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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번의입맞춤, 남편은 뻔뻔한 불륜 동생은 의붓오빠와 사랑

Shain 2011. 8.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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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배우 서영희를 눈여겨 보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 후 처음으로 출연한다는 드라마 '천번의 입맞춤'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여왕의 유모 역할을 맡는 등 연기자가 서글서글한게 인상이 좋은 편이라 이번에는 어떤 역할이 될 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마찬가지로 함께 출연한다는 지현우, 류진 등도 평소 좋은 인상을 남기던 배우라 이번 드라마가 어떤 내용이 될 지 궁금하더군요. 제목으로 봐서는 열렬한 사랑이야기를 다룰 주말 드라마인 것같은데 '주부' 역할이라는 서영희가 어떤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인지 눈길이 갔습니다.

'천번의 입맞춤' 막상 보고 보니 흔한 통속극의 구조를 가진 드라마이긴 하더군요. 부자집 아들, 불륜, 근친을 비롯한 다양한 코드가 다 들어 있습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이혼한 여성이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이기도 하구요. 어머니가 어릴 때 집을 나가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자매, 어머니의 공백을 느끼며 자란 두 여성이 새로운 사랑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서영희가 맡은 우주영은 어머니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이혼하지 않고 남편 박태경(심형탁)이 두번의 불륜을 저질렀음에도 참아주고 살아온 30대 초반의 주부입니다. 못된 시어머니 염정순(정재순)이 늘 심술궂게 며느리에게 험한 소리를 하고 괴롭혀도 어린 아들 박찬노(구승환)의 어머니로서 잘 살아보려 노력하는 성실한 주부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이혼을 결심하고 장우빈(지현우)라는 한 남자와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배우 서영희는 겉보기에는 여리면서도 동시에 내면이 강한 여성을 잘 표현하는 편입니다. 서글픈 남편과의 이혼을 어떻게 버티고 사랑을 가꿔가게 될 지 기대가 되는 역할이기도 하죠. 반면 우주영의 동생 우주미(김소은)는 자신의 의붓오빠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복잡한 역할입니다. 자매의 어머니인 유지선(차화연)이 어릴 때 집을 나가 재혼한 남자가 우주미가 사랑하게 되는 장우진(류진)의 아버지입니다. 우진은 우빈과 사촌형제간이기도 합니다. 이혼녀라는 약점 이외에도 두 자매는 우빈의 어머니가 반대할만한 충분한 사연을 갖고 있는 셈이거든요.



뻔한 통속극의 구조, 어떻게 시청률을 잡나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꽤 복잡한 편이지만 금방 알아볼 수 있는 편입니다. 유주영, 주미 자매의 어머니인 유지선이 남편의 제자와 불륜을 저질렀다가 이혼당하고 쫓겨났고 간병인으로 일하던 도중 장우진의 아버지인 장병두(이순재)와 결혼하게 됩니다. 그러나 하필이면 불륜 대상이었던 남자가 장우빈의 어머니인 민애자(김창숙)의 남동생이었고 민애자는 자신의 손윗동서이자 우진의 계모인 유지선을 싫어하게 됩니다. 극중에서도 공공연히 유지선의 위치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장면이 나올 정도인데 사연을 알고 있기에 가족들이 말리질 못합니다.

우빈은 유지선의 큰딸인 주영과 우진은 작은 딸인 주미와 사랑에 빠진다는 시놉인거 같으니 두 사람 모두 민애자가 반대할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진 셈이죠. 오히려 이혼녀라는 점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출생의 비밀입니다. 민애자라는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과 조카를 자매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는 설정인 것이죠. 민애자로서는 자신의 남동생과 불륜을 저질렀던 여성이 윗동서라는 것 조차 참기 힘든데 그 딸이 아들을 휘어잡는다니 속이 터질 수 밖에 없습니다. 누가 생각해도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사촌 형제가 한 자매와 사랑에 빠지고 그 자매의 어머니는 그 집안의 큰어머니라니. 단박에 '막장'이라는 소리가 나올만한 뻔한 통속극의 구조라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거기다가 초반부터 우주영의 남편 박태경은 불륜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주영을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고 가정을 건사할 아내로는 생각하지만 사랑할 여자는 다른 곳에서 찾아헤매는 하이에나같은 속성을 가진 남자, 한마디로 '욕먹을만한' 캐릭터가 박태경입니다. 태경과 주영의 치열한 부부전쟁은 또다른 통속극의 속성을 잘 반영하겠죠.

문제는 이런 '막장 드라마' 구조에 시청자들이 익숙하다는 점입니다. 의붓 오빠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도 이젠 식상하고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이혼녀 이야기는 이미 '불굴의 며느리'가 방영중입니다. 또 딸을 버리고 부자집으로 시집간 어머니의 이야기는 '미스 리플리'를 비롯한 여러 드라마에서 반복된 이야기죠. 사랑, 불륜, 배신 이 테마를 빼고 나면 통속극에서 골라낼 만한 소재가 없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흔한 패턴입니다.


안 그래도 이 드라마의 초반 시청율은 '반짝반짝 빛나는'의 시청율을 그대로 이어받지 못하고 8.9%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주말 드라마의 특성상 극중 우주영이 '아내의 유혹'처럼 독한 복수를 마음 먹고 스피디하게 드라마를 전개하지도 못할 것이고 파트너끼리 '사랑 밖에 난 몰라'를 외치기엔 가족관계도 신경써야 하는 약점을 가진게 주말 드라마입니다. 더군다나 주인공 두 커플의 사랑은 얼핏 보기에도 보통 힘든 관계가 아닙니다. 두 자매가 사랑에 성공한다 쳐도 겹사돈이고 헤어져도 가족이고 뭐 그러니까요.

결국 이 드라마 역시 캐릭터의 매력과 배우의 연기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 됩니다. 서영희라는 배우가 흔히 볼 수 있는 주부 캐릭터를 익숙하게 표현하는 것처럼 지현우 역시 편안하고 안정감있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입니다. 발랄한 느낌의 김소은이나 키다리 아저씨같은 류진도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배우들입니다. 이야기의 매력 보다는 두 커플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 나갈지 그 부분에 주목해볼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사랑

어쩌면 이 드라마의 포인트는 살아오면서 수없이 마음을 난도질당한 사람들이 어떻게 순수한 사랑으로 위로를 얻느냐는 부분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릴 때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남편 마저 믿을 수 없는 바람둥이를 만난 우주영이 지현우의 위로와 헌신으로 사랑을 믿게 되고 냉정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죽고 탐탁치 않은 계모 때문에 아버지와 갈등하며 외롭게 자라온 장우진이 순수하고 어린 아가씨를 만나면서 따뜻함을 알게 되는 그런 구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 사랑 이야기의 정점에는 장병두와 재혼한 유지선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정을 파탄나게 한 당사자였던 유지선이 간병인으로 일하다가 장병두를 만나고 집안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 그 뒤로도 유지선은 다리가 불편한 장병두를 위해 늘 최선을 다하며 성실히 살아갑니다. 의붓 아들인 장우진과도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해보려 애쓰지만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주변의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믿고 의지하는 사랑은 많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 봅니다.

통속극은 종종 막장스럽게 느껴지지만 어디선가 보았고 들었을 법한 이야기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드라마 보다 더 꼬인 관계들도 많고 실화 보다 더 막가는 이야기가 없다는 말도 있죠. 통속극의 재미를 최대한 살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인듯 소탈하게 꾸며간다면 많은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특히 주인공 역을 맡은 서영희에게 큰 기대를 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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