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한국 드라마 보기

반짝반짝빛나는, 신데렐라가 되지 못한 금란을 보는 두가지 마음

Shain 2011. 8. 15. 09:40
728x90
반응형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남들에게 존중받기 위해서 입니다. 또는 자신의 삶의 가치를 인정받거나 푸대접을 받기 싫어 돈을 벌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덧붙여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자유를 뜻하는 말이기에(실제 특정한 몇몇 경우 돈으로 자유를 살 수 있기도 하구요) 복권이 쥐어지면 당첨되길 바라게 되고 혹시 내가 태어날 때 병원의 실수로 부자 부모와 바뀐 건 아닐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현대사회가 워낙 다양한 물질의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이다 보니 힘들어서 그런 꿈을 꿔보는 것도 사실이구요.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이 드디어 최종회가 방송되었습니다. 처음부터 한정원(김현주)과 송편집장(김석훈)이 맺어질 것은 기정 사실이었고 두 가족이 화목함으로 끝날 것이란 것도 예정되어 있었으니 별다른 결말을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그저그런 주말 드라마의 해피엔딩이 만족스럽고 웃음이 난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더 다른 결말을 맺을 수는 없었을까 아쉽기만 합니다. 마치 극중 신데렐라가 될 기회를 잡았던 황금란(이유리)이 완벽한 기회를 잡지 못했음이 아쉬운 것처럼 말입니다.


영원히 철들 것같지 않던 한상원(김형범)은 주부우울증 증세까지 보이며 아내 이은정(전수경)을 달달 볶습니다. 영원히 사람 몫을 못하나 싶었는데 이젠 어엿한 한 가족의 일원입니다. 완전히 실명된 이권양(고두심)은 큰딸 태란(이아현)과 함께 요리책을 집필하고 남편 황남봉(길용우)의 도움을 받습니다. 신림동의 상황은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여유로워졌습니다.  대세를 따르자며 한정원과 황금란 사이를 오가고 송편집장을 차갑게 대하던 '지혜의 숲' 직원들은 이제 책에 대한 남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된 것같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결말은 삶의 의욕 조차 찾지 못한 지하서점을 떠난 황금란이 새로운 인생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고 신림동 작은 식당의 여주인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던 이권양의 인생을 세상 사람들이 주목받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힘들게 생계를 꾸려 나가고 서점 여직원으로 열심히 살던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란의 인생이 처음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았더라면, 힘겨운 그네들의 벅찬 삶이 처음부터 귀하게 여겨졌다면 좋았을 걸 싶을 뿐이지요.



'반짝반짝 빛나는' 내면의 가치는 각자의 것

처음부터 원래 세상의 원리가 그랬습니다. 세상에는 부자인 사람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인생만 가치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듯하고 윤승재(정태우)같은 헛똑똑이들이 섯불리 황금란과 한정원의 가치를 평가해 귀한 것, 귀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지만 원래부터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인 사람이나 그 인생의 가치는 똑같이 귀한 것이었습니다. 백곰(김지영)같은 돈을 권력으로 아는 사람들이 의사도 정치인도 모두 움직이길래 돈가진자가 모든 빛나는 것의 주인처럼 여겨지지만 '황금란'의 인생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황금란이 나고 자란 집은 여전히 다 무너져가는 작은 식당입니다. 그리고 송편집장이 자란 백곰의 집과 한정원이 나고 자란 한지웅(장용)의 집은 여전히 대궐처럼 큰 부자집입니다. 그 차이가 삶이 얼마나 불편하냐 그리고 삶이 얼마나 편리하냐를 결정지을 수는 있어도 부모의 가치와 자식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내면의 가치를 알고 있었던 한정원도 황금란도 그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을 헌신한 윤승재에게 버림받고 다만 힘겨운 인생의 굴레에서 벗어나 조금 편해지고 싶었던 황금란은 자신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친부모가 부자라면 남들이 함부로 무시하고 짓밟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끔 명품옷에 비싼 핸드백을 걸치고 서점에 와서 환하게 웃던 한정원처럼 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원래부터 귀했지만' 그걸 몰랐던 황금란은 돈많은 신데렐라가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사실 전 아직까지도 황금란의 그런 엇나간 바람을 용납은 안해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녀가 그렇게 멍청하고 급낮은 악역이 되어야했던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 누구도 그런 황금란을 소중히 여겨주지 않았고 일순위의 가치로 여겨주지 않았기에 인생의 위기가 왔을 때 기댈 곳도 의지할 곳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 그녀의 엇나간 바람이 결국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쉽긴 하네요.


한정원의 빛나는 내면의 가치, 그 가치와 고집이 결국 백곰을 바뀌게 했고 송편집장과의 사랑을 가능하게 했으며 황금란을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결국 그런 결론이 내려진 것 같지만 전 아직까지도 원래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내면을 가졌던 금란이 가족들의 사랑으로 다시 자신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달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데렐라가 된 건 돈의 힘의 아니라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자기 자신의 성숙함 때문이었던 겁니다. 서른이 될 때까지 가족들을 뒷바라지하고 보살펴주던 그 아름다운 금란, 왜 아무도 최고라고 말해주지 않았는지 전 아직도 의문이거든요.

그렇게 자신의 괴로움에서 도망치고 싶어했던 황금란은 괴짜 정신과 의사 남성우(윤희석) 옆에서 환하게 웃습니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강동호가 애인을 빼앗긴 강대범의 역할로 멋지게 노래를 부를 때는 보는 사람들 조차 행복해지는 그런 장면이 연출되더군요. 귀엽고 어린 싱글 대디가 한정원이라는 사랑을 빼앗기고 '한많은~ 이 세상'을 열창할 때는 귀엽다 못해 깜찍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금란, 정원의 모든 좋은 점을 알아봐준 대범에게도 행복한 연인이 찾아오겠죠.



여유있는 마음 만 귀한 건 아니야

큰딸 태란이 자신의 엄마 권양이 실명한다는 걸 알게 되고 나는 모실 수 없노라 악을 쓸 때 또 엄마가 바보같아서 화장품 유통기한 지날 때까지 쓴다며 소리를 지를 때 그 행동을 철없다고 하기 보다 이해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거라 봅니다. 분명 더 힘든 사람은 엄마 권양일테고 그렇게 울부지으며 엄마탓을 하는 행동이 상황에 큰 도움을 주지는 않겠지만 왜 엄마란 존재는 그렇게 자기 생각도 안하고 돈부터 생각하는지 왜 좀 더 이기적이지 못하고 건강검진 한번 안 받는건지 그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요.


인생 최악의 순간까지도 고운 자세를 유지하던 진나희(박정수)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신림동의 삶은 그런식으로도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살다 보면 돈많은 사람이 대접받는 것처럼 교양있고 품위있고 매너있는 삶이 인생의 최종목표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서툴면 서툰대로 거칠면 거친대로 신림동 식구들이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그 가치가 있습니다. 귀한 음식 랍스터 먹는 법을 안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아직까지도 전 황금란이 자신이 살아온 인생 만의 장점을 한정원에게 어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긴 합니다. 약간은 철없는 한정원이 금란이 그런 마음을 먹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도 분명 불만입니다. 그렇지만,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결론이 부잣집 딸이 가난한 집 딸 보다 잘났다는 식으로 이해되지 않길 바랍니다. 돈과 인생 그리고 서민과 부자 그 삶의 이치란 것이 결국 가장 단순한 진리라는 것, 그점만은 분명하니까요. 54회 동안의 대장정, 말도 많고 탈도 많았고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던 드라마 그 종영이 많은 이야기거리를 남기는 것 같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