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나가수' 어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어야 하나?

Shain 2011. 3. 2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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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케이블 채널 tvN이 '코리아 갓 탤런트'라는 새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올 6월 4일 경 첫방영이 예정된 이 프로그램에는 박칼린, 영화감독 장진, 송윤아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나이나 기타 조건을 불문하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신인 연예인들을 발굴하게 된 이 프로그램은 외국의 '갓 탤렌트(Got Talent)'의 프로그램 포맷을 한국판으로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탤렌트 공채 이외엔 이런 공개 서바이벌이 없었기에 일각에서는 최고의 오디션이 될 거라며 큰 기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장점은 기획사나 각종 가요제 등을 통해 데뷰하지 않고도 한 개인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입니다. 방송국이나 기획사로서도 짧은 시간에 테스트하기 힘든 재치나 순발력, 잠재력 등을 충분히 심사숙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양쪽 모두에게 좋은 점이 많습니다. 시청자로서는 한 개인의 성장을 지켜보는 흥미로운 리얼리티 쇼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렇게 무대 경험이 없는 신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장점이 많습니다. '슈퍼스타K'의 모방 프로그램이란 평가를 듣고 있긴 하지만 'MBC 위대한탄생(이하 위탄)'도 역시 사람들의 시선끌기에 성공했습니다. 어렵사리 경쟁을 통해 얻은 기회, 그들 중 누군가는 시청자를 감탄하게할 재능과 노력을 선보여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바이벌을 통과한다는 건 평생 두번은 오기 힘든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그 리얼한 과정은 분명히 재미있습니다.

저는 MBC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이 왜 이미 가수가 된 사람들의 서바이벌이어야 하는지 초반에 전혀 납득하지 못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들의 재능은 팬들과 앨범을 통해 충분히 공개가 되었고 이미 후배들에게 당당한 한 사람의 가수로 인정받는 사람들인데 '공연을 감상하는 것'은 즐겁지만 숨겨진 재능을 평가하는게 과연 공정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죠. '서바이벌'을 운영하자면 지금과는 다른 포맷이어야 했던게 아닐까요.



'나가수' 출연자와 '위탄' 출연자의 차이점

위탄의 출연자들은 되도록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단한가지라도 더 보여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손톱 만큼도 없는 재능이라도 쥐어짜고 몸부림쳐서 보여줘야 유리한 입장입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업'이 가수인 사람들은 다릅니다. 이미 보여준 기존의 이미지 이외에 다른 재능은 '변신'의 카드로 써먹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일 수 있습니다. 이후에 새로운 앨범이 나오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 때 유용한 카드라는 것이죠.

돈을 받고 공연을 보여주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카드를 남김없이 시청자에게 보여준다는 건 가수로서의 생명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각자 색깔이 다른 '예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별개로 처음부터 경쟁을 하면 안되었던 이유는 그런 점들 때문이라 봅니다. 가수들은 자신들의 색깔과 다른 80년대의 노래를 부르며 수준높은 공연을 보여줬지만 다음에 그런 음반이 나왔을 때는 '식상한 음악'이 되버릴 것입니다.

이미 예술적인 평가를 받아 상업적 성공을 이룬 가수들은 '위탄' 출연자들 보다 상당 부분 부담스럽게 '나가수'에 출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려 노력하겠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상황이 아니라 '잘해도 본전'의 입장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즐겁게 공연을 보면서 시청하는 사람들 조차 안타까운데 그 아슬아슬한 경쟁이 결코 즐거울 리 없으리라 봅니다.



물론 현재 발매되어 있는 '나는 가수다' 앨범의 곡들이 다른 어떤 공연 보다 좋았습니다. 평소 자주 듣던 뮤지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노래 만큼은 정말 포기하기 힘든, 그런 곡들이 많았습니다(나가수 최고의 수확이 노래란 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남들과의 경쟁을 의식해서 평소 보다 더욱 열심히 무대를 준비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아마 이런 류 '경쟁'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프로의식을 고취한다는데 장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가수들의 수준높은 공연을 볼 수 있으면서도 상업가수들의 자존심도 다치지 않고 서바이벌이 가능한 포맷은 없었을까? 제작진은 처음부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오락 프로그램이 집중 배치되는 그 시간대에 왜 '음악'을 듣는 프로그램(열린음악회같은 거 말구요)이 없을까 생각하곤 합니다만. '수요예술무대'같은 공연이 인기를 끌기는 힘든 시간대일 것입니다.

MBC에서 미국 ABC 방송국의 '댄싱 위드 더 스타'를 한국판으로 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사실 김영희 PD가 그 포맷을 한국적으로 개발해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실제 비슷한 루머도 돌았구요). 그런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장점은 출연진들이 '스타'로 활약하는 영역은 그대로 존중하면서 새로운 재능을 겨룬다는 점입니다. 개개인을 평가하지 않고 팀별로 평가한다던가 '게릴라 콘서트' 형태로 즉석 관객 동원 능력을 활용하는 건 어땠을까 싶습니다. 재능의 문제는 아니니 웃으며 넘길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나가수'

저는 다큐, 드라마를 자주 보는 반면 쇼프로그램은 거의 채널을 돌리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보고 있을 때 옆에서 힐끗거리는 정도가 제 쇼프로그램 시청시간의 전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무한도전', '1박2일'같은 프로그램에 많은 블로거들이 열광할 때도 얼핏 지나가며 본 장면을 떠올리며 '아 그랬구나'하는게 감상의 전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싫어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꺅꺅이 부대와 자막 때문이죠.

반면 '뮤직뱅크'같은 순위프로그램이 아닌 공연장면이나 콘서트 위주로 편성된 프로그램은 없어서 못 보는 컨텐츠 중 하나입니다. 이제는 사라진 '수요예술무대'같은 프로그램도 상당히 좋아했었습니다. 그 이외에도 종종 녹화해서 보여주는 유명 뮤지컬이나 실황공연을 보면서 현장에 가보지 못한 평범한 시청자들의 감동, 충분히 느껴보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막이랑 자르기 때문에 화나긴 했지만)이렇게 좋은 노래가 다수 등장한 이 프로그램은 무척 반갑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 제작자에 대한 경질, 그리고 가수들에 대한 비난은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어떻게든 살리고 보자는 식의 '비판'은 충분히 긍정적이지만 일부 사이트에서 출연자들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이루어진 건 과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워낙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높고 배신감이 컸던 탓일까요? 그건 이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프로그램이었단 뜻이 됩니다.

한달 뒤에 다시 제작하기로 했다 또는 영원히 폐지하기로 했다 말들이 많지만 개선을 위한 잠깐의 아이디어 회의를 거친 후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할 뿐입니다. 김영희 PD의 능력도 가수들의 저력도 모두 믿고 싶습니다. 시청자들은 사회 전반에 공정한 룰이 적용되길 원하는 만큼 잘못을 수긍하고 고쳐서 '발전하는 모습'도 보고 싶어하는 긍정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가 만족하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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