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무신(武神)

무신(武神), 최우 보다 노쇠해 보이는 혜심대사는 어떤 사람?

Shain 2012. 3. 2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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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보석의 실제 나이는 오십을 넘겼지만 외모는 아직 30대 못지 않은 젊음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정보석의 외모는 드라마 '무신'에서 10대 김준 역할을 소화하는 김주혁에게는 큰 장애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아버지 뻘로 보여야하는 정보석이 또래처럼 보인다는 건 배우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겠죠. 극중 시기는 최충헌(주현)의 죽음을 앞둔 때로 거란과 전쟁하고 승려들이 반란을 일으켰으며 몽고가 고려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1219년경입니다. 드라마 시작후 벌써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셈입니다. 최우는 역사상 언제 태어났는지는 정확히 적혀 있지 않지만 1249년 죽었다고 합니다.

1149년생인 최충헌이 1219년에 70세의 나이로 죽었던 것처럼 최우도 70세쯤 사망했다고 가정했을 때 극중 최우의 나이는 30대 후반이거나 40입니다. 60세에 죽었다면 30대 초반일테지만 그렇게 치면 최충헌이 장남을 너무 늦게 낳은 셈이니 30대 후반쪽이 맞을 듯합니다. 거기다 최우의 장녀인 최씨(극중 송이, 김규리)가 1219년 쯤 김약선(이주현)과 혼인한 듯합니다. 고종(이승효)의 아들과 송이의 딸이 결혼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최우의 큰딸은 1219년(고종의 아들 원종이 태어난 해)에 대충 아이를 낳을 수 있는 16세 이상이란 뜻입니다. 그러니 그 아버지인 최우는 30대 중후반 이거나 아무리 어려도 30대 초반일 것입니다.

혜심대사는 정말 이렇게 나이가 많았을까? 최우와 또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극중에서 최우가 깍듯이 모시는 스승님 혜심의 나이는 어느 정도 되었을까요. 진각국사 혜심(극중 이대로)은 1178년에 태어나 1234년에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최우가 70세로 죽었다고 가정하면 최우의 탄생시기는 1179년 쯤으로 추정할 수 있으니 두 사람은 또래인 셈입니다. 최대한 시기를 단축해서 최우가 60세에 죽었다고 치더라도 불과 10세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배우 이대로는 덕망높은 진각국사 혜심의 역할을 소화하기 가장 적절한 배우임에 틀림없지만 무신 정권 내내 최우와 함께 가는 동반자급으로서는 너무 나이가 많아 보입니다.

거기다가 흥왕사에서 대장경을 편찬하는 수기대사(오영수)에게 존대를 받고 70세인 최충헌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죽을 때가 다 됐다'고 이야기하기엔 그의 나이가 너무 젊습니다. 1219년경이면 그의 나이는 불과 41세입니다. 대사라 불리며 종교적으로 한 경지에 이르러 생불이라 칭송받는 건 정치적으로나 시대상으로 그럴 수 있다 쳐도 아들뻘인 혜심과 최충헌이 속어로 '맞먹을' 사이가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무신정권의 정점이자 김준의 주군인 최우를 묘사하기 위해서 진각국사 혜심의 인격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연령대 설정은 많이 아쉽네요.



불교와 무인정권의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

극중 최충헌의 말대로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깨달음을 얻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김준이 '무신(武神)'이란 경지에 올라서기 위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두 인물이 바로 최충헌과 최우입니다. 최충헌은 자신이 마지막 순간에 먹기로 한 '검은 환약'을 보며 '개똥참외 밭에서는 개똥참외만 나온다'며 자신의 인생을 회고합니다. 움직일 기력도 없어 매일 눈을 감고 누워있는 최충헌에게 정치란 개똥참외 밭이었나 봅니다. 그는 이제 두 아들 중에 조금 더 나은 큰 아들 최우(정보석)에게 정권을 물려주기 위해 마지막 쇼를 벌여야 합니다. 고려사에 적혀 있는 대로 죽기전에 풍악을 울리며 잔치를 벌인 것이지요.

보성백 최향(정성모)은 최충헌의 가신들과 결탁해 최우를 제거하고 권력을 물려받을 생각이었기에 꾸준히 최우를 불러들였지만 최우는 가지 않았습니다. 최우에게 미리 오지 말라 조언한 최충헌은 자신을 핑계로 둘째 아들이 장남을 불러들인다는 것을 알고 잔치를 벌인 셈입니다. 최충헌이 곧 죽을 거라 생각해 형을 속이려던 최향의 음모는 그 덕분에 어긋나게 됩니다. 다 죽어간다는 사람이 벌떡 일어나 잔치를 벌이니 말입니다. 최준문(윤철형), 지윤심(구보석), 유송절(최재호), 김덕명(안병경)과 함께 최우를 도모하려던 최향은 그렇게 무너집니다. 최우는 최준문과 김덕명 등을 차례로 잡아들여 위기를 헤쳐나갑니다..

최우, 최충헌, 최향이 차기 권력을 두고 한바탕 승부를 벌인다.

이렇게 정권을 잡은 최우 역시 최충헌이나 그 이전의 무신들과 같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민심을 어떻게 휘어잡을 것이며 외적을 어떻게 막아낼 것이냐는 고민 때문에 최우 역시 종교계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불교와 고려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거란이나 몽고의 침략 때 승병으로 활약한 것도 그들이지만 백성들이 나아갈 방향을 밝혀주는 지도자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교계의 뜻을 거스르면 백성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음에도 무신정권과 승려들은 몇차례에 걸쳐 충돌했습니다. 이의방도 무신란 이후 자신들에게 반기를 든 많은 승려들을 학살했습니다.

최충헌도 이 드라마 초반의 묘사처럼 자신을 죽이려던 많은 승려들을 죽였습니다. 거란과의 전투 중에 방향을 되돌려 자신에게 칼을 겨눈 승려들의 배후가 정숙첨(정욱)이라며 최우를 곤경에 빠트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무신 정권과 대립하던 승려들은 주로 교종 계열이라 합니다. 고려 시대에 불교가 부흥하여 엄청난 규모의 사찰을 여러 개 건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왕족과 결탁해 최고의 권위를 누리던 그들이 무신정권과 함께 지지 기반을 잃고 불만을 터트리게 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최씨 무신정권은 대신 보조국사를 중심으로 한 선종 계열에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흥왕사에서 혜심과 마주친 김준. 혜심은 누구인가.

당시 승려들은 대부분 승과를 거쳐 승려가 되는 게 원칙이었습니다. 왕족이 출가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그 원칙에서 어긋나지 않았는데 혜심은 특이하게도 승과를 보지 않고도 선사가 되었습니다. 고종 3년(1216년)에는 대선사라는 승계를 받기도 합니다. 본래 유학을 공부하던 인물로 본성이 최씨라 하니 최씨 무신정권에서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일가를 지지해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혜심 이외에도 몇몇 최씨 귀족들이 불가로 귀의했다는 기록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극중 망나니 아들로 등장하는 만전(백도빈)과 만종(김혁)도 혜심의 제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혜심은 적극적으로 무신정권을 반대한 것은 아니지만 극중에서 묘사된 것처럼 최우가 여러번 초청해도 개경땅을 밟지 않으며 정권의 특혜를 입으려 하지 않았고 최씨 정권과도 거리를 두려 했습니다. 최우는 혜심의 제자를 자처하며 좋은 차와 향, 법복 등을 선물하며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정치인에게 종교란 잘 이용하면 강력한 정권의 뒷심이 될 수 있는 수단이고 잘못 이용하면 반란의 빌미가 되거나 국가를 휘두르는 병폐가 되고 맙니다. 혜심은 많은 승려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으면서도 명예를 쫓지 않고 조용히 수행에 열중하여 한국 조계종의 굵은 뿌리가 됩니다. 고려 불교의 핵심적인 인물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죠.

무신(武臣) 최우의 스승인 혜심은 어떤 멘토가 될 것인가.

최우는 무신정권의 정점으로 몽고의 침입에 맞서 강화도 항쟁을 벌인 당사자입니다. 캐릭터 상으로는 김준의 주군이자 롤모델이 될 사람입니다. 최충헌이 다음 정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검은 환약을 먹고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 타입이라면 최우는 어떤식의 죽음을 맞게 될지 꽤 궁금합니다. 극중 최우라는 캐릭터인 최우의 긍정적인 부분을 역설하기 위해서라도 혜심은 매우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의 사상이 많은 부분 최우를 지배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김준에게 수법스님(강신일)이란 멘토가 있는 것처럼 혜심도 마찬가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최준문과 지윤심이 최우를 찾아왔습니다. 검은 환약을 먹은 최충헌은 김덕명이 화들짝 놀랄 만큼 힘차게 일어나 호령합니다. 최향과 최우의 일전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최충헌이 울리는 요란한 풍악소리와 함께 두 형제의 운명이 갈라질 것입니다. 10대 소년에 불과한 김준의 성장 보다는 최충헌의 최후가 꽤 흥미로울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능청스럽게 벌떡 일어나는 배우 주현을 보니 사극의 재미를 살리려면 역시 배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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