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공주의남자

공주의남자, 사랑의 단꿈을 깨우는 조선왕실의 독살설

Shain 2011. 7. 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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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타이타닉(1997)'을 보면 두 남녀주인공이 배 선두에서서 바람을 맞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세상의 복잡한 사정을 모두 잊고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을 맞는 장면은 보는 사람의 답답한 가슴까지도 뻥 뚫리게 하는 속시원한 감동을 줍니다. 여주인공 로즈 혼자서는 감히 엄두도 못낼 일일지 모르지만 그의 뒤에 잭 도슨이 있기에 안심하고 앞에 설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낯선 사람과 함께 스릴있는 순간을 만끽한다는 두근거림에 더욱 기분이 좋았던 것이겠지요. '공주의 남자'의 여주인공 세령(문채원)이 김승유(박시후)와 함께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이 그랬습니다.

조선의 양가집 규수로 태어났기에 말을 태거나 타는 법을 배울 수도 없었던 세령은 아무래도 격한 가슴의 두근거림을 타고난 여인이 맞기는 맞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가짜 공주 역할 때 만난 스승이라지만 낯설다면 낯선 남자와 함게 말을 타고 달리는 용감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그녀는 뛰노는 심장 박동 만큼이나 격한 운명을 맞게될 여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수 가문의 아들이라는 김승유를 포기할 수도 없고 떠날 수도 없었던 거겠죠.

위기일발의 현실 앞에 한순간 부서진 사랑의 단꿈

처음 경혜공주(홍수현)을 졸라 김승유를 만나게 해달라 조를 땐 자신의 남편감인 줄만 알고 '사랑'이라는 판타지에 빠져 마냥 행복할 거라 생각했는데 세령과 김승유가 꾸던 사랑의 단꿈은 경혜공주의 폭로로 산산조작 나고야 맙니다. 세령은 잠시나마 이 다정한 남자와 백년해로할 것이라 여겼고 승유는 이 당돌한 공주가 내 아내가 될 줄로만 알고 먼 미래에 함께 말을 달리자 약속했는데 이제서야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현실의 장벽들이 그녀를 가로막기 시작한 것입니다.

강학에 들어온 스승들을 놀리며 장난치던 경혜공주도 문종(정동환)의 병환을 알게 되고 자신과 동생 단종(노태엽)의 위기 상황이란 사실을 인지합니다. 이제 철없는 놀음은 그만하고 발빠르게 수양대군(김영철)과 그 일파들의 속셈을 막아내야하는 것입니다. 최고 세력가이자 문종이 의지하는 재상 김종서(이순재)의 아들 김승유와 결혼하는 건 살아남기 위해서도 동생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경혜공주에게는 달콤한 로맨스를 꿈꾸고 있는 승유와 세령의 사랑놀음을 끝내야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세종 임금의 직계자손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수양대군이 문종의 독살을 사주했을까

세종 말기에 8년 동안 세자 향은 세종을 대신해 섭정을 하게 됩니다. 몸은 병약했지만 여러 분야에 재주가 뛰어 났던 문종은 화차를 직접 설계하기도 하는 등(문종화차) 군사 분야에도 관심이 아주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재위 기간은 불과 2년 4개월 밖에 되지 않습니다. 39세의 나이로 다소 일찍 사망한 그의 병은 종기였습니다. 수양대군도 한때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등 애를 먹긴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병약해도 이런 문제로 죽지는 않는다고들 합니다. 덕분에 일각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근거로 어의 전순의가 수양대군의 사주로 문종을 죽게한 것은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예전에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에 이런 장면이 등장한 적 있습니다. 중종의 사랑을 받는 연생이가 회임을 하자 제조상궁이 의녀를 시켜 연생이를 제거하려 합니다. 연생이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아이를 가지면 고혈압 증세가 생겨 난산을 하는 체질입니다. 당시 아이를 낳다 죽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는 흔했으니 자연스럽게 죽는 것처럼 위장하려 연생을 담당한 의녀는 연생이에게 기름진 음식을 더욱 권장합니다. 덕분에 연생은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게 되죠. 어의 전순의도 종기로 고통받던 문종에게 독성 강한 꿩고기를 계속 권하고 활동에 아무 문제없다며 넘어간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문종의 최측근에 있던 어의가 수양대군의 사주를 받았다면?

전순의는 세종, 문종, 단종, 세조, 성종까지 어의를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로 각종 의서 편찬으로도 유명합니다. 신하들이 전순의의 신분이 미천하다 한 걸로 보아 출신도 한미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왕이 사망하면 어의에게 책임을 물어 사형을 시키는 등 엄벌을 내리는 관례가 있었는데 문종이 죽은 후 전순의는 죄를 받기는 커녕 다시 내의원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전순의는 이런 저런 수상쩍은 일을 다 떠나 세조가 등극하자 일등공신 반열에 올라 승승장구하는 등 미심쩍은 출세를 하게 됩니다. 반란을 일으킨 수양대군에게 어의가 무슨 공을 세웠는지 의아한 일입니다.

조카를 몰아내고 죽음에 이르게 한 숙부 수양대군. 세종 재위시에도 몸이 약한 형을 보며 그가 반란을 꿈꾸었을 지도 모른다는 점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형과 조카가 약해지는 절호의 찬스를 찾으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기에 미리 신숙주, 한명회, 권람, 홍달손 등의 인력풀을 구축하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분히 계획적인 반란이었고 사전에 모의된 음모였으니 어의를 매수해 문종을 좀 더 일찍 죽게 만들었다는 것도 분명 가능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1428년 계유정난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드라마 속 문종의 염려대로 경혜공주와 단종은 가시밭길을 걷게 됩니다. 자식들을 걱정하며 비명에 죽어간 문종이나 숙부를 원망하며 죽어야 했을 문종의 비명소리. 아무리 이 드라마가 로맨스 드라마라지만 왕족의 죽음 앞에서 그들의 사랑이 아무리 절절한들 행복한 사랑의 꿈을 꾸기는 힘든 것이겠지요. 세령은 거기에다 아버지 수양대군이 친형과 동생, 조카를 죽인 패륜이며 연인 김승유의 아버지까지 살해한 역적이란  죄책감을 떠안고 김승유를 만나야할 것입니다.

문종의 병을 일일이 수양대군에게 보고하는 내의관으로 보아 극중에서도 문종을 독살하거나 죽음에 이르도록 사주하는 장면이 등장할 것도 같습니다. 문종이 곧 죽을 것임을 알게 된 대신들도 수양대군의 대세를 따르거나 단종을 보호하려 하는 등 곧 패가 갈리게 되겠지요. 세종의 강건한 치세가 엊그제 같은데 왕권의 몰락도 정말 한순간인 것같습니다. '권력'을 가진 왕이기에 세상에서 제일 두려워할 존재가 신하이기 보다 같은 핏줄이라는 점이 그들의 타고난 서글픔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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