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영화 이야기

La Wally를 부르는 Diva와 그녀를 바라보는 어린 우체부의 시선

Shain 2008. 3. 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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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빌린 비디오와 잔잔한 영화,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도 잔상이 길고 귀에 울리는 것같은 착각이 들던 연주, Sentimental Walk (작곡자 : Vladimir Cosma, 원제 : Promenade Sentimentale). 1995년, 어느 한가하던 여름날 오후에 들었던 그 피아노곡은 꽤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 TV 화면에서 플레이되던, 푸른빛의 화면을 보여주는 비디오가 주는 낡은 느낌은, 그즈음 간혹  제작되곤 하던 '오래된 스타일'이거나 비디오 대여점의 테이프가 낡았기 때문이려니 했었다. 그 영화 Diva가 1981년에 제작된 영화란 사실은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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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소개될 때 Diva OST의 Sentimental Walk는 '공원의 산책'으로 번안되었다고 한다.(개봉이 늦었던 만큼 OST도 2002년에 정식 발매되었다) 주인공과 Diva가 양산을 들고 고요하게 공원을 산책하는 장면이기에 그런 제목이 붙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잔잔한 음악 이외에도 주인공들이 어떻게 친밀감을 가지게 되는 지 조심스럽게 묘사하는 장면이라 아름답다. 이외에 Diva OST는 특별한 인상을 주는 잔잔한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다. 프랑스의 유명 작곡자인 Vladimir Cosma의 저력을 느낄 만한 앨범이다.




14년이란 세월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만든 영화의 매력이 무엇일까. 뒷부분을 궁금하게 만드는 독특한 스토리나 인상적인 배우들의 연기 탓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 보다 첫 등장으로 귀와 시선을 사로잡아버린 매력적인 여배우의 목소리 탓이 클 것으로 본다.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불러내는 La wally는 특별한 충격을 주는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는 가운데, 말 그대로 공간을 가득 채운, 특별한 목소리로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는 것,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쉽게 얻을 수 있던 시절도 아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감동을 받았다고 할까. 그 아름다운 목소리 때문에 영화의 모든 갈등이 유발된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지만 절대로 녹음한 미디어로는 팔고 싶지 않아하는, DIVA와 그녀의 연주를 상업적으로 팔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녀를 사랑하는 그녀의 노래를 우연히 녹음하게 되버린 우체부, 우체부가 가진 두 종류의 테잎을 쫓는 사람들, 그리고 그 우체부를 보호하고 싶어하는 미스터리맨(Gorodish)과 소녀(Alba).

프랑스에서 제작된 영화인 까닭에(1981년 프랑스에서 제작되어 1982년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이 영화의 출연진과 음악은 상대적으로 헐리우드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공연으로 첫 화면을 압도한 Wilhelmenia Wiggins Fernandez는 의외로 미국 출신의 배우이자 가수라고 한다. 연기력이 탁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특별한 외모와 특별한 목소리로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악해버린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정체를 폭로할 수야 없지만, 이 영화에는 주인공이 도망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추격신이 '헐리우드 영화 추격신의 교과서'라고 한다는데 관람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에서는 과연 그 추격신이 그 정도의 충격을 줄 정도였는 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추격신을 포함해 가수, 우체부와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얽히고 섥히는 영화 구성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그러고 보니 Gorodish의 활약 장면도 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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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신의 교과서'라는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 장면에서 꽤 큰 인상을 받았던 건 사실같다. 18살 주인공의 우체부란 직업도 신기하게 보이도록 만들 지경이었으니까.


베티블루(1986) 등으로 유명한 장 자끄 베넥스(Jean-Jacques Beineix) 감독 영화에 익숙한 건 아니다. 헐리우드에 특별한 인상을 준 이 영화가 가져왔다는 몇가지 신선한 충격들을 짐작해볼 수는 있지만 이미 유럽식 유행이 지나간 미국에서, 이젠 유럽이 미국에 끼치는 영향력을 짐작해볼 수 있는 방법은 기껏 BBC 드라마 정도일까. 유럽의 모든 것을 헐리우드식 오락거리로 바꿔버리는 세계에서 Diva를 제대로 감상할 기회를 얻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음악 이외에도 묘하게 시선을 사로잡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장면들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주인공이 주거하고 있는 독특하게 고립된 공간, 디바가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의 오페라 극장과 주인공 우체부 주변을 맴돌던 베트남 소녀와 등대이다. 특히 그 등대에서 밖을 내다보던 소녀와 등대 밖에 세워진 하얀 자동차는 꽤 오래 시선을 잡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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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란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들어준 마지막 장면. 이 장면이 감동적인 장면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주인공 Cynthia가 Diva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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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소녀 Alba와 등대. 그리고 하얀 자동차를 타고 이 주변을 들락거리던 정체불명의 남자 Gorodish. 이들은 결코 시끄러운 장면을 연출하지 않지만 묘하게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지워지지 않을, 여름 한낮의 기억 보다는 이 영화 자체가 주는 파워와 감동을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같이 잔잔하면서도 잊혀지지 않는 선명한 장면과 화면 구성이고, 청각을 압도하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의미없이 폼잡고 서 있는 하얀 양복의 사나이 조차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장소와 위치에서 사건을 움직인다.

언젠가 한국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티끌 하나 없을 것같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지만 절대 자신의 목소리를 디지털 음악으로 바꾸지 않겠다는 고집을 가진 여가수와 상당히 엉뚱하고 별나지만 순수하게 그녀를 Diva로 삼아 영원히 사랑하고 싶어하는 어린 우체부, 그리고 순서대로 그 뒤를 채우는 악당들과 정체불명의 해결사가 이제 와서 그렇게 자극적이지야 않겠지만, Sentimental Walk와 La wally의 감동은 다시 듣고 싶다.



작곡가 Vladimir Cosma는 한국에서는 '라 붐' 등으로 알려진 영화음악 작곡가이다. Karoline Kruger의 노래로 유명한 You Call It Love 같은 음악이 그의 작품이다. 1990년에 발표된 영화 '마르셀의 추억 (Le Château de ma mère)' 의 작곡자로도 유명하다. 영화음악 작곡가로서 명성이 알려져 있어서 한국에도 팬이 많을 것으로 안다. 아래의 이미지는 Diva 첫 장면 중 하나로 오케스트라 단장으로 출연 중인 블라디미르 코스마(Vladimir Cosma)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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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넷 서점 리브로 - Diva OST
http://www.ambafrance-nz.org/article.php3?id_article=1185
http://www.architecture.uwaterloo.ca/
http://www.filmforum.org/films/diva.html
http://www.bobtheque.com/?module=flm_lst_detail&flm_id=7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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