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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정치인은 늘 같은 변명을 한다

Shain 2011. 2. 1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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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프레지전트'의 이야기가 드디어 첫부분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새물결 미래당의 대통령 후보 장일준(최수종)은 이수명 대통령(정한용)이 자신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지시하고 아내 조소희(하희라) 마저 자신의 의견에 사사건건 방해하는 등 최악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렇게 고대하던 대통령 선거, 국내 최고의 지지율을 자랑하는 야당 총재 한대운(정동환)과의 대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총격을 받게된 장일준의 비밀이 16회 동안 펼쳐졌습니다.

자신의 친아들이지만 남들에게 공개할 수 없는 유민기(제이)는 장일준의 양녀 장인영(왕지혜)과 가슴아픈 사랑을 합니다. 아내 조소희는 다리가 불편한 자신의 아버지 조태호(신충식) 회장이 영어의 몸이 되는 것까지 지켜봐야 했습니다. 아들 성민은 대중들 앞에서 부정한 정보를 언론에 흘린 철없는 아이로 매도되고 폭행 문제로 국민들의 지탄까지 받아야했습니다. 그 모든 고통을 감내한 가족이 이제는 붕괴되려 합니다.


자신을 마땅히 지지해줘야할 새물결 미래당 내 분위기 역시 심상치 않습니다. 승리하기 위해 배신한 신희주(김정난)은 정치에 회의를 느끼며 정계를 떠났고, 이수명과 손잡을 수 없다 소신껏 버티던 김경모(홍요섭) 역시 은퇴 선언을 합니다. 덧붙여 이수명 대통령의 사주로 박을섭(이기열)을 비롯한 당내 중진 의원들은 장일준에 반발하며 탈당을 불사할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경모의 참모였던 백찬기(김규철) 역시 이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국내 지지 1위의 야당 후보를 이겨야하는 장일준의 마음은 바쁘기만 한데 아군이었던 사람들이 모두 적으로 돌아섰고 장일준의 참모였던 오재희(임지은)와 윤성구(이두일)은 장일준의 선택에 회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상처뿐인 영광'이란 건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아니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가족까지 속이며 달려온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니 원망할 곳도 없습니다.



아내 조소희의 반발 당연히 이해할 수 있다

일준이 자신의 첫사랑 유정혜(김예령)에 대해 조소희에게 어떻게 설명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유민기의 엄마인 정혜는 과거의 인물이란 점입니다. 이제 와서 굳이 과거를 되돌이킬 만큼 열렬히 사랑한 인물도 아니고 20년 넘게 부부로 살아온 조소희가 이해하지 못할 상황도 아닙니다. 둘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고 한들 그건 결혼 전의 일이니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가진 조소희 역시 쉽게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청년이, 그것도 남편에 곁을 항상 지키며 가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유민기가 남편이 20년 넘게 숨겨온 아들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조소희의 분노는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란 크나큰 과업을 앞두고 참아야할 고통이 많겠지만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거둔 '남편의 혼외자'는 아내로서의 지위를 지켜온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느껴질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이 부부생활을 원만하게 하는 가장 큰 조건은 가족에 대한 애정인데 장인 조태호를 감옥에 넣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장일준, 아들의 치부를 드러냄에도 망설임이 없는 아빠, 아내까지 속이며 이수명 대통령을 배신하는 모습 등은 대체 이 남자가 평생 믿을 수 있는 남편이 맞는지 돈 때문에 재벌의 외동딸인 자신을 이용해한 목적 지향의 무서운 인물인지 알 길이 없게 합니다.

조소희가 어떻게 유민기의 존재를 알게 됐는 지는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이고 조소희를 악역으로 만드는데 일조하는 부분입니다. 유민기도 그랬지만 장일준은 한순간 유정혜를 혹시 조소희가 고의로 죽인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했습니다. 선거를 두고 두 사람의 대립과 갈등의 극에 달해 오랜 부부 생활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불신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아들까지 낳은 일준의 첫사랑은 조소희에게 큰 컴플렉스입니다. 유민기를 쉽게 받아줄 수도 있지만 선거에 위협이 될 줄 알면서도 남몰래 곁으로 불렀다는 사실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사사건건 유민기와 자신의 어린 아들과 비교되어 성민의 모자란 점이 드러나고 친딸처럼 키운 장인영과 민기가 맺어진다면 더욱 안될 일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어지는 남편의 정치적 배신, 두 사람은 서로를 적으로 느끼는 듯 합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이 같은 변명을 한다

장일준은 줄곧 자신의 권력의지로 모든 행동을 설명합니다. 장일준의 말대로 당선되지 못하면 아무리 큰 뜻이라도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아슬아슬한 외줄을 타듯 승부를 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정치인 동지를 배신했으며 그들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게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선악이나 정의의 구현이 정치가 아니라 권력이 정치이기 때문이라 쳐도 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건 이해가 힘듭니다.

치졸한 보복이긴 하지만 이수명은 최정욱 의원을 국무총리로 임명하기로 했던 약속을 보답받지 못하자 배신당한 분풀이로 장일준의 앞길을 막습니다. 김경모의 말대로 처음부터 고려해서도 받아들여서도 안되는 약속이었는지 모릅니다. 최정임(양희경) 영부인의 말대로 길거리 조폭들도 그 정도 약속은 지킨다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맞습니다. 일준은 조폭에게 힘을 빌려서라도 이루려는 큰 뜻은 형님의 유지라고 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성경책에 피로 쓴 글씨, 장일준 보다 큰 인물이었다는 장일도는 살고 싶어 거짓 자백을 한 동생을 대신해 죽었지만 동생을 원망하기 보다 큰 뜻을 이루고 싶어했습니다. 백도 흑도 이기지 않는 '화국의 정치'를 이루고 싶다는 그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지만 '간첩단 사건'으로 억울한 사람을 죽이고 국가의 대소사를 좌지우지한 권력자와 권모술수에 능한 장일준은 한끝 차이입니다.

'승리지상주의자'가 된듯한 장일준의 진심과 순수한 권력의지는 누가 보증해 줄 수 있을까요? 그를 믿어주던 사람들이 대부분 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에전의  장일준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대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노라 같은 변명을 합니다. 자신의 대의가 올곧은 것임을 증명해주는 건 수단인가요 아니면 아무도 볼 수 없는 내면의 의지인가요? 장일준의 행보가 매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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