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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형제들, 무개념 언론인에 무지한 대학생들에 경악

Shain 2011. 8. 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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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TV를 켜놓고 빨래를 개다 보니 8시대에 방송되는 드라마는 '오작교 형제들' 뿐이더군요. 아무 생각없이 시청하다 보니 동생이 지난주에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저 드라마도 참 앞뒤 모르고 막나간다고 했던 기억 말이죠. 주말 드라마가 MBC나 KBS나 눈쌀찌푸릴만한 설정이 많은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막장' 소리를 듣나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궁금증은 시청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단박에 풀리더군요. 등장인물들의 직업이 대학생, 방송 앵커, 경찰, 농업인 등등인데 주말 드라마에서 금기시해야할 내용은 모두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기본 줄거리는 사업에 망해 중국에서 실종된 아버지를 둔 백자은(유이)이란 여주인공이 아버지의 땅에서 농장을 꾸려 살던 아버지 친구집에 분란을 일으키는 내용입니다. 황창식(백일섭)과 박복자(김자옥) 부부가 백자은의 아버지 땅이던 황무지에서 과수원을 고생고생 가꿔왔고 아버지가 실종되자 돈나올 곳이 없는 자은이 그 집에 자신의 권리를 요구합니다. 각서를 들고 권리를 요구하는 자은이 미워 복자와 창식 등은 각서를 훔치고 자은을 쫓아내버리고 맙니다. 덕분에 대학생인 자은은 동아리방에서 자고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는 등 고생을 하게 되죠.


네 아들 중 셋째 아들인 황태희(주원)는 경찰입니다. 무뚝뚝하고 유머라곤 전혀 없는 이 셋째 아들이 여주인공 자은과 사귀게 되는 인물인데 태희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나사가 빠졌다고 해야할지 불법과 유머도 구분하지 못하는 특이한 사람들만 모여 있나 봅니다. 각서를 잃어버려 자은을 쫓겨나게 했다고 즐거워하고 과일을 먹는 황창식네 식구들도 조금 황당하지만 명색이 국가 공무원 '경찰'인데 막내는 형 태희의 경찰 명함을 들고 여자들에게 경찰을 사칭하고 다닙니다.

모델 일을 하다가도 수사 중이라며 경찰 명함을 내미는 동생 황태필(연우진)은 그게 범죄인지도 모를 정도로 무디고 그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인지하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더 심각한 건 황태희가 지금 상부의 지시도 무시하고 수사중인 내용이 유출된다는 것입니다. 방송 앵커이자 태희의 둘째형인 황태범(류수영)은 특종을 위해서는 사리분별없이 덤비는 성격인데 동생의 직업 윤리나 자신의 보도윤리 같은 건 모두 잊어버린 듯 무지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덕분에 자은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곤란에 빠지고 말죠.



버릇없는 철부지는 못된 일을 당해도 당연하다?

황창식 가족이 자은의 아버지의 땅에 농사를 지은 건 사실일지라도 그 가족이 자은에게 아무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황무지를 갈고 가꿔 과수원으로 만든 '공'은 법적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고 과수원에 심어진 유실수에 대한 권리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극중에서 땅의 소유주가 자은이라는 점 때문에 황창식의 가족이 껄끄러워하고 미안해 하다가도 그 마음을 바꿔먹고 자은을 내치게 되는 이유는 속어로 백자은이 '싸가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찾을 돈을 달라며 떼를 쓰기도 하고 버릇없이 집안을 뒤집는 자은의 행동이 땅을 빼앗았음에도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것입니다.

자은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각서'를 도난당했는지 잊어버렸는지는 지금은 모르고 있지만 도난을 당한 것이라면 그 역시 범죄에 해당함에도 경찰 '태희'는 그 점을 그닥 신경쓰고 있는 것같지 않습니다. 친구의 딸을 쫓아내고 가족들끼리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긴 하지만 그때 뿐인가 봅니다. 둘째 아들인 태범은 한술 더 떠서 자은과 자은의 학교 교수가 입시비리에 관련되었다는 내용의 기사, 혐의 뿐인 그 수사 내용을 방송에 터트려 버립니다.


태희는 현직 교수가 자은의 아버지에게 고가의 시계를 받고 자은을 부정하게 대학에 입학시켰다는 내용의 혐의를 수사중이었습니다. 문제는 범죄로 확정이 된 내용도 아니고 피의자인 자은의 아버지 백인호(이영하)는 중국에서 실종되어 사망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란 것입니다. 즉 범죄자로 확정된 상황도 아니고 아직 수사 중인 내용을 태범이 태희에게서 몰래 빼가 방송에 특종으로 보도한 것으로 피의자를 범죄자로 세상 사람들 앞에 공표한 셈입니다.

경찰이 자신이 수사하는 업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서투르게 사람들 앞에 누설시킨 것도 심각한 관리 소홀이지만 아무리 가족이라도 수사 중인 내용을 몰래 열람, 촬영하고 그 내용을 보도하는 앵커의 보도 윤리도 반드시 지적받아야할 부분입니다. KBS에서 도청 의혹을 받았던 얼마전의 사건도 유야무야 넘어간 경험 때문인지 모르지만 언론인이 '혐의'와 '범죄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마구 보도해 유명인의 명예를 실추시킨 일은 요즘도 종종 발생하는 일입니다. 있지도 않았던 일억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버린 사건이 그런식으로 날조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자은이 다니는 대학의 대학생들도 앵커 만큼이나 무개념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대학 모델로 활동하고 얼짱으로 뽑힌데다 부자집 딸처럼 살았던 자은이 시쳇말로 '재수없이' 행동했다는 건 알겠지만 학교에서 머리감고 동아리방에서 잠을 자는 백자은을 이지메하는 듯 사진을 찍고 몰래 수근거리는 모습은 어린 중학생도 하지 않을 정도로 철없는 행동입니다. 특히 아르바이트하는 곳까지 찾아가 백자은의 사진을 찍고 손가락질 하는 모습은 저 학생들이 '초상권' 개념도 모르나 싶을 정도로 무지해 보입니다.

극중 백자은의 부정입학 수사는 끝까지 '혐의'에 불과합니다. 확실치도 않은데다 수사도 종결되지 않은 내용으로 경찰에서도 공개를 망설이는 내용인데 언론인은 방송에 보도하고 대학생들은 깡패라도 되는 듯 피의자에게 계란 세례를 하고 괴롭히는 모습은 특정 직업군에 대한 편견을 여과없이 드러내지 않았나 싶습니다(물론 무개념한 방송인, 대학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는 일치하긴 하는군요).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주말 드라마에서는 한번쯤 생각해보고 편성했어야 할 설정이 아니었을까요?



친형제가 아닌 사촌형제라서

극중 셋째 아들 태희는 다른 형제들과 부모가 다릅니다. 본래 오작교 농장의 아들이 아닌 형제들의 사촌으로 극중 황창식의 조카이지만 아들로 키운 것입니다. 덕분에 막내 아들 태필이 태희의 경찰 직위를 사칭하고 둘째 태범이 수사 내용을 훔쳐가는 등의 설정이 별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즉 핏줄이 달라 셋째 아들만 그렇게 괴롭히는 것은 아니냐고 생각하기 딱 좋은 상황이란 뜻입니다. 경찰 사칭도 수사 내용 공개도 경찰로서는 직위 해제를 당해도 할 말 없는 중요한 과실입니다. 형제들이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죠.

백자은이 사회 경험이 없고 사람들의 기분도 잘 살피지 못하는 철부지라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백자은처럼 명품에 모델로 살지 못하고 아르바이트에 험한 잠을 자며 등록금을 벌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상 생활을 고생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도 '타고난 공주'인가 싶어 그닥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가족 드라마답게 이런 저런 골치거리들이 둥글게 둥글게 변하는 모습이 묘사되겠지만 여하튼 분란덩어리들의 드라마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극중 언론인 황태범이 어떻게 자신의 '범죄'에 책임질 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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