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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은퇴한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악명은 전세계적입니다. 기업인 출신 정치인으로 이탈리아 1순위 부자이면서 전세계에서도 열네번째로 부유하다는 이 남자는 이탈리아 총리를 무려 3번이나 역임한 사람입니다. 정치적인 이력 외에 범죄 연루 전과도 화려해 돈세탁, 탈세, 위증, 뇌물수수, 불법 성매매, 마피아 지원 의혹 등으로 재판정에 섰던 일이 무려 12번입니다. 그럼에도 법적 유리함을 이용해 한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이,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재판이 중지되거나 법이 바뀌어 무죄를 선고받게 됩니다. 또 재임중에는 죄를 물을 수 없는 면책법까지 만들어 그의 혐의는 덮이는 듯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이렇게 '뻔뻔하게'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천을 '언론 장악'이라 합니다. 베를루스코니는 언론그룹 '미디어셋'의 소유자로 이탈리아 민간방송 3개 채널과 광고홍보회사, 다수의 위성 및 디지털 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4년 총리 재임시절엔 이탈리아의 RAI 즉 한국의 KBS나 MBC에 해당하는 공영방송의 이사 3분의 2을 정부 여당이 선택하도록 정하고 방송사가 점유율에 상관없이 신문사를 소유하도록 정한 '가스파리법'을 통과시켜 실질적으로 전 이탈리아 방송의 90%가 친 베를루스코니 성향이 됩니다.
절반이 넘는 미디어가 특정 인물의 영향력 하에 있게 되자 이탈리아 미디어는 유명무실해집니다. 방송은 선정적인 오락물로 가득차고 집권자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비판은 어느새 사라집니다. 파병 반대 시위에 300백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했음에도 RAI가 중계하지 않았다는 이야긴 유명합니다. 10대 모델과 파티를 벌인 의혹으로 그의 성추문과 이혼 문제가 불거지자 '좌파들의 선동'이라며 일축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권력자에 부패에 입을 열지 않는 언론은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 나라엔 KBS와 MBC같은 공영방송이 있고 또 각 방송국 노조가 그동안 친정권적 성향을 보일 때 마다 반발했던 것처럼(KBS 역시 정연주 사장 취임 때는 반대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나름대로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있지 않을까 막연히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MBC 김재철 사장이 노조원들의 퇴임 요구에도 끄덕없는 것을 보니 우리 나라 역시 이탈리아 공영방송의 수순을 밟아가는 것이 아닌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제 경악스런 뉴스가 한편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아직까지 쫓겨나진 않았지만 명색이 공영방송 MBC의 사장이라는 김재철이 투표 독려 방송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MBC 총파업 때문에 '무한도전'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이 결방하고 KBS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파업에 동참했음에도 김재철은 꿋꿋했습니다. 본인이 친정권적인 보도 지침 때문에 지탄받고 있음을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같습니다. 파업 참여한 노조원들을 징계하겠다며 큰소리칠 때처럼 상황파악이 안되는가 봅니다.
김재철의 지시 때문에 MBC는 방송3사 중에서 유일하게 오후 6시부터 선거 개표방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8일 총선 당일 개표방송을 결정하는 임원회의에서 일부 임원들이 '(방송을 일찍 시작해) 투표율을 높여줄 필요가 있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처음에는 MBC 선거방송기획단이 2시간 동안 기획한 '실시간 투표율 상황',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연예인 투표 참여기' 등의 기획이 '캔슬'된 이유가 MBC 노조의 추측이 아니었나 했지만 자세한 기사를 찾아보니 특정 이사가 그런 의미의 발언을 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텐아시아에 거론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모 방문진 이사가 '28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킨 후 기자들과 만나 "젊은 층들이 투표를 4시부터 6시까지 많이 하는데, 그 시간 동안에만 방송 실시간 투표율을 보도하면서 투표를 독려한다고 하면 누가 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입니다. MBC 노조는 이에 대해 '투표율이 높을 경우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습니다. 국민 기본권인 투표 독려를 '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은 김재철에게 그보다 더 적절한 설명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의 하나 투표율이 높으면 특정정당에 유리하다면 투표율이 낮은 것 역시 특정 정당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일까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오해의 소지 발언'에 보는 사람들이 더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 그는 한술 더 떠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MBC 간부들의 트위터 활동을 '정치 활동'이라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MBC 노조원들이 만든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각 포털에서 삭제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합니다. 동영상을 삭제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그동안 시청자들이 궁금해했던 많은 소식을 전달해주었습니다. 29일 공개된 제 7회 방송에선 '4대강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7일 전후에 내린 비로 자연폐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의견과 녹조류로 보이는 녹색 거품, 그리고 관리사무소의 녹조류 제거제 수백 포대가 목격되었단 소식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고여있는 호수에서나 볼 수 있는 녹조류가 강에서 발생하자 물의 산소가 부족해서 물고기가 떼죽음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싶었던 4대강의 피해, 그 진실이 알려진 셈입니다.
MBC 총파업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자세히 알 수 있는 채널은 사실상 인터넷이 전부인지도 모릅니다. 그마저도 각 포털에서 MBC 총파업 관련기사가 메인으로 뜨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탈리아가 그랬듯 현상은 있는데 보도는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나꼼수'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도 변방의 팟캐스트에 불과하듯 언론의 진실은 그 어느 곳에서도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현실을 폭로할 언로가 막혔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의 공영방송 현실이 우리나라의 것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풍자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방송에서 사라지고 언론이 앵무새인듯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풍경. 그것이 바로 우리 나라의 현실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싶었던 뉴스는 모두 사라진 방송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두려워 개표 방송 시간을 늦추는 공영방송. 그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입니다. '김재철 퇴진'은 단순히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는 점. 곱씹어볼수록 뼈아픈 진실입니다.
사람들은 그가 이렇게 '뻔뻔하게'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천을 '언론 장악'이라 합니다. 베를루스코니는 언론그룹 '미디어셋'의 소유자로 이탈리아 민간방송 3개 채널과 광고홍보회사, 다수의 위성 및 디지털 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4년 총리 재임시절엔 이탈리아의 RAI 즉 한국의 KBS나 MBC에 해당하는 공영방송의 이사 3분의 2을 정부 여당이 선택하도록 정하고 방송사가 점유율에 상관없이 신문사를 소유하도록 정한 '가스파리법'을 통과시켜 실질적으로 전 이탈리아 방송의 90%가 친 베를루스코니 성향이 됩니다.
이탈리아 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절반이 넘는 미디어가 특정 인물의 영향력 하에 있게 되자 이탈리아 미디어는 유명무실해집니다. 방송은 선정적인 오락물로 가득차고 집권자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비판은 어느새 사라집니다. 파병 반대 시위에 300백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했음에도 RAI가 중계하지 않았다는 이야긴 유명합니다. 10대 모델과 파티를 벌인 의혹으로 그의 성추문과 이혼 문제가 불거지자 '좌파들의 선동'이라며 일축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권력자에 부패에 입을 열지 않는 언론은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 나라엔 KBS와 MBC같은 공영방송이 있고 또 각 방송국 노조가 그동안 친정권적 성향을 보일 때 마다 반발했던 것처럼(KBS 역시 정연주 사장 취임 때는 반대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나름대로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있지 않을까 막연히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MBC 김재철 사장이 노조원들의 퇴임 요구에도 끄덕없는 것을 보니 우리 나라 역시 이탈리아 공영방송의 수순을 밟아가는 것이 아닌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제 경악스런 뉴스가 한편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아직까지 쫓겨나진 않았지만 명색이 공영방송 MBC의 사장이라는 김재철이 투표 독려 방송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MBC 총파업 때문에 '무한도전'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이 결방하고 KBS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파업에 동참했음에도 김재철은 꿋꿋했습니다. 본인이 친정권적인 보도 지침 때문에 지탄받고 있음을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같습니다. 파업 참여한 노조원들을 징계하겠다며 큰소리칠 때처럼 상황파악이 안되는가 봅니다.
김재철의 지시 때문에 MBC는 방송3사 중에서 유일하게 오후 6시부터 선거 개표방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8일 총선 당일 개표방송을 결정하는 임원회의에서 일부 임원들이 '(방송을 일찍 시작해) 투표율을 높여줄 필요가 있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처음에는 MBC 선거방송기획단이 2시간 동안 기획한 '실시간 투표율 상황',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연예인 투표 참여기' 등의 기획이 '캔슬'된 이유가 MBC 노조의 추측이 아니었나 했지만 자세한 기사를 찾아보니 특정 이사가 그런 의미의 발언을 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선거 개표방송을 타방송사 보다 2시간 늦추기로 한 MBC
텐아시아에 거론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모 방문진 이사가 '28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킨 후 기자들과 만나 "젊은 층들이 투표를 4시부터 6시까지 많이 하는데, 그 시간 동안에만 방송 실시간 투표율을 보도하면서 투표를 독려한다고 하면 누가 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입니다. MBC 노조는 이에 대해 '투표율이 높을 경우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습니다. 국민 기본권인 투표 독려를 '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은 김재철에게 그보다 더 적절한 설명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의 하나 투표율이 높으면 특정정당에 유리하다면 투표율이 낮은 것 역시 특정 정당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일까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오해의 소지 발언'에 보는 사람들이 더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 그는 한술 더 떠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MBC 간부들의 트위터 활동을 '정치 활동'이라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MBC 노조원들이 만든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각 포털에서 삭제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합니다. 동영상을 삭제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그동안 시청자들이 궁금해했던 많은 소식을 전달해주었습니다. 29일 공개된 제 7회 방송에선 '4대강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7일 전후에 내린 비로 자연폐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의견과 녹조류로 보이는 녹색 거품, 그리고 관리사무소의 녹조류 제거제 수백 포대가 목격되었단 소식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고여있는 호수에서나 볼 수 있는 녹조류가 강에서 발생하자 물의 산소가 부족해서 물고기가 떼죽음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싶었던 4대강의 피해, 그 진실이 알려진 셈입니다.
MBC 총파업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자세히 알 수 있는 채널은 사실상 인터넷이 전부인지도 모릅니다. 그마저도 각 포털에서 MBC 총파업 관련기사가 메인으로 뜨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탈리아가 그랬듯 현상은 있는데 보도는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나꼼수'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도 변방의 팟캐스트에 불과하듯 언론의 진실은 그 어느 곳에서도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현실을 폭로할 언로가 막혔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의 공영방송 현실이 우리나라의 것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풍자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방송에서 사라지고 언론이 앵무새인듯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풍경. 그것이 바로 우리 나라의 현실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싶었던 뉴스는 모두 사라진 방송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두려워 개표 방송 시간을 늦추는 공영방송. 그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입니다. '김재철 퇴진'은 단순히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는 점. 곱씹어볼수록 뼈아픈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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