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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요즘 이혼녀 전성시대 3대 이혼녀와 3대 연하남

Shain 2011. 8. 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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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에 가족들과 앉아 TV를 보다 보면 뉴스 아니면 드라마로 시청 가능한 프로그램이 한정되기 마련입니다. 오락 프로그램도 괜찮을 수 있겠지만 9시대에 방영되는 일명 '예능 프로그램'은 그닥 반갑지 않더군요. 덕분에 좋으나 싫으나 TV를 켜두게 되면 9시엔 거의 드라마를 보게 됩니다. 지난 주말 MBC를 보다 보니 9시 타임에 '천번의 입맞춤'을 방영하고 뒤를 이어 10시 타임엔 '애정만만세'를 방송하더군요. 평일엔 매일 9시까지 '불굴의 며느리'를 방영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세 드라마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편의 불륜으로 아내가 마음 고생을 하다 남편과 헤어지고(혹은 남편이 죽고) 잘 나가는 연하남과 새출발을 하는 내용입니다. 어쩌다가 드라마 세 편이 모두 다같이 홀로 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게 되었는 지 알 수는 없지만 이혼율이 급격히 증가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같기도 하고 흥미롭습니다. 물론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라기엔 연하남과의 사랑이나 신데렐라 스토리가 어쩌면 몹시 식상하고 진부해서 씁쓸한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결혼이 인생의 무덤 만은 아니듯이 이혼이 실패의 증거인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새로이 출발할 권리가 있고 또 지난 인생이 힘들고 고생스러울수록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게 당연합니다만 이혼하면 닥쳐오는 정신적인 외로움, 경제적 곤란, 주변의 시선 등은 혼자서 감당해야할 고통이고 시련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젊고 잘 생긴 연하남이 사랑한다며 대시해 온다면 그게 마냥 행복할 것도 같겠지만 또다른 고통의 시작일 수도 있구요. 이 드라마들이 그런 면면들을 너무 흥미 위주로만 그리는 것같아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일단 '불굴의 며느리'의 여주인공 오영심(신애라)는 남편과 이혼을 하려던 중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어버렸고 '종가집 맏며느리'란 특성상 아직도 시댁에 매여 있는 상황입니다. '애정만만세'와 '천번의 입맞춤'에 등장하는 강재미(이보영)과 우주영(서영희)는 뻔뻔하고 양심 팔아먹은 남편 때문에 이혼을 했거나 하기 직전인 처지이구요. 강재미는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 때문에 사랑에 큰 장애가 생길 듯하고 우주영은 아버지와 어릴 때 헤어진, 얼굴도 잘 기억 안나는 어머니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을 것 같습니다.



새출발의 걸림돌이 되는 건 남이 아닌 가족

세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모두 이혼을 하게 되거나 사별을 한 상황이지만 '불굴의 며느리'의 여주인공 오영심은 좀 더 상황이 특별합니다. 대개는 남편과 사별하면 시댁과도 영영 이별을 하게 마련인데 오영심에게는 본래 가족이 없었고 시어머니와 시할머니 등을 가족처럼 여기고 살아온 상황입니다. 오영심이 사랑하게 된 남자 문신우(박윤재)는 시어머니의 친구 아들이라 두 사람이 결합하게 되면 시어머니가 딸같은 며느리의 친정어머니 역할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나 남편을 여읜 오영심과 아들의 결혼을 쉽게 허락할 부모는 아마 없겠죠.

'애정만만세'의 여주인공 강재미는 사기 이혼에 같이 마련한 사업체까지 빼앗아가는 최악의 전남편 때문에 바람둥이 변호사 변동우(이태성)에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이 여자 저 여자 쫓아다니며 사랑을 장난처럼 여기던 변동우가 이혼하고 고생하는 강재미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변동우는 강재미의 친아버지 강형도(천호진)가 재혼한 여자 변주리(변정수)의 남동생으로 어찌 보면 재미의 외삼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물론 법적으론 문제 없을 거라지만 여동생까지 낳은 상황에 그렇게만 따질 일은 아니죠).

'애정만만세'의 커플 강재미와 변동우

'천번의 입맞춤'의 여주인공 우주영, 우주미(김소은) 자매는 각각 장우빈(지현우), 장우진(류진)이라는 사촌형제와 사랑에 빠집니다. 바람을 밥먹듯 피우는 믿을만한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남편과 남편 잘못으로 이혼해도 주영의 잘못이라는 시어머니 때문에 속이 상할대로 상해 빈털터리로 새출발을 해야할 처지가 될 것같습니다. 그런 불쌍하고 안된 여자에게 장우빈이 사랑을 느끼게 되겠죠. 문제는 주영, 주미 자매의 친어머니가 장우진의 계모이자 우빈의 큰어머니란 점인데 친어머니 유지선(차화연)이 우진의 동생까지 낳은 상황이라 법적으로도 두 사람은 남매입니다.

약간은 허황되긴 해도 한 여자가 남편 때문에 고생하다 괜찮은 남자와 새 출발을 할 상황이 왔을 때 제일 먼저 지지해주고 든든하게 믿어줄 사람은 가족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꿈꾸는게 가장 큰 방해가 되는게 가족, 그것도 친부모라니 뭔가 눈쌀이 찌푸려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불굴의 며느리'의 오영심은 시댁식구들이 모두 재혼에 찬성해서 결혼 허락까지 받아내고 진짜 가족처럼 돌봐주지만 남편이 될 문신우의 가족들이 지독한 반대를 합니다.

'불굴의 며느리'의 오영심, 문신우 커플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만큼 이혼 역시 사람이 살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밥먹듯이 이혼하고 재혼하고 장난삼아 헤어지는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아직까지 이혼녀라는 존재는 차별의 대상이기도 하고 경제적 곤란이나 사회적 곤란을 떠안고 살아야하는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드라마에서 그런 편견을 노골적으로 표현할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그들을 반대할 수 있는 핑계거리를 만들어주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복잡한 관계가 일반적이 되어 가네요.

또 전남편의 존재가 여주인공에게 고통만 주는 존재로 묘사되는 반면 새로 찾아온 사랑의 대상, 즉 연하남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표현되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강재미의 새 연인 강동우는 부자집 아들에 괜찮은 변호사이고 성격도 다정다감합니다. 우주영의 위로가 되어주는 장우빈은 전직 축구선수로 이젠 축구 선수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인데다 제법 잘 사는 집의 아들입니다. 오영심의 새 남편이 될 문신우는 외국에서 유학까지 하고 돌아온 '퀸스그룹'이란 재벌의 후계자입니다. 무엇 보다 어떤 어려움에도 자신의 연인을 믿고 지켜주는 대단한 남자들이죠.



이혼녀가 자극적이기 때문에?

살다 보면 여러 인생의 단면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드라마에서처럼 배우자가 바람을 피울 수도 있고 이혼을 하거나 사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 마다 그런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때로는 이런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를 생각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기도 합니다. 남편이 바람피우거나 이혼했다고 해서 흔들린다면 세상에 이겨낼 수 있는 일은 한가지도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편과의 관계에서 실패한 한 여성이 새 출발을 하고 새 인생을 꿈꾸는 내용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천번의 입맞춤'의 우주영, 장우빈 커플

그러나 이혼녀와 연하남이라는 설정이 단순히 상대 집안의 반대를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조건'에 불과하고 비현실적이고 꿈같은 연하남과의 사랑을 더 뜨겁게(?) 만들어주기 위한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면 드라마 내용은 자극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굳세어라 금순아'같은 드라마는 하루 아침에 혼자가 된 한 여성이 사회적으로도 성공하고 새로운 남편을 얻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리긴 했지만 최근 방영된 '이혼녀' 드라마들처럼 자극적이란 평은 듣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불륜, 삼각관계, 재벌 이야기를 빼면 드라마 소재를 삼을 것이 없다는 평을 듣다 보니 조금 더 격한 반대를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대상을 고른 것같기도 하구요. 어느 쪽이든 간에 MBC 드라마에는 3대 이혼녀와 3대 연하남이 지금 매일매일 드라마를 평정하고 있는 건 사실이네요. '불굴의 며느리' 쪽은 시청률이 꽤 높다고 들었습니다만 나머지 두 드라마는 아직까지 그닥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든 되도록 행복하고 비참하지 않은 이야기가 됐으면 싶은 바람이 있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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