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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이강훈 보다 용서하기 싫은 진짜 속물 서준석

Shain 2011. 11.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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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래 선과 악을 확실히 나누기 힘든 존재입니다. 때로는 진짜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못된 사람들도 있지만 정확히는 각자 입장의 차이가 있다는 쪽이 맞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남들 보기에 최악의 악인처럼 보일 지라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일들도 있기 마련이구요. 드라마 '브레인'의 주인공 이강훈(신하균)이 독하고 인정머리없는 냉정한 의사처럼 보여도 그의 속사정을 면면이 살펴보면 오히려 불쌍하고 딱한 사정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단순히 자신 이외의 남의 사정을 돌볼 여력이 없는 인간일 뿐입니다.

어제 방영분에서 윤지혜(최정원)와 서준석(조동혁)이 식사하는 장면에 'The winner takes at all'이란 노래가 흘러나오더군요. 물론 그 팝의 내용은 '사랑'의 승자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약육강식, 승자 생존이 선명한 그 천하대 병원의 의사들에겐 적절한 제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후배 의사들은 교수로서 살아남기 위해 서열에 집착하고 선배가 내린 명령에 복종하며 지도교수별로 혹은 '줄서기'에 따라 패가 갈린 전임의(펠로우)들은 단 한자리 밖에 없는 조교수가 되기 위해 경쟁합니다.

속물이라 불리는 이강훈 VS 누가 봐도 엄친아인 서준석,그들의 날선 대립.

완벽한 인간이란 세상에 없고 또 각자 결점을 극복하려 노력해야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병원에서의 경쟁은 가난한 이강훈에게 불리한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천재적인 수술 능력과 탁월한 감각을 가진 천부적인 의사라도 아둥바둥 살아남으려 노력해온 그의 세월은 그에게 인정을 남발할만한 여유를 주지 않았습니다. 소위 '엄친아'라는 유행어가 딱 어울리는 서준석처럼 강훈은 사랑스런 전공의 윤지혜에게 눈길돌릴 수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강훈이 의사로서의 인성이 결여된 의사이고 줄타기에 눈이 먼 속물이라 말합니다. 못되서 조교수가 된 서준석을 격려하지는 못할 망정 학회에서 망신을 준 사람이라 평가하고 자기 책임을 회피하려 서준석과 의견충돌을 벌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그 누구 보다 정확하게 환자를 판정하고 그 누구보다 딱 부러지게 환자와 질병만 생각하는 냉철한 의사입니다. 어쩌면 환자로서는 불필요한 망설임 보다 칼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그가 믿음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그의 장점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의사로서 용납하기 힘든 윤지혜, 그보다 더 싫은 서준석

종합병원에서 훈련받는 많은 의사들은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극중에서 묘사된 것처럼 밥먹다가도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뛰쳐나가야할 때도 생깁니다. 그들은 극중 김상철(정진영) 교수의 주장처럼 기본적으로 환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존재들이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의사로서 최고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훈련받아야 합니다. 윤지혜는 한 사람의 캐릭터로서는 따뜻하고 쾌활한 멋진 여자라도 한 사람의 전공의로서는 엄격한 수련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윤지혜처럼 환자에게 일일이 컨디션을 물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내는 의사가 당장은 좋을 수도 있겠죠. 허나 갑작스런 응급환자 앞에서 벌벌 떨고 있기만 하고 수술 중에도 봉합을 못하고, 무엇 보다 환자의 상태에 예민하지 못해 약을 과다투여하는 등 늘 꼼꼼한 이강훈에게 지적받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환자는 도무지 그 의사를 신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실제 수술을 받아야할 상황이 왔을 때는 어쩌면 말은 좀 무섭게 해도 이강훈같은 의사가 차라리 더 낫다는 것입니다.

응급 상황에서 당황하는 윤지혜, 그에게는 엄격한 강훈이 좋은 스승이다.

실제 윤지혜같은 전공의가 있다면 훈련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나가야합니다. 말은 무섭게 다그치듯 해도 늘 정확한 수련 방법과 오점을 지적해주는 '잘난 척' 마왕 이강훈이 윤지혜에게는 오히려 좋은 스승입니다. 윤지혜가 위급할 때 마다 도와주는 서준석은 윤지혜를 한 사람의 당당한 의사로 보는 것인지 자신의 연인을 병원에 앉혀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공사 구분이 안됩니다. 그런 사적인 감정이 오히려 의사로서의 일을 그르칠 수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서준석의 장점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더군요.

늘 다정한 미소로 사람들을 대하는 서준석은 수술 실력이나 의학 지식은 이강훈 보다 약간 못해도 인간적이고 인성이 좋은 의사로 묘사됩니다. 그는 병원 내에서 확실한 김상철 라인이고 준석의 아버지 역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강훈과 경쟁할 생각이 없어 스탠포드대에 진학하려 했지만 최근 심경의 변화가 생겨 천하대에 남아 있기로 했고 그 점이 이강훈을 몹시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이강훈은 실력만으로 다른 병원에 일자리를 얻을 법도 한데 어쩐일인지 반드시 교수가 되려 합니다.

조교수가 된 후 이강훈에게 윗사람 노릇을 하려는 서준석.

지금으로서는 '엄친아' 서준석을 움직이는 동기는 윤지혜 아니면 이강훈에 대한 질투 두가지 밖에 없습니다. 스탠포드에 가지 않으려 한 것도 지혜가 이강훈과 엮이리라는 불안함 때문이었고 조교수 자리를 꿰어찬 지금 서열을 내세워 이강훈을 기죽이려 드는 것도 확실히 그를 밟고 올라서기 위해서입니다. 조교수가 되기 위해 폴리페서인 고재학(이성민)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를 후배들 앞에서는 늘 매너좋고 사람좋은 남자일 뿐입니다. 똑똑한 김상철이 의사로서 서준석을 좋게 생각했던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인간적으로는 무엇을 해도 이강훈을 넘어서는 준석의 질투가 이해도 갑니다. 자신은 사랑도 실력도 뒤쳐지고 있지만 환경이나 재력 면에서는 강훈은 준석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명성까지 이용하는 준석이 무엇을 해도 남들이 편들어줄 것입니다. 강훈의 어머니가 준석의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고용인이란 점 역시 서준석에게 우월감을 느끼게 해줄 때도 있지만 정작 강훈 본인은 기가 눌리지 않습니다. 그런 준석의 열등감을 이해해준다 쳐도 의사로서의 자존심까지 버리는 행위는 혐오스럽습니다.

특수혈액검사를 기본혈액검사로 바꾼 서준석, 김상철은 그의 어떤 점을 높이 샀나.

어제 방영분에서 서준석은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윤지혜가 입력한 환자의 혈액검사를 특수검사에서 보통검사로 바꿉니다. 수술 중 환자의 혈액이 응고되지 않는 응급상황이 발생하자 서준석은 그 책임을 자신을 대신해 회진했던 이강훈에게 돌립니다. 환자가 일주일전에 복용한 아스피린이 혈액 응고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주장하는 서준석 보다 다른 혈액 질병이 있을 것이라는 이강훈의 주장이 타당합니다. 준석은 의학적 정확성 보다 어떻게든 이강훈을 누르고 싶었기 때문에 자존심 싸움을 한 것입니다.

돈도 없고 뒷배도 없는 이강훈에게 병원 내 여론은 점점 더 좋아지지 않습니다. 남들은 조교수가 되지 못한 강훈이 서준석을 괴롭히는 것처럼 여기지만 실제로는 모든 걸 다 가진 서준석이 여유롭게 이강훈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서준석은 실력으로도 라이벌이 되지 못하고 사랑에서도 경쟁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무엇 보다 그의 속물스런 욕심이 의사로서의 자격까지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서준석의 미래는 김상철 보다는 고재학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안 그래도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병원이 패싸움하는 장소인 듯 느껴져 심기가 불편한데 서준석의 태도는 점점 더 못마땅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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