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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빛나는,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게 된 황금란의 눈물

Shain 2011. 7. 2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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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종종 서민과 부유한 사람들의 삶이 대조적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손님왔다고 랍스타를 대접하는 평창동 가족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신림동 가족은 삼겹살 굽는 날이 최고로 입이 호강하는 날이고 치킨 한두마리에 가족들이 포식을 합니다. 평소 황금란(이유리)에겐 자판기 커피 한잔이 최고의 휴식이었는데 한정원(김현주)은 비싼 커피 아니면 안마신다고 이권양(고두심)의 커피를 거절합니다. 결국엔 이런 생활환경의 차이가 어떤 문제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는 결국 뻔하디 뻔한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돈이 무섭고 위세가 대단해도 그 돈으로 가족도 사랑도 인생도 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비싼 옷을 입고 화려하게 화장해도 괜찮은 남자가 자기것이 될 수 없고 돈으로 아무리 종용해도 버린 아들이 살갑게 굴지는 않습니다. 출판사 '지혜의 숲' 주식을 팔겠다며 아들 한서우(박유환)을 협박하던 이지수(최수린)가 아들에게 '엄마'란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건 그 돈을 모두 서우에게 주었을 때였습니다. 세상엔 돈으로 안되는 게 분명 있다는 게 이 드라마의 메시지입니다.


돈으로 안되는게 있다 또는 돈으로 안되는 게 없다, 그 둘 중 어느 쪽의 가치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주인공들의 태도는 달라지게 됩니다. 시청자들이 겪는 현실 세계의 이야기와는 많은 부분 동떨어져 있지만 드라마 속에서 만들어가는 세상에선 분명 '돈으로도 안되는게 있다'는 가치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계에서 존경받을 지위에 있는 한지웅(장용)에 대한 묘사나 매출 보다는 정직한 책을 꿈꾸는 송편(김석훈)의 설정이 가능한 것일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돈'만 아는 사람들과 대립하는 게 이 드라마의 내용이거든요.

결국 돈 밖에 모르던 백곰(김지영)의 왕국은 아들 송편에 의해 점점 더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황금란 역시 자신을 며느리감으로 귀하게 대해준다고 생각했던 백곰이 결국 자신을 불임이라 속이고 이용해먹는 수단으로 여겼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마음을 돌립니다. 가난하고 돈없던 시절에 세상 사람들이 금란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처럼 백곰 역시 자신을 귀하게 대접하지 않는다는,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에 부들부들 떨면서 분노하는 금란, 백곰의 몰락이 멀지 않았습니다.



금란을 왜 아무도 귀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부자고 가난하다는 것의 차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금란은 분명 정원과 다른 대접을 받고 살았습니다. 금란은 가난해서 삐뚤어진 것도 아니고 못되게 굴었던 적도 없는데 아무도 그녀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뒷바라지 해준 윤승재(정태우)는 헌신짝 보다 못하게 자신을 버렸고 승재가 선보는 귀한집 딸이라는 정원에게 분풀이해 보려해도 비싼 옷을 입고 있어 쥬스 한번 들이붓지 못합니다. 사채업자는 그녀가 짐짝인양 땅에 묻어버린다고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대하는 그녀의 가치가 딱 그랬습니다.

더군다나 세상에서 자신을 제일 귀하게 여길 줄 알았던 엄마 이권양 조차 처음 본 딸 한정원에게 비싼 커피를 갖다 줍니다. 자기는 동전 하나에 벌벌 떨며 죽어라 생활비를 벌었는데 낳은 정 보다 기른 정이라는데 처음 본 딸에겐 귀한 대접을 해줍니다. 평창동 가족도 마찬가지로 이제 가난해진 정원이만 바라볼 뿐 제자리로 돌아온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 누구에게도 심지어 부모에게도 자신은 일순위가 아니라는 그 처참한 심정, 칼에 찔려 깨어나 불임이란 말을 들었던 그순간 조차 한정원 때문에 눈물짓는 이권양이 짜증난 건 그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서있었던 사람이 한번 앉고 싶고, 또 누워서 쉬고 싶다고 해서 그걸 나무랄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은데 세상은 대범(강동호) 보다 승재를 택하고 신림동 보다 평창동을 택한 자신에게 비난을 퍼붓습니다. 누군가의 일순위, 누군가에게 귀한 대접을 받은 사람이 되고 싶어 미치겠는데 큰언니 황태란(이아현)은 나쁜 년이라며 생난리를 칩니다. 한정원이 받는 대접을 남들에게 받아보고 싶은 황금란이 어떻게든 정원을 밀어내고 싶은 백곰의 꼬임에 넘어간 건 백곰이 황금란을 꼭 필요한 사람으로 대접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수없게 자신을 다그친 정원의 말처럼 금란이 귀해지고 싶다고 해서 그게 돈으로 가능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백곰이 의사를 매수해 자신을 불임이라 속였고 금란의 미래를 들었다 놓았던 것처럼 돈이란 건 잘못 쓰면 사람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무서운 것일 뿐 귀하게 대접받는 방법은 되지 못합니다. 백곰의 돈을 보고 허리굽히며 우러러보던 사람들도 백곰이 거지가 되고 법의 심판을 받으면 등을 돌리기 마련입니다. 

세상이 금란을 대하는 방식은 분명 잘못되었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라 해서 무시하고 함부로 버려져도 되는 것은 아닌데 그리고 그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는 건 세상의 탓이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금란 역시 그런 사람들에게 맞춰 자신을 세상의 흐름에 맡겨 자신을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돈 때문에 무시받았다고 해서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면 그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방법이 아니라 언젠간 추락할 수 밖에 없는 날개를 다는 셈입니다.

송편이 모든 주식을 한지웅 사장에게 넘겼고 이지수가 주식을 판돈을 한서우에게 넘겼으니 백곰은 곧 몰락하고야 말 것입니다. 애초에 흘러나온 시나리오대로 대범이 검찰에서 일하게 된다면 조금 더 일사천리로 법적 단죄를 받게 할 수도 있을 지 모릅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족, 자식, 사랑에 대해서 깨닫게 된 금란, 송편집장이 써놓은 글귀를 보며 울먹이는 그녀가 새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돈많고 지위높은 사람에게 굽신거리고 가난하고 가방끈 짧은 사람은 무시하겠지만 그래도 황금란은 황금란이고 대접받을 가치가 있는 여성이니까요.



아무도 내 동의없인 날 무시할 수 없다

극중 송편과 신림동 큰 사위 박중혁(김상호)가 마주 앉아 소주 한잔을 기울이듯 그렇게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도 깨달아지지 않는 세상 이치가 있습니다. 드라마 상이니까 이렇게 깔끔한 결론이 맺어지는 것이지만 세상 질서는 아직까지도 돈이 대접받는 질서이고 물질의 가치가 사람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금란이같은 서민의 딸들은 어딘가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지친 삶의 무게 때문에 엇나간 선택의 유혹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어딘가에서 백곰을 닮은 물질주의자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기회가 많았던 정원에 비해 애착이 가는 금란, 빛을 볼 수 있을까

또 세상의 모든 질서가 부자와 가난한 이로 나누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권양을 고생하게 만든 황남봉(길용우)의 인생이 자식들을 괴롭혔듯 어머니 진나희(박정수)에게 응석부리며 골치덩어리로 자란 한상원(김형범)이 가족들의 애물단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사람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똑같지만 돈 때문에 그 고민이 적은 듯 보일 뿐이고 인간 개개인의 문제는 늘 똑같은 무게로 다가오는 법입니다. 진나희 역시 오랜 고통 끝에 그 점을 깨달았던 것이겠지요. 시동생 한서우를 자식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은 역시 엄마답다 싶더군요.

누구나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는 황금란의 말처럼 때로는 세상에 휩쓸려 자신이 얼마나 귀하고 반짝이는 존재인지 깨닫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드라마 속이지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위기를 겪은 덕에 황금란은 '아무도 내 동의없인 날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의 뜻을 깨닫게 되었겠지요. 한정원 역시 세상엔 자신처럼 노력하면 모든 게 성공하는 사람만 있는게 아니라 열심히 살아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쉽게 얻어지지 않는 교훈을 얻은 황금란의 변신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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