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그러면 그 지역 출신의 고두심 씨가 제일 먼저 떠오르죠. 고두심 씨는 극 중 현춘희라는 배역을 맡고 있습니다. 워낙 출연작들이 많아 대사가 헷갈리지 않나 싶은 지경이지만 그건 '그들의 사정'이고 사실은 비중 있는 출연진들이 아니 이름 값하는 출연진들이 너무 많아 보기만 해도 걱정스럽죠. 대충 출연하는 배우들만 해도 메인급으로 활약하던 사람들만 벌써 9명인가 그렇고 아 저 사람 주연으로 활약하던 배우들 아냐 싶은 사람들도 여럿입니다. 원래 드라마를 볼 때 한 사람씩 아홉 명씩 출연하면 출연료는 어떻게 할 것이며 배우들 인건비는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먼저 드네요.
뭐 본인들이 출연하겠다는데 특별출연이든 일방적인 출연이든 뭔 상관이냐 - 그건 그렇게 해결한다고 그렇다고 치고 배우들을 볼 때 어떤 사람을 봐야 할까요. 고두심 씨든 김혜자 씨든 하나같이 눈길이 가는 배우들인데 아무리 드라마가 주연급을 중심으로 제작되지 않는다고 쳐도 어딜 봐야 할지 모를 것 같아요. 원래 드라마를 볼 때 집중하지 않고 보는 편인데 출연한 배우들 얼굴 보다가 시간이 다 갈 것 같습니다. 하나라도 덜 출연해서 비중을 줄여주든가 배우별로 시간을 따로 할애하면 어떨까 싶은 욕심이 듭니다. 요즘 여기저기 주급 연으로 출연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많은가 보다 합니다.
드라마의 일단 주인공이 여러 명인데 설정상 모두가 제주 출신입니다. 제주도 사람 이야기고 봐도 되겠네요. 흐린 배경 음악과 시작되는 가사가 귀에 익은 듯하면서도 낯설어서 따라 부르다 가사를 찾아봤는데 제목이 '위스키 온 더 락(Whisky On The Rock)'이란 제목입니다. 가사도 어른스럽고 - 오래된 노래인가 싶어 검색해봤는데 2002년에 발매된 노래네요. 뭔가 재빠르게 걷는 것보다는 터덜터덜 걸을 때 어울리는 노래, 그러면서도 강하게 전달되는 사운드가 중독성이 있어요.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한때는 최성수 씨도 유명한 뮤지션이었지만 지금은 한걸음 쉬고 계시겠죠. 어떻게 보면 그 또래를 위로해주는 음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글을 읽는 중간중간 대충 파악해보니 이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에서 '쓴맛'을 본 사람들이군요. 아무 색깔도 없이 소금만 넣고 꼭꼭 눌러 싼 주먹밥처럼 처음에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밍숭 밍숭 한데 나중에 먹으니 생각나는 그런 맛의 밥이랄까요. 밥만 넣은 주먹밥을 일부러 찾아먹을 사람을 별로 없을지 몰라도 한 번씩 먹으면 생각나는 그런 맛의 주먹밥 같을 겁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정은희(이정은)는 밥 먹으라는 말과 함께 눌러 담은 주먹밥을 한 개 박정준(김우빈)에게 던져줍니다. 매일 먹는 주먹밥 같은 아침 - 그들의 바쁜 하루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원래 그렇게 모두 제주도 사투리를 쓰나요
처음 볼 때는 아직도 제주도 사투리를 쓰는 지역이 많이 있나 싶었습니다. 물론 그곳이 고항인 사람들은 당연한 듯이 쓰겠지만 제주의 지역색이 그렇게 살아있을 만큼의 지역인가 싶었달까요. 먼 항구 사람도 많고 외지인도 많을 텐데 싶어서 생각을 해봐도 그 지역 출신이 아니니 알 수가 없네요. 제주는 원래 특이한 곳이란 인식이 박혀 있어서 더 그럴 것 같습니다. 우리야 아무리 자주 방문해도 사투리 쓰는 사람 하나 볼 방법이 없고(시골 사람에겐 사투리 쓰는 모습 안 보여주겠죠) 몇 번 가봐야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게 전부일 테니 당연할 겁니다.
특히 멀끔하게 도시 사람들처럼 질 생긴 정준(김우빈)이 능청스럽게 물건을 낙찰받는 걸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될 것 같습니다. 해녀들은 원래 바다에 가면 멀미약을 먹나요. 이건 또 몰랐던 사실입니다. 바다에서 해녀 일을 거드는 이영옥(한지민)은 보아하니 정준(김우빈)에게 거는 수작도 동네 사람들 수작도 잘 받아주고 친절하게 구네요. 옆에서는 그런 영옥을 헤프다고 말하지만 속사정은 두고봐야할 것 같습니다. 한지민 씨 몰랐는데 물질하는 해녀 역할을 제법 잘하시네요.
최한수(차승원)는 요즘 발가락에 관련된 역할을 자주 맡습니다. 작년인가 무좀에 걸려 엄청나게 긁는 모습을 본 게 인상에 남았는데 오늘은 발가락이 무언가에 걸려 찢어졌네요. 그럼에도 주변에 화내는 사람을 말리느냐 주변에 아프다는 시늉도 혼자 못하고 라면이나 끓여 먹는 신세입니다. 한때는 은행원으로 잘 나갔는데 골프 잘 치는 딸아이의 뒷바라지를 하다 이제 돈이 거덜 나서 친구들에게 돈 빌려 달라 어렵게 부탁하는 신세죠. 딸아이한테 도움되려고 혼자 골프 학습도 하고 그러지만 이제는 돈 빌릴 곳도 거덜 났습니다. 이제는 골프 유학 간 딸이 오히려 이제 그만하자며 아내를 말리고 있죠.
그나저나 동네에서 주차하던 사람들끼리 시비가 붙은 모양인데 시간 내서 커피를 마시던 은희는 그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됩니다. 아니 근데 이거 정은은 순간순간 삐~ 소리가 난무하네요. 시원하게 욕을 내뱉는 그 모습을 보던 한수는 욕 잘하는 정은을 알아보고 웃음 짓습니다. 아니 근데 좋게 좋게 넘어가자던 인권(박지환)은 왜 갑자기 웃통을 벗어던지나요. 딱 봐도 한 성깔 보이는 얼굴로 서로 욕을 주고받으니 상대방도 움찔합니다. 주먹다짐이 벌어지려는 그때 인권은 주먹을 피하고 지나가던 방호식(최영준)이 얻어맞고 맙니다. 이거 웃겨도 이렇게 웃길 수가 없는 난장판에서 동네 친구들이 모두 모였네요.
한편 이동석(이병헌)은 고등어, 계란을 외치며 동네를 떠돌고 있습니다. 그는 평소에 주로 마을에 살지만 어릴 적 한참 열렬하게 사귀던 여자와 일이 잘 풀리지 않습니다. 듣기로는 하는 일마다 잘 안 풀려서 늘 트럭에서 자고 그런다고 하는군요. 오늘 어쩌다 보니 한수와 정은이 오래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되는군요. 술 한잔 걸치고 Whisky On The Rock에 맞춰 흐느적대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해야 할지 - 그 또래의 감성은 뭔가 아득한 면이 있어요. 그리 먼 시절도 아니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내일 지나면 또 살 방도를 고민하고 하루살이처럼 고민하고 그러고 사는 모습이 조금 짠하면서도 안타깝죠. 10대들은 전혀 알 수 없는 감성입니다.
한수도 한때 잘 나가는 인물이었고 이제는 입시에 휘말려 모두 물거품이 되기 직전이지만 돈 한 푼 없어도 일단 아쉽지는 않습니다. 2억의 돈은 마련하지 못해도 그래도 빌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겠죠. 어릴 때는 첨벙첨벙 잘 뛰어들었는데 이제는 적당히 괜찮았던 옛날 모습이 먼 과거의 일처럼 아련하기만 합니다. 매일 주변을 둘러봐도 지독한 비린내만 날 것 같은 그곳이 언젠가 그리워질 날이 있을까요. 과거의 한수는 이리 오라 손짓하지만 이제는 돈 빌려 달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서 넘어오지 않습니다. 지금 하고 싶은 말은 돈 빌려 달라는 말인데 그 말이 목에 걸립니다. 정은은 친근하게 굴지만 '아무 사이도' 아닌 한수에게 돈 빌려달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동태포 뜨다가 손가락 다친 한수에게 일부러 더 친근하게 굴지만 돈 빌려달라는 말이 나올까요. 보는 사람도 궁금합니다. 깍쟁이처럼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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