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기타리스트에게 다리꼬지 말라 했다는 MBC 그 속사정은?

Shain 2012. 4. 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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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포털에서 황당하다 못해 납득이 가지 않는 기사를 한편 읽었습니다. 지난 17일 한 유명 기타리스트가 MBC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보기 않 좋으니 다리꼬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기사 내용을 읽어보니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MBC '아름다운 콘서트'에 출연했다가 벌어진 일이라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앉아서 기타를 치자면 높이가 맞지 않아 다리를 꼬고 앉을 수 밖에 없습니다. 멜빵같은 보조도구를 착용하고 서서 연주하지 않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방송국 국장이란 사람이 그점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스패니쉬 기타리스트 박주원, 그의 다리꼬는 자세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반적인 연주방식입니다.. 박주원이 트위터에 게재한 내용은 언론에 의해 퍼져나가며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국장님께서 보기 안 좋으시다고 다리꼬고 연주하지 말아달라'는 말은 요즘 같은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권위주의적 발언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일부 네티즌은 '군사독재시대냐', '여기가 북한인가요', '기타 연주 안 해봤나' 같은 댓글을 달며 이를 비판합니다. 해당 프로그램 '아름다운 콘서트'로 MBC 파업 때문에 담당 PD가 아닌 대체인력이 투입된 상황입니다.


매주 화요일 17시에 방영되는 MBC '아름다운 콘서트'는 홍경민이 진행을 맡은 라이브 프로그램으로 일명 '아이콘'으로 유명합니다. 4월 17일 녹화된 43회 방영분에 세션으로 참가한 박주원은 2001년 데뷰한 기타리스트로 1집 '집시의 시간' 그리고 2집 '슬픔이 피에스타'는 '알게 모르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그의 콘서트는 연주 공연으로선 드물게 전석이 매진되었다고 하죠. '화려한 집시의 선율'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박주원은 강렬한 기타 연주를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의 특징을 인정하지 않는 이번 소동에 많은 팬들이 반발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어제 한 기사에서 박주원측은 한발 물러선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MBC 측도 이는 단순히 오해라며 해명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아름다운 콘서트' 담당 PD가 파업으로 제작에 불참하여 이날 연출은 담당 국장이 맡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사 내용을 일부분 발췌하자면 '카메라 화면에 무릎만 살짝 나오니 조금만 다리를 낮춰달라는 국장의 말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합니다. '특별한 설명없이 다리를 내려달라는 말을 들어 생겨난 오해'라며 박주원도 문제삼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개운하게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만 일단 공식입장은 그런가 봅니다.

말하자면 제작 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담당국장이 카메라만 보고 무조건 내리라고 했다가 문제가 생겼다 즉 진행의 미숙함에서 발생한 실수라는 것인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도 참 황당한 일입니다. MBC 파업으로 보도국, 예능국 담당 PD들 대부분 현장에서 물러나고 대체 인력이나 보조 인력 만으로 프로그램이 제작되다 보니 프로그램 본래의 색깔이나 특징이 훼손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네티즌은 카메라 기술 만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일로 연주자를 터치했다니 말도 안되는 변명이라 지적합니다.

평소에도 자주 다리를 꼬고 연주하는 박주원(이미지 출처: 박주원 트위터)


MBC 파업이 시작된지 벌써 80일이 다 되어 갑니다. 드라마를 비롯한 일부 프로그램은 정상 방영되는 듯 보이지만 많은 프로그램이 결방, 재방 중이며 4월 18일 인기 시사고발 프로그램이었던 '불만제로'는 제작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이나영을 게스트로 불러 잠시 녹화를 재개하긴 했지만 파업이 끝나야 정상방송하겠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MBC 사측은 경력직 기자 20여명을 포함한 30여명의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며 파업 따위는 없는 듯 속칭 '땜빵' 인력으로 자리를 메꾸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MBC 총파업에는 아랑곳하지 않던 김재철 사장은 최근 갑작스런 인사조치를 단행합니다. 김재철 사장의 입장을 대변해오던 이진숙 홍보국장이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승진되었으며 대구 MBC 등 5개 계열사 사장을 전격 교체했습니다. 파업 참가 노조원들을 무더기 징계한 것과는 대조적인 조치입니다. 한때 이라크 종군기자로 유명했던 이진숙 기자는 이번 파업 이후 줄곧 김재철 사장의 입장을 대변해 노조원들과 대치했으며 19일에는 기자회에서 제명되기도 했습니다. MBC의 최초 여성임원이란 타이틀을 쥐게 되었지만 기자로서는 최악의 오점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지금 MBC는 보도,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와 제작자들이 다수 파업에 참여한 공백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진 요구를 받고 있고 법인카드 사용, 특정 무용수 지원 등 각종 의혹에 시달리는 김재철 사장이 무리하게 잔여 인력으로 프로그램 제작을 하다 보니 부작용이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안 그래도 보도 프로그램은 제 기능을 못하고 예능 프로그램은 재미없다는 지적이 늘어가는 가운데 외주 제작된 일부 프로그램은 아예 관심을 끌지 못하며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합니다. 인력 부족으로 성추문 파문이 있었던 제작자가 등용되었다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시청자들은 파업으로 '아이콘'에 대체 투입된 '국장'이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 모릅니다. 다만 방송 현장에서 제작을 총지휘하는 담당 PD 보다는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높은 분'이란 사실 만은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방송경력이 화려하다한들 담당 PD보다는 프로그램 컨셉도 운영방식도 출연자들을 대하는 방식도 잘 모르는는 인물이란 것입니다. '다리 꼬지 말라'는 요구를 아무리 해명한다 한들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는 사실 만은 부인할 수 없으니 요령 부득임에 틀림없습니다. 결국 박주원 소동의 전말은 파업의 여파로 생겨난 필연적인 충돌인 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4.11 국회의원 선거에서 언론의 부재를 실감했다고 합니다. 대안 언론 나꼼수나 인터넷 언론이 아무리 지지받는다 한들 공중파의 위력을 따라가기는 힘듭니다. '초딩 때도 지적받지 안받았던 가장 황당한 주문', '다리 꼬지 말라'는 간섭이 가능한 방송국이라면 또는 아티스트의 연주 자세 조차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콘서트 프로그램이라면 앞으로 다음에도 희망은 없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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