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공주의남자

공주의남자, 충신 김종서의 비참한 죽음 김승유 세령에게 복수하나

Shain 2011. 8. 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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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3년 계유정난(癸酉靖難)의 밤,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고자 했던 수양대군이 군사를 일으켜 신하들을 죽이고 밤새도록 피바람에 부들부들 떨었을 단종 앞으로 옵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수양숙부가 역적 김종서가 안평대군과 모반을 꾀하다 죽었다고 합니다. 어린 조카인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결연히 나서 재상들을 죽였다는데 단종은 그 말에 안심이 되기 보다 숙부의 담담함에 가슴이 서늘해 집니다. 안 그래도 모든 조정의 권력은 수양을 향해 있었고 소년왕 단종은 허수아비 왕처럼 옥새만 찍어주었더랍니다. 믿고 의지하던 신하들이 죽었으니 이제 더 무엇을 내주어야 하나 단종은 벌벌 떨리기만 합니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묘사된 계유정난은 실제 그 날을 재연한듯 처참합니다. 왕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둘러싼 수양의 사람들, 그 안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누나 경혜공주(홍수현)와도 만나지 못하는 단종(노태엽)은 모든 것이 무섭기만 합니다. 자형인 정종(이민우)은 처남과 아내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하지만 수양대군(김영철)의 군사들은 그 세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아두기만 할 뿐입니다. 문득 철퇴에 맞아 죽었다는 김종서가 살아 있단 소식을 들었을 땐 실낱같은 희망에 남매는 어쩔 줄 몰랐을 겁니다.


계유정난의 밤 어린 두 남매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실제로도 김종서는 철퇴를 맞고도 살아나 궁으로 들어가려 노력했다고 합니다만 결국은 수양대군의 손에 죽게 됩니다. 목이 잘려 효시된 그의 시신은 다리라도 수습되었지만 두 아들은 흔적도 찾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밤새도록 수양대군의 횡포를 지켜보며 수양이 아닌 그 누군가를 기다렸을 남매에겐 김종서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건 엄청난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군을 움직여 수양대군을 처치하고 자신들에게 달려올 재상이 있다면 그랬다면 단종은 살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김종서의 목을 베어 왔다는 수양의 말에 단종은 모든 걸 포기하고 맙니다.

계유정난 당시 경혜공주의 나이는 18세였습니다. 단종의 나이는 그 보다 더 어린 13살이었습니다. 아버지 문종(정동환)이 일찍 죽어 자신의 세력이라곤 늙은 대신 김종서 뿐이었고 의지할 왕실 어른은 세종의 후궁이자 남매의 유모였던 혜빈 양씨 뿐이었던 단종. 김종서는 재상일 뿐이고 혜빈은 서열상 단종의 서조모, 즉 결정적인 순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일개 후궁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남매에게 계유정난의 밤이 얼마나 공포스러웠을 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순간입니다.
 


죽어도 수양을 용서치 않겠다는 백두산 호랑이

백두산 호랑이, 대호 김종서의 성품이나 업적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이 전합니다. 다만 본래 문신인 그를 북방 개척 때문에 무신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아 때로는 드라마에서 김종서를 무식하고 단순한 장군처럼 묘사한 적도 있었습니다. 또 단순하다 싶을 만큼 강직하고 거침없는 그의 성품이 그런 오해를 불러오기도 했을 것입니다. 양녕대군이 사통을 저질렀을 때 세종대왕과 양녕대군의 처벌을 두고 티격태격한 일은 왕 조차 무서워하지 않은 그의 성격을 잘 묘사해주는 일화이기도 합니다.

흔히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한 사람의 진정한 성격이 드러난다고들 합니다. 형님이 죽고 조카가 왕위에 오르자 폭력배까지 동원해 일국의 재상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의 본성, 철퇴에 맞고 목숨을 빼앗길 뻔했음에도 끝끝내 왕을 만나 단종을 지키고 싶어했던 김종서의 성품, 서슬퍼런 수양대군의 눈치를 알면서도 조카들을 지키겠노라 결연히 일어선 금성대군이나 안평대군의 의기,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손자이지만 어린 시절 직접 길러준 단종을 아들처럼 생각하며 아들들과 함께 죽어간 혜빈 양씨의 성품.

죽어서도 수양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백두산 호랑이의 울부짖음

계유정난을 시작으로 많은 단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누가 진정한 충신이고 모리배인지 그 사람됨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한명회(이희도), 권람(이대연), 신숙주(이효정)를 비롯한 수양을 지지한 신하들이 마치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깡패들처럼 조정 대신들의 목숨을 빼앗는 장면은 어찌 보면 매우 사실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로 수양대군의 정당성을 묘사하는 드라마가 나오곤 했는데 도대체 그 사람들에게 어떤식의 명분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의문입니다.

'삭풍(朔風)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 속에 찬데/ 만리변성에 일장검(一長劍) 짚고 서서 / 긴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이 시는 북방에서 왕의 명을 받아 육진을 개척하던 김종서의 시로 호방하고 기개있는 그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왕을 보필하고자 했던 시대의 충신, 그러나 조선이라는 나라가 그에게 돌려준 것은 일가의 멸족과 목을 베어 거리에 효시하는 비극적인 형벌 뿐이었습니다. 왕에 대한 충성이 이리 대접받는다면 그 누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자 할까요.

세령의 정체를 알고 놀란 김승유

극중 김승유는 김종서의 아들로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입니다만(야사에 전하는 인물은 이름도 정확치 않은 김승규의 아들이니 김종서에겐 손자입니다) 이런 아버지의 비참한 최후를 목격한 김종서의 아들이 수양대군과 그 일족에게 복수가 하고 싶어질 것은 당연합니다. 드라마는 계유정난을 시작으로 단종 복위와 수양대군 하야를 위해 일생을 바치는 김승유를 묘사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수없이 많은 죽음이 남아 있습니다. 정종과 금성대군이 죽고 사육신이 다시 죽음을 맞습니다. 곧 '이시애의 난'도 일어날 것인데 그 중심에는 김승유가 있겠지요.

계유정난 내내 어머니 윤씨(김서라)에 의해 집안에 갇혀 있던 세령(문채원)의 반쯤 넋나간 모습, 집으로 들어가는 수양대군을 죽이려했던 김승유는 수양대군의 딸이 세령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아버지와 가족들의 죽음도 엄청난 충격이었는데 자신이 모든 걸 무릎쓰고 사랑했던 여인이 수양의 딸이란 사실은 차마 감당하기 힘든 고통일 것입니다. 수양대군에게 복수하겠다고 마음 먹는 건 물론이고 자신을 속인 그의 딸, 세령을 죽이려 할지도 모릅니다. 한치앞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비극적인 숙명이 시작된 것입니다.



서로 다른 길을 택한 정종과 신면

늘 아내 경혜공주에게 웃어주기만 하고 바보처럼 실실거리던 정종이 계유정난을 계기로 든든한 아내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정종은 이후에도 단종 복위운동에 가담하고 죽는 순간까지 기개를 잃지 않아 능지처참을 당하고 맙니다. 죽는 순간의 장면들을 묘사한 글을 보니 단순히 아내를 몹시 사랑해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기엔 본래 사람됨이 충직하고 의로웠던 것 같습니다. 경혜공주가 남편 하나는 정말 잘 만난 것이죠. 수양대군이 아무리 경계를 해도 정종을 중심으로 금성대군을 비롯한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을까 싶네요.


반면 신숙주의 아들 신면(송종호)은 아버지를 따라 계유정난에 가담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출세를 하게 됩니다. 극중에서처럼 수양대군 가족과 혼담이 오갔는지 역시 알 수 없지만(극중 차녀로 나오는 의숙공주는 정인지의 아들과 혼인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는 이후 반란을 진압하다 죽게 되는 인물입니다. 세령을 마음에 두고 있기에 김승유와 척을 지고 수양대군의 사람으로 혼신을 다하게 되는 과정이 아주 잘 묘사되는 극적인 캐릭터입니다.

정종이 아내와 주군을 위해 충성을 다하기로 했다면 신면은 아버지 신숙주처럼 우정도 충성도 모두 배신하고 야망을 위해 달려가게 됩니다. 세 친구의 뿔뿔이 흩어진 인생, 주인공 두 사람의 사랑 만큼이나 그들의 운명도 비극이라 할 수 있겠네요. 자, 일단은 로맨스 드라마니 세령에게 배신감을 느낀 김승유가 겹겹이 쌓인 원한에도 불구하고 세령을 연인으로 받아들일지 사랑에 눈멀어 아버지의 비정함을 더욱 느끼게 된 세령이 어떻게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게 될 지. 그 모든 것이 오늘 밤 방송의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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