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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퀸, 일문의 유전자 검사 조작 대놓고 뻔한 수법을 쓰다니

Shain 2012. 10. 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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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메이퀸'을 시청하는 이유는 일단 그 시간대 방영되는 드라마 중 가장 재미있고 극중에 등장하는 대륙붕 탐사 즉 '칠광구'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할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장도현(이덕화)은 분명 윤학수(선우재덕)와 강산(김재원)의 아버지 강윤이 연구하던 '칠광구'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종 석유와 가스가 묻혀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실제로 1986년 개발이 중단된 적이 있다고 하죠.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협약이 종료되는 2028년엔 국제 영토분쟁지역이 될 거라고 합니다.

전에도 포스팅한 적 있듯 '메이퀸'의 기본 이야기 구조는 '다섯손가락'같은 기타 복수극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출생의 비밀과 복잡하게 얽힌 삼각관계 그리고 재벌들 간의 재산싸움이나 끔찍한 살인 사건 등 이야기의 전개는 다른 통속극들과 비슷비슷하지만 '메이퀸'을 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동안 다른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은 드릴십이나 프로펠러 제작, 조선사업같은 선박회사 이야기 그리고 칠광구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아직까지는 이 정도면 머리아프지 않은 수준에서 적절히 소재를 배합했다고 볼 수 있죠.

'메이퀸'은 이 두 사람이 드릴십을 만드는 이야기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아무리 연기자 김재원이나 재희의 매력이 아무리 남달라도 이런 극본의 밑바탕이 없으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긴 불가능할 것입니다. 즉 적당히 '막장 드라마' 포맷을 추구하면서도 흥미로운 소재를 적절히 섞은게 이 드라마의 매력인 셈입니다. 칠광구와 선박회사 이야기를 다룬 진지한 드라마를 한편쯤 보고 싶기도 하지만 가볍고 흥겨운 이야기를 원하는 주말 드라마의 특징상 그런 대작은 만나기 힘들테고 '메이퀸' 정도면 충분히 볼만한 드라마란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 드라마 치고 구설에 오르지 않은 드라마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다 싶으면 막장이고 잘 만들었다 싶으면 연기자가 말썽이고 거기다 PPL이 과다하지 않은 드라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메이퀸'은 아예 지역 PPL 드라마인데다 극중에도 치킨이나 음식점같은 여러 PPL 업체의 물품이 자주 등장합니다. '다섯손가락'은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냉장고, 화장품 등이 연속적으로 등장할 정도입니다. 걸핏 하면 PPL에 연기력 논란에 막장 평가를 받는 드라마들이 워낙 많으니 간단한 '막장' 설정 정도는 요샌 가볍게 넘어가는 것같기도 합니다.

'메이퀸'은 막장코드를 충분히 잘 섞어 놓았다.

겹사돈이나 삼각관계는 이제 지적하는 사람도 드물고 출생의 비밀도 잘 활용하면 '괜찮다'는 반응이 더 많죠. 문제는 간단히 한두개씩 사용하면 봐줄만한 이런 '막장 코드'를 여러개 남발하는 경우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요즘 막장 드라마의 최고봉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그대 없인 못살아'입니다. 자극적인 설정을 담백하게 한두가지 섞었으면 좋았을 걸 고춧가루, 소금, 후추를 마구마구 뿌린 쓰레기 요리처럼 너무 많은 막장코드를 사용해 보는 사람들을 질리게 합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내 친딸이란 설정은 정말 어이가 상실할 정도입니다.

'메이퀸'도 초반에는 조달순(금보라)같은 악질 계모나 친딸인줄도 모르고 해주(김유정)의 뺨을 때리는 이금희(양미경) 등 그런 막장 설정을 반복하나 싶었습니다만 요즘은 좀 추춤합니다. 창희(재희)와 해주(한지혜)의 이별 그리고 강산(김재원)의 복수와 천지조선을 비롯한 선박회사와 칠광구같은 굵직한 미스터리들이 주된 이야기거리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어졌다는 평입니다. 문제는 간간이 등장하는 장일문(윤종화)의 DNA 검사결과 조작같은 설정입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조작'이라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죠?

이미 다른 드라마에서 자주 써먹은 '유전자 검사 결과 조작' 금희는 두번째로 유진의 유품을 버린다.

'그대 없인 못살아'는 지은(소유진)은 서인혜(박은혜)가 민재희(정애리)의 친딸이란 걸 알자 연구소에 침입해 검사 결과를 조작합니다. SBS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그래도 당신'에서도 유전자 검사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바꿔치기하는 내용이 등장한다고 하더군요. 친자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게 유전자 검사이고 그 결과에 따라 친부모와의 인연이 결정되는데 제 3자가 개입해서 이걸 그리 쉽게 바꿔버릴 수 있다면 누가 그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너무 식상한 설정인데다 짜증을 유발하는 막장코드입니다.

물론 조달순이 이금희를 직접 찾아가 해주가 당신딸 유진이라며 털어놓으면 해주와 금희의 친자관계는 생각 보다 쉽게 드러날 수도 있겠지만 극적 긴장감을 끌어내기 위해 '유전자 검사 결과 조작'을 이용한 건 솔직히 좀 너무했다 싶습니다. 장일문은 안 그래도 충분히 계모 이금희에게 반감을 가진 상태이고 두 사람이 갈등하는 장면으로 수차례 그런 부분은 드러나 있었습니다. 실제 유전자 검사를 조작해서 각종 범죄에 이용했다는 기사도 있고 보면 드라마에서 이런 설정을 남발하는게 영 보기 불편하기도 하구요.

드릴십을 만들어야하는 이유가 생긴 해주와 강산. 장도현과 그들의 이야기가 핵심.

공교롭게도 세 드라마가 모두 유전자 검사 결과 조작이라는 설정을 이용한 건 그만큼 유전사 검사가 믿을 수 없다는 뜻일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그냥 그런 설정이 쓰기 쉽고 간편한 막장코드라 선택했을 것입니다. MBC는 '유전사 검사'의 부정확성을 홍보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시기에 두번이나 그런 코드를 쓰다니 소재가 겹쳐 더욱 황당했던 것도 같습니다. 또 이금희라는 캐릭터는 해주가 내 딸일까 아닐까를 두고 너무 오래 울고 상심했던 인물이라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런 장면에 질리기도 하는군요. 아기 유진이의 물건을 버리는 장면만 이번이 두번째죠.

'메이퀸'이 결국 6회 연장하기로 해 최종 38부로 마무리 된다고 합니다. 22회나 방영되어 이젠 곧 끝이 나겠구나 했더니 연장 때문에 겨우 중반부를 좀 넘어선 셈입니다. 갑자기 늘어난 분량을 이런 막장 코드 남발로 채운다면 드라마의 매력이 사라지고 말 것이라 봅니다. 막장드라마 포맷으로 만들어진 '메이퀸'이 다른 드라마 보다 나은 점이 뭘까요? 모르긴 몰라도 아마 유전자 검사 조작같은 건 아닐 겁니다. 드릴십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갖게된 천해주와 강산의 이야기 그리고 장도현이 숨긴 비밀이 뒷이야기의 핵심이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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