 방송국은 두 팀으로 나뉘어 시청률을 두고 치열하게 맞승부를 벌입니다. '유재석 TV'는 나름 알찬 프로그램을 편성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 방식을 결정하지만 상대 방송국 '하하'가 실제로 사는 곳을 공개하겠다는 둥 사생활 팔이 프로그램을 아이디어로 내놓고 별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했던 '하하 TV'는 최고 인기를 끄는 탑스타를 내세워 시청률을 끌어보기로 합니다.

어떤 방송국이든 자본없이 방송을 제작할 수 없습니다. 종편 채널 역시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시청률이란 방송 채널 자체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개국에 앞서 스타 PD들을 영입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제공하고 채시라같은 주연배우를 활용해 사극을 찍겠다고 나선 것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보여준 기선 제압과 별다를 바가 없습니다. 단 3명이 제작하고 방송하는 작은 규모의 '하하 TV'의 아이디어를 종편채널도 그대로 선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나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생방송으로 진행된 그들의 시청률 경쟁에서도 종편채널의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두 방송국 모두 요란하고 시선을 끌 수 있는 내용을 방영하기로 결정했지만 나름대로 짜임새있게 운영된 '유재석 TV'에 비해 송중기와 소녀시대 써니를 출연시킨 '하하 TV'는 단숨에 시청률을 반전시키는 위력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알찬 프로그램을 만들고 좋은 방송을 제작해도 화제를 끄는 탑스타와 많은 자본이 투여된 방송에는 이길 재간이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엎치락 뒤치락 두 방송국의 시청률 경쟁, 탑스타의 승리인가.

사람들이 잘 보지 않아도 공중파는 시청률이 낮아도 사회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제작합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공익성 프로그램들 혹은 많은 다큐멘터리나 시사, 교양 프로그램들이 그동안 시청률 경쟁을 이유로 사장되었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양질의 공익 프로그램들은 종편과의 시청률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지면 시청자의 외면을 받게될 것이고 더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시청률을 무시하고 배짱껏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자본의 여력을 가진 방송국은 KBS 뿐이었지만 요즘은 그마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흥미로운 건 '하하 TV'에 출연했던 송중기와 써니가 '유재석 TV'에도 출연했다는 점입니다. 혹자는 종편 채널이 남아도는 방송계 인력들에게 일자리를 주게될 것이라 했지만 최소한 연예인들에게는 그 말이 정답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진행자들이 방송 내내 언급한 '핫한' 인기 연예인들은 겹치기 출연을 해서라도 끌고가지만 나머지 연예인들에게는 여전히 가혹하리만큼 냉정한 것이 시청률입니다. 인기 연예인이 겹치기 출연하게 되고 '슈퍼스타K' 엄청난 인기를 끌자 공중파에서도 유사 프로그램이 제작되었던 것처럼 상대 방송국에서 인기를 끌면 우후죽순격으로 비슷한 방송이 제작됩니다.

씁쓸한 TV 전쟁의 최종 결론, 양질의 프로그램은 없다

마지막까지 그들은 시청률 승부를 두고 즉흥적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을 끌어모읍니다. TV를 통한 호객행위가 과열되어 방송이라기 보다 흡사 시장바닥의 대소란입니다. '유재석'의 유명세를 '하하'가 이기기는 무리였던 것인지 송중기까지 동원했지만 최종 승부는 유재석의 승리가 됩니다. 방송의 품질을 평가하지 않고 시청률 경쟁 만으로 존폐를 결정다는 것은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방법이라기 보다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는 교훈 만을 남긴채 그들의 한판 승부는 끝이 나고 맙니다.

종편채널의 개국이 단순히 공중파와 신생 방송국 간의 광고 수주를 둘러싼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면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부족한 광고 수입을 메꾸기 위해 개정될 각종 법안들과 시청률 경쟁으로 발생할 부작용들 그리고 공중파, 종편을 막론하고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는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일부 사람들의 예상대로 그들 중 몇개 방송국은 많은 자본만 허비하고 외국 자본으로 넘어가거나 통합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무한도전'이 익살스럽게 보여준 패러디가 보여준 우리 나라 방송의 현실, 웃을 수 만은 없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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