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컵은 왜 깨트린걸까요. 원래 한 두 장면에 단서가 될만한 무언가를 잘 숨겨두는 타입이긴 한데 가씩은 그 단서들이 뜬금없이 지나가긴 하죠. 원래 이런 타입들이 가장 골치가 아픕니다. 숨겨진 장면을 어떻게든 알아내 기 힘들 때도 많거든요. 산타가 본 깨진 컵 같은 게 그런 대상이죠. 봉백여고가 뭘 발음하는 거야 하며 한참 고민했는데 알고 보니 '봉백'이네요. 어쨌든 봉백여고의 산타는 그렇게 검색어가 됩니다. 드라마 '구경이'의 작가나 제작진에 대해선 거의 들은 정보가 없지만 확실히 애니와 무관하지 않은 사람이네요.
그리고 두번째 드러나는 드라마의 특징은 숨길 수 없는 '여성성'인 합니다. 여성들끼리 싸우는 장면을 연출하자면 꽤나 힘든 섬세하고 과정이 될 텐데 배우들은 꼴딱 숨이 넘어하는 순간에도 용케 전투의 긴장감(감질나게 소리도 잘 지르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긴 중간 연기도 못하는 게 같은 추임새도 넣어가며 두 사람은 노는 장면을 잘 소화하죠. 능청스럽게 신고 좀 하자면서 장난치는 장면은 여자 배우들의 특징을 잘 살린 거 같습니다. 여성스러운 느낌의 산타 같은 캐릭터는 케이 보다도 약해 보여서 지나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사실 오늘의 주된 관심사인 산타의 행동이 이상하긴 했죠. 극중 주요 인물들의 행동이 생략되어 모든 걸 알 수 없지만 산타의 행동에는 무언가 우리는 모르는 액션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너무 무서워서 그물을 던진다는 말이 진짜 거나(그 정도 액션이면 무서울 만도 하죠) 등장인물 대호(박강섭)처럼 남성을 좋아하는 캐릭터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 죽어라 밤새도록 산타를 쫓던 그 집요함이나 성격을 봐선 놓아줬을 것 같진 않은데 혹시 '봉백' 여고의 누군가가 K와 관련 있는 인물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등장인물 중에서 특별한 서사 없이 사라진 캐릭터가 몇몇 있죠. 그냥 죽어버린 등장인물 중 하나가 아마도 K 때문에 죽었다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K에는 예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길래
K는 살인을 언제 시작한 것일까 -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최초의 살인은 구경이네 학교의 경비원을 죽인 시점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 다른 살인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경비원이 죽을 때 뭔가 다른 단서가 될 사건이 있었겠죠. 그 후에 건욱(이홍내)을 만나 살인 수법이 더 대담해지고 꼼꼼해졌을 것입니다. K의 숨겨진 조력자는 꽤나 인원이 많은 듯합니다. 윤재영(박예영)이 자신이 공범이 된다는 것을 알고도 살인을 도와주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K는 자신의 살인을 은폐합니다. 최소 한건 이상 공범이 있다는 말이고 그들은 그런 식으로 '따로 또 같이' 움직입니다.
구경이에게는 잘 모르는 남들은 잘 모르는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종의 트라우마같은 종류의 후유증 같은데 다른 사람들과는 남편 이야기도 잘하고 아무렇지 않은데 K와 함께 남편 이야기를 할 땐 뭔가 이상해집니다. K도 그런 약점을 잘 알고 있기에 종종 아무렇지 않은 척 남편 이야기로 자극하는 거죠. 남편(최영준)은 그런 구경이를 옆에서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남편이 죽은 이유를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생각만 해도 먹먹한 이야기죠. K가 뭔가 알고 있을 것도 같은데 살인 문제라면 남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고 늘 의심하던 대로 여자 문자 문제였을까요.
K는 장성우(최영준) 말고도 친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 죽거나 사라진 상태고요(혹은 극 중에서 행방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예상대로 산타의 친구가 K인지 아니면 조력자가 되어 묵묵히 산타의 옆을 지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첫회부터 조용히 쓰레기를 치우던 산타는 분명 꽤나 시선을 강탈하는 친구입니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땐 제일 못 풀 것 같은 사람에게 맡겨보라'는 말에 산타(백성철)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 같았죠. 산타는 왜 그 이상한 인형을 떠올린 걸까요. 아무래도 평소에 구경이의 행동을 산타가 유심히 지켜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산타는 무사할 것 같은데
평소에도 산타가 남들과 다른 점이 많긴 했습니다. 눈치가 빨라서 적재적소에서 재빨리 움직였고 냄새만 맡고 K가 뒤쫓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그런 산타 없이 팀이 꾸려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다음으로 짚어볼 것은 K가 행동하는 시점입니다. 지금은 현재를 배경으로 모든 사람들이 움직이지만 중간에 시점이 한번 바뀐 적이 있습니다. 어째서 이런 식으로 사간을 배치한 건지 여전히 궁금한데 구경이가 K의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즉 K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때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죠. 아무래도 이 부분은 구경이의 이름과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름이 '경이'와 '이경'으로 서로 대치되는 이름인데 그 문제는 극 중 절대 악인 송이경과 매우 닮으면서도 대치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보다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는 아무나 안 믿는 사모님 용국장(김해숙)이 의외로 쉽게 관련 인물들을 받아들인 점입니다. 그 두 남자 주변도 영 삼상치 않은 사람들뿐이죠.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용국장과 이상하게 갖고 다니는 핸드폰이 많은 남자 김부장(정석용)은 늘 땀에 젖은 얼굴로 어린가를 끌려 다닙니다. 반면 용국장은 담대하고 성격도 무서워 보이지만 의외로 목욕탕 수건을 내어줄 때는 섬세한 면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발끈하는 성격과 상처 입은 나제희(곽선영)의 목을 죄는 용숙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권력에 줄을 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죠. 돈 많은 그들은 대체 바라는 게 무엇일까요.
결국 관건은 K와 대호에게 달려있다
바퀴벌레와 의사소통하는 모습은 웃기는 장면의 으뜸이죠. 그 바퀴들은 1회부터 등장해서 여전히 종종 출몰하곤 합니다. 머리는 산발에 언제 감았는지 알 수 없는 머리카락은 헐렁한 셔츠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머리 좀 감으라는 말에 자극을 받은 건지 구경이는 종종 머리를 감아주기도 하고 긴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하죠. 그런 그녀의 삶은 5년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살아온 삶 때문이란 이유가 가장 큽니다. 구경이와 함께 점점 같이 사는 삶에 익숙해지죠. 용숙의 보호를 받는 것 같지만 사실 구경이를 지켜주는 건 나제희(곽선영)의 역할이 훨씬 큽니다. 구경이는 점점 시체처럼 누워있던 그때보다 산 사람과 비슷해지는 것입니다.
섬세한 산타, 정확한 성격은 아니지만 구경이에 대한 마음만큼은 누구 못지않은 나제희, 똑똑하지만 뭘 모르지만 돈만큼은 넉넉히 대주는 용 국장 정도면 K의 팀은 당분간은 문제없이 굴러갈 것입니다. 물론 육포가 충분히 제공된다면요. 약간 위험하긴 해도 용국장도 그 정도면 K를 사라지게 하는 역할을 해내겠죠. 이제 남은 문제는 수많은 사람을 죽인 K입니다. K는 가끔씩 자신은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데는 용기보다 훨씬 많은 것이 필요하죠. 구경이는 필수요소로 '멍청함과 오만함'을 꼽습니다.
'사람 죽이는데 필요한 게 용기라고 생각하니'라는 질문에서 봤듯이 사람을 죽인다는 건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꽤 다수가 고양이를 죽인 사람은 죽일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죽이는 건 실제로 그 일을 하는 건 전혀 간단하지 않습니다. 극 중 이영주(이한주)가 그랬듯이 벌벌 떨겠죠. K를 추종하는 건욱(이홍내)도 그 문제만큼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K는 지금 대호(박강섭)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남들이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심부름꾼 노릇을 시키겠지만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깨닫게 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날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호가 K에게 과역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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