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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박기영 김우현이야 말로 허술한 시스템의 유령

Shain 2012. 7. 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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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딜 가나 CCTV를 볼 수 있습니다. 용인에서는 한 가게의 화분을 절도하던 여성이 CCTV에 촬영되어 화분 주인이 해당 장면을 공개하고 검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일명 '화분녀'로 불리던 이 여성은 인터넷에 자신의 도난 장면이 퍼져나가자 서둘러 자수했다고 합니다. 하다 못해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한적한 시골에도 방범 목적의 CCTV가 설치되어 있으니 그 어떤 곳에서도 감시의 눈길을 피하기는 힘든 시대인가 봅니다. 사생활이 보장되어야하는 목욕탕에도 CCTV가 있어 한때 사람들을 기분나쁘게 하기도 했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완전범죄'는 불가능하단 생각이 듭니다. 각종 CCTV 녹화 영상이 보관되어 있기만 하다면 주요 용의자들의 행적을 쉽사리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추적'은 CCTV로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가끔 익명으로 저지르는 온라인 범죄는 잡히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알고 보면 한 개인의 행적을 온라인에서 완전히 지우기란 불가능합니다. 사용 기록을 비롯한 각종 로그와 이메일 그리고 각각의 계정이 접속한 컴퓨터 ip와 이더넷 어드레스(Ethernet Address) 등 온라인에도 개인의 정보는 무수히 많습니다.

유령처럼 살인사건을 조작하며 박기영의 정체를 추궁하는 조현민. 그 뒤를 쫓는 사람들.

드라마 '유령'의 이야기는 사이버 수사 1팀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각종 사이버 범죄를 '드라마'라는 형식으로 묘사하다 보니 그 세세한 설정이 사실과 일치한다거나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무료 백신 '알약'과 유사해 보이는 세이프텍 백신 프로그램이 각종 주요 정보를 수집한다던가 게임중독자가 임치현(이기영) 검사를 죽이도록 하기 위해 PK라는 닉네임을 가진 게임 아이디를 만들었다는 점, KISA 홈페이지를 통해 ip 주소를 추적하는 모습은 솔직히 엉성해 보이기까지 합니다만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오프라인 세상을 농락하는 사이버 범죄의 무서움을 알리기엔 충분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는 그 보이지 않는 '유령'의 정체를 밝혀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드라마 첫회에서 살해된 톱스타 신효정(이솜) 사건의 배후엔 정체불명의 거물이 있었습니다. 사이버 수사대에서 일하는 김우현(소지섭)과 베테랑 형사 권혁주(곽도원)는 16회가 방영된 지금에서야 조현민(엄기준)의 정체를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해커들을 배후 조정하며 경찰에 내부스파이까지 심어놓은 세강그룹 조현민은 각종 살인 사건의 진범이면서도 그 실체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현민은 증거가 잡히지 않을 뿐 적어도 '유령'은 아닙니다.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될 수 있는 유령 김우현

김우현, 유강미(이연희)가 처음 조현민에 대해 수사할 때는 모든 것이 미궁이었습니다. 신효정을 죽인 조현민은 세계지도가 그려진 시계를 차고 있다는 점 이외에는 단서가 없었습니다. 박기영은 유강미에게 자신은 팬텀에게 메일을 받아 이 일에 개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정체불명의 동영상 속에서 미지의 중년남자가 살해되고 그 장면을 김우현이 보고 있었으며 김우현과 박기영(최다니엘)은 그 동영상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박기영을 죽이려던 김우현까지 죽자 유강미와 박기영은 신효정의 죽음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시청자들은 알고 사이버수사대의 사람들은 모르는 비밀. 즉 조현민이 아버지 조경문(전인택)의 자살과 연루된 사람들을 하나둘씩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사이버 수사대는 정확히 모르고 있습니다. 어렴풋이 과거 조경신(명계남)이 조경문의 세강그룹을 빼앗을 때 있었던 사건이 사망사건들과 관계있음을 짐작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이버텍에서 근무하던 염재희(정문성)나 조현민을 측근에서 돕는 문전무(박지일) 등은 모종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짧은 시간 안에 세강을 차지한 비결은 '해킹'이라는 최첨단 수단입니다.

유령처럼 은밀하지만 유령이 될 수 없는 조현민 같은 수법으로 당한다.

아직 그룹의 총수가 되기엔 너무나 젊어 보이는 조현민이 사람들을 움직인 방법은 '정보'입니다. 타겟으로 삼은 인물이 있으면 경찰, 검찰에 설치한 세이프텍 백신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그들의 약점을 찾아낸 뒤 자신의 뜻대로 움직입니다. 조현민에게 정보는 무기이자 힘입니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온라인에서 꼼꼼하게 움직이는 그는 '유령'이라 불릴만 합니다. 주가 조작을 이용해 특정인물을 자살하게 하고 아들을 살리기 위해 조경신이 자살을 선택하게 만드는 그는 자신의 손에 직접 피를 묻히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조현민은 절대로 유령이 아닙니다. 신효정과 함께 남상원(문태원)이 살해된 그 장소로 향했던 조현민의 모습은 CCTV에 선명하게 찍혔습니다. 남상원이 죽던 그날 외국에 갔던 것으로 위장했지만 그는 유령이 아니기에 꼬리를 잡힐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 그 어디를 간다고 해도 해킹에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 해도 조현민은 증거를 지울 수는 있어도 '유령'이 될 수는 없습니다. CK전자의 세이프텍 초기 백신 프로그램이 비서의 컴퓨터에 남아있던 것처럼 임치현이 부장검사(안익태)에게 고백하려 했던 것처럼 어디선가 흔적이 찾아진다는 것입니다.

박기영과 김우현은 이미 어떤 의미로 보나 유령이다.

반면 조현민과 맞서고 있는 김우현 즉 김우현으로 외모를 위장하고 있는 박기영은 유령입니다. 그는 공식적으로 사망처리되었고 박기영의 진짜 정체였던 하데스라는 해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걸로 알려져있습니다. 동료인 유강미, 권혁주와 처음부터 우현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던 조현민 말고는 그가 박기영이라 의심할 사람도 없습니다. 김우현 행세를 하는 박기영의 놀라운 실력에 감탄하던 조현민은 예전에 사귀던 사람이라며 구연주(윤지혜)를 붙여놓았지만 그가 박기영이란 확실한 심증을 가진 건 '팬텀'이란 아이디 때문이었습니다.

김우현도 마찬가지로 존재가 불완전한 유령입니다. 공식적으로 사이버 수사대의 팀장인 그는 한 아이의 아버지와 김석준(정동환)의 아들이지만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가 살아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은 건 유강미가 치과기록을 바꿔치기 했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죽은 사람이라니 이거야말로 시스템의 유령이고 허깨비인 셈입니다. 진짜 삶과 죽음 앞에서 사람들이 믿고 있는 기록이나 증거가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진짜로 죽은 사람도 살아있게 만들 수 있고 산 사람도 죽게할 수 있다니 시스템이 허술하단 증거이기도 합니다.

결국은 진짜 유령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싸움이다.

'해커'는 각종 온라인 보안시스템의 약점을 파고들어 각종 정보를 취한다는 점에서 각종 시스템의 헛점을 파고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현민과 박기영은 그런 해킹의 이점을 이용한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해킹을 통해 서로를 공격하고 있기도 합니다. 박기영이 경찰대에 재학하던 당시 알아낸 세강그룹의 비리, 조현민이 복수하고자 쥐고 있는 과거의 비밀, 조경문 회장과 우현의 아버지 김석준의 비밀도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현민과 박기영의 겨루기 과정을 통해 곧 전말이 드러날 것입니다. 김우현이 조현민에게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 건 박기영이 조현민 보다 한수위에 있다는 점입니다. 해킹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아무리 검찰, 경찰이 조현민에게 장악되었더라도 박기영은 존재 자체를 지운 진짜 유령입니다. 조현민은 세강그룹 회장이라는 위치 때문이라도 살아있는 사람일 수 밖에 없구요. 이 더운 한 여름에 살아있지도 죽지도 않는 유령같은 존재 보다 무서운 것은 없겠죠. 그러고 보면 한 사람에 대한 각종 정보를 기록한 온라인 상의 기록도 문서에 기록된 사망선고도 모두 믿을 수 없다는 건 엄청난 공포가 될 것같네요. 진짜 유령 박기영이 조현민 스스로 그 공포에 사로잡히도록 만드는 건 아닐지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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