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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주 김유신과 신라의 화랑 조직

Shain 2009. 9. 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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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설명하는 김유신은 참 정치적 인물이다. 가야계를 등에 업고 갈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지닌 자, 자신의 성공에 많은 이들의 운명을 책임져야 하는 자, 그리고 미실계와 덕만공주로 양분된 신라 귀족 사회에 균형을 줄 수 있는 캐릭터가 김유신이다. 선덕여왕과의 사랑은 순수 창작이고 가야계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조금씩 달리하지만 화랑세기와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기록된 김유신 드라마 속 그와 많이 다르지 않다.

풍월주 지위에 올라 정치 행보를 시작한 김유신


신라왕조는 지속적으로 가야왕실과 혼인을 맺었지만 멸망 때까지 가야의 반란과 공격이 종종 있었다 기록한다. 비교적 일찍 신라에 합류된 김유신 가문이지만 이 가야의 혈연은 끊을 수 없었다. 말도 타지 못하는 미실의 동생, 미생이 풍월주가 되는 동안 진골인 장군 김무력과 김서현은 피비린내나는 전장을 떠도는 운명이었다. 그리 고생해도 가야계에 대한 차별은 존재했지만 화랑이 된 그들은 병력을 장악한 쪽이었기에 무시할 수는 없는 사람들이었다.


김유신은 기존 가야계들이 변방에서 머물던 것에 비해 적극적으로 화랑의 중심이 될 기회를 잡는다. 어머니가 만호태후에게 용서받자 미실계가 장악하던 풍월주 자리에 오르게 됐고, 영모와 혼인하여 미실과 인척이 되었다. 애초에 어머니 만명이 진골정통이기에 진평왕과 만호태후의 후광도 충분히 입을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표현한대로 김유신은 가야의 수장이 아닌 신라 전체를 보는 마인드를 가진 인물로 가야계에게만 특혜를 주지 않는 대범함도 보였다(화랑세기).

김유신의 아내가 된 하종의 딸 영모, 풍월주의 아내는 화주(花主)로 화랑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지만 원화가 존재할 경우 대체되거나 축소되는 경우가 있었다 한다. 드라마에선 아직 미실이 원화이다.


김유신이 화랑의 최고 지위 풍월주 자리에 오르고, 극중 가상인물인 월야 왕자가 김유신의 동생(계보대로라면 김흠순이 될 듯)이 되니 점차 화랑의 중심세력으로 커나갈 것이다. 김유신계의 득세는 이후 풍월주 계보에서 볼 수 있듯 두드러진다. 거의 자신의 친인척으로 풍월주를 채웠다 보아도 될 정도다. 자신의 동료 화랑 알천, 염장 등과 정사를 논하고 그들은 선덕여왕, 진덕여왕, 대종무열왕 시기에 대장군, 아찬, 상대등 등을 비롯한 신라의 요직을 차지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화랑의 성격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화랑세기는 화랑 정신에 보태어 화랑의 조직을 설명하고 있다. 원광법사의 세속오계가 호국정신과 불교를 융합시켰고, 문노와 김유신이 삼국통일을 위한 정신을 계승케 했으며 미실과 세종, 설원 등이 화랑의 조직을 체계화시켜 후에 병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는 내용을 적고 있다. 원화 미실은 자신의 주변인물들을 상선, 아선, 좌봉사화랑, 우봉사화랑으로 삼았다.

10화랑의 패와 풍월주 패를 세운 원탁을 중심으로 공주, 원상화(때로는 국선, 원화 동석)가 동석하여 의사결정(만장일치제이다)을 하는 이 묘사는 자못 현대적이다.


드라마에서 등장한 화랑의 조직은 각 낭도들을 이끄는 열명의 화랑들과 그들의 우두머리 풍월주, 그리고 원화, 원상화, 국선, 그리고 왕족인 공주가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들은 풍월주 보다 윗자리에 앉는다. 풍월주(風月主) 유신이 영모를 아내로 맞으면 영모는 화랑의 화주(원화가 있을 경우 花母로 대체하기도)로 그들 사이에 등장하게 될 지 모른다. 설원랑이 병부령으로 등장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섬세한 묘사지만 그들의 위계는 선명치 않은 부분이 있다.


명예직으로도 보이는 공주나 상선들의 의사결정 권한은 어디까지인지 선명하지 않다. 또 국선(國仙)이란 인물은 어떤 지위인지 분명치 않다. 국선은 대략 원화가 폐지될 때 화랑을 대표하기 위해 생긴 직책이라 적고 있지만 문노는 스스로를 풍월주 보다 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원화가 부활하며 국선이 명예직이 되었단 이야기다. 하지만 후대엔 풍월주의 지위를 대신한다. 화랑의 스승이 있었다고 하지만 원상화는 아예 기록이 없다.

김춘추의 첫 부인 보량(보라라고 고쳐적기도 한다, 진평왕의 후궁이자 양도공의 부인도 보량으로 적혀있다.)


드라아의 원진 방어법이나 성벽 공격 장면이 외국영화에서 보던 전투 장면과 유사하단 평을 듣듯 드라마에서 활용하는 화랑의 형태는 현대의 제도를 본뜬 것이다. 10화랑과 풍월주가 둘러앉은, 의사결정을 위한 원탁, 각 화랑의 기를 진열하고 그 패가 진열된 곳에서 사열하는 대표자 공주, 선발된 화랑들의 비재를 통한 풍월주의 선발 형식 등 화면에서 시각적으로 구현된 많은 부분은 현대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공주가 깃발을 들고 화랑을 사열하는 이 방식은 경례방법 등은 다르지만 현대 군의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드라마에서 보여지듯 문노는 실력이 뛰어나고, 시비를 잘 가리며, 주색을 가까이 하지 않아 많은 화랑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었는데 초반엔 미실계와 대립하지만 후기엔 사다함, 세종, 미실 등과 교류하며 풍월주가 되고 서서히 골품을 올려간다. 김유신은 미실의 명으로 호림(마야부인의 형제이다 드라마는 현 풍월주를 호재로 설정하고 있다)에게 풍월주를 물려받고, 김춘추는 김유신의 부제였으나 보종과 염장이 풍월주를 할 동안 기다렸다 풍월주를 물려받는다.

머리가 좋았고 말을 잘 했다는 김춘추는 24살의 나이로 풍월주가 된다.


김유신이 풍월주가 되는 시점은 무신인 유신이 정치 행보를 시작하는 분기점이란 점에서 의의가 크고 드라마는 그 부분을 아주 잘 짚어내고 있다. 화랑을 기반으로 군사조직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고 자신의 친우들로 군부를 채울 수 있었던 그는 신라의 중추 세력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다진 것이다. 타고난 무인 정신으로 각종 전쟁에서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음은 물론이다. 외교를 맡은 김춘추, 고위 관리에 올라가는 다른 화랑들과 함께 김유신은 정권의 중심이 된다.

드라마 설정대로라면 진지왕과 미실의 아들로 김춘추의 삼촌이 되는 비담이 화랑으로, 천추주공과 지도태후의 아들로 김춘추에게 역시 삼촌이 되는 염장 역시 풍월주로, 화랑을 기반으로 자신의 힘을 키우게 된다. 보종의 사위로 풍월주가 되는 김춘추도 화랑을 자신의 성공 디딤돌로 쓰게 될 것이니 선덕여왕을 화랑출신으로 설정한 건 병권 확보를 위해서도 그럴듯한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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