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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적었지만 제가 기억하는 수양대군 암살 시도는 딱 두 번입니다. 워낙 백성들에게 손가락질받던 왕이고 많은 사람들의 반발을 산 인물이라 더 많은 시도가 있었을 법 하지만 사육신들의 암살 시도와 상원사에 침입한 자객, 두 사건만 기억합니다. 수양대군의 최후는 끔찍한 피부병 때문에 행복한 임종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고 그의 자식들도 대부분 요절하거나 후사없이 죽어 천벌을 받았다는 평까지 듣고 있습니다.
수양이 다녀갔다는 상원사에 전하는 전설은 수양대군이 문수보살의 도움으로 피부병이 나았다는 내용과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의 도움으로 암살 위기를 모면했다는 두 가지입니다. 실제로는 병 때문에 시름시름 앓다 죽었으니(오죽하면 자신이 죽였던 종친들의 신원까지 요구하고 죽었을 정도) 깨끗이 병이 나았다는 그 내용도 거짓일테고 무슨 영험한 기적을 경험한 것도 아닌데 미물인 고양이가 세조를 살렸다니 그것도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말하자면 상원사에서 있었다는 두 가지 기적은 백성들 사이에 수양대군에 대한 평이 좋지 않으니 부처님 조차 임금 세조를 살린다는 뜻으로 조작해 퍼트린 이야기가 아니겠느냐 싶기도 합니다. 확실한 건 왕조의 흐름을 뒤엎고 최고 권력자가 된 수양대군, 천하를 벌벌 떨게 하던 임금 세조, 나약한 인간 이유(李瑈, 세조의 본명)는 사람들을 죽인 걸 후회했는지 몰라도 말년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상원사 전설을 읽으면 저주받아 괴로워했다는 수양대군이 모든 죄를 씻고자 했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극중 의경세자(권현상)가 큰아버지 문종이 이리 오라 한다며 죽어갈 때는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겠지요. 정희왕후의 마음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공주의 남자'에서 정희왕후(김서라)가 세령(문채원)에게 김승유(박시후)의 거처를 묻겠다 펄펄 뛰는 수양대군(김영철)을 말리고 업보를 막고자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말은 실제 그녀의 진심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 많은 신하들을 죽였으며 형제들을 죽이고 조카사위 정종(이민우)까지 죽인 잔인한 군왕 수양대군. 역사는 그에 대해 많은 치적이 있으나 윤리적, 도덕적 한계를 넘지 못한다고 평가합니다. 최근에는 그의 치적이라 불릴 만한 것 조차 후대에 두고두고 악영향을 끼친 나쁜 제도였다고 말합니다. 폭군 세조, 한 인간으로서 그는 어떤 갈등을 했고 어떤 아버지였을까. 가상의 이야기지만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제법 그럴듯한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꾸짖는 딸 세령 때문에 힘들어 했던 아버지 수양은 죽기전에 김승유와 마주 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신의 업보이자 최후여야 마땅합니다. 눈물흘리는 단종(노태엽)의 꿈을 꾸고 피부병에 걸린 수양대군, 홀로 불공을 드리는 수양대군에게 목을 거두러 왔다며 칼을 들이대는 김승유(박시후)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그 부분에 이 드라마의 반전이 숨어 있나 봅니다.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복수하라는 말 보다 잊으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그 원한이나 분통한 상황이 아무것도 아닌 까닭이 아닙니다. 복수하고자 원통한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보고자 이를 갈며 상대를 해꼬지하면 복수하는 사람도 괴로워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아버지 김종서(이순재)와 스승 이개(엄효섭), 주군 단종과 친구 정종의 죽음을 어깨에 지고 있는 김승유의 마음이 그러합니다. 운명의 연인 세령 때문이 아니라도 그는 살인의 무게를 버틸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사육신들의 거사가 실패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고 '이시애 난'이 수포로 돌아가 또다시 많은 동료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김승유는 그들의 죽음을 등에 업고 수양대군을 마주해야 합니다. 정종이 죽고, 원수이긴 하지만 한때 친구였던 신면(송종호)까지 죽었는데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의 무게를 진 그는 자신이 사람인지 짐승인지 알 수가 없노라 회고합니다. 한 사람은 죄책감으로 죽어가고 한 사람은 원한 때문에 영혼이 짓눌려 있습니다.
수양대군의 딸이자 김승유의 연인인 세령, 둘은 그녀를 몹시도 사랑하기에 괴로워했고 아버지 수양은 세령에게 나를 죽이려 하느냐며 다그치기도 했었습니다. 수양과 김승유는 세령이 자신들로 인해 몹시도 괴로워하고 고통받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을 죽이며 개인의 야망을 이룬 아버지가 이리도 힘겨운데 사랑하던 사람들의 복수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귀같은 내가 이리 괴로운데 그를 봐야하는 세령은 얼마나 힘들까.
단종의 꿈까지 꾸며 피부병을 얻게 된 수양대군은 절에서 승유를 만나 모든 걸 놓으려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 목을 베어 원수를 갚고 자신의 고통도 끝이 났으면 그래서 세령이 김승유와 도망갈 수 있도록 일부러 혼자 법당에 남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세령과 부부의 연을 맺은 김승유 역시 버거운 원한의 무게를 더 이상 감당하기도 무섭고 자신의 지어미를 아버지를 죽인 남자와 사는 철면피로 만들기 싫을 것입니다.
문수보살이 세조의 피부병을 낫게 해주고 고양이가 세조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상원사 이야기가 김승유와 수양대군의 극적인 만남과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김승유가 수양의 목숨을 노리고 법당으로 몰래 들어갔지만 어떻게든 수양은 목숨을 건지게 되겠지요. 그것이 전하는 이야기에서 말하는 '부처님의 뜻'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작진이 준비한 마지막 반전은 김승유가 수양을 살려주고 절을 떠나 세령과 멀리 가버리는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양은 스스로 고통받으며 자신에게 천벌이 내렸다는 생각으로 괴롭게 죽어가는 그 자체로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형벌을 받는 셈입니다. 극중의 수양대군 뿐만 아니라 실제의 세조 역시 같은 고통의 무게를 지니며 죽어갔다고 하니 야망의 무게란 이리도 무겁고 끔찍한 것인가 봅니다.
경혜공주는 홀로 정종의 아이를 출산하고 그 아이의 이름을 '정미수'라 지어줍니다. 정희왕후는 수양대군이 죽은 이후에도 정말 업보라도 갚는 듯 꾸준히 경혜공주와 정미수를 돌봐주었습니다. 문제는 금계필담에 전하는 김종서의 자손과 수양대군의 장녀가 이야기 속 해피엔딩처럼 멀리 도망가 숨어살 수 있느냐는 것인데 꿈인듯 전설인듯 마지막엔 세령의 아이가 수양대군에게 쪼르르 달려가 안기게 될까요. 해피엔딩이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 부처님이 성불하듯 서로가 서로를 용서해야 가능한 이야기일테지만 어떻게 그 마무리를 하려는지,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기대해 봅니다.
수양이 다녀갔다는 상원사에 전하는 전설은 수양대군이 문수보살의 도움으로 피부병이 나았다는 내용과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의 도움으로 암살 위기를 모면했다는 두 가지입니다. 실제로는 병 때문에 시름시름 앓다 죽었으니(오죽하면 자신이 죽였던 종친들의 신원까지 요구하고 죽었을 정도) 깨끗이 병이 나았다는 그 내용도 거짓일테고 무슨 영험한 기적을 경험한 것도 아닌데 미물인 고양이가 세조를 살렸다니 그것도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큰아버지 문종이 이리 오라 손짓했다는 의경세자는 죽고 만다
상원사 전설을 읽으면 저주받아 괴로워했다는 수양대군이 모든 죄를 씻고자 했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극중 의경세자(권현상)가 큰아버지 문종이 이리 오라 한다며 죽어갈 때는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겠지요. 정희왕후의 마음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공주의 남자'에서 정희왕후(김서라)가 세령(문채원)에게 김승유(박시후)의 거처를 묻겠다 펄펄 뛰는 수양대군(김영철)을 말리고 업보를 막고자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말은 실제 그녀의 진심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아들 정미수를 낳은 경혜공주와 그녀를 챙겨주는 정희왕후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꾸짖는 딸 세령 때문에 힘들어 했던 아버지 수양은 죽기전에 김승유와 마주 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신의 업보이자 최후여야 마땅합니다. 눈물흘리는 단종(노태엽)의 꿈을 꾸고 피부병에 걸린 수양대군, 홀로 불공을 드리는 수양대군에게 목을 거두러 왔다며 칼을 들이대는 김승유(박시후)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그 부분에 이 드라마의 반전이 숨어 있나 봅니다.
수양의 죄책감 그리고 김승유의 무거운 마음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복수하라는 말 보다 잊으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그 원한이나 분통한 상황이 아무것도 아닌 까닭이 아닙니다. 복수하고자 원통한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보고자 이를 갈며 상대를 해꼬지하면 복수하는 사람도 괴로워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아버지 김종서(이순재)와 스승 이개(엄효섭), 주군 단종과 친구 정종의 죽음을 어깨에 지고 있는 김승유의 마음이 그러합니다. 운명의 연인 세령 때문이 아니라도 그는 살인의 무게를 버틸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사육신들의 거사가 실패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고 '이시애 난'이 수포로 돌아가 또다시 많은 동료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김승유는 그들의 죽음을 등에 업고 수양대군을 마주해야 합니다. 정종이 죽고, 원수이긴 하지만 한때 친구였던 신면(송종호)까지 죽었는데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의 무게를 진 그는 자신이 사람인지 짐승인지 알 수가 없노라 회고합니다. 한 사람은 죄책감으로 죽어가고 한 사람은 원한 때문에 영혼이 짓눌려 있습니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세령을 어찌 버릴 수 있나
단종의 꿈까지 꾸며 피부병을 얻게 된 수양대군은 절에서 승유를 만나 모든 걸 놓으려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 목을 베어 원수를 갚고 자신의 고통도 끝이 났으면 그래서 세령이 김승유와 도망갈 수 있도록 일부러 혼자 법당에 남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세령과 부부의 연을 맺은 김승유 역시 버거운 원한의 무게를 더 이상 감당하기도 무섭고 자신의 지어미를 아버지를 죽인 남자와 사는 철면피로 만들기 싫을 것입니다.
피부병을 얻은 수양, 김승유는 최후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제작진이 준비한 마지막 반전은 김승유가 수양을 살려주고 절을 떠나 세령과 멀리 가버리는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양은 스스로 고통받으며 자신에게 천벌이 내렸다는 생각으로 괴롭게 죽어가는 그 자체로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형벌을 받는 셈입니다. 극중의 수양대군 뿐만 아니라 실제의 세조 역시 같은 고통의 무게를 지니며 죽어갔다고 하니 야망의 무게란 이리도 무겁고 끔찍한 것인가 봅니다.
경혜공주는 홀로 정종의 아이를 출산하고 그 아이의 이름을 '정미수'라 지어줍니다. 정희왕후는 수양대군이 죽은 이후에도 정말 업보라도 갚는 듯 꾸준히 경혜공주와 정미수를 돌봐주었습니다. 문제는 금계필담에 전하는 김종서의 자손과 수양대군의 장녀가 이야기 속 해피엔딩처럼 멀리 도망가 숨어살 수 있느냐는 것인데 꿈인듯 전설인듯 마지막엔 세령의 아이가 수양대군에게 쪼르르 달려가 안기게 될까요. 해피엔딩이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 부처님이 성불하듯 서로가 서로를 용서해야 가능한 이야기일테지만 어떻게 그 마무리를 하려는지,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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