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요즘 '싸이'와 '김기덕' 현상이 씁쓸한 이유

Shain 2012. 10. 1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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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생산되는 기성복이나 공산품은 소량 만들어지는 수제품이나 '명품'들과는 다르게 누구나 사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옷을 입거나 같은 메뉴를 먹는 건 그런면에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대량 판매되는 물건 중에서 아무리 색다른 걸 선택해도 싸고 좋은 기준으로 고르다 보면 결국 비슷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같은 라면을 소비한다고 해서 그 대중의 취향이 '동일'하다고 보기 힘든 이유는 바로 그때문이죠. 때로는 다른 맛의 라면을 먹고 싶어도 유통을 선점하지 못해 싸게 살 수 없는 물건도 있으니까요.

물론 이런 상품 뿐만 아니라 컨텐츠 역시 대량유통되는 걸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형배급사를 통해 유통되는 영화는 가뿐히 백만 관객이 넘어갑니다. 바쁜 시간 쪼개어 영화를 보러간 관객들은 보고 싶은 따로 영화가 있어도 상영관이 적으면 어쩔 수 없이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를 골라야합니다. 마치 TV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보듯 똑같은 걸 봐야하지만 이런식의 선택을 두고 대중의 취향이 획일화되었다고 보기는 힘들겠죠. 생각이 달라도 어쩔 수 없이 같은 것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남들과 취향이 다르고 선택의 기준이 다른 것이 '개성' 아닐까 생각합니다. 뭐든 대량생산되고 취향이 다르면 비싼 비용을 소모해야하는 현대사회에서 독특한 무엇을 고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남다르고 특별한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게 사람입니다. 비록 똑같은 영화 똑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생각하고 판단하는건 서로 다를 수 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과 똑같다'는 평을 듣기 싫어합니다. '개성이 다르다'른 건 모나고 유별나다는 뜻이 아니라 타인과 나를 구분짓는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나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한 '김기덕' 감독 문제를 보면 대중의 취향이 다양하다는 건 어찌 보면 착각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 반응인지 갑갑하다 싶을 때도 많습니다. 그만큼 그들이 다수의 취향을 만족시켰다는 뜻인지 아니면 모두의 의견을 통일시킬 만큼 훌륭하다는 뜻인지는 몰라도 그들의 보여준 '작품'에 대한 찬양이 그들의 인성에 대한 평가까지 확장된다는 점도 가끔은 섬뜩합니다. 한 곡의 노래나 영화가 성공하면 그 사람은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이 되는걸까요. 아마 아닐겁니다.

과거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영화로 분류되곤 했습니다. 그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전체 메시지와 별개로 그 영화 자체의 표현 수위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법합니다. 잔인한 장면이나 보는 내내 불편한 상황 묘사를 모두가 '예술'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요즘 김기덕 영화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했다가는 '예술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의 예술적 열의를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한마디 비판을 보탤 수 있는 법인데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어 있죠.

최근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된 가수 싸이에 대한 반응도 뜨겁습니다. 저 역시 속시원한 싸이의 무대에 기분이 좋아지고 여지껏 본적없는 엄청난 세계 반응에 함께 기뻐하고 있습니다만 그에 대한 칭찬이 가수 김장훈과의 갈등에 개입되는 건 솔직히 달갑지 않습니다. 싸이와 갈등이 불거진 김장훈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다툼은 언론과 팬들의 개입으로 그 본질이 퇴색된지 오래입니다. 왜 김장훈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으며 또 싸이의 입장은 어떤지 당사자들이 아니면 모르지만 싸이에 대한 호감이 김장훈에 대한 반감으로 변질된 것만은 확실히 알 수가 있습니다.

사실 '국위 선양하고 있는 싸이의 발목을 잡지 말라'던가 '세계 일류 스타의 앞길을 막는다'같은 말은 두 사람의 갈등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또 모 기획사에서 고의적으로 퍼트린듯한 루머 즉 김장훈이 스태프에 대한 처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던가 월급을 제때 안주고 주지 않은 월급을 모아 기부한다같은 말도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 두 사람의 문제에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퍼트리는 '세력'들이 개입해 있으며 싸이가 국제 스타가 되었고 빌보드 1위를 기대하고 있다는 이유로 김장훈이 일방적으로 비난받는 측면이 없잖아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과거 싸이의 행적에 관대한 입장을 갖고 있던 팬 중 한명입니다. 군대를 두번간 것도 싸이 입장에서는 전시행정의 희생인 면이 없잖아 있고 대마초도 그 개인의 문제라 생각하는 편입니다. 공연하는 모습만 봐도 워낙 자유분방한 인물이었으니까요. 그가 '월드스타'가 되었다고 해서 이런 과거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은 그냥 싸이지 모든 것이 완벽한 성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장훈과 싸이 사이의 문제의 그가 '월드스타'냐 아니냐는 아무 의미가 없음에도 김장훈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건 그의 인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전적으로 김장훈과 싸이 사이의 일로 남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두 사람이 어떤 성격인지는 제 3자인 팬들은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죄인'이 된 김장훈은 '정신병자'라던가 '국위 선양에 초치는 사람'같은 각종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문제로 김장훈이 그런식으로 몰려야하는 이유가 싸이의 '국위선양' 때문이라면 이건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TV와 언론에서 싸이의 대단함을 찬양하는 획일성이 이런 문제를 가져온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모든 TV 방송이 싸이의 공연을 녹화 중계하거나 생중계하고 그가 과거 비난하던 립싱크를 하고 있음에도 '피곤한 일정'탓이라며 두둔해주고 이런 현상 일면에는 싸이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방송을 틀어봐도 싸이가 출연하고 한마음으로 빌보드 1위를 빌어주고 그를 응원하는 건 누가 봐도 멋진 일이고 좋은 현상이지만 김장훈 문제에까지 그 애정이 확대되는 건 분명 경계해야합니다. 이런 '똑같은 찬양'이 싸이 본인도 모르는새 의도하지 않은 죄를 짓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들의 생각이 획일적이란 건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만큼이나 무서운 일입니다. 원래 싸이도 김기덕 감독도 똑같은 걸그룹이나 흥행 영화만을 추구하던 우리 나라 대중 문화의 외인부대였습니다. 그들의 다양한 개성이나 역량, 가치를 알아준 건 비교적 최근이란 말이죠. 그런 '똑같은 생각'과 '획일적인 문화'의 피해자였던 그들을 이용해 또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집단적이고 천편일률적인 반응이야 말로 또다른 싸이와 김기덕을 탄생할 수 없게 하는 근본 원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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