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

기상청 사람들, 우여 곡절 끝에 시작된 비밀 사내연애

Shain 2022. 2. 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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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제목이 '기상청 사람들'이라고 해서 특별한 이야기를 기대한 것은 아닌데 1,2회의 베드신은 약간 신선하긴 하더군요. 다짜고짜 베드신으로 가는 건 껄끄럽지만 특별한 상황이라 이 상태에서 '약간 더' 나가는 건 용서할 수 있는데 말이죠. 지금까지는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겠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일기예보나 기상 특보만큼 상황을 전달하기 쉬운 주제도 없어요. 따뜻하고 달달하다가도 폭우 직전의 하늘처럼 궂고 흐린 게 '날씨'니 사람들의 기분을 살피려면 일기부터 살피는 게 정상이겠죠. 그나저나 드라마의 소제목이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인데 네 사람의 연애사로 뭔가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생각인 걸까요.

 

우연찮게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었지만 어쩐지 점점 가까워지는 두 사람

 

시리즈가 나오든 뭐 분기별로 새로운 시즌을 만들든 어느 쪽이든 괜찮겠지만 제가 신경 쓰이는 건 그 기분 좋은 제목들은 다 어디에 써먹고 하필 타이틀이 '잔혹사'인 것인가요. 기분 좋고 즐거운 제목도 많이 있을 텐데 - 혹시 4편에 등장한 '가시거리'에 등장한 소제목이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주인공 이시우(송강)는 종종 이상한 시그널을 보며 날씨를 맞추곤 했습니다. '시우(時雨)'는 때시, 비우라는 단순한 작명이지만 '때맞춰 내리는 비(시우지화時雨之化, 맹자에 나오는 말)'말은 간단하면서도 오묘합니다. 시그널에서 갑자기 보인 어떤 여자의 하이힐처럼 이시우가 날씨를 맞추고 뭔가를 읽을 예지력 비슷한 게 있다는 뜻인데 흥미롭죠.

 

생각해보니 드라마가 사전 제작이 시작된 것인지 바깥의 날씨와 상관없이 환하고 밝은 게 보기는 좋네요. 1년치 촬영분일까요. 이번 주제인 가시거리가 짧은 세계 - 이번 주제는 익숙한 이야기라 흔히 언급하는 내용이긴 한데 우리가 잘 모르고 떠드는 내용이기도 하지요. 제가 사는 지역은 안개가 자주 끼기는 하는데 날씨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가시거리가 줄어든 적은 없어요. 사실 사람들의 이야기는 복잡한 기상과 매우 관계가 있어요. 사계절의 날씨가 오락가락하고 종종 비와 박도 내려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기후에서 표현하지 못할 날씨는 없습니다.

 

이 정도면 훌륭한 복수인 것 같긴 한데 - 후한이 두렵기도 하다.

 

'나더러 사내 연애를 또 하라고' - 진하경(이민영)의 연애가 워낙 지긋지긋하고 지독한 관계 이긴 했습니다. 어차피 헤어질 거면 한기준(윤박)과의 관계 정리나 똑바로 하든가 아무 말도 없이 채유진(유라) 앞에 떠밀기나 했니다. 한기준은 이별의 책임을 진하경에게 밀어붙일 정도로 멍청했고 딱 부러지는 성격도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이 그렇게 갈등을 빚을 땐 둘 중 모두가 잘못했든가 아니면 둘 중 한 명이 눈에 띄게 큰 잘못을 해서 오점이 눈에 똑똑히 보일 때겠죠. 이번엔 명백히 한기준의 잘못이었습니다. 진하경은 곧바로 한기준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깔끔한 외모와 부드러운 매너와 달리 한기준은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신혼부터 거짓말에 얽힌 진하경 커플

 

사실 아는 사람 중에 꼭 한기준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무 말 없이 TV를 가져가 놓고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반반 나누는 게 아니었냐고 대답하고, 그럼 반반 나누는 거 아니냐며 다른 권리까지 넘겨달라 말합니다. 보는 사람들을 진짜 속 터지게 만든 이분법이죠. 진하경의 말처럼 한기준은 딱 7퍼센트의 권리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떠넘기기 좋아하고 무책임한 성격이라 그동안 모른 척 평소 그랬던 것처럼 떠넘긴 것뿐이죠. 처음부터 진하경이 그렇게 딱 부러지고 분명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한기준이 원칙대로 채유진에게 남은 지분의 권리를 요구하자 받아줄 것이라 생각한 거죠. 보면 볼수록 둘이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들입니다.

 

채유진은 이시우와 사귀던 과거를 숨기고 결혼했지만 들통났다.

 

딱 부러지고 야무진 성격 같던 채유진도 거짓말로 속인 것이 있었습니다. 기상청 특보로 근무하며 종종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근무하면 어떻게 해도 이시우와는 만나지 않으려니 했는데 이시우는 이미 발령을 받아 특보 담당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진하경이 해외 발령을 받으면 어떻게 자기 문제는 넘어갈 수 있으려니 했지만 기대는 이미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꼼짝없이 원수 같은 네 사람이 서도 부대끼게 된 것입니다. 다시 얽힐 수도 있고 다시 꼬딜 수도 있는 관계가 된 거죠. 야무져 보이던 성격도 거기까지 채유진도 이시우에게 헤어지자는 말도 안 하고 미적거린 과거가 있습니다. 넷이서 얽히게 된 것은 필연젹이었던 거죠.

 

사내 연애가 얼마나 시끄럽고 사람 속을 타게 하는지 충분히 알고 경험한 두 사람은 비밀리에 커플이 되기로 합니다. 사는 게 원래 찢어진 쓰레기봉투를 수습하는 일 같다지만 일단 달달하고 행복한 사내 연애가 될 것 같진 않죠. 기사를 왜곡해서 쓰는 게 전문인 채유진도 그 문제만큼은 편들어 주지 않습니다. 사실 이제부터 복수(?)의 시작이 것 아닐까 싶어 기대되는 점도 있는데 반면 비밀리에 사귀는 사내 연애 커플은 앞으로 결혼 생활의 쓴맛을 충분히 느끼게 되겠죠. 신혼일 때는 원래 다 그렇다며 넘길 수 있던 일이 이제는 참고 견뎌야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2:2의 상황에서 한쪽이 커플이 견뎠으면 나머지 한쪽은 재밌고 행복해야 하는 아닐까요 싶지만 세상일이 원래 뜻대로 되진 않죠.

 

이렇게 한번씩 은원을 주고받은 두 사람  얽힐까 아닐까.

 

꼭 불륜 저지르기 직전의 남녀 사이 같은 게 연인이고 - 그 바람이 폭풍이 될지 산들바람이 될지 아니면 폭풍우가 될지 그런 아무도 모릅니다. 위기의 엄동한(이성욱), 이향래(장소연)처럼 늘 하늬바람이 부는 상태로 버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매번 출장 가느냐 애먹는 기상청 와이프의 현실도 제법 공감이 갔고요. 평소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날씨를 표현하는 단어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우박, 안개, 구름, 폭풍우, 비 등등 이 많은 날씨를 버티는 게 당사자도 상대방도 절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술에 잘 취하고, 노래하시는 걸로 봐서 주사는 집안 내력인가 봐요. 딸의 혼사를 걱정하는 배여사(김미경)의 한숨은 당분간 끝나지 않을 텐데 궁금합니다. 어떻게 해결하실지(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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