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사고많은 MBC, 올림픽 중계는 예능이 아니라 뉴스다

Shain 2012. 8. 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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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아닌 외국에서 생방송으로 중계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방송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지 문화를 잘 몰라 일어나는 일도 있고 상황통제가 되지 않다 보니 벌어지는 우발적 사고도 있습니다. 최근 올림픽 중계로 MBC 방송국이 자주 구설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방송국 역시 한두가지 방송사고는 있었습니다. MC 김제동이 영국에서 제작한 SBS '힐링캠프'의 경우 눈찢어진 동양인을 조롱하는 듯한 외국인이 카메라에 잡혔으며 한국 축구 승리 후 SBS '모닝와이드'에서 방영된 현장 화면에선 손가락 욕을 하는 영국인이 가감없이 한국에 중계되기도 했습니다.

'미녀들의 수다'로 유명해진 에바가 리포터로 활약한 그 프로그램 일명 '런던와이드'에서 한 안경쓴 영국인이 카메라에 손을 들어 '브이'를 그려보였는데 영국에서 손등을 보이며 '브이'를 하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욕설이라 합니다. 런던 하이드파크에 모인 현장의 시민들은 영국이 8강전에서 패배하자 한국인들을 향해 나름의 분노를 표시한 것이겠지만 한국 방송 입장에서는 꽤 강력한 테러였고 방송사고인 셈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당시의 상황이 돌발 상황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 시청할 수 밖에 없습니다.

MBC 뿐만 아니라 SBS와 KBS에서도 방송사고는 분명 있었다.

MBC, KBS, SBS 세 개 방송사 중에서는 그래도 KBS가 지금까지 가장 안정적으로 올림픽 방송을 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세 개 방송사 중 가장 '연륜'이 오래된 곳답게 그리고 각종 스포츠 중계의 경력자들이 포진해있는 방송국답게 가장 무난한 중계를 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재미있다'고는 못하지만 믿을만하고 사고가 가장 적다는 건 충분히 인정해줄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KBS 마저도 신아람 선수의 국적을 잘못 표기하는 방송사고를 터트려 안 그래도 신아람 선수 오심 사건으로 민감해진 국민감정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신아람 선수에겐 오심 논란으로 억울하게 탈락한 선수라는 생각 때문에 국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럴 때 같은 나라 국민이라는 게 큰 위로가 될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그런 때에 신아람 선수의 국적을 'CHN(중국)'으로 표시하고 오성홍기를 그려넣은 건 눈에 띄는 실수일 수 밖에 없었던 듯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도 아닌 먼나라 영국에서 중계하는 올림픽 중계에 사소한 한두가지 실수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스포츠 경기를 보다가 감정적으로 격해졌다 해도 평소같으면 작은 방송사고는 관대하게 넘겨줬을 수도 있는 국민들입니다.

반면 MBC는 요즘 '방송사고 전문' 방송사로 악명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구설에 자주 올라 권재홍 앵커까지 런던 현장으로 달려갔다는 MBC는 각종 사고 '방송사고' 소식이 언론에 등장할 때 마다 이번에는 우리가 또 어떤 잘못을 했을까 싶어 긴장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강경한 노조 파업 이후 유능한 제작진이 '런던올림픽' 제작에 다수 참여하지 못했고 또 미운털 박힌 사장이 물러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눈총받는 방송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MBC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 유독 눈에 띕니다.

각종 방송사고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MBC 근본적인 컨셉이 문제다.

선수들의 이름을 잘못 표기한 자막사고는 벌써 공식 거론된 것만해도 두 건이고 최근엔 방송현장을 통제하지 않는 초보적인 실수도 저질렀습니다. '평영'을 '평형'이라 표기하고 '양궁'을 '양국'이라 표기한 정도는 정말 애교 중의 애교입니다. 8월 2일에는 유도의 송대남 선수를 '문대남'으로 표기하는가 하면 8월 5일에는 축구팀의 구자철 선수를 '이범영'으로 표기해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방송 담당자가 해당 선수들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런가 하면 런던에서 생방송 중이던 원자현 리포터 앞에 지나가던 사람이 그대로 카메라 앞에 촬영되어 화면 일부가 컴컴해지는 방송사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다른 방송사도 한두가지 실수 정도는 저질렀으니 이 정도는 경험 미숙에 의한 '작은' 실수 아니냐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꼼꼼한 올림픽 중계 보다 '노이즈 마케팅'에 몰입한 듯한 그들의 태도, MBC 방송국 전체의 올림픽 방송컨셉을 보면 이것은 이미 예정된 사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최근 올림픽 하이라이트를 방송하는 리포터 '원자현'은 구설에 자주 오릅니다. 아름다운 외모에 노출이 강조된 원피스로 TV 화면을 사로잡은 그녀는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어제는 '시덥잖은 몸매' 운운하는 한 트위터리안의 발언 때문에 원자현 리포터가 '시덥잖은 몸매에 관심 꺼달라'는 멘트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경기 보다 눈길이 가는 그녀의 노출 패션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녀의 출연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분명 공존하고 있는 듯합니다. 원자현은 양승은 아나운서의 모자 패션 만큼이나 화제거리입니다.

연일 뉴스 내용 보다 더 구설에 오르는 그녀들의 복장.

모자만 17개를 준비해서 런던으로 날아갔다는 양승은 아나운서의 복장은 본인의 고집이라기 보단 방송사에서 결정한 컨셉이었던 모양입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장소가 영국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의상의 특징을 잡고 모자 패션을 셋팅한 모양인데 그러고 보면 양승은이 썼던 비슷한 '딤섬 모자'를 영국 왕족 누군가가 썼던 거 같기도 합니다. 아마 쇼프로그램에서 그런식의 복장으로 어나운스를 했다면 그럭저럭 '센스있다'는 평가를 내려줬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녀들의 '의상 논란'이 근본적으로 거부당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단순히 김재철 사장이 미운 시청자들의 생트집일까요?

문제는 MBC가 올림픽 중계 방송의 컨셉을 '예능'으로 잡았다는데 있습니다. 즉 올림픽 스포츠 현장을 중계하거나 정확한 사실 보도에 주의를 기울이기 보다 선정적이고 화제거리를 만들고 오락프로그램처럼 예능감을 선보이는 컨셉으로 진행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모자를 선택하는데 쏟는 정성이나 원자현의 원피스를 고를 때 쓴 정성의 반 만큼만 자막에 신경썼더라도 이 정도 실수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리란 게 논점입니다. 이런 '예능 컨셉'은 올림픽 방송 초기부터 많은 논란거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위대한 탄생' 진행자들을 출연시킨 그때부터 말입니다.

'위대한 탄생'이란 오디션 프로그램은 제작 초기에 타사 프로그램을 카피한 급조 프로그램이란 지적을 자주 받았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가수들이 실력파들이란 점은 인정한다 쳐도 MBC가 유난히 그들을 다른 프로그램에 '끼워넣기'하려 애쓴다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을 듯합니다. MBC 노조없이 런던행이 결정된 이번 올림픽 중계에서도 그들의 활약은 '눈부셨습니다'. 배수정의 '영국인' 발언도 문제지만 박은지 리포터가 손진영에게 '고인' 운운한 이상한 농담도 보는 사람들을 당황시켰습니다. 박은지는 손진영이 고 손기정 선수가 보고 싶다는 발언을 하자 '언젠간 보시겠죠. 보시면 제 안부 좀 전해주세요'라는 멘트를 합니다.

'런던 엄친딸', '미녀복식조'같은 쇼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자막을 연발하고 또는 개막식에서 '가나'의 선수들이 입장하자 '예수가 처음으로 기적을 행한 곳'이란 발언을 하는가 하면 상대국가 선수가 부상을 당하자 '아주 좋은 상황'이라는 무개념 멘트를 연발하는 등 MC의 자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정확한 사실 전달이나 실수없는 방송에 매진하기 보다 어떻게든 남들 보다 '튀고' 보기에 '자극적인' 방송을 하고자 했다는 점이 그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것입니다. 어느 어느 나라가 메달을 땄고 언제 경기가 열린다는 기본적인 사실 전달 보다 진행자의 의상이 먼저 구설에 오르는 게 당연했던 것입니다.

8월 6일 공식사과를 예고했지만 사과대신 선택한 건 '다시보기' 삭제와 조작이다.

뉴스 프로그램에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 이는 보도국 전체가 고개를 숙여야할 창피한 일입니다. 그러나 MBC는 뒷수습 조차 프로답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7월 27일 '조작 방송' 논란을 '실무적인 실수'로 운운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위에 거론된 자막 사고나 방송사고 중에도 사과한 것은 몇 되지 않습니다. '다시보기' 서비스를 삭제하거나 해당 자막을 회색처리한 것이 전부입니다. 마치 삼류 연예 프로그램에서나 진행할 듯한 박태환 선수 실격 관련 인터뷰 진행이나 실격시킨 사람이 '중국심판'이었다는 오보도 여태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뉴스' 자막 사고를 일개 쇼프로그램 자막사고와 동일하게 여기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전달'을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이고 중계였다면 오보와 잘못된 사실을 전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는 보도 프로그램의 명백한 의무이자 기본자세지만 일련의 방송사고나 자막 사고 이후 재빨리 사과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MBC 주장에 의하면 단한번 사과 방송을 했다고 하지만 그조차 보지 못한 시청자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MBC 파업 채널 블로그의 기사 내용을 일부 인용하자면 '양승은 아나운서의 모자 논란에 대해서는 황용구 보도국장 등 보도국 수뇌부가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한 결과라며 흡족해했다는 황당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올림픽 중계 방송 컨셉을 '예능'으로 설정했을 때부터 스포츠 중계 보다 아나운서들의 의상을 중요시 여길 때부터 이미 논란은 예고되어 있던 일입니다.  한 나라의 대표로 훌륭히 선전하고 온 선수들의 이름을 잘못 올리는 건 해서는 안되는 실수였다는 뜻입니다. 그런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올림픽 중계는 절대로 예능이 아닙니다. MBC는 이 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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