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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의 셋째 황태희(주원)는 친어머니가 암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나고 싶다는 말도 한번 안하고 가슴 속으로 그리움을 삼키며 잘 살고 있겠거니 생각했던 어머니인데 여섯살에 헤어지고 한번도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버렸답니다. 죽어도 어머니를 만나지 말라 우겨 왔던 할머니, 태희는 이제는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도 다시는 못 만나게 되었다며 울부짖습니다. 자신을 키워준 큰아버지 황창식(백일섭)과 큰어머니 박복자(김자옥)에 대한 고마움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원망도 감추었는데 이젠 원망할 어머니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심갑년(김용림) 할머니는 사고로 갑작스레 아들이 죽자 재혼하겠다며 떠난 며느리를 원망했습니다. 밤늦게 대학원 공부하던 며느리 마중을 나갔다가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들 데리고 재혼하겠다는 며느리 청도 단칼에 잘라버리고 그 누구 보다 손자를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아들이 그리울수록 며느리가 미울수록 할머니는 손자가 엄마를 보고 싶다 할까봐 넘치는 사랑을 퍼부었습니다. 그랬던 할머니인데 그 손주의 어머니, 너무도 밉던 그 며느리가 죽었다니 자신 때문에 손주가 어미 임종도 못했다는 생각에 시름합니다.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심갑년 할머니는 백자은(유이)의 각서를 훔치고 자책하는 며느리 박복자에게 '황씨네집 남자들이라면 징글징글하다'며 위로를 건내곤 합니다. 따지고 보면 자은의 아버지 백인호(이영하)에게 공짜로 밭을 얻어쓰면서도 아무 말하지 않은 아들 창식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고 재산 말아먹고 손자와 며느리 고생시킨 것도 창식인데 먹고 살겠다며 악착같이 나쁜 짓을 하는 건 며느리 복자입니다. 못난 아들이랑 사는 죄로 죄인이 되는 큰며느리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심갑년 할머니.
재혼하러 떠난 며느리와는 인연을 끊겠다며 독한 마음을 먹었던 할머니인데 그 일이 가장 사랑하는 손자에게 상처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만큼 오래 살아도 세상 이치를 모르겠다고 할머니는 식음을 전폐합니다. 자식 때문에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할머니는 손주에게 죄지은 것만 같아 속상합니다. 자은 때문에 속앓이를 하다가 얼마전 큰 아들 황태식(정웅인)이 데려온 국수(박희건) 때문에 속터지는 박복자처럼 그 집안 며느리는 속끓이는 팔자가 되물림되나 봅니다. 같이 사는 동안 남편과 자식들은 꾸준히 '사고'를 칠테고 그 팔자가 이젠 황태식을 좋아했던 김미숙(전미선)에게 물려질것 같네요.
돌림자가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극중 황씨집안 아들들은 하나같이 항렬자를 쓰고 있습니다. 황창식, 황태식, 황태범(류수영), 황태희, 황태원(연우진)같은 공들인 이름을 물려받은 손자들과 달리 할머니와 어머니 이름은 대충 지은 티가 너무 나는 갑년과 복자입니다. 그 또래들은 여자아이들에게 아무 이름이나 지어주고 그닥 작명에 공들이지 않던 경우가 많았으니 시대상이 반영된 이름이기도 하지요. 복자는 약간은 심술궂어 보이는 할머니 갑년에게도 잘 해주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농장일하고 밥을 짓는 고된 일상을 묵묵히 버텨냅니다.
몸이 아픈 언니를 건사하다 언니가 남긴 조카딸까지 친딸로 키우는 미숙의 이름은 그 또래들에게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이름입니다. 야무지고 착하고 군소리없이 자기일을 해내는 이 아가씨는 자신을 구원해줄 왕자님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자기 힘으로 이룰 수 없는 헛된 꿈도 꾸지 않는 착실한 성격입니다. 남들이 보면 오릿골가든에서 식당일이나 하는 보조원 정도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아버지 친구와 함께 그 식당을 공동 소유하고 있답니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빚지고 사는 어린 아가씨만 쫓던 태식에 비하면 알짜배기도 그런 알짜배기가 없습니다.
미숙은 초등학교 동창 태식을 마음에 두고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태식은 차현재(김용건)가 소개해준 젊은 아가씨에게 꽂혀 미숙을 자기 상대로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그의 태도는 내가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으니 안되겠다기 보다 아예 아이딸린 미숙을 여자로 보지 않는 수준입니다. 남보기 그럴듯한 미인과 결혼해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욕심도 한 몫했을 것입니다. 그런 태식의 미숙에 대한 태도는 안 그래도 우유부단하고 사고뭉치처럼 보이는 황태식의 못난 점이 더욱 부각되게 합니다.
그러나 칠칠맞은 태식에게 생각도 못했던 아들 국수가 나타나자 사태는 급변합니다. 마음이 약하지만 친절한 것이 장점인 태식, 미숙은 그의 장점을 인정해주었지만 그가 사랑한다며 매달리던 예진(윤주희)은 국수를 보자 마자 화가 나서 태식의 뺨을 때립니다. 속상한 마음에 태식은 예진에게 국수의 정체를 폭로한 아버지를 원망해보지만 예진은 언제 이야기했더라도 그런 반응을 보일 여자일 것입니다. 태식의 단점이나 어려움까지 함께 해결하기 보다 예진 역시 만만한 상대를 만나 결혼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타입이고 그만큼 깊은 정을 주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태식은 뻔뻔하게도 국수가 도착해서 맡길 곳이 없자 아랫집에 사는 미숙에게 국수를 맡깁니다. 이젠 정도 미련도 없는 태식이 그런 부탁을 하니 들어줄 이유가 없는 미숙이지만 어린 국수가 낯선 곳에서 얼마나 겁이 나고 의지할 곳 없을까 싶어 돌봐줍니다. 미숙은 결혼도 안해봤으면서 어린 조카를 떠맡던 심정과 하나를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었던 자신의 예전 처지가 생각나 태식에게 조언을 해줍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듯 갑자기 생긴 아이가 예뻐 보일 리는 없겠지만 그렇게 된 이상 아이를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갑자기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태식이 일하는 병원으로 찾아오고 학교에 가고 싶다고 태식을 조르는 국수. 그 모든 것이 국수에게는 아들로서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이지만 남들 앞에 국수를 입적시키고 아들이라 소개해야하는 태식에게는 부담스럽고 힘들기만 합니다. 직장 동료들에게 국수를 아들이라 소개하기 싫었던 태식의 외면에 국수는 사라지고 맙니다. 힘겹게 국수를 찾아낸 미숙이 친엄마처럼 국수를 야단치고 돌보는 모습을 보아하니 국수 역시 미숙을 의지하고 따를 것 같습니다.
아닌 말로 세상에 태어났다는 죄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국수나 하나가 무슨 죄가 있을까. 미숙이 피붙이도 아닌 국수를 챙겨주고 하나를 친딸처럼 기르는 그 따뜻한 마음은 복자가 조카 태희를 친아들로 거둬준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못나디 못난 태식에게는 딱 부러지는 미숙이 천생연분일 수 밖에 없구요. 미숙은 태식에게 정말 차고도 넘치는 배우자가 아닐까 싶네요. 언젠가는 갑년, 복자, 미숙 며느리 삼대가 모여 '징글징글한 황씨 집안'이라고 서로 흉을 볼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세 사람 만으로도 복받은 식구들들이죠.
심갑년(김용림) 할머니는 사고로 갑작스레 아들이 죽자 재혼하겠다며 떠난 며느리를 원망했습니다. 밤늦게 대학원 공부하던 며느리 마중을 나갔다가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들 데리고 재혼하겠다는 며느리 청도 단칼에 잘라버리고 그 누구 보다 손자를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아들이 그리울수록 며느리가 미울수록 할머니는 손자가 엄마를 보고 싶다 할까봐 넘치는 사랑을 퍼부었습니다. 그랬던 할머니인데 그 손주의 어머니, 너무도 밉던 그 며느리가 죽었다니 자신 때문에 손주가 어미 임종도 못했다는 생각에 시름합니다.
태희의 친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에 놀라는 심갑년 할머니.
재혼하러 떠난 며느리와는 인연을 끊겠다며 독한 마음을 먹었던 할머니인데 그 일이 가장 사랑하는 손자에게 상처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만큼 오래 살아도 세상 이치를 모르겠다고 할머니는 식음을 전폐합니다. 자식 때문에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할머니는 손주에게 죄지은 것만 같아 속상합니다. 자은 때문에 속앓이를 하다가 얼마전 큰 아들 황태식(정웅인)이 데려온 국수(박희건) 때문에 속터지는 박복자처럼 그 집안 며느리는 속끓이는 팔자가 되물림되나 봅니다. 같이 사는 동안 남편과 자식들은 꾸준히 '사고'를 칠테고 그 팔자가 이젠 황태식을 좋아했던 김미숙(전미선)에게 물려질것 같네요.
갑년, 복자, 미숙 야무진 아내들의 이름
돌림자가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극중 황씨집안 아들들은 하나같이 항렬자를 쓰고 있습니다. 황창식, 황태식, 황태범(류수영), 황태희, 황태원(연우진)같은 공들인 이름을 물려받은 손자들과 달리 할머니와 어머니 이름은 대충 지은 티가 너무 나는 갑년과 복자입니다. 그 또래들은 여자아이들에게 아무 이름이나 지어주고 그닥 작명에 공들이지 않던 경우가 많았으니 시대상이 반영된 이름이기도 하지요. 복자는 약간은 심술궂어 보이는 할머니 갑년에게도 잘 해주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농장일하고 밥을 짓는 고된 일상을 묵묵히 버텨냅니다.
몸이 아픈 언니를 건사하다 언니가 남긴 조카딸까지 친딸로 키우는 미숙의 이름은 그 또래들에게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이름입니다. 야무지고 착하고 군소리없이 자기일을 해내는 이 아가씨는 자신을 구원해줄 왕자님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자기 힘으로 이룰 수 없는 헛된 꿈도 꾸지 않는 착실한 성격입니다. 남들이 보면 오릿골가든에서 식당일이나 하는 보조원 정도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아버지 친구와 함께 그 식당을 공동 소유하고 있답니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빚지고 사는 어린 아가씨만 쫓던 태식에 비하면 알짜배기도 그런 알짜배기가 없습니다.
병원에 찾아온 국수를 모른척한 못난 아버지 태식
그러나 칠칠맞은 태식에게 생각도 못했던 아들 국수가 나타나자 사태는 급변합니다. 마음이 약하지만 친절한 것이 장점인 태식, 미숙은 그의 장점을 인정해주었지만 그가 사랑한다며 매달리던 예진(윤주희)은 국수를 보자 마자 화가 나서 태식의 뺨을 때립니다. 속상한 마음에 태식은 예진에게 국수의 정체를 폭로한 아버지를 원망해보지만 예진은 언제 이야기했더라도 그런 반응을 보일 여자일 것입니다. 태식의 단점이나 어려움까지 함께 해결하기 보다 예진 역시 만만한 상대를 만나 결혼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타입이고 그만큼 깊은 정을 주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태식은 뻔뻔하게도 국수가 도착해서 맡길 곳이 없자 아랫집에 사는 미숙에게 국수를 맡깁니다. 이젠 정도 미련도 없는 태식이 그런 부탁을 하니 들어줄 이유가 없는 미숙이지만 어린 국수가 낯선 곳에서 얼마나 겁이 나고 의지할 곳 없을까 싶어 돌봐줍니다. 미숙은 결혼도 안해봤으면서 어린 조카를 떠맡던 심정과 하나를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었던 자신의 예전 처지가 생각나 태식에게 조언을 해줍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듯 갑자기 생긴 아이가 예뻐 보일 리는 없겠지만 그렇게 된 이상 아이를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국수가 유일하게 엄마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미숙.
아닌 말로 세상에 태어났다는 죄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국수나 하나가 무슨 죄가 있을까. 미숙이 피붙이도 아닌 국수를 챙겨주고 하나를 친딸처럼 기르는 그 따뜻한 마음은 복자가 조카 태희를 친아들로 거둬준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못나디 못난 태식에게는 딱 부러지는 미숙이 천생연분일 수 밖에 없구요. 미숙은 태식에게 정말 차고도 넘치는 배우자가 아닐까 싶네요. 언젠가는 갑년, 복자, 미숙 며느리 삼대가 모여 '징글징글한 황씨 집안'이라고 서로 흉을 볼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세 사람 만으로도 복받은 식구들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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