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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인과 김수현의 부조화 논란, 한가인의 연기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어제 방송된 '해를 품은 달'의 시청률은 무려 31.7%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뿌리깊은 나무'의 시청률을 넘어선 것입니다. 갖은 논란 속에서도 이야기 자체의 매력 때문인지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아두는데는 성공한 같습니다. 관상감 교수들에게 납치되어 궁으로 들어간 허연우(한가인)는 도무녀 대리의 부적 때문에 어환을 앓는 이훤(김수현)의 액받이 무녀가 되고 두 사람은 달을 그리워하는 해인듯 해를 그리워하는 달인 듯 같은 방안에 머물고 있음에도 이야기 한마디 나누지 못합니다.
마지막 장면의 반전, 기침 때문에 국화차를 제대로 마시지 못한 이훤은 이마를 어루만지며 자신의 곁을 지키는 월(月)을 발견하게 됩니다. 온양 행궁에 들었을 때 보슬비 속에서 마주친 월은 어쩐지 이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미 죽어버린 어린 연우와 비슷한 성격에 외모를 가진 월의 뒤를 좇던 이훤, 운(송재림)을 시켜 그리 찾던 월이 바로 옆에서 잠자리를 지키고 있다니, 두 사람의 운명이 범상치 않음은 이런 인연 때문인가 봅니다. 길에서 쫓기는 월을 마주친 양명군(정일우)과 궁으로 들어온 월을 찾아낸 이훤의 운명이 얽히기 시작했습니다.
첫등장한 김수현의 이훤은 약간은 미숙하고 신경질적으로 보여 시청자들의 우려를 낳았지만, 차츰 강인하면서도 감성적인 그 매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윤대형(김응수)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이훤은 나날이 강해지고 영리한 모습으로 너구리같은 신하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딸 보경(김민서)을 중전으로 앉혔지만 권력을 위해서라면 왕을 죽여도 상관없을 듯한 윤대형과 달리 대왕대비 윤씨(김영애, 아니 그런데 왜 대왕대비인가요. 왕의 할머니라면 그냥 왕대비 아닐까요)는 액받이를 들여서라도 손주의 건강을 지키고자 합니다.
아직도 연기력 논란이 있고 화면에 낯설기는 해도 천방지축 민화공주(남보라)와 허염(송재희)도 나름 자리를 잘 잡은 것 같습니다. 원작에서 만들어진 그들의 캐릭터는 대사를 더하고 장면이 보태어져 배우에 알맞게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게 정경부인 도무녀 장씨(전미선), 신씨(양미경)를 비롯한 중견 연기자들의 튼튼한 뒷받침과 연기력 덕분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한편으론 여주인공 허연우는 원작에서 보여준 신기에 가까운 총명함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오히려 자신이 정말 무녀라 믿는 듯 기억을 헷갈리는 모습은 아둔해 보이기도 하네요.
연우의 아둔함에 한 몫을 하는 설정 중 하나는 '기억상실'입니다. 현대인들의 용어로 일종의 외상후 장애에 해당하는 그녀의 기억상실은 약을 먹고 생매장당해 무덤에 들어갔을 때 생긴, 일종의 정신적 충격 때문에 일어난 일이죠. 무병을 없애고 싶었던 아버지 허영재(선우재덕)가 준 약과 어떻게든 대왕대비 윤씨의 음모에서 세자빈 허씨를 구하고 싶었던 장녹영의 소망이 합쳐져 발생한 장애입니다. 말이 쉬워 그렇지 숨이 쉬어지는 상태로 무덤 안에서 깨어난 공포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원작의 허연우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내색을 하지 않는 캐릭터였고 그 신비로움이 마치 여신인듯 선녀인듯 상대방을 사로잡는 매력을 풍기곤 했습니다. 무덤에서 깨어나 갑자기 무녀가 되고 국무의 신딸이 되어 한양과는 떨어진 한적한 산골에서 살게 된 그녀는 주변의 상황을 차분히 따져본 연후에 장녹영이 왜 그곳으로 자신을 데려왔는지 그리고 궁궐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이해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신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도 남에게 말하지 않고 알아낼 정도로 총명한 여성이 바로 허연우입니다.
선비들이 즐긴다는 난가루를 섞은 물로 목욕을 하기에 몸에서는 난향이 나고 책을 너무 좋아해 책을 몰래 꺼내 읽다 아버지에게 회초리를 맞고, 궁궐 예절과 풍습에도 익숙해 천한 무녀가 아니라 타고난 왕실 여인인듯 기품을 풍기는 그런 허연우이기에 보는 사람들을 모두 사로잡고 과거를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그런 허연우였다면 드라마에서 묘사하듯 설(윤승아)을 붙잡고 '이 기억이 누구의 것이냐'라는 질문은 절대로 하지 않았을테죠. 자신의 기억과 접신한 영혼의 기억을 헷갈리는 건 정말 신내림을 받는 사람이나 가능한 일입니다.
사실 이 '기억상실'은 원작에서 가장 애틋한 장면 중 하나인 왕의 침수 장면을 밋밋하게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에 더욱 아쉽기도 합니다. 여러개의 방이 있는 강녕전, 경성전, 연생전 어느 한 전각에서 왕이 깊은 잠에 빠지면 사람인듯 귀신인듯 조용히 걸어와 잠든 왕의 옆에서 밤을 지키는 여자, 왕의 얼굴을 똑바로 지켜보지도 못하고 운과 함께 왕의 잠을 지키는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은 누워 있는 왕이 과거 자신이 연서를 주고 받던 왕자란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번쯤 눈을 떠서 나를 바라봐주면 안될까 잠든 왕이 원망스럽기도 한 그 마음.
자신이 예전엔 왕의 아내인 세자빈으로 내정된 여인이었지만 이제는 가족들이 다치고 왕실이 다칠까 싶어 무녀가 되었노라 말도 하지 못하는 연우와 아무것도 모른채 왕의 이마를 어루어만지는 순진한 연우는 확실히 느낌이 다릅니다. 지금의 연우는 우연히 온양에서 마주친 왕을 다시 보게 된, 설레이는 감정을 가진 여인으로 왕이 꿈속에서 찾곤 하는 연우가 누구인지 궁금해 할 뿐입니다. 아무리 기억상실로 인해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지만 역시 원작 캐릭터에 비해 아둔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물론 문장으로 묘사되는 캐릭터는 지나치게 판타지스럽고 비현실적이라 땅으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묘한 느낌의 여성을 현실적으로 구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아무리 CG를 남발하고 환상적인 음악을 써도 유치하게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역으로 자주 등장하는 김유정처럼 안개 속에서 나타나는 연출을 계속 쓸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현실 속의 허연우는 그렇게 기억상실에라도 걸려야 땅에 발을 디딘 선녀가 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아쉽긴 아쉽습니다.
기억상실에 걸린 허연우가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타고난 총명함을 발휘할 것은 틀림없습니다. 왕의 어가가 행차하는 그곳에서 재치를 발휘해 백성을 구해냈듯 궁궐 안에서도 마치 대장금처럼 동이처럼 만능해결사 노릇을 하며 뛰어다닐 가능성이 높겠죠. 그렇지만 역시 원작에서 보여준 신기에 가까운 영민함이 아쉽기는 합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이건 그 분의 기억이다'며 헷갈려하는 모습은 캐릭터 자체의 총기를 잃은 듯해 많이 아깝고 아쉽네요. 현실에 나타난 허연우의 한계인가 봅니다.
그건 그렇고 이 드라마를 볼 때 마다 사극이 아님에도(역사를 드라마로 재현한 극이 아니기에 엄밀한 의미의 사극이 아닙니다) 고증에 어긋난 장면을 보면 '허허' 싶은 것이 제가 사극 매니아가 맞긴 맞나 봅니다. 지금 방영되는 내용의 배경을 재벌 후계자 이훤과 중산층의 딸 허연우, 정략결혼하는 다른 재벌 윤대형 뭐 이런 식으로 바꿔놔도 이야기가 충분히 되거든요. 덕분에 고증에 어긋난 이런저런 장면이 당연한 건데도 눈에 거슬리긴 거슬립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해를 품은 달(해품달)'이 오늘은 염색머리로 논란이 되었다는데 뭘 해도 화제를 끌고 오는 인기 드라마인 건 사실인가 봐요.
마지막 장면의 반전, 기침 때문에 국화차를 제대로 마시지 못한 이훤은 이마를 어루만지며 자신의 곁을 지키는 월(月)을 발견하게 됩니다. 온양 행궁에 들었을 때 보슬비 속에서 마주친 월은 어쩐지 이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미 죽어버린 어린 연우와 비슷한 성격에 외모를 가진 월의 뒤를 좇던 이훤, 운(송재림)을 시켜 그리 찾던 월이 바로 옆에서 잠자리를 지키고 있다니, 두 사람의 운명이 범상치 않음은 이런 인연 때문인가 봅니다. 길에서 쫓기는 월을 마주친 양명군(정일우)과 궁으로 들어온 월을 찾아낸 이훤의 운명이 얽히기 시작했습니다.
액받이 무녀로 이훤의 잠을 지키던 허연우, 결국 이훤의 잠이 깨고.
아직도 연기력 논란이 있고 화면에 낯설기는 해도 천방지축 민화공주(남보라)와 허염(송재희)도 나름 자리를 잘 잡은 것 같습니다. 원작에서 만들어진 그들의 캐릭터는 대사를 더하고 장면이 보태어져 배우에 알맞게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게 정경부인 도무녀 장씨(전미선), 신씨(양미경)를 비롯한 중견 연기자들의 튼튼한 뒷받침과 연기력 덕분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한편으론 여주인공 허연우는 원작에서 보여준 신기에 가까운 총명함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오히려 자신이 정말 무녀라 믿는 듯 기억을 헷갈리는 모습은 아둔해 보이기도 하네요.
공포로 인한 기억상실이 아둔함의 원인
연우의 아둔함에 한 몫을 하는 설정 중 하나는 '기억상실'입니다. 현대인들의 용어로 일종의 외상후 장애에 해당하는 그녀의 기억상실은 약을 먹고 생매장당해 무덤에 들어갔을 때 생긴, 일종의 정신적 충격 때문에 일어난 일이죠. 무병을 없애고 싶었던 아버지 허영재(선우재덕)가 준 약과 어떻게든 대왕대비 윤씨의 음모에서 세자빈 허씨를 구하고 싶었던 장녹영의 소망이 합쳐져 발생한 장애입니다. 말이 쉬워 그렇지 숨이 쉬어지는 상태로 무덤 안에서 깨어난 공포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원작의 허연우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내색을 하지 않는 캐릭터였고 그 신비로움이 마치 여신인듯 선녀인듯 상대방을 사로잡는 매력을 풍기곤 했습니다. 무덤에서 깨어나 갑자기 무녀가 되고 국무의 신딸이 되어 한양과는 떨어진 한적한 산골에서 살게 된 그녀는 주변의 상황을 차분히 따져본 연후에 장녹영이 왜 그곳으로 자신을 데려왔는지 그리고 궁궐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이해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신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도 남에게 말하지 않고 알아낼 정도로 총명한 여성이 바로 허연우입니다.
이훤이 부르는 연우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월.
사실 이 '기억상실'은 원작에서 가장 애틋한 장면 중 하나인 왕의 침수 장면을 밋밋하게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에 더욱 아쉽기도 합니다. 여러개의 방이 있는 강녕전, 경성전, 연생전 어느 한 전각에서 왕이 깊은 잠에 빠지면 사람인듯 귀신인듯 조용히 걸어와 잠든 왕의 옆에서 밤을 지키는 여자, 왕의 얼굴을 똑바로 지켜보지도 못하고 운과 함께 왕의 잠을 지키는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은 누워 있는 왕이 과거 자신이 연서를 주고 받던 왕자란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번쯤 눈을 떠서 나를 바라봐주면 안될까 잠든 왕이 원망스럽기도 한 그 마음.
대왕대비의 개입으로 궁을 떠날 수 없어 점점 더 얽히는 무녀 월.
물론 문장으로 묘사되는 캐릭터는 지나치게 판타지스럽고 비현실적이라 땅으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묘한 느낌의 여성을 현실적으로 구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아무리 CG를 남발하고 환상적인 음악을 써도 유치하게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역으로 자주 등장하는 김유정처럼 안개 속에서 나타나는 연출을 계속 쓸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현실 속의 허연우는 그렇게 기억상실에라도 걸려야 땅에 발을 디딘 선녀가 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아쉽긴 아쉽습니다.
원작이었다면 오래 그리던 님을 만나 애틋하고 우울했을 장면인데.
그건 그렇고 이 드라마를 볼 때 마다 사극이 아님에도(역사를 드라마로 재현한 극이 아니기에 엄밀한 의미의 사극이 아닙니다) 고증에 어긋난 장면을 보면 '허허' 싶은 것이 제가 사극 매니아가 맞긴 맞나 봅니다. 지금 방영되는 내용의 배경을 재벌 후계자 이훤과 중산층의 딸 허연우, 정략결혼하는 다른 재벌 윤대형 뭐 이런 식으로 바꿔놔도 이야기가 충분히 되거든요. 덕분에 고증에 어긋난 이런저런 장면이 당연한 건데도 눈에 거슬리긴 거슬립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해를 품은 달(해품달)'이 오늘은 염색머리로 논란이 되었다는데 뭘 해도 화제를 끌고 오는 인기 드라마인 건 사실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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