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더킹투하츠, 공감가는 도너츠 논란 '루루공주' 악몽 떠올라

Shain 2012. 4. 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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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사극에도 협찬과 PPL이 동원되는 시대입니다. 사극에 무슨 간접광고를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지만 작년 방송된 드라마 '짝패'는 '고창은 복분자가 최고'라는 극중 인물의 대사로 PPL을 삽입했습니다. 아래적의 일원으로 나눔질 하느냐 바쁜 장꼭지(이문식)가 복분자주를 자주 언급하며 동료와 주거니 받거니 했던 건 그런 이유였습니다.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 '무신'에서 고려청자나 다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것도 청자 박물관과 다기제작 업체의 협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고려시대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라 관심은 가도 역시 자주 클로즈업하는 걸 보니 광고는 광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 '욕망의 불꽃'은 울산시가 제작을 협찬해 극중 등장인물(둘째 아들역으로 나온 조성하씨가)이 울산의 강물까지 직접 손으로 떠마시는 수고를 하기도 했고 극중 배우가 몰고 다니던 자동차나 들고 다니던 가방 등 협찬받은 고가의 제품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방송법 개정으로 예전과 달리 '이 드라마는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다'는 문구가 드라마 방영전 게시되기 때문에 시청자도 간접광고임을 알면서도 그러려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 비용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 시청자도 그에 적응하는 셈입니다.

최근 드라마 '더 킹 투하츠'는 상대 방송국 '옥탑방 왕세자'에 시청률 1위를 빼앗겼다고 합니다. 어떤 드라마든 성공시키고 만다는 하지원의 연기, 그리고 능청스럽지만 멋진 남한의 왕자 이승기, 또 남북의 상황을 빗댄 듯해서 그냥 보아넘길 수 없는 각종 설정 등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드라마지만 유쾌하고 코믹한 '옥탑방 왕세자'의 박유천을 이기기는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일부 시청자들은 1위를 빼앗기고 고정 시청자들이 이탈한 이유가 '옥탑방 왕세자'가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킹 투하츠'의 도넛 광고 때문이라는 평가도 내리고 있습니다. 간접광고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는 것입니다.

즉 시도 때도 없이 부적절하게 도넛을 먹는 왕제가 부자연스러운데다 드라마 제목까지 도넛 회사의 이름을 딴 것이란 의혹이 불거져 PPL이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 드라마의 가제는 본래 왕을 의미하는 '더 킹'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더 킹 투하츠'라는 의미불명의 타이틀로 변경된 건 '더 킹 투하츠'의 발음이 '던킨도너츠'와 비슷하기 때문이란 그럴듯한 의견이 네티즌들 사이에 떠돌고 있습니다. '던킨투하츠'라는 조롱섞인 놀림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니 지나친 PPL 때문에 구설에 오른 드라마 '루루공주(2005)'가 떠오릅니다. 당시 네티즌들은 드라마 제목은 '루루공주'가 아니라 '비데공주'라며 꼬집었습니다.



개연성없는 등장은 오히려 반감을 일으켜

당시 드라마 '루루공주'가 비난받은 건 드라마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개연성없는 제목과 지나치게 잦은 간접광고의 등장 때문이었습니다. 거기다 재벌의 딸이라는 극중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 재벌가의 공주냐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냐는 비난까지 보태어졌던 것입니다. 혼외자로 태어난 재벌가의 딸이 겉은 화려해도 속은 텅텅 빈 공주처럼 살다 한 남자를 만나 세상을 경험하게 되고 성장하게 된다는 내용 때문에 드라마 제목에 '공주'라는 표현이 필요했음은 이해해도 하필 '루루공주'였냐는 점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은 제목이 '루루공주'가 된 것은 협찬사 '웅진코웨이'가 '룰루' 비데를 팔았기 때문이라 합니다. 제작진들은 'Lulu'는 미인이란 뜻이 있다며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극중 등장하던 '코데이' 상표도 등장인물이 '비데 판매 영업사원' 일을 하는 것도 드라마에 출연한 김정은이나 이순재가 한떄 그 회사의 광고 모델이었다는 점까지 의혹을 부추겼습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제작사의 변명 보다는 네티즌의견이 훨씬 더 납득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까지도 '루루공주'는 최악의 간접광고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경쟁작이 故 최진실의 '장미빛 인생'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습니다만 후반 시청률 역시 저조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드라마속 PPL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는 '루루공주'

최근 '더 킹 투하츠'가 휩싸인 논란 역시 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까지 가서 남한에서 공수해온 도넛을 먹는 건 왕세자 이승기가 도넛 광이라는 면에서 이해해줄 수 있지만 남한의 공식 상견례 자리 그리고 프로포즈하는 파티장에 도넛을 내놓은 건 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는 설정입니다. 궁중 음식을 보존할 책임이 있는 왕실에서 한과를 내놓기 보다 도넛을 선택했다는 것도 드라마 내용과 상관없는 도넛에 카메라가 집중되는 것도 극중 왕제가 '커피는 도넛과 함께 먹으라'는 도넛회사 광고 카피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주기 알맞는 연출이었습니다.

왕제가 도넛을 아무리 좋아해도 티타임에 도넛을 쟁반째 가져다놓고 약혼녀가 될 여자에게 대접한다는 건 상식 밖입니다. 도넛은 단 음식이기 때문에 한번 먹을 때 많은 양을 먹지 않는게 보통입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도넛을 너무 봐서 질렸다며 극중 등장한 도넛이 느끼하게 보일 지경이라 합니다. 이승기가 잘 생긴 '도넛 왕자'일지라도 '건축학개론'의 납뜩이 조정석이 매력적인 배우일지라도 도넛의 '느끼함'은 참을 수가 없다는 것이죠. 이번 간접광고는 과해도 너무 과했다는 게 많은 다수의 의견인 것 같습니다. 협찬사에서 너무 욕심을 내 역효과를 낸 것같군요.



루루공주가 낫냐 더킹투하츠가 낫냐

개인적으로 저는 남과 북의 상황이 절묘하게 매치된 이 드라마 '더 킹 투하츠'에게 많은 점수를 주는 편입니다. 엄태웅의 '적도의 남자'도 매력적이고 박유천의 '옥탑방 왕세자'도 재미있다고 합니다만 우리 나라가 왜 전쟁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 나라의 분열을 원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지 '사랑'이라는 정체불명의 감정에 빗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사람들을 잘 모르면서도 막연히 싫다고 말하는 국민들이나 남한 사람들은 돈 밖에 모르는 얌체라고 생각하는 북한 사람들이나 서로를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면서 만나면 다투기 바쁩니다.

그렇게 좋은 드라마가 지나친 간접 광고 때문에 구설에 오르고 또 도넛 때문에 시청률이 부진하다는 평가까지 받는 건 상당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드라마 제작에 꼭 필요한 광고가 오히려 드라마 제작을 방해하고 발목을 잡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매력적인 배우 이승기를 '도넛에 미친 왕제'로 묘사하는 건 확실히 극중 이재하의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맨날 도넛 만 우걱우걱 퍼먹는 그 모습 때문에 이재하의 캐릭터가 묻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협찬사나 제작진 모두 다시 생각해봤으면 싶습니다.

이승기 대신 클로즈업된 도넛 꼭 필요한 연출일까?

과거에도 드라마 협찬은 있었지만 최근에 와서 간접광고는 더욱 활성화된 경향이 있습니다. 그만큼 광고주들의 압력도 거세졌다고 볼 수 있구요. '루루공주'는 2005년 드라마로 적극적 간접광고 도입 초기의 작품입니다. 드라마가 저평가된 것은 그만큼 매끄럽게 PPL을 잘 이용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더 킹 투하츠'가 '루루공주' 보다 더한 PPL 드라마로 평가되게 될지 아니면 사회성과 로맨틱 코미디의 장점을 잘 살린 명품 반열에 오를 드라마가 될지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몫일 것입니다. 제작진들 역시 한국 드라마의 나쁜 점은 모두 갖추고 있다고 평가된, '역사적인' 간접광고 대표작과 비교상대가 되는 수모를 겪고 싶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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