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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신하들을 속이는 열연을 펼치고 호위무사가 남몰래 승정원 일기를 훔쳐내는 동안 망을 보는 상선, 왕의 뜬금없는 명으로 손수 눈사람을 만드느냐 손이 벌게진 상선 형선(정은표)은 이훤(김수현)이 자신을 속이고 운(송재림)과 함께 사라진 것을 알고 목놓아
울부짖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이훤과 옥신각신하는 형선을 보는 재미입니다.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소년같이 형선을 괴롭히는 이훤도 능청맞지만 번번이 왕을 놓치고 어쩔 줄 모르는 형선은 드라마를 정말 유쾌하게 만들어줍니다.
어제 드라마에서 그 다음으로 재미있었던 장면은 데이트 비용이 없어 절절매는 이훤의 '굴욕'입니다. 명색이 그래도 첫 데이트인데 열냥을 월(한가인)에게 내게 하다니 상감마마의 체면은 제대로 구겨집니다(그건 그렇고 10냥이면 꽤 큰 돈 아니었나요. 아무리 조선 전기라지만 비쌉니다 비싸). 더군다나 '굴욕'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눈치도 없이 머리 좀 숙여보라는 둥 팔을 내리라는 둥 인형극 관람에 방해가 된다며 야유하는 뒷사람들 때문에 이훤은 졸지에 '비매너 관객'에 등극하게 됩니다.
그렇게 코믹한 장면만 등장한게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장면도 등장했습니다. 국무 장씨(전미선)에게 쫓겨난 잔실(배누리)은 양명군(정일우)의 도움으로 주막에 기거하고, 잔실의 아이디어로 월을 만날 기회를 얻은 양명군은 설레는 마음으로 주막을 서성이며 월을 기다립니다. 친어머니 희빈 박씨(김예령)도 아버지 성조대왕(안내상)도 모두 장자인 자신 보다는 훤의 안위 만을 걱정해주는 서글픔, 고통과 슬픔으로 폭발할 지경이던 그의 감정이 드러났습니다. 이번엔 뺏기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월 마저 이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훤 남매들은 아버지 성조 대왕이 골치를 앓았을 만큼 허염(송재희), 허연우 남매에게 목을 매는 자식들입니다. 허염 남매는 딱 둘뿐인데 이훤의 남매는 모두 셋이라 누군가 하나는 포기해야합니다. 아직까지도 어린 시절의 사랑싸움이 현재진행형이니 죽어서도 성조는 편히 눈을 감기 힘들 것같습니다. 허연우가 어릴 때처럼 '신기에 가까운 총명함'을 보여준다면 이 위기를 어떻게든 둘이서 타개할 것도 같은데 지금은 어리버리 기억상실이라 이훤 혼자서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다 풀어야 하니 둘째 아들에게 못할 짓을 했네요.
이 드라마 '해품달'을 두고 워낙 많은 말들이 오가기 때문에 드라마 자체가 입김을 타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한가인 보다 아역 김유정이 좋다는 말이 있자 김유정이 회상신이 아닌 성인연기자의 상상신에서 등장하기도 하고 한가인 연기력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니 출연 분량을 줄인 것처럼도 보입니다. 어제 방영분은 '아역'에 대한 이런저런 말이 많자 회상신은 그대로 써도 김유정은 새로 출연하는 분량을 없앤 것 같더군요(하긴 김유정도 필리핀에 갔다고 합니다). 보는 사람들의 착각일까요 아니면 정말 제작진이 휘둘리고 있는 걸까요 알 수 없습니다.
일부 네티즌이 지적하듯 한가인은 사극 경험이 전혀 없는 배우라 연기가 능숙하지 않은 상태고 아역들의 임팩트에 푹 빠져 있던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을만한 상황에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 부분은 일단 거론하지 않더라도 드라마 속 허연우는 솔직히 좀 문제가 많은 캐릭터입니다. 한가인이 아닌 만화 속에나 등장하는 연기 천재가 그 역을 맡더라도 불합리한 캐릭터의 설정은 극복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다른게 아니라 허연우를 바보처럼 보이게 하는, 또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기억상실' 때문입니다. 기억상실이 막장 드라마에서 자주 차용하는 진부한 소재란 건 둘째 치고 좀 말이 되게 설정해야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제 지인 중 하나는 8살 때 교통사고로 그 이전 기억을 모두 잃었다고 합니다. 다른 기능은 다 멀쩡함에도 갑자기 낯선 남녀가 부모라며 나타나 충격받은 기억이 있다는데 연우에겐 그런 당황스러움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 이런 식의 '해리성' 기억상실은 대부분 조금씩 천천히 기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심리적 충격'을 받을 때 오는 기억상실 이외에 뇌문제로 발생하는 기억상실처럼 많은 경우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기억상실도 있습니다. 평상시 자주 쓰던 단어를 잊어버리거나 '메멘토'처럼 10분 뒤에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극중 '허연우'의 기억상실은 충격에 의한 기억상실로 '해리성'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러니 사고를 당한 후부터 하나씩 하나씩 예전 기억이 떠오르고 자신과 가까이 지내던 사람을 볼 때 마다 옛날 일이 생각나는 것입니다.
확실한 건 연우처럼 총명한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남의 기억으로 착각할 일은 없다는 점입니다. 갑작스런 기억에 충격을 받거나 깜짝 놀라는게 전부겠죠. 더우기 기억을 일은 일 외에는 공부도 여전히 잘 하고 매사에 멀쩡한 것으로 표현되는 캐릭터라면 더더욱 옛날 일과 남의 기억을 착각할 리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 똑똑한 캐릭터가 '기억상실증'이라고 믿어달라 억지를 부리고 있는 셈이지요. 더우기 신기에 있어 정상적인 생활도 힘든 수준의 잔실(할 말 못가리고 가끔 빙의되어 아무 말이나 내뱉는)을 보고도 자신의 신내림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다니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연우는 설(윤승아)이라는 여종을 아직도 곁에 두고 있습니다. 무덤에서 꺼내진 이후 단 한시도 연우 곁을 떠나지 않았던 설의 얼굴과 기억 속의 허연우를 따르는 설의 얼굴이 같은데 어떻게 기억의 주인이 자신이 아닐 수가 있나요. 더군다나 설은 언제나 월을 아가씨라 부르며 다른 무녀들과는 전혀 다른 대접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 무서운 국무에게도 가끔 아무렇게나 툭툭 말을 건내는 설이 연우에게는 깍듯합니다. 그 상황에 조금의 의심도 가지 않는다면 연우는 총명한 것이 아니라 둔한 것입니다.
어제 연우의 머리 속에 떠오른 기억에서 월은 선명하게 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더불어 기억 속의 국무 장녹영은 '달아나라'는 말도 했고 어린 이훤(여진구)이 '나를 알아보겠냐'며 가면을 벗기도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스스로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허연우는 바보로 낙찰이 될 것같습니다. 무슨 호러물의 반전처럼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모르는 척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라는 장면을 넣는다 해도 갑자기 똑똑해질같진 않습니다. 이미 드라마의 반 이상이 진행되었고 성인이 된 후에는 계속 기억상실 상태였으니 극복하기 힘든 부분으로 보입니다.
왕이 자신을 보며 다른 여인(허연우)을 떠올린다고 생각하는 월이 액받이 무녀 일을 그만두려하고 이번에도 훤과 월이 같이 있는 걸 보게 된 양명군이 충격을 받고 또 연우의 죽음에 의심을 품게 된 이훤이 예전의 일을 조사합니다. '해를 품은 달'의 나머지 10회 분량은 세 사람의 삼각관계와 월이 외척들을 물리치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같은데 언제쯤 '신기에 가까운 총명함'을 다시 볼 수 있게 될지 기대해 봅니다. 연우 캐릭터가 기억상실에서 풀려나는 건 언제쯤일까요.
어제 드라마에서 그 다음으로 재미있었던 장면은 데이트 비용이 없어 절절매는 이훤의 '굴욕'입니다. 명색이 그래도 첫 데이트인데 열냥을 월(한가인)에게 내게 하다니 상감마마의 체면은 제대로 구겨집니다(그건 그렇고 10냥이면 꽤 큰 돈 아니었나요. 아무리 조선 전기라지만 비쌉니다 비싸). 더군다나 '굴욕'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눈치도 없이 머리 좀 숙여보라는 둥 팔을 내리라는 둥 인형극 관람에 방해가 된다며 야유하는 뒷사람들 때문에 이훤은 졸지에 '비매너 관객'에 등극하게 됩니다.
이훤, 운, 형선의 작전으로 승정원일기를 꺼내온다. 눈사람 표정이 -_-
이훤 남매들은 아버지 성조 대왕이 골치를 앓았을 만큼 허염(송재희), 허연우 남매에게 목을 매는 자식들입니다. 허염 남매는 딱 둘뿐인데 이훤의 남매는 모두 셋이라 누군가 하나는 포기해야합니다. 아직까지도 어린 시절의 사랑싸움이 현재진행형이니 죽어서도 성조는 편히 눈을 감기 힘들 것같습니다. 허연우가 어릴 때처럼 '신기에 가까운 총명함'을 보여준다면 이 위기를 어떻게든 둘이서 타개할 것도 같은데 지금은 어리버리 기억상실이라 이훤 혼자서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다 풀어야 하니 둘째 아들에게 못할 짓을 했네요.
연우가 기억상실에서 풀려나는 건 언제쯤?
이 드라마 '해품달'을 두고 워낙 많은 말들이 오가기 때문에 드라마 자체가 입김을 타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한가인 보다 아역 김유정이 좋다는 말이 있자 김유정이 회상신이 아닌 성인연기자의 상상신에서 등장하기도 하고 한가인 연기력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니 출연 분량을 줄인 것처럼도 보입니다. 어제 방영분은 '아역'에 대한 이런저런 말이 많자 회상신은 그대로 써도 김유정은 새로 출연하는 분량을 없앤 것 같더군요(하긴 김유정도 필리핀에 갔다고 합니다). 보는 사람들의 착각일까요 아니면 정말 제작진이 휘둘리고 있는 걸까요 알 수 없습니다.
일부 네티즌이 지적하듯 한가인은 사극 경험이 전혀 없는 배우라 연기가 능숙하지 않은 상태고 아역들의 임팩트에 푹 빠져 있던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을만한 상황에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 부분은 일단 거론하지 않더라도 드라마 속 허연우는 솔직히 좀 문제가 많은 캐릭터입니다. 한가인이 아닌 만화 속에나 등장하는 연기 천재가 그 역을 맡더라도 불합리한 캐릭터의 설정은 극복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설과 국무의 목소리를 기억해 낸 월.
이런 '심리적 충격'을 받을 때 오는 기억상실 이외에 뇌문제로 발생하는 기억상실처럼 많은 경우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기억상실도 있습니다. 평상시 자주 쓰던 단어를 잊어버리거나 '메멘토'처럼 10분 뒤에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극중 '허연우'의 기억상실은 충격에 의한 기억상실로 '해리성'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러니 사고를 당한 후부터 하나씩 하나씩 예전 기억이 떠오르고 자신과 가까이 지내던 사람을 볼 때 마다 옛날 일이 생각나는 것입니다.
잔실과 설이 옆에 있는데도 남의 기억이라고?
결정적으로 연우는 설(윤승아)이라는 여종을 아직도 곁에 두고 있습니다. 무덤에서 꺼내진 이후 단 한시도 연우 곁을 떠나지 않았던 설의 얼굴과 기억 속의 허연우를 따르는 설의 얼굴이 같은데 어떻게 기억의 주인이 자신이 아닐 수가 있나요. 더군다나 설은 언제나 월을 아가씨라 부르며 다른 무녀들과는 전혀 다른 대접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 무서운 국무에게도 가끔 아무렇게나 툭툭 말을 건내는 설이 연우에게는 깍듯합니다. 그 상황에 조금의 의심도 가지 않는다면 연우는 총명한 것이 아니라 둔한 것입니다.
기억이 이 만큼이나 돌아왔는데도 의심하지 않는다면 '바보'.
왕이 자신을 보며 다른 여인(허연우)을 떠올린다고 생각하는 월이 액받이 무녀 일을 그만두려하고 이번에도 훤과 월이 같이 있는 걸 보게 된 양명군이 충격을 받고 또 연우의 죽음에 의심을 품게 된 이훤이 예전의 일을 조사합니다. '해를 품은 달'의 나머지 10회 분량은 세 사람의 삼각관계와 월이 외척들을 물리치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같은데 언제쯤 '신기에 가까운 총명함'을 다시 볼 수 있게 될지 기대해 봅니다. 연우 캐릭터가 기억상실에서 풀려나는 건 언제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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