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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맏손녀가 아니라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일흔 가까운 나이 차이가 납니다.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초기에 태어나 광복을 지켜보고 6.25전쟁까지 몸소 겪으신 분입니다. 한때 경성과 만주를 오가며 바쁜 세월을 살기도 하셨다는 할아버지는 종종 손주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습니다. 환갑이 다 되신 이후에는 집에서 어릴 때부터 배웠던 한학을 공부하셨는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때로 외국서적을 구해오고 이런 저런 시사 잡지를 가리지 않고 읽고 때로는 어릴 때부터 살았던 고향 동네의 오래된 이야기를 학자들에게 고증해주기도 하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말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공출'이나 '징용', '보국대', '황민화'같은 단어들 말입니다. 가을만 되면 농사지은 곡식을 싹싹 긁어가는 공출로 먹을 양식이 남지 않아 굶는 백성도 있었고 전쟁을 일으킨 후에는 드라마 '각시탈'에서 묘사된 것처럼 쇠붙이란 쇠붙이는 다 빼앗아 갔습니다. 젊은이들을 탄광이나 군대로 강제 징용하여 길에서 젊은이는 볼 수가 없었고 젊은이가 아닌 장년층은 '보국대'로 끌려갔습니다. 우리가 과거에 '정신대'라 부르던 '여자 공출' 때문에 여자아이들이 나이차기전에 일찍 시집보내는 풍경까지 생겼습니다.
'황민화(皇民化)'란 조선의 백성들을 황국의 신민으로 만든다는 뜻으로 이를 위해 창씨개명과 일본어 사용을 강제하고 집회마다 일본 천황만세 구호를 부르게 하고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등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말은 내지(內地) 즉 일본과 조선은 하나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내지(內地)'란 안쪽 땅을 뜻하는 말인데 일본의 입장에서 내지란 바로 종주국인 일본을 뜻합니다. 즉 식민지로 점령한 나라와 자신들의 나라를 구분하기 위해 '내지'와 '외지'란 표현을 쓴 것입니다.
당시 일본은 정책적으로 조선사람들에게 '일본'이란 표현 대신 '내지'란 표현을 쓰고 조선을 '반도'라 부르기를 강요했다고 합니다. '각시탈'의 이강토(주원)이 기무라 슌지(박기웅)에게 '나는 일본인'이란 표현 대신 '나는 뼛속까지 내지인'이란 말을 쓴 것은 그때의 상황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연인 오목단(진세연)을 슌지에게 언급할 때는 '그깟 반도인 계집'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키쇼카이에 살해당한 콘노(김응수) 국장도 '조센징'이란 말을 쓰지 않고 '반도인'이란 표현을 씁니다. 그러고 보면 조선이나 대한제국은 당시 이미 일본에 합병되고 없는 나라이니 일본인들은 굳이 '조선'이란 표현을 쓸 이유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신문기사를 찾아보면 '반도인(半島人)'이란 표현을 수없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내선일체를 강조하며 조선의 전쟁 참여를 독려하던 1930년대 말엔 그 사용빈도가 몇배 증가했는데 이 '반도인'이란 표현을 한국의 소위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적극 사용하며 황민화를 부르짖는 모습은 지금 봐도 어이가 없습니다. 반면 '본토' 일본인들은 조센징이란 표현 대신 '반도인'이란 표현으로 조선 사람들을 한껏 멸시하고 차별하곤 했습니다. 우리 나라가 광복을 맞은 후에도 공식석상에서 한국을 반도라 지칭하고 한국인을 '반도인'이라 부르는 일본인들이 사회 문제가 되곤 했습니다.
'반도'라는 표현 자체는 지리적으로 삼면이 바다인 땅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한반도라던가 이탈리아 반도, 발칸 반도같은 중립적인 표현은 아무 문제가 될 것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우리를 '반도'라 부를 때는 자신들은 내지이고 식민지인 한국은 '반도'라는 뜻이며 구세대 일본인들이 습관적으로 불러왔던 걸 지금까지 그리 쓰고 있는 것입니다. 80년대까지도 일본에 간 유학생들이 '반도인'이라 차별당하며 무시당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곤 했습니다. 그들이 줄기차게 사용해온 '반도'라는 말 자체에 아무 뜻이 없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내지'가 아닌 '반도'란 뜻이니까요.
광복 이후 우리 나라 사람들은 미약하지만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국민학교'라는 명칭이나 '국민교육헌장'같은 것들이 사라진 것이 최근이고 한때 신문 계몽을 통해 '반도'나 '반도인'이란 표현을 쓰지 말자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람이 자신들 스스로를 '반도인'이라 부르는 건 일본의 속국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죽어간 적파(반민정)같은 독립투사들이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힘겹게 노력했는데 우리는 왜 스스로를 '반도인'이라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반도'와 관련된 또다른 말로 '반도 사관'이란 것이 있습니다. 식민사관의 일종인 이 반도사관은 한국 역사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의 특징을 반영했다는 뜻입니다. 한반도에 사는 백성들의 뜻 보다는 대륙 세력인 중국과 해양 세력인 일본에 의해 국가의 운명이 결정되었다는 일종의 수동적 역사관입니다. 마치 '우생학'을 보는 듯한 이 '반도사관'을 주장한 사람들은 이 지리적 특성을 때문에 한국인들은 타고나게 사대주의 민족성이 있으며 이 때문에 식민 지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합니다.
이런 저런 근거를 대고 논리적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말하자면 이 식민사관의 본질은 '너희 조선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비하적 성격이 내포된 주장입니다. O형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너그럽고 A형은 소심하다는 혈액형 성격론 만큼이나 지리적 특징이 민족성을 결정짓는다는 입장은 지극히 일본중심적인 생각입니다. 이런 반도사관을 널리 퍼트려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고 옹호했다는 건 끔찍한 일입니다. 대륙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반도에서 태어난 사람들, 열도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민족성이 달라 어쩔 수 없다는 걸 쉽게 수긍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그러나, 요즘 네티즌들에겐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어제 다음 메인을 보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누군가가 올린 '흔한 반도의 XX집'이란 글이 메인에 링크되어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뉴스를 '대륙의 흔한~'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주 보았지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뉴스까지 '반도의 흔한 ~'이라고 표현한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2ch를 비롯한 일본 사이트에서 한국을 비하하기 위해 '반도'라는 표현을, 일제강점기 때처럼 쓰고 있단 말은 들었지만 그걸 한국인들까지 쓰고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일본 사람들이야 어릴 때부터 어른들의 '내지와 반도'라는 표현을 듣고 자랐으니 옛날처럼 한국의 지리적 특징을 꼬집어 '반도'라고 지칭하는게 당연하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왜 과거에 없애려고 했던 '반도'라는 표현을 굳이 쓰고 있는지 이해도 가지 않거니와 자기비하적인 뜻이 내포된 그 말이 과거에 어떻게 쓰인 말인지 알고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각시탈'의 콘노와 기무라 타로(천호진), 기무라 슌지가 '반도인'을 어떻게 처분하는지 보고도 그런 말을 쓸 생각이 들까요. 이게 '웃자고 했는데 죽자고 덤빈다'고 따질 문제일까요?
일본 우익들이 종종 '반도땅'을 이야기할 땐 그건 과거의 습관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한국이 자신들의 식민지란 뜻으로 그렇게 쓰는 것입니다. 또 따지고 보면 '반도'라는 말 즉 '반섬'이라는 말은 지극히 일본중심적인 단어이기도 합니다. 자기들은 '완전한 섬'인데 한국은 '반쪽자리 섬'이라고 표현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대륙의 끝부분에 있는 땅을 굳이 '섬이 되다만 땅'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습니다. '내지인'이란 표현 만큼이나 문화적인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천황'이란 표현을 써주고 있는데 말입니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 여기저기에서 오랫동안 '반도'라는 표현을 쓰지 말자는 주장과 써도 괜찮다는 주장이 맞서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 중에는 '반도'가 한국 비하적인 표현이라는 근거가 대체 어디 있느냐는 질문도 합니다. 일제강점기가 한참 지나 한국인들 중에는 내선일체가 무엇인지 왜 조상들이 일본 사람들에게 반일감정을 가졌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지리적 특징을 의미하는 반도라는 말 자체에 큰 뜻을 두지 말자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굳이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나라를 뜻하는 말을 두고 남들이 우리의 지리적 특징을 운운할 때 쓰는 '반도'라는 말을 써야하는건지 그 부분은 한번쯤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요?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말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공출'이나 '징용', '보국대', '황민화'같은 단어들 말입니다. 가을만 되면 농사지은 곡식을 싹싹 긁어가는 공출로 먹을 양식이 남지 않아 굶는 백성도 있었고 전쟁을 일으킨 후에는 드라마 '각시탈'에서 묘사된 것처럼 쇠붙이란 쇠붙이는 다 빼앗아 갔습니다. 젊은이들을 탄광이나 군대로 강제 징용하여 길에서 젊은이는 볼 수가 없었고 젊은이가 아닌 장년층은 '보국대'로 끌려갔습니다. 우리가 과거에 '정신대'라 부르던 '여자 공출' 때문에 여자아이들이 나이차기전에 일찍 시집보내는 풍경까지 생겼습니다.
이강토를 키쇼카이에 넣자는 말에 반대하는 기무라 타로. 반도인과 조센진은 비하표현이었다.
'황민화(皇民化)'란 조선의 백성들을 황국의 신민으로 만든다는 뜻으로 이를 위해 창씨개명과 일본어 사용을 강제하고 집회마다 일본 천황만세 구호를 부르게 하고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등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말은 내지(內地) 즉 일본과 조선은 하나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내지(內地)'란 안쪽 땅을 뜻하는 말인데 일본의 입장에서 내지란 바로 종주국인 일본을 뜻합니다. 즉 식민지로 점령한 나라와 자신들의 나라를 구분하기 위해 '내지'와 '외지'란 표현을 쓴 것입니다.
당시 일본은 정책적으로 조선사람들에게 '일본'이란 표현 대신 '내지'란 표현을 쓰고 조선을 '반도'라 부르기를 강요했다고 합니다. '각시탈'의 이강토(주원)이 기무라 슌지(박기웅)에게 '나는 일본인'이란 표현 대신 '나는 뼛속까지 내지인'이란 말을 쓴 것은 그때의 상황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연인 오목단(진세연)을 슌지에게 언급할 때는 '그깟 반도인 계집'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키쇼카이에 살해당한 콘노(김응수) 국장도 '조센징'이란 말을 쓰지 않고 '반도인'이란 표현을 씁니다. 그러고 보면 조선이나 대한제국은 당시 이미 일본에 합병되고 없는 나라이니 일본인들은 굳이 '조선'이란 표현을 쓸 이유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신문기사를 찾아보면 '반도인(半島人)'이란 표현을 수없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내선일체를 강조하며 조선의 전쟁 참여를 독려하던 1930년대 말엔 그 사용빈도가 몇배 증가했는데 이 '반도인'이란 표현을 한국의 소위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적극 사용하며 황민화를 부르짖는 모습은 지금 봐도 어이가 없습니다. 반면 '본토' 일본인들은 조센징이란 표현 대신 '반도인'이란 표현으로 조선 사람들을 한껏 멸시하고 차별하곤 했습니다. 우리 나라가 광복을 맞은 후에도 공식석상에서 한국을 반도라 지칭하고 한국인을 '반도인'이라 부르는 일본인들이 사회 문제가 되곤 했습니다.
그들이 '반도인'에게 시킨 일은 고작 이런 것이었다. '각시탈'에 등장한 위안부 소녀.
'반도'라는 표현 자체는 지리적으로 삼면이 바다인 땅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한반도라던가 이탈리아 반도, 발칸 반도같은 중립적인 표현은 아무 문제가 될 것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우리를 '반도'라 부를 때는 자신들은 내지이고 식민지인 한국은 '반도'라는 뜻이며 구세대 일본인들이 습관적으로 불러왔던 걸 지금까지 그리 쓰고 있는 것입니다. 80년대까지도 일본에 간 유학생들이 '반도인'이라 차별당하며 무시당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곤 했습니다. 그들이 줄기차게 사용해온 '반도'라는 말 자체에 아무 뜻이 없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내지'가 아닌 '반도'란 뜻이니까요.
광복 이후 우리 나라 사람들은 미약하지만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국민학교'라는 명칭이나 '국민교육헌장'같은 것들이 사라진 것이 최근이고 한때 신문 계몽을 통해 '반도'나 '반도인'이란 표현을 쓰지 말자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람이 자신들 스스로를 '반도인'이라 부르는 건 일본의 속국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죽어간 적파(반민정)같은 독립투사들이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힘겹게 노력했는데 우리는 왜 스스로를 '반도인'이라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반도'와 관련된 또다른 말로 '반도 사관'이란 것이 있습니다. 식민사관의 일종인 이 반도사관은 한국 역사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의 특징을 반영했다는 뜻입니다. 한반도에 사는 백성들의 뜻 보다는 대륙 세력인 중국과 해양 세력인 일본에 의해 국가의 운명이 결정되었다는 일종의 수동적 역사관입니다. 마치 '우생학'을 보는 듯한 이 '반도사관'을 주장한 사람들은 이 지리적 특성을 때문에 한국인들은 타고나게 사대주의 민족성이 있으며 이 때문에 식민 지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합니다.
누군가는 '반도'라는 호칭 대신 '대한민국'을 되찾기 위해 죽었는데.
이런 저런 근거를 대고 논리적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말하자면 이 식민사관의 본질은 '너희 조선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비하적 성격이 내포된 주장입니다. O형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너그럽고 A형은 소심하다는 혈액형 성격론 만큼이나 지리적 특징이 민족성을 결정짓는다는 입장은 지극히 일본중심적인 생각입니다. 이런 반도사관을 널리 퍼트려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고 옹호했다는 건 끔찍한 일입니다. 대륙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반도에서 태어난 사람들, 열도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민족성이 달라 어쩔 수 없다는 걸 쉽게 수긍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그러나, 요즘 네티즌들에겐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어제 다음 메인을 보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누군가가 올린 '흔한 반도의 XX집'이란 글이 메인에 링크되어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뉴스를 '대륙의 흔한~'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주 보았지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뉴스까지 '반도의 흔한 ~'이라고 표현한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2ch를 비롯한 일본 사이트에서 한국을 비하하기 위해 '반도'라는 표현을, 일제강점기 때처럼 쓰고 있단 말은 들었지만 그걸 한국인들까지 쓰고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일본 사람들이야 어릴 때부터 어른들의 '내지와 반도'라는 표현을 듣고 자랐으니 옛날처럼 한국의 지리적 특징을 꼬집어 '반도'라고 지칭하는게 당연하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왜 과거에 없애려고 했던 '반도'라는 표현을 굳이 쓰고 있는지 이해도 가지 않거니와 자기비하적인 뜻이 내포된 그 말이 과거에 어떻게 쓰인 말인지 알고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각시탈'의 콘노와 기무라 타로(천호진), 기무라 슌지가 '반도인'을 어떻게 처분하는지 보고도 그런 말을 쓸 생각이 들까요. 이게 '웃자고 했는데 죽자고 덤빈다'고 따질 문제일까요?
우리는 왜 멀쩡한 나라 이름 대신 '반도'라는 애매한 표현을 쓸까.
일본 우익들이 종종 '반도땅'을 이야기할 땐 그건 과거의 습관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한국이 자신들의 식민지란 뜻으로 그렇게 쓰는 것입니다. 또 따지고 보면 '반도'라는 말 즉 '반섬'이라는 말은 지극히 일본중심적인 단어이기도 합니다. 자기들은 '완전한 섬'인데 한국은 '반쪽자리 섬'이라고 표현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대륙의 끝부분에 있는 땅을 굳이 '섬이 되다만 땅'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습니다. '내지인'이란 표현 만큼이나 문화적인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천황'이란 표현을 써주고 있는데 말입니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 여기저기에서 오랫동안 '반도'라는 표현을 쓰지 말자는 주장과 써도 괜찮다는 주장이 맞서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 중에는 '반도'가 한국 비하적인 표현이라는 근거가 대체 어디 있느냐는 질문도 합니다. 일제강점기가 한참 지나 한국인들 중에는 내선일체가 무엇인지 왜 조상들이 일본 사람들에게 반일감정을 가졌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지리적 특징을 의미하는 반도라는 말 자체에 큰 뜻을 두지 말자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굳이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나라를 뜻하는 말을 두고 남들이 우리의 지리적 특징을 운운할 때 쓰는 '반도'라는 말을 써야하는건지 그 부분은 한번쯤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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