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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린세스, 야설공주 진짜 공주될까

Shain 2011. 2. 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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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재건을 드라마의 한 축으로 잡고 있긴 하지만 황실은 쉽게 다뤄져서는 안되는 내용 중 하나입니다. 순종 황제의 직계는 아니지만 아직 후손들이 살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황실 독립 운동도 정확하게 조명되거나 밝혀지지 않은 부분 중 하나이기에 함부로 표현하기 힘든 주제이기도 합니다. 극중 박동재(이순재) 회장이 평생 황실에 대한 죄책감을 가졌던 것처럼 국민들도 진심으로 환영할 수만은 없는 게 황실의 존재죠.

극중 오윤주(박예진)는 갑자기 나타난 이설(김태희) 공주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정계와 황실, 박물관을 주무르는 오윤주에게 황실은 이미 죽어버린 역사고 힘들고 서글펐던 어린 시절을 대신해줄 재산을 모두 빼앗아가는 골치덩이에 불과합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황실이 아닌 현대에 재건된 황실은 극중 대통령 이영찬(이성민)의 의도대로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알맞은 상황이 되버리겠죠.

남정우(류수영)는 자신의 공주 오윤주의 악행을 막는다


실제 명성황후 박물관에는 황후가 어린 시절 쓰던 향낭이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 명성황후 시해 현장에서 황후의 또다른 향낭을 가져간 자객이 후손에게 물려주었다고 합니다. 한 때 드라마 속 '향낭'이 진짜 공주임을 밝혀주는 대단한 물건인 것처럼 인터넷 검색어에 오르는 등 한바탕 소란이 일기도 했지만 그건 드라마가 가져온 웃지 못할 파장에 불과합니다. 남정우(류수영) 교수의 말처럼 살아있는 역사지만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이기도 합니다.

하여튼 첫회에 비해 한참 야무진 공주가 된 이설은 다시 입궁하여 새로운 공주로서의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스스로를 역적이라 칭하는 박동재의 죽음으로 박해영(송승헌)과의 갈등은 모두 봉합되고 오윤주를 황실 재단 이사장과 박물관 관장직에서 밀어내고 대한민국 황실은 안정궤도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청자들 대부분이 껄끄러워하는 황실 문제는 제쳐두고 왕자와 공주의 사랑이야기를 볼 시간이거든요.



야설공주 친위대와 펜션 파티

이설 공주를 지지하는 황실 공주 친위대가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지 싶습니다. 알콩달콩 기습 키스도 모자라 깜짝 파티를 준비한 해영의 초대로 불광동 썩소 신미소 상궁(송성윤)과 황실 아이돌 건이(이기광), 경호원 봉재(백봉기), 이설의 친구였던 선아(최유화)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거기에 이설 공주의 왕자를 자처한 두 사람, 남정우와 해영의 맥주 서비스로 즐거운 파티가 열렸죠.

늘 엄마 김다복(임예진)과 이단(강예솔), 강아지 두 커플 만 살던 것같던 펜션은 금새 따뜻한 분위기가 무르익습니다. '고백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하여' 건배를 제안한 신미소 상궁은 건이와 러브샷을 하며 '사랑지키기'에 나섰고 안주와 술 담당을 자처한 두 왕자는 아직도 묘한 경쟁구도 속에서 본심을 드러냅니다. 오윤주의 장래를 부탁하는 남정우의 마음엔 진심이 담겨 있네요.


평소에 공주 아르바이트를 즐겨하던 이설에겐 남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바로 '어둠의 경로'로 가입한 카페에서 '야설'을 즐겨읽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설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손수 이설의 '야한 카페' 가입 사실과 댓글을 지워준 해영입니다. 위신 안 서게 이 체통머리없는 짓을 들킨 그때부터 이설은 은밀히 '야설공주'로 불리게 되었죠. 바로 그 야설공주의 비밀이 오늘 폭로되고야 맙니다.

깜찍한 공주 동영상에 '야설공주'란 이름을 붙이고 핸드폰에 저장해둔 박해영. 공주님 친위대가 보는 앞에서 야설공주 동영상의 정체를 만천하에 폭로당하고야 말았네요. 하나도 안 야한 야설공주 동영상, '박해영씨가 보기에는 좀 야한가'라며 재치있게 한마디 날려주시는 남정우 교수의 익살. 이설과 함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오늘 부로 공주님 친위대의 이름은 '야설공주 친위대'가 됐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그동안 답답했던 방해물들을 의식한듯 이제서야 유쾌한 분위기로 돌아섭니다. 전혀 풀릴 것같지 않던 황실의 이야기는 박동재 회장의 죽음과 박해영의 기자회견으로 깔끔하게 정리되고 오윤주는 대한그룹과 황실의 일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황실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할 수 없는 구세대, 박동재와 사랑 말고는 중요하지 않은 박해영의 결론은 이설을 사랑하고 보호해주는 길 밖엔 없습니다.


박동재 회장의 죽음, 그리고 황실재건

박동재 회장의 황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시작된 공주놀이. 그 소동의 끝은 이렇게 마무리되어가는 듯합니다. 사람의 죽음이란 건 절대 가볍거나 농담거리로 삼을 일이 아니기에 황실에 대한 그 고민은 잠시 나마 우리에게 '황실'이 필요할까 생각해 보게 합니다. 아들을 국외로 추방하고 손자에게 가족의 치부를 모두 드러내게 만들고 스스로 역적이라 묘 하나 만들지 않는 그의 행동은 평생을 희생한 오윤주의 분노를 불러옵니다.

박해영이 자리를 비운 동안 이설 공주는 박동재의 희생, 왕자들의 도움으로 가지게 된 공주 자리를 똑똑하게 운영하고 있는 듯 합니다. 남정우와 황실 재단 이사들의 도움으로 한식의 세계화 등 여러 행사를 준비하고 차근차근 공주가 되기 위한 수업도 받습니다(물론 스티븐 잡스와 샤이니를 과외선생으로 지목하는 고집을 부리긴 하지만요). 이설은 그들이 원하는 공주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이제 '마이 프린세스'는 단 두 편의 방영분을 남겨둔 상태입니다. 주인공 송승헌과 김태희의 이름값 때문인지 로맨틱 판타지인 본 드라마 보다 두 사람의 연기를 지적하거나 외모를 이슈로 삼는 기사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 보다 이설 공주가 선택한 공주의 모습은 늘 해영의 희생과 도움을 받고 일어서는 스스로 서지 못하는 공주이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의 아기자기한 사랑은 그닥 관심을 끌지 못 했죠.

중요한 건 14회 동안 진행되는 그들의 '로맨스'가 그닥 싫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상황 때문에 '프린세스 다이어리(2001)'의 앤 헤서웨이 공주처럼 제노비아 왕국의 공주가 된다는 설정이 먹혀들기 힘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면 문제인 듯 합니다. '마이 프린세스'의 공주는 공주가 되어야 하는 명분도 스스로의 위치로 직접 찾아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니 판타지만 펼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거든요.

이제 이설은 공주로서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대한민국 황실은 왜 재건되어야 하는지 재건된다면 그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굳이 자신이 공주가 되어야할 이유는 무엇인지 그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꺼내야 진정한 공주가 될 것이라 봅니다. 이설 공주의 성장이 이루어질지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을지 마지막 두 편 에피소드 기대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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