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발인식장에 '사생팬'은 없지만 '사생기자'는 있다?

Shain 2012. 3. 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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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JYJ'의 사생팬들이 논란이 되는가 했더니 어제는 박유천, 박유환 형제가 부친상을 당했단 기사를 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가지도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두가지 불운이 한꺼번에 닥친 모습은 팬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상당히 안쓰럽더군요. '동방신기'나 'JYJ'는 양쪽 모두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연예인들인 반면 박유천과 박유환은 드라마를 통해 몇번쯤 익숙해진 얼굴입니다. 특히 박유천은 드라마 '미스 리플리'의 온화한 왕자님으로 예상 보다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여 인상에 남았던 기억이 납니다. 박유환은 드라마 '계백'에서 잠시 얼굴을 비췄고 '천일의 약속'에서 수애의 동생 역을 맡았던 기억이 나네요.

두 형제 모두 연예인이다 보니 잘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부친상이 전해졌을테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모인 상태에서 장례를 치른다는 게 꽤 고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형식적인 인사 마저 어색한 타인이다 보니 부친상에 관심을 보인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만 무심코 클릭하는 사진 한장 덕분에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장례식장 현장, 그리고 박유천의 눈물과 발인식까지 온라인으로 보게 되는군요. 예전에 많은 연예인들에게 슬픈 일들이 있었고 그때 마다 이런 현상을 보곤 하지만 전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박유천 성균관스캔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 출연 당시의 박유천.


국민장을 치르는 대통령이나 몇몇 유명인들의 경우 애도하는 사람들을 고려해 장례식을 생중계하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그것은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진 고인에 대한 예우 차원의 조치이기도 하고 고인을 조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연예인 개인의 사생활이라 할 수 있는 부친의 장례식을 남들이 지켜본다는 건 보는 쪽에서도 껄끄럽습니다. 장례식을 치르느냐 초췌해진 연예인의 얼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주변의 시선 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그의 얼굴을 친한 사람도 아닌 타인이 사진으로 봐야한다는게 미안하기만 합니다.

최근 사생팬들의 지나친 행동이 문제가 되었던 박유천의 경우 이번에는 사생팬들 조차 장례식에는 나타나지 않기로 합의를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고 합니다. 폭발적인 비난이 쏟아진 그들의 그간 행적을 생각하면 꽤 놀라운 배려를 보여준 셈인대요. 또 예전 연예인들이 사망했을 때 혹은 연예인들이 상을 당했을 때 레드카펫 사진을 찍듯 셔터를 남발하던 연예기자들 역시 예전에 비하면 많이 '점잖아진' 셈입니다. 배우 최진실이나 이은주가 사망했을 때 실시간으로 전달되던 조문 행렬 사진이 보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던 것에 비하면 요즘은 덜하다는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친하던 동료의 죽음에 황망해하고 화장도 제대로 하지 못한 얼굴로 눈물짓는 그들의 모습이 무슨 화제거리라도 되는 양 또는 구경거리인 듯 촬영하던 그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했고 결국 최근에는 장례식장 같은 곳에서는 과한 취재 경쟁을 벌이지 않기로 모종의 약속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약간은 나아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SES 멤버 유진은 자신이 과거 결혼설을 부인했던 이유가 기사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같은 SES 멤버인 바다가 모친상을 당하고 슈는 부친상을 당했던 그때 장례식장에서 기태영과의 결혼설이 터져 일단 부인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동료가 장례를 치르는데 축하를 받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스토커의 무서움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고 합니다. 그 수법과 집요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고 한 사람의 피를 말려죽이려는 듯 집착하는 행동에 피해자는 피가 마를 것처럼 고통스러워 합니다. 일반인들이 그런 괴로움을 호소할 정도인데 화장실가는 것까지 감시당한다는 연예인들은 수없이 많은 '스토킹'에 노출되어 있는 셈입니다. 사생팬들의 행동은 팬이 아니라 범죄이기 때문에 연예인을 따라다니며 사생활을 스토킹하는 그들이 범죄자란 뜻으로 '사생범(私生犯)' 이라 부르자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더이상 사생팬의 문제는 연예인이니 무조건 감수하라고 할 성격의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사이버 범죄나 이런 류 스토킹에 대한 경각심이 약한 편이라 그들을 범법자로 규정하고 처벌한다고 한들 그 처벌 수위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이런 사생'팬'들은 처벌하려면 처벌이라도 할 수 있지만 기자라는 이름의 파파라치나 사생활 취재는 도무지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몇년전에도 일부 여배우들의 집앞에서 진을 치고 사진촬영하던 기자가 물의를 빚었으나 곧 흐지부지되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연예인을 취재하고 사진촬영해도(이제는 그나마 인터뷰 시도는 안해서 다행인가요) 언론의 권력이 무서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이 기자입니다.

스토킹이나 사생팬, 뭐 그런 류의 집착은 예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보답받지 못한 팬심 때문에 연예인을 테러하는 사건은 전세계적으로도 아주 많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60, 70년대에 유명 배우들을 상대로 스토킹을 했던 사례가 제법 많았습니다. 소문을 쉬쉬하던 그 시대의 풍조 때문에 밝혀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인간심리상 한 사람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잘라낼 수는 없겠지요. 다만 인간은 타인의 눈을 무서워하는 존재들이기에 '스토킹'이 범죄이며 사회적 지탄을 받을 행위라는 점을 강조해야 그들의 행동을 약간이나마 억제할 수 있고 그들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기자에게는 그런 '사생' 행동이 용서가 되는데 팬을 자처하는 그들의 행동이 용납되지 않는 것은 뭔가 이상합니다. 부친상을 당한 연예인들을 따라붙어 사진촬영하고 동료가 상중인데도 결혼 소식을 터트리는 행동은 뭔가 도리에 맞지 않는 것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생팬' 보다 더 큰 문제는 '사생기자'들이라며 박유천의 부친상 발인식에는 '사생팬은 없었지만 사생기자는 있었다'고 꼬집습니다. 기자라는 이름의 파파라치와 유사한 사생팬의 행동을 감히 기자들이 비웃을 수 있느냐는 뜻일 것입니다.

일부 팬들에게는 부친상을 당한 박유천 형제의 모습이 궁금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들의 장례식장을 촬영한 사진을 본다고 해서 알 권리가 충족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사진에 안타까워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잠시 사진 때문에 불편했을 당사자 때문에 민망합니다. 최근 비공개로 진행되는 결혼식이 늘어나는 풍경도 어떤 의미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팬들이 먼저 거부하고, 네티즌도 거부하는 그들의 사생활을 애써 뉴스화시킬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수많은 피해를 불러오고 있는 사생팬들의 자기합리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기자들의 취재 경향이 변해야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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