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야기가 드디어 중반이 넘어가나 보네요. 이야기를 읽으시는 몇몇 분들 중에는 혹시 홍동로(극중 홍국영, 강훈)과 남매 사이가 아니냐 추측하시는 분이 있는데 아무리 이야기가 막 나가도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왜냐하면 원빈(박서경)이 이미 홍동로와 남매 역할로 출연할 거 같거든거든요. 그 상황에서 다른 실존인물로 있는데 굳이 남매로 설정하진 않을 거 같습니다(그렇게 설정하면 좀 '막장'이죠). 이미 역사가 스포일러라 홍동로가 나이 어린 원빈과 혼인하려다 죽을 운명인 걸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말입니다. 실존인물 홍국영은 역사적으로 두 말이 필요 없는 인물입니다. 혜경궁과 11촌이었다는 예쁘장하다고 수차례 표현했고 집안이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거기다 두 사람은 배우도 달라요 최정후, 이승후 인것 같습니다)
세손은 왕족이라 꽤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죠. 걔 중에는 단호하게 인연을 끊은 사람도 있고 홍정여(극중 홍봉한)처럼 끈질기게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왕족이라 해서 모두 제 마음대로 사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처지를 내세우는 정순왕후(장희진)이나 그 말이 맞는 말이라 어린 나이 어린 후궁 앞에서 편도 못 드는 각자의 입장이 확실했던 거죠. 정순왕후는 나이가 매우 어릴 때(열섯살 차이라던가요) 시집와서 궁중 앞에 섰으나 자신의 입장과 처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똑똑하게도 자신의 입장을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화완옹주를 능수능란하게 다스렸죠.
사실 건방지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실상 나이가 10살 가까이 어린(정확히는 7살이라는군요) 화완옹주 앞에서 편하기란 쉽지 않겠죠. 영조가 특별히 오래 살아서 그렇지 10살 차이면 생각보다 큰 나이 차이일 수도 있는 나이입니다. 아무리 일찍 아이를 낳았다고 해도 10살이면 한터울이 넘게 차이 납니다. 윗사람 대접을 받고 있고 실제로도 화완옹주보다 나이가 많지만 서열을 중시하는 왕실에서도 위로 행세하기 힘들었겠죠. 그럼에도 그 어려운걸 당차게 해냅니다. 가상의 상황이지만 존대하는 사람들 앞에서 추상같이 호령했다는 이야기가 전하죠.
추상같이 호령했다는 중전의 기록
아시다시피 궁에서 일어난 일은 거의 사서에 남지 않습니다. 그리고 궁에서 가장 나이 차이가 나는 혼례를 올렸기 때문에 그 어린 중전을 두고 말이 많았을 것입니다. 구설에 오르지 않고 남의 입을 조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겠죠. 그 말 많은 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순왕후는 옷의 치수를 재기 위해 잠시 돌아서 달라는 말에 '네가 돌아서면 되지 않느냐'며 추상같이 대답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 열여섯 살 왕비에 대한 기록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옆에서 남편의 비위도 잘 맞추고 앞에서는 깍듯하게 할 말을 하니 뭐라 할 빈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개는 경우 바르고 할 말을 가려 사람들에게 지탄받을 일이 없게 하는 것이 그의 정책이었던 거 같아요. 아무튼 구중궁궐에 그렇게 단호한 모습으로 매력을 보였던 정순왕후는 남달라도 너무 남달랐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위엄이 있고 두려울 정도로 서슬이 푸르다'라는 뜻입니다. 매섭다, 날카롭다 같은 단어와는 다른 종류의 강함을 표현할 때 어울리는 표현이죠. 아마 극중에서 화완옹주를 질타하는 모습이 서슬이 푸른 그 모습에 어울렸을 것입니다.
중전의 위엄을 칭송하는 글은 제법 많은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새 왕비를 들이기로 결정한 영조가 삼간택을 치를 때 세상에서 가장 깊은 것은 헤아리기 어려운 인심, 세상에서 예쁜 귀한 꽃은 목화꽃, 가장 넘기 힘든 고개는 보릿고개라 대답한 일은 아주 유명합니다. 이 내용은 정사에 올라있는(정사에 이런 내용을 쓸 리가 없지요) 내용이 아니라 대동기문(大東奇聞)에 올라온 이야기로 이 책은 야사 같은 그러나 대충 잡담 비슷한 이야기를 전하는 내용입니다. 그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영조 임금을 버틴 걸로 봐서도 정순왕후도 보통은 아닌 것 같죠.
사실 이야기 자체는 전부 소설이지만 그리고 그 내용도 진위를 알 수 없지만 정사에 역사를 이런 식으로 가입시키는 것도 좋은 방방입니다. 극 중에서 성덕임은 훌륭하게 정사에 개입했고 화완옹주도 살아있는 인물처럼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세손(이준호)은 거울이라는 표현처럼 남들이 해준 만큼 그대로 비춰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세손이 구체적으로 존경한다는 마음에 없는 말을 했다면 그 정도로 와닿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중전이 남몰래 세손의 편이란 것이 성덕임(이세영)의 편인걸 확인시켜준 것입니다.
슬슬 효의왕후가 등장할 때가 되었다
어떻게 사실과 실제를 조합할지 알 수 없지만 가상의 드라마가 아닌 이상 효의왕후가 등장할 때 그들의 첫사랑은 끝이 나는 게 정상입니다. 이미 원빈(정서경)과 효의왕후가 번호표 뽑아서 줄서 있는 상태거든요. 세손은 이미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세손이 누굴 마음에 담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나인들의 단체 혼인식이나 마찬가지인 계례식 날 그의 표정을 보고 이미 짐작해 버린 것입니다. 밀면 멀어져야 한다고 속말로 다짐을 해보지만 이미 기쁜 날을 망쳐버렸고 세손의 본심을 들어버렸습니다. 앞으로도 성덕임의 고생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음 회차에는 덕임을 후궁으로 밀어 넣으려는 조상궁(박지영)이 등장하겠네요.
어제 등장한 순박한 원빈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아마도 처음부터 원빈을 세손의 짝으로 정해두고 수작을 피우는 중일 겁니다. 자신의 희롱에 넘어가나 안 넘어가나 떠보는 중일 겁니다. 그는 아무래도 원빈이 성덕임이 라이벌인 것 같아 더욱 그럴 것입니다. 실제로도 어렵게 자란 원빈은 가엽게도 1년 만에 죽었다고 합니다. 그 외도 화빈이 등장하지만 화빈 역시 사이가 좋지 않다고 기록된 인물입니다. 오죽하면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화빈의 세자들은 의빈에게 복수를 당한 것이란 말까지 돌았죠.
왕궁에는 안 그래도 이런저런 문제가 많습니다. 사실 가장 골칫거리가 될 인물은 후궁을 계속 들이라 종용할 사람들입니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도 후궁을 셋이나 들일 인물들이 혜빈 홍씨입니다. 효의왕후가 아니라도 계속 압박을 넣겠죠. 이 상황에선 본인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도 나는 영조처럼 살지 않겠노라 아무리 다짐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 흐르는 대로 남들에게 휩쓸려 살아갑니다. 세손은 평생 남들에게 휩쓸리지 않겠노라 다짐한 인물입니다. 한때는 사도세자도 그랬을 겁니다. 내 아들을 잃지 않겠다며 다짐하는 혜빈도 그렇겠죠. 어떻게 그들이 그 난관을 이겨낼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분이 많아서 - 제조상궁은 정1품의 벼슬을 직접 하사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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