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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촬영 일정 탓인지 아니면 날씨가 추워 고생을 하는 탓인지 전체적으로 '해를 품은 달'이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대왕대비 윤씨(김영애)를 비롯한 외척들의 음모로 죽을 위기에 처했던 허연우(한가인), 무녀 장씨(전미선)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예전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 연우가 '월'이란 무녀로 다시 태어나고 예전 연인이었던 이훤(김수현)과 운명같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느슨하다고 할까요. 아직까지 고백 한번 제대로 못하고 설레는 눈빛만 오가는 것처럼 보였던 두 사람이 중전 보경(김민서)과의 합방을 두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어쩐지 어색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뿌리깊은 나무'를 일부러 패러디한 것인지 눈쌓인 궁에서 이훤이 '내가 아끼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발언을 하자 월은 '전하 탓이 아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기시감, 즉 데자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왕의 사랑을 얻지 못한 보경이 왕이 마음에 둔 무녀를 이용해 합방을 성사시키자는 제안을 해도 전혀 딸을 측은하게 여기지 않는 윤대형(김응수)이나 자신의 음모로 연우를 방자하는데 동원된 손녀 민화공주(남보라)를 겁주는 대왕대비 윤씨는 흑주술 보다 무서운 권력욕을 느끼게 합니다. 어찌 보면 밀본 보다 무서운 외척들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 드라마의 깨알같은 재미는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을 보는 것입니다. 특히 어제 다시 등장한 금부도사 홍규태(윤희석)는 원작 보다 더욱 섬세해진 캐릭터로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주더군요. 아무렇지 않게 시신 옆에 놓인 다과와 차를 먹는 홍규태는 다시금 내시 복장으로 왕을 알현합니다. 허연우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그리고 왕실과 외척이 결탁하여 꾸민 검은 음모가 홍규태의 손으로 낱낱이 파헤쳐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코믹한 듯 냉철한 홍규태와 동성애 코드만 등장하면 잔소리를 멈추고 달아나는 형선(정은표)는 멋진 커플(?)이 될 것도 같습니다.
또 한명 흥미로운 캐릭터가 바로 민화공주입니다. 만화책에서 톡 튀어나온 듯 과장된 애정 표현으로 때로 허염(송재희)을 힘들게 하고 극중 악역인 중전의 속을 뒤집어놓기도 하는 이 철딱서니는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연우의 미스터리를 모두 알고 있는 반전의 열쇠입니다. 머리 올린 모양새는 딱 사대부집 부인인데 정신연령은 10대, 그것도 맹목적이고 과격하고 단순하고 하나 밖에 모르는, 즉 요즘 속어로 오빠부대 내지는 '빠순이' 표현이 딱 어울리는 허염 팬클럽입니다. 궁녀들을 잠 못 들게 하는 허염을 독차지했지만 늘 불안하고 걱정스러워 종종 걸음으로 허염을 쫓습니다. 요즘 말로 '사생팬' 저리 가라죠.
안 그래도 포스팅 제목에 '빠순이'란 말을 쓰고 싶었지만 쓰지 않은 이유는 비속어이기 때문입니다. '빠순이'란 말은 본래 'Bar'에 다니는 여성을 지칭하는 속어로 쓰이다 나중엔 '오빠'와 '순이'를 결합해서 연예인을 오빠라 부르며 뒤쫓는 여성팬을 부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민화공주 하는 짓이 어떻게 봐도 딱 '이건 빠순이다' 싶을 정도로 허염의 열혈팬이라 더 이상 알맞은 표현이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그것도 스토커라 불려도 할 말없는 수준의 '사생팬'입니다. 허염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에 담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여자가 민화입니다.
민화공주는 허염을 어떻게든 배우자로 맞고 싶은 욕심에 아버지와 오빠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지었습니다. 아버지 성조(안내상)는 양명군(정일우)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아들 이훤의 정치적 날개가 되어줄 허영재(선우재덕)의 여식과 이훤을 맺어주려 했습니다. 지나치게 강한 외척 세력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할 훤에게 사림들의 힘은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면 허영재의 아들 허염 역시 관직에 올라야하니 민화공주와 허염의 혼사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민화공주에겐 연우와 이훤을 맺어주고 싶은 아버지의 염원이나 연우를 너무나 좋아해 잠도 제대로 못 이루는 오라버니, 연우의 죽음으로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갈 허영재나 신씨 부인(양미경), 허염의 고통은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허염의 아내가 되어 그를 온전히 자신의 남자로 만들어야겠단 집념 만으로 할머니의 무서운 음모에 가담합니다. 요즘에는 점잖은 팬클럽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팬들도 많다고 하는데 '마성의 선비' 허염을 독차지하려는 민화공주는 만인의 우상을 독차지하는 중죄를 저지릅니다.
팬클럽 문화의 열기는 가끔 지나치게 무섭죠. 해당 연예인을 사랑한다 좋아한다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때로는 검색어 순위 올리기, 옹호 댓글 달기에 열중해 다른 네티즌들의 지탄을 받기도 하고 연예인이 거주하는 곳에 기다리며 상주하는 바람에 민원의 대상이 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악의적인 허위 소문을 퍼트려 라이벌 연예인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사랑이 지나쳐 삐뚤어진 폭력으로 변질한 것입니다. 대왕대비의 꼬임에 넘어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민화공주가 딱 그렇습니다.
나이들고 생각하니 자신의 죄가 너무 커 어쩔 줄 모르는 민화공주는 허염에게 더욱 집착합니다. '나를 버리지 말라'며 뜬금없이 애원하기도 하고 떼쓰는 자신을 미워할까 안절부절합니다. 나 말고 다른 궁녀에게 눈길을 줄까 싶어 궁에 들어가는 것도 신경쓰고 왕의 명령으로 여행을 가면 눈빠지게 허염만 기다립니다. 합궁일을 잊어버린 허염이 안채를 찾지 않자 밤새도록 펑펑 울어 눈이 붓기도 합니다. 미워보일까봐 예쁘게 단장하고 허염의 마음에 들려 신씨부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민화공주는 그렇게 해도 덜어지지 않는 죄책감에 가끔 불안해 합니다.
사실 극중에는 민화공주처럼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둘이나 있습니다. 보경은 결국 자신에게 곁을 조금도 주지 않는 왕을 움직이기 위해 무녀 월의 목숨을 이용했습니다. 결국 둘의 합방은 성사되는가 했지만 이훤은 최고로 모욕적인 말로 보경을 괴롭힙니다. 원작에 의하면 두 사람의 합궁이 성사되면 허연우와 이훤의 인연도 끝장이라 혜각도사(김익태)가 그 순간 왕을 저주하는 살을 내린다는데 외사랑에 지친 보경이 더욱 독해지는 계기가 될 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양명군도 기억을 잃은 월에게 다시 도망가자 청을 합니다.
양명군은 운(송재림)과의 대화에서 알듯 모를듯한 발언을 합니다. 잔실(배누리)에게 들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느낌을 믿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연우가 죽었을 때 홀로 조사해서 알고 있는 내용이 있는 것인지 월을 볼 때 마다 '나를 알겠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분명 월과 연우가 같은 사람이란 사실을 아는 듯한 행동입니다. 알고 있다면 마땅히 훤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양명군은 이번에는 어떻게든 놓치지 않으리라 독한 마음을 먹습니다. 그럼에도 이미 월의 눈이 훤에게 고정되어 있죠. 민화공주는 악녀임에도 허염에게 사랑받지만 보경과 양명은 해바라기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하여튼 요즘이라도 공주가 팬클럽에 가입해 인기 연예인과 맺어진다는 파격적 스토리는 팬클럽의 지탄감인데 나쁜 짓까지 저질러 허염을 차지한 민화공주에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나마 하나 면죄부를 준다면 철없는 시절에 저지른 일이고 외척들의 음모에 휘둘린 피해자란 점 정도일까요. 지방 출장(?) 간 서방님을 그리며 순정만화 공주처럼 눈을 반짝반짝 '제 몸에 글자를 세기면 저를 더 많이 봐주실 거냐'고 묻는 공주에게 '몸에 묻은 먹물을 지우려면 깨나 고생할 것이라' 대답하는 민상궁(김민경)은 너무너무 웃기네요. 허염이 너무 잘 생겨 혼인하고도 '빠순이' 모드입니다.
그리고 '뿌리깊은 나무'를 일부러 패러디한 것인지 눈쌓인 궁에서 이훤이 '내가 아끼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발언을 하자 월은 '전하 탓이 아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기시감, 즉 데자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왕의 사랑을 얻지 못한 보경이 왕이 마음에 둔 무녀를 이용해 합방을 성사시키자는 제안을 해도 전혀 딸을 측은하게 여기지 않는 윤대형(김응수)이나 자신의 음모로 연우를 방자하는데 동원된 손녀 민화공주(남보라)를 겁주는 대왕대비 윤씨는 흑주술 보다 무서운 권력욕을 느끼게 합니다. 어찌 보면 밀본 보다 무서운 외척들이지요.
이훤과 보경의 합방이 성사되면 연우와 훤의 인연은 끊긴다.
또 한명 흥미로운 캐릭터가 바로 민화공주입니다. 만화책에서 톡 튀어나온 듯 과장된 애정 표현으로 때로 허염(송재희)을 힘들게 하고 극중 악역인 중전의 속을 뒤집어놓기도 하는 이 철딱서니는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연우의 미스터리를 모두 알고 있는 반전의 열쇠입니다. 머리 올린 모양새는 딱 사대부집 부인인데 정신연령은 10대, 그것도 맹목적이고 과격하고 단순하고 하나 밖에 모르는, 즉 요즘 속어로 오빠부대 내지는 '빠순이' 표현이 딱 어울리는 허염 팬클럽입니다. 궁녀들을 잠 못 들게 하는 허염을 독차지했지만 늘 불안하고 걱정스러워 종종 걸음으로 허염을 쫓습니다. 요즘 말로 '사생팬' 저리 가라죠.
민화공주가 허염에게 더욱 집착하는 이유
안 그래도 포스팅 제목에 '빠순이'란 말을 쓰고 싶었지만 쓰지 않은 이유는 비속어이기 때문입니다. '빠순이'란 말은 본래 'Bar'에 다니는 여성을 지칭하는 속어로 쓰이다 나중엔 '오빠'와 '순이'를 결합해서 연예인을 오빠라 부르며 뒤쫓는 여성팬을 부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민화공주 하는 짓이 어떻게 봐도 딱 '이건 빠순이다' 싶을 정도로 허염의 열혈팬이라 더 이상 알맞은 표현이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그것도 스토커라 불려도 할 말없는 수준의 '사생팬'입니다. 허염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에 담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여자가 민화입니다.
민화공주는 허염을 어떻게든 배우자로 맞고 싶은 욕심에 아버지와 오빠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지었습니다. 아버지 성조(안내상)는 양명군(정일우)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아들 이훤의 정치적 날개가 되어줄 허영재(선우재덕)의 여식과 이훤을 맺어주려 했습니다. 지나치게 강한 외척 세력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할 훤에게 사림들의 힘은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면 허영재의 아들 허염 역시 관직에 올라야하니 민화공주와 허염의 혼사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중전을 만나러 궁에 왔다 대왕대비를 보고 겁에 질린 민화공주.
팬클럽 문화의 열기는 가끔 지나치게 무섭죠. 해당 연예인을 사랑한다 좋아한다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때로는 검색어 순위 올리기, 옹호 댓글 달기에 열중해 다른 네티즌들의 지탄을 받기도 하고 연예인이 거주하는 곳에 기다리며 상주하는 바람에 민원의 대상이 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악의적인 허위 소문을 퍼트려 라이벌 연예인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사랑이 지나쳐 삐뚤어진 폭력으로 변질한 것입니다. 대왕대비의 꼬임에 넘어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민화공주가 딱 그렇습니다.
남을 신경써본 적이 없지만 허염을 위해 시어머니에게 최선을 다한다.
사실 극중에는 민화공주처럼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둘이나 있습니다. 보경은 결국 자신에게 곁을 조금도 주지 않는 왕을 움직이기 위해 무녀 월의 목숨을 이용했습니다. 결국 둘의 합방은 성사되는가 했지만 이훤은 최고로 모욕적인 말로 보경을 괴롭힙니다. 원작에 의하면 두 사람의 합궁이 성사되면 허연우와 이훤의 인연도 끝장이라 혜각도사(김익태)가 그 순간 왕을 저주하는 살을 내린다는데 외사랑에 지친 보경이 더욱 독해지는 계기가 될 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양명군도 기억을 잃은 월에게 다시 도망가자 청을 합니다.
열혈 팬클럽의 자세가 제대로 잡힌 공주. 상상 속의 허염과 사랑을.
하여튼 요즘이라도 공주가 팬클럽에 가입해 인기 연예인과 맺어진다는 파격적 스토리는 팬클럽의 지탄감인데 나쁜 짓까지 저질러 허염을 차지한 민화공주에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나마 하나 면죄부를 준다면 철없는 시절에 저지른 일이고 외척들의 음모에 휘둘린 피해자란 점 정도일까요. 지방 출장(?) 간 서방님을 그리며 순정만화 공주처럼 눈을 반짝반짝 '제 몸에 글자를 세기면 저를 더 많이 봐주실 거냐'고 묻는 공주에게 '몸에 묻은 먹물을 지우려면 깨나 고생할 것이라' 대답하는 민상궁(김민경)은 너무너무 웃기네요. 허염이 너무 잘 생겨 혼인하고도 '빠순이' 모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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