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해를 품은 달

해를품은달, 오락가락 알 수 없는 양명군의 월에 대한 사랑

Shain 2012. 2. 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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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로맨스 소설 '해를 품은 달'과 달리 드라마로 옮겨진 '해를 품은 달'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듯합니다. 선녀인듯 환상인듯 마치 진짜 달의 여신이 환생한 것처럼 우아하고 지혜로운 허연우를 한 배우로 표현한다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구름에 달 가듯이 운명적으로 연결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앞뒤가 맞게 엮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 권력욕에 눈이 먼 외척 윤대형(김응수)이 이훤(김수현)을 위협하기 위해 월(한가인)을 고문하는 장면이 다시 구설에 오른 것같더군요.

첫회에서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신들린 듯, 악에 바쳐 윤대형을 저주하던 아리(장영남)의 잔상이 지워지지 않은 시청자들에는 '대역없이' 고문신을 찍었다는 언론 보도가 당연히 탐탁치 않았을 거라 봅니다. 팬들은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런 고문 장면은 대역없이 찍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잔인한 고문에도 딱히 표정 변화가 없다던가 하는 그런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장면이 이훤과 양명(정일우)의 애를 타게 하고 장녹영(전미선)이 목숨걸고 대왕대비 윤씨(김영애)에게 협박하는 계기가 되는 부분이라 더욱 아쉬움이 컸지 않나 싶습니다.

고문받는 월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장녹영, 양명, 이훤.

허연우가 죽었다는 이유로 냉정해진 이훤은 새로 맞은 아내를 거들떠 보지 않았고 평생 유일하게 원하던 것을 잃어버린 양명은 늘 허허 웃은 얼굴 한구석에 그늘을 가진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그런 '연우'와 닮은 '월'이 고문당한다면 두 남자가 미친듯 괴로워하며 구명을 위해 애쓰는게 당연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절실한 마음이 닿지 않는, 그런 연출이었음이 아쉽습니다. 왜 왕친이 위험을 무릎쓰고 앞에 나서며 왕이 할머니 앞에 고개까지 숙여야할까. 물뿌릴 정도로 지독한 고문도 아닌데 내버려두면 곧 풀려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마저 들더군요.

등장인물의 마음이 쉽게 납득이 안간다는 것 또 그 상황이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지 한눈에 간파되지 않는 것은 '통속극' 최대의 약점입니다. 드라마를 이해하기 위해 몇가지 시대적 지식이나 상식이 필요한 드라마들도 있지만 '해품달'은 전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통속극 계열입니다. 기억상실 때문에 바보처럼 '신기 때문에 안다' 내지는 '이건 그분의 기억이다'같은 이상한 말을 하는 월도 문제지만 대체 왜 '월'을 '연우'처럼 사랑하게 되었는지 설명이 안되는 캐릭터가 바로 '양명'입니다. 월에 집착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월과 연우, 양명군의 설득력없는 러브라인

양명과 이훤은 놀라우리 만큼 닮은 성격에다 '태양'의 운명을 타고난 남자들입니다. 어린 시절 만난 허연우를 사랑하여 평생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다는 점도 그렇고 다시 만난 월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대신 양명은 서장자의 운명을 걱정한 아버지 성조(안내상)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한 인생을 산다는 점이 다릅니다. 허염(송재희)과 이훤이 허연우를 그리워하며 펑펑 눈물을 쏟을 때도 눈시울만 살짝 적실 뿐 그 감정을 선명하게 드러내지 못합니다. 감정을 숨기는데 익숙한 양명은 연우에게 먼저 고백도 못했습니다.

현재의 '양명' 태도는 상당히 모호합니다. 자신의 오랜 친구인 허염을 볼 때 마다 그와 닮은 연우를 떠올리고 허영재(선우재덕)의 집에 갈 때마다 연우를 놀래킬 때처럼 담을 넘는 그는 연우를 잊지 못했습니다. 그 감정을 끝끝내 숨겨야했던 까닭에 어쩌면 이훤 보다 훨씬 어두운 마음을 감추고 있을지 모릅니다. 모든 책임이 중전 보경(김민서)에게 있는 듯 모질고 잔인한 말로 '본처'를 비웃는 이훤 보다 양명군의 상처가 더 크지 않다고 장담 못합니다. 원작의 양명군은 월의 마음이 다시 훤에게 있음을 알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 정도니 말입니다.

이훤과 월은 액받이 무녀 문제로 계속 마주치지만..

문제는 그토록 허연우를 사랑하던 양명이 왜 '월'에게 집착하느냐가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훤은 연우를 닮은 듯한 월 때문에 흔들리고 괴로워하면서도 눈앞에 월이 가까이 있기에 마음이 움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허염에게 전달받은 사자전서를 읽고 또 아버지의 상선이 자살한 것을 알고 허연우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의혹을 가지긴 했어도 아직까지 월과 허연우가 다른 사람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끌리고 사랑하게 된 이훤의 감정은 공감이 갑니다.

그러나 가끔씩 월을 마주치는 양명의 감정선은 도무지 파악이 안됩니다. 국무 장녹영 대신 신딸이라도 데려가겠다며 관상감들이 월을 납치할 때 눈물까지 글썽이며 붙잡은 것은 단순한 착각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를 모르겠느냐'는 말도 일단은 연우가 살아돌아온 것처럼 느껴져서 그랬다고 칠 수 있습니다. 워낙 오래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다 보니 닮은 듯한 여인을 보고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대궐까지 쫓아가 '나를 알겠느냐'라고 한다던가 '나는 안되겠느냐'는 식으로 사랑고백을 하는 건 너무도 갑작스럽습니다.

보경과 훤의 합방날, 월에게 사랑을 고백한 양명군.

양명은 언제부터 허연우를 잊어버린 걸까요. 인형극을 보며 즐거워하는 이훤과 월을 보며 괴로워하기도 하고 어제는 결국 왕인 훤을 만나 월을 내게 달라 청하기도 합니다. 마치 '나라면 연우를 지켰을 것이다'라고 원망했던 그 시절처럼 세자 시절의 이훤에게 모든걸 빼앗겼다 괴로워하던 그때처럼 다시 양명은 강경하게 월을 요구합니다. 대체 어느 사이에 양명의 마음이 그토록 간절한 사랑으로 변한 것일까요. 왕친이라는 입장도 잊고 고문장에 뛰어들어 월의 무죄를 주장할 정도로 그는 이미 마음이 깊습니다.

양명군은 이미 허연우에 대한 깊은 미련을 표현한 상태였기 때문에 또 연우도 아닌 월에게 자꾸만 끌리는 마음을 표현한 적도 없기에 시청자로서는 그가 월을 그리 강하게 원하게 된 이유가 미심쩍을 수 밖에 없습니다. 월, 이훤, 양명군의 삼각관계가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구요. 아무리 봐도 신기가 느껴지지 않는 월이 '나는 무녀다'라며 우기는 장면 만큼이나 생뚱맞은 러브라인이기도 합니다. 시청자들도 모르는 사이, 양명군 대체 당신은 언제부터 월을 그리 목숨걸고 사랑하게 된건가요?

허연우를 완전히 잊은 듯한 양명, 혹시 알고 있는 눈빛?

사실 그 문제에 대한 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복잡하긴 하지만 지난주 잔실(배누리)이 오라버니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며 한밤중에 양명군을 만나러 나갔을 때 잔실이 월과 허연우의 관계를 양명에게 폭로했을지도 모릅니다. 월의 거처를 찾고 있는 양명에게 잔실은 월이 궁에 있고 성수청의 무녀라는 사실 뿐 아니라 허연우란 사실까지 알려주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너무도 깜짝 놀란 양명이 궁궐로 월을 만나러 들어가고 동일인물이란 사실을 허염과 운(송재림), 이훤에게 알리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반전을 위해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쳐도 어색함은 남습니다. 이미 외척들의 눈과 귀가 심어진 왕실은 과거 세자빈이었던 월에게 상당히 위험한 곳입니다. 누군가 연우의 정체를 알아낼 수도 있고 어제 고문당했던 것처럼 외척들에게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국무에게 알려서라도 끌고 나와야하는 곳인데 언제까지 내 마음을 받아달라 애원만 하고 있을 것인지 갑갑하긴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양명군의 눈빛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알쏭달쏭한 눈빛이 아니라 더욱 공감이 안가는 걸까요? 모를 일입니다.

* 이 글을 읽는 블로거들 중에서 과거 12월 있었던 블로거들 간의 소송건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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