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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이미지는 연기의 생명과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 마다 다른 사람이 된 듯 연기해야 하는데 보는 사람들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연기를 눌러버린다면 그 연기는 실패입니다. 이런 예는 한국방송 최장수 드라마라는 MBC '전원일기' 출연자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무려 23년간 안방극장에 방영된 이 드라마의 출연진들은 대부분 다른 역할로 활발한 활동을 하기 힘들게 됩니다. 어머니역의 김혜자는 연극 무대 출신의 다양한 얼굴을 가진 연기자였지만 전원일기에 출연하는 동안 '어머니'로 캐릭터가 굳어 버렸습니다.
이런 현상은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나마 다른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던 큰며느리 고두심, 용식 역의 유인촌이나 '전원일기'의 이미지와 다른 드라마 이미지가 유사한 김용건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전원일기'의 '누구'라는 식의 이미지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됩니다. 용식의 아내인 순애 역의 박순천은 '도시인'에서는 세련된 커리어우먼으로 '유산'이란 드라마에서는 순하고 착한 부자집 딸로 등장했지만 김회장네 둘째 며느리 이미지가 박혀 연기 지적을 받게 됩니다.
일용처 역할의 김혜정은 한동안 일용댁으로 이미지가 고정되어 고급스런 캐릭터를 맡을 때 마다 '어색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원일기'가 종영된지 어언 10년, 그 드라마도 서서히 잊혀지고 일용엄니 김수미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은 이제서야 '전원일기'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연기자에게 '이미지'는 이렇게나 중요한 문제로 여전히 김수미를 보면 '일용엄니'가 생각난다는 분들이 있는 걸 보면 그들의 '역할'은 평생 지고갈 껍질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에 출연했던 배우 이은심이 고정된 이미지 때문에 연기 생활에 회의를 느껴 은퇴했단 이야기도 유명하고 악당 역할을 맡거나 깡패 역을 자주하던 배우들이 길거리에서 얻어맞을 뻔 했다는 에피소드도 그렇고 연기자는 자신의 배역 때문에 사생활 관리를 해야하고 외모 관리나 이미지 관리를 해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 이유로 연예인들의 피부 관리를 비롯한 성형을 나쁘게만 보지는 않습니다. 노역은 분장으로 해결되지만 젊은 역같은 경우는 연기나 분장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니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겠죠.
특히 10대 역할까지 맡아야하곤 하는 사극 출연자 경우엔 젊은 외모를 위해 영구 제모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광개토태왕'에 출연중인 이태곤의 극중 나이는 19세입니다. 대부분의 사극 주연들이 그런식으로 스무살 아래의 역을 맡곤 합니다. '주몽(2006)'에서 10대부터 주몽을 연기하던 송일국은 어머니 유화부인 역의 오연수가 자신과 동갑이라 나이차이가 느껴지지 않자 영구 제모를 결정합니다. 고화질로 송출되는 요즘 드라마에서 역할에 충실하자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런식으로 연기자들은 자신의 역에 최선을 다하곤 합니다.
과거에 유명 여자연예인들이 결혼을 늦추던 이유 중 하나가 CF와 연기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90년대 초반까지도 화장품 모델은 미혼 연예인들만 할 수 있던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20대 초반에게 모델이 집중되어 나이든 여성은 화장품 광고에서 퇴출되고 전자제품 광고 등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그나마 결혼을 하게 되면 CF도 급격히 줄어들고 음식을 비롯한 조미료 광고를 하게 됩니다. 드라마 배역도 여주인공에서 집안일하는 며느리 등으로 '급락'하는 현상이 있었죠. 여배우가 '결혼했다'는 이미지를 중요시했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연기자로서의 생명이 창창한데 배우로서 커리어도 쌓지 못한채 결혼을 하면 다양한 배역을 맡지 못하고 점점 더 기회는 줄어듭니다. 물론 대부분의 배우들이 특정 연령이 지나면 주연급이 아닌 조연급으로 때로는 캐릭터 설명도 충분치 않은 '병풍'급 배역이 되지만 연기자란 직업을 선택했으면 연기 하나 만큼은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을 법도 하지요. 최근에는 단순히 '스타'가 아닌 연기를 위해 배역을 가리는 진짜 연기자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범죄 등의 스캔들을 최대한 피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물론 여자연기자에게 '결혼'이 무조건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87년 데뷰한 배우 이응경은 데뷰 당시 이미 결혼했고 아이도 둔 상태였어도 그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습니다. 그 점을 모르고 그녀를 좋아한 팬들도 많겠지만 이미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었기에 대부분은 그녀가 이미 유부녀란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는 요즘처럼 인터넷이 없어 한 배우의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던 시절도 아니었고 최대한 주부임을 부각하는 인터뷰도 자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요즘은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대신 배우로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사생활 노출을 최대한 삼가고 '주부' 역할을 강조하지 않을 필요는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세탁기, 냉장고, 고가 화장품 등은 생활이 안정된 주부를 위한 CF라는 인식이 있는데 MBC '선덕여왕'으로 한가인과 비슷한 연기력 논란을 겪었던 배우 이요원은 주부 이미지를 강조하는 CF에는 일절 출연하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기자들은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그녀를 두고 '아줌마'라며 힐난하지만 다양한 역할을 맡아야하는 연기자로서 당연한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요원의 연기력은 지속적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그녀는 정일우와 커플로 등장했던 '49일'에서 '아줌마 논란'은 쏙 들어갈 정도의 멋진 연기를 선보입니다. 1980년생인 이요원과 87년생인 정일우는 무려 7살의 나이차이가 나지만 82년생인 한가인과 88년생인 김수현 커플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얻었습니다. 죽음을 초월한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과 연인을 잃고 인생을 포기한 이요원의 연기는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죠. '주부'라는 이미지가 이요원을 지배하고 있었다면 불가능한 역할이기도 했습니다.
이요원이 '49일'의 주연으로 등장할 때 많은 기자들이 '아줌마 맞아'란 식으로 이요원을 비아냥댔지만 그녀는 연기로 시청자를 설득했습니다. 반면 다수의 CF에 주부 이미지로 등장했던 한가인은 '물오른 연기'란 기자들의 옹호성 기사에도 오히려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연기력은 차차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어도 이미 '주부'라는 선입견이 굳어져 김수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은 설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외모에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 건 제가 봐도 신기한 일입니다.
지금 한가인의 이미지 전략 담당이 있다면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 듯 혹은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언론 홍보를 하며 시청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남의 선입견을 탓할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최대한 사극에 알맞은 발성이나 캐릭터 분석을 통해 그녀를 지원사격한다는 게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역들의 이미지를 발판 삼아 캐릭터 이미지 구축을 하기엔 주연급의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다양한 연기 스펙을 위해 좀 더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현상은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나마 다른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던 큰며느리 고두심, 용식 역의 유인촌이나 '전원일기'의 이미지와 다른 드라마 이미지가 유사한 김용건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전원일기'의 '누구'라는 식의 이미지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됩니다. 용식의 아내인 순애 역의 박순천은 '도시인'에서는 세련된 커리어우먼으로 '유산'이란 드라마에서는 순하고 착한 부자집 딸로 등장했지만 김회장네 둘째 며느리 이미지가 박혀 연기 지적을 받게 됩니다.
드라마 '전원일기'의 출연 배우들은 이미지 때문에 고생한 대표적 케이스.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에 출연했던 배우 이은심이 고정된 이미지 때문에 연기 생활에 회의를 느껴 은퇴했단 이야기도 유명하고 악당 역할을 맡거나 깡패 역을 자주하던 배우들이 길거리에서 얻어맞을 뻔 했다는 에피소드도 그렇고 연기자는 자신의 배역 때문에 사생활 관리를 해야하고 외모 관리나 이미지 관리를 해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 이유로 연예인들의 피부 관리를 비롯한 성형을 나쁘게만 보지는 않습니다. 노역은 분장으로 해결되지만 젊은 역같은 경우는 연기나 분장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니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겠죠.
주부 이미지를 강조하는 CF 출연이 결정적 실수
특히 10대 역할까지 맡아야하곤 하는 사극 출연자 경우엔 젊은 외모를 위해 영구 제모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광개토태왕'에 출연중인 이태곤의 극중 나이는 19세입니다. 대부분의 사극 주연들이 그런식으로 스무살 아래의 역을 맡곤 합니다. '주몽(2006)'에서 10대부터 주몽을 연기하던 송일국은 어머니 유화부인 역의 오연수가 자신과 동갑이라 나이차이가 느껴지지 않자 영구 제모를 결정합니다. 고화질로 송출되는 요즘 드라마에서 역할에 충실하자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런식으로 연기자들은 자신의 역에 최선을 다하곤 합니다.
과거에 유명 여자연예인들이 결혼을 늦추던 이유 중 하나가 CF와 연기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90년대 초반까지도 화장품 모델은 미혼 연예인들만 할 수 있던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20대 초반에게 모델이 집중되어 나이든 여성은 화장품 광고에서 퇴출되고 전자제품 광고 등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그나마 결혼을 하게 되면 CF도 급격히 줄어들고 음식을 비롯한 조미료 광고를 하게 됩니다. 드라마 배역도 여주인공에서 집안일하는 며느리 등으로 '급락'하는 현상이 있었죠. 여배우가 '결혼했다'는 이미지를 중요시했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주몽'의 송일국과 데뷰 초반기의 이응경.
물론 여자연기자에게 '결혼'이 무조건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87년 데뷰한 배우 이응경은 데뷰 당시 이미 결혼했고 아이도 둔 상태였어도 그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습니다. 그 점을 모르고 그녀를 좋아한 팬들도 많겠지만 이미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었기에 대부분은 그녀가 이미 유부녀란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는 요즘처럼 인터넷이 없어 한 배우의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던 시절도 아니었고 최대한 주부임을 부각하는 인터뷰도 자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49일'에서 7살 차이 정일우와 호흡을 맞춘 배우 이요원.
이요원의 연기력은 지속적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그녀는 정일우와 커플로 등장했던 '49일'에서 '아줌마 논란'은 쏙 들어갈 정도의 멋진 연기를 선보입니다. 1980년생인 이요원과 87년생인 정일우는 무려 7살의 나이차이가 나지만 82년생인 한가인과 88년생인 김수현 커플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얻었습니다. 죽음을 초월한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과 연인을 잃고 인생을 포기한 이요원의 연기는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죠. '주부'라는 이미지가 이요원을 지배하고 있었다면 불가능한 역할이기도 했습니다.
여섯살 차이일 뿐이지만 이미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 한가인의 이미지 전략 담당이 있다면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 듯 혹은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언론 홍보를 하며 시청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남의 선입견을 탓할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최대한 사극에 알맞은 발성이나 캐릭터 분석을 통해 그녀를 지원사격한다는 게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역들의 이미지를 발판 삼아 캐릭터 이미지 구축을 하기엔 주연급의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다양한 연기 스펙을 위해 좀 더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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