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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번의입맞춤, 뻔뻔한 배우자의 불륜 용서해줘 말어

Shain 2011. 9. 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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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TV에서는 종종 언제 만들어졌는지 짐작도 가지 않을 만큼 오래된 '방화' 즉 한국 영화를 방영해주곤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명작이다 싶은 고전도 있었지만 때로는 어린 나이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통속극도 방송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이해가 안가는 영화는 결혼한 남자가 처녀를 사귀다 아이를 낳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은 그 처녀가 본처와 함께 울고 불고 하는 영화였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제목이 '미워도 다시 한번' 아닐까 싶은데 워낙 시리즈가 많아 확신이 안서는군요).

대체 왜 유부남이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는지도 이해가 안갔고 본처는 왜 그런 남편과 이혼도 하지 않은 채 불륜녀가 낳은 아이를 대신 길러주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부남의 아이를 낳은 여자는 왜 살인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납작 업드려 아이까지 본처에게 주는지 어린 제 정서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세계였습니다. 사랑했다면서 그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엄마와 떨어져 자라게 만들고 사랑했다면서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넘겨주다니 그 사람들은 왜 그런 선택을 당연하게 여겼을까요. 그때는 단순히 불륜이란 나쁜 것이로구나 받아들이고 말았습니다.

남편의 불륜으로 소중히 여겨왔던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우주영.

그러고보면 '결혼'이란 제도가 있고 또 남자와 여자가 존재하는 한 '불륜'이란 절대 사라지지 않을 인류의 고민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수없이 많은 통속극들이 '불륜'과 '이혼'을 주제로 만들어지고 있고 실제 생활에서도 불륜과 양다리로 고민하는 커플은 셀 수 없이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람'은 피우지 않더라도 배우자 외의 이성에 마음이 흔들려본 경험은 그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져 불륜녀가 굽히고 들어오는 시대가 아니라 유부남을 내 남자라며 뺏어가는 시대가 되었죠. '천번의 입맞춤'의 여주인공 우주영(서영희)는 남편 박태경(심형탁)의 불륜녀 양준희(이자영)가 끊임없이 남편과의 불륜을 폭로하며 괴롭히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혼을 선언합니다. 양준희는 절대 이혼만은 하지 않겠다는 불륜남 박태경은 쿨하게 놓아주는 척 하면서 우주영은 계속 괴롭힙니다. 유부남을 내 남자로 만들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둘의 결혼을 비웃는 행동인 셈입니다.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선까지 노력해야 할까

결혼과 사랑에 대한 관점은 사람 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해줄 수 있는 충고는 있습니다. 결혼은 달콤한 연애와는 달리 두 사람 간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말입니다. 혹자는 극단적으로 결혼할 자격이 없는 사람은 결혼하지 말라며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즉 부부로서 결혼을 유지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노력할 수 없는 사람, 자신 만을 바라보며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남에게 폐끼치지 말고 혼자 살라는 뜻입니다.

이 드라마 '천번의 입맞춤'에 등장하는 남편 박태경같은 인물이 대표적인 '결혼할 자격없는' 배우자일 것입니다. 돈도 적당히 벌고 성격도 좋고 사람좋은 유형이지만 끊임없이 아내 이외에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빠져드는 물렁물렁한 인간형이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늘 아내를 배신합니다.  반복적으로 아내를 속여온 이 남자에게 결혼이란 아내 혼자의 노력으로 유지되는, 남의 일일 뿐입니다. 가정을 꾸리고 뒷바라지를 받고 싶은 욕심, 그 욕심은 아내에게서 채우고 자신은 '재미를 보러' 다닙니다.

도대체 불륜녀는 이렇게 무책임한 남자의 어디가 좋을까

안 그래도 결혼하고 나면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노력할 일이 많습니다. 주인공 유주영처럼 살림을 꾸리는 일 외에도 마음보도 못되고 말도 사납게 하는 시어머니같은 사람을 챙겨야하는가 하면 뒤따라다니며 모든 걸 챙겨줘야하는 아이도 길러야 합니다. 그렇게 바쁘고 노력이 필요한 일상생활에 한쪽은 죽어라 전인생을 바치는 반면 나머지 한쪽은 이기적으로 굴고 있으니 결혼이 혼자 만의 힘으로 꾸려지는 것도 아니고 노력하는 쪽에서는 허탈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드라마에 이어 방송되는 '애정만만세'에는 불륜을 저지르다 못해 아예 결혼 생활을 포기해 버리는 남편도 등장합니다. 극중 강재미(이보영)의 남편이었던 한정수(진이한)는 어린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다 못해 사기 이혼까지 하면서 아내를 떠나갑니다. 이 철없고 양심없는 전남편은 달달한 사랑의 단맛 만이 결혼의 전부라고 믿고 있는 것인지 새 아내와 결혼해서도 게으름을 버리지 못하지만 전 아내였던 재미가 운영하던 죽집을 빼앗아 젊은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쓴맛, 괴로운 맛 같이한 전 아내와의 생활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는 아마도 진짜 결혼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것같습니다.

주영에게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시어머니 주영의 할머니는 주영의 편을 들어준다

확실한 건 결혼이란 혼자서 잘 한다고 해서 원만해지는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극중 우주영의 시어머니인 염정순(정재순)은 주영에게 무조건 참으라고 압력을 넣습니다. 이미 두 번의 불륜으로 만신창이가 된 며느리에게 여자 혼자 잘 살 수 있을거 같냐고 은근히 협박하는 그녀의 가치관은 무조건 본처가 참고 불륜을 감싸주어 가정을 유지하게 하는 구시대적 기준이랄 수 있지만 꽤 많은 부부가 이런식으로 서로의 단점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원래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우주영처럼 끊임없이 불륜녀에게 조롱받고 성인군자처럼 남편의 어리광을 계속 받아주어야 하는 배우자가 언제까지 참고 용서해야 하냐는 점입니다. 결혼이 아무리 노력으로 완성되는거라지만 평생 동안 한쪽의 희생으로 결혼이 지속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무엇 보다 신뢰할 수 없는 배우자와 냉랭해진 감정으로 겉으로만 괜찮은 척 계속 살아가는 모습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배우자의 불륜은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인내심의 한계를 보게해줄 것같습니다.



결혼도 책임이지만 이혼도 책임

시어머니 염정순은 이혼하겠다는 며느리에게 혼자서 뭐해먹고 사느냐며 아이까지 뺏겠다고 악담을 퍼붓습니다. 남편의 과실이 분명함에도 위자료 한푼 주지 않겠다는 시어머니의 심술, 참으로 갑갑하지만 아이 아버지에게 실망하고 더 이상 부부생활을 할 희망을 잃어버린 주영에게 그 문제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면 인생이 반드시 그 보답을 하리라 믿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분명 아이 아버지 태경의 무책임과는 다른 결과를 보게 되겠지요.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도 이혼후의 새출발이 쉽지 만은 않다

남편의 불륜 현장을 보러가는 주영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 없습니다. 직장생활도 하지 않고 어린 아들을 키우기 위해 살림만 하던 한 주부가 가정을 박차고 나온다는 게 쉽지만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은 이혼에 신중하라고 충고합니다. 결혼이 감정에 휘둘려서만 할 일은 아니듯 이혼 역시 자신이 책임져야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합니다. 많은 드라마들에서 묘사하듯 이혼이라는게 연하남을 만나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 새 인생을 시작할 기회가 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련의 시작이기도 하지요.

중요한 것은 그런 '이혼녀, 연하남의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성인으로서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자식에게도 연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노력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그 대가를 얻게 된다는 부분 같기도 합니다. 뻔뻔한 배우자의 불륜과 이기심을 참고 견디는 삶에 자신을 던지는 것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아이에게도 행복은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이런저런 이유로 이혼이 많아진 시대다 보니 어떤 점을 더 중요하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미워도 다시 한번'을 찍어야할 이유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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